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5/10/01 08:45:59
Name DEVGRU
File #1 image.jpeg (365.0 KB), Download : 28
Subject [스타1] For the "BEST"


- 모바일로 작성하느라 다소의 오타나 줄바꿈 문제가 잘생할 수 있습니다.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중에 PC 에서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 개인적인 감상과 소회를 적은 글이다보니 부득이하게 평어체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도재욱 선수가 그저께인가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후 다시 아프리카 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괴수.

뼛속까지 테란빠였던 나도 남자였던걸까. 하드코어 질럿 러쉬나 박용욱의 악마같은 견제, 강민의 꿈의 플레이, 박정석의 강하고도 깔끔한 스타일리시함에도 프로토스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내가 프로토스를 응원하게 될 줄이야.

힘. 힘. 힘. 끝을 알수 없는 힘. 압도적인 힘.

도재욱은 그런 선수였다. 어떤 전략을 가져오든 결국 패배하는 상대방은 도재욱의 엄청난 힘에 짓눌리고 짜부러져서 가루가 될 정도로 박살이 났다.

이길수 있을 듯 뚫을 수 있을듯 한 아슬아슬한 마음가짐으로 타이밍을 잡고 덤벼들어도 결국 도저히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물량과 대규모 컨트롤에 의해 장렬히 산화한 테란 플레이어가 한둘이던가. 동족인 프로토스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상대적으로 승률은 좋지 않지만) 저그에게 이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는 아콘과도 같았다. 경기 내에서는 아콘을 잘 쓰지는 않았지만, 프로브, 옵저버, 아비터, 질럿, 드라군이라는 단순하고도 무식한(?) 조합의 힘으로 승리를 반복했다. 아콘의 대사인 "압도적인 힘으로(power overwheliming)" 가 잘 어울리는 선수가 또 있을까.

화랑도에서 윤용태와 경기할 때, 후반에 잡힌 선수 개인화면을 보면서 말 그대로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삼멀티 돌리면서 드라군 무빙샷을 쏘면서 미네랄은 1000을 넘지 않고 계속해서 게이트를 돌리는 모습에서, 불가해한 그의 물량이 이해가 되었다.

때로는 질드라로 때로는 패스트 캐리어로 이영호를 힘으로 때려잡고, 커세어와 셔틀리버를 수없이 꼴아박고도 질럿드라군 어택땅에 기어가는 리버만으로 마조작의 본진을 유린하고, 프로브를 잠깐 잘못 붙였을 뿐인데 겨우 그정도의 차이를 거대하게 불려 허영무를 박살내버리고.

비록 본좌라인이나 택뱅리쌍처럼 엄청난 승률과 커리어를 가지지는 못했어도, 말 그대로 그의 경기는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가 더 좋았고, 그가 오래오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도 결국 시간의 흐름이 밀리고 잔 부상에 치여서 프로게이머를 은퇴했다. 스타2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긴 했지만 예전같지 않았다.


어제는 야근을 하고 늦게 들어와 아프리카를 켰다. 집에서 이런저런 잔업이나 생각을 하면서 백색소음 삼아 대도서관이나 똘킹의 방송을 종종 틀어놓는데, 문득 갑자기 스타1 방송을 하는 선수들이 어떻게 지내나 뒤적거리다가 도재욱을 다시 만났다.


재미있었다.

예전에 비해 다소 처진 감과 손놀림은 아쉬웠는데 승패를 떠나 재미있었다. 테란빠인 내가 벌쳐를 욕하고, 아비터의 호위를 받는 질드라가 조이기라인을 파고 들 때 다시금 예전의 그 전율을 느꼈다.

질거라고 생각했던 경기에서 - 멀티 두개를 날려먹었는데도 불구하고 - 예전의 그 불가사의한 물량으로 승리를 확신한 상대방의 한방 병력을 털어먹고 다시 맵을 장악하고 나서 정말 끝도 없는 힘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을 때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서른 중반의 아재는 처음으로 별풍선이라는걸 몇백개 사서 그에게 날렸다. 다시 재미있는 경기를 보게 해준 보답으로, 그에게 해준 것 없었는데도 항상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었던 전성기의 그에 대한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마음으로.

사실 보잘것 없는 액수지만, 그래도 일일히 인사해주는 그가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경기를 지고서 얼굴을 붉히며 분해하는 그의 모습에서 앞으로도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가 앞으로도 재미있는 경기 보여주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무거운 피지알의 글쓰기 버튼을 눌러본다.

