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게임 인생 최고의 날은 언제였습니까?

저는 오늘 이전이라면 스타2 처음 보는 친구 세 명과 손잡고 정종현 vs 박현우 결승 직관을 뛴 날,

아니면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친구와 치킨을 뜯으면서 이제동 vs 정명훈 결승전을 본 날을 꼽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오늘이 단언컨데 제 게임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좀 용두사미, 안티클라이맥스적인 승급이긴 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상상했던 그림은, 밤새도록 스타2를 하다가 메카닉 장기전 50분을 이기거나,

혹은 프로토스의 강력한 올인을 막고 역러쉬로 깔끔하게 승리를 따낸 뒤 승급 메시지를 보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스타2를 하러 온 것도 아니었고, 그저 친구와 LOL 듀오랭을 돌리려고 들른 피시방이었습니다.

듀오큐를 두 판 돌리고, 1승 1패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순식간에 현자타임이 와서

손이나 풀 겸 스타2 한 판 돌리고 집에나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래더 서치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바코드 저그. 맵이 캑터스라 올인을 할까 뮤탈을 갈까 고민하던 것도 잠시

저저전이 하기 싫었던 상대 저그 유저는 그대로 게임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의 화면을 목격합니다.



자날이 끝나고 군심 초창기에 실력이 최고조를 달릴 때 승급에 실패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더 이상의 가망은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조금은 뜬금없이 승급을 하고나니 기쁘면서도 또 허망하네요.

어쨌건 정말 행복한 날입니다.

공허의 유산에서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두 글로벌갓흥겜 스타2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