- 가양동 불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Dear Again
15/10/01 10:0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도재욱 선수 공부와 방송 모두 잘 되길 바랍니다~
하루아빠
15/10/01 11:49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처음 봤는데 완전 꿀잼이더군요. 정말 박정석 이후로 프로토스를 가장 프로토스답게 사용하는 토스랄까. 압도적인 힘으로 테란을 쓸어버리는 보면 희열을 느꼈었는데 크크 아직 아프리카에선 많이 털리기도 하는거 같던데 그래도 예전의 그 선굵은 플레이는 여전하더군요 졌지만 희열이 느껴질정도로요
15/10/01 16:53
수정 아이콘
압도적인 힘으로!
미칠듯한 물량이 시원시원해서 항상 챙겨보는 선수입니다
저그전의 도세어는 인구만 차지할뿐 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역시 도재욱의 경기는 재미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276 [스타1] [우왕] 종족선택으로 본 정치성향 - 저그야 말로 교양인의 선택이다 [39] 네오13199 15/11/28 13199 24
58268 [스타1] [우왕] 테란은 스타판의 주적이고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40] kien13070 15/11/28 13070 12
58265 [스타1] [우왕] 객관적으로 보는 스타1 프로게이머 순위 [73] becker29944 15/11/28 29944 7
58247 [스타1] 07년 KTF 암흑기 시절 프로리그에서 케텝팬들에게 위안이되었던 경기.avi [9] SKY929025 15/11/25 9025 2
58234 [스타1] VANT 36.5 대국민 스타리그 조추첨 결과 및 예상 [15] 은안7295 15/11/24 7295 0
58222 [스타1] 임요환vs박성준, 잊을수없는 우주 MSL에서의 처절한 혈전.avi [9] SKY929424 15/11/21 9424 1
58191 [스타1] 스타리그 우승 선수들의 맵전적과 상대 종족 전적(부제: 운과 천운) [19] kien11907 15/11/17 11907 2
58129 [스타1] 추억의 올림푸스 온게임넷 스타리그 죽음의 16강 A조.avi [8] SKY927815 15/11/08 7815 2
57990 [스타1] 이제동 자서전 출간, <나는 프로게이머다> [31] 여자친구13013 15/10/22 13013 5
57989 댓글잠금 [스타1] 과거 승부조작 가담 진영수 "개인방송 금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83] 미하라21142 15/10/21 21142 13
57977 [스타1] 콩두 대국민 스타리그 예선이 끝났습니다 [19] Gloomy10949 15/10/20 10949 0
57916 [스타1] 가입인사 겸 스타1에 얽힌 흔한 추억.txt [21] 삭제됨7207 15/10/11 7207 1
57840 [스타1] 테프전 프로토스의 화끈한 테란 조이기라인 돌파 모음.avi [11] SKY929005 15/10/01 9005 0
57835 [스타1] For the "BEST" [3] DEVGRU10125 15/10/01 10125 4
57832 [스타1] 스타1의 서열 매기기 논쟁그리고 교훈 [50] kien12483 15/10/01 12483 0
57820 [스타1] 자소서에 '스타크래프트'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42] 삭제됨19575 15/09/29 19575 2
57819 [스타1] 고인규의 화려했던 06 전기리그.avi [22] SKY928234 15/09/29 8234 0
57791 [스타1] [우왕] 지상최대 임요환 선수의 팬인 내 가슴을 울린 경기들 (데이터 & 스압 주의) [13] Love.of.Tears.10685 15/09/25 10685 3
57720 [스타1] [우왕] 9년 전 9월 14일. 박서의 팬 자격으로 MSL 경기장을 찾다 [11] Love.of.Tears.8421 15/09/17 8421 7
57711 [스타1] 내게 역대급 꿀잼으로 기억남는 개막일. 2001년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5] SKY926107 15/09/16 6107 0
57685 [스타1] 스타하시는 분들께.. 래더시스템 어떠십니까? [55] aRashi16347 15/09/13 16347 1
57663 [스타1] 아직 손스타를 즐기시는분들 많이 계신가요?^^ [55] aRashi8412 15/09/12 8412 1
57655 [스타1] 가장 기억에 남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16강) 야외 투어는? [11] SKY928442 15/09/11 844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