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5/09/17 11:58:42
Name Love.of.Tears.
Subject [스타1] [우왕] 9년 전 9월 14일. 박서의 팬 자격으로 MSL 경기장을 찾다
2006년 9월 14일. 그러니까 벌써 9년 전 일이다. 요환이형을 처음 만나고 아흐레 뒤, 난생 처음 e스포츠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고, 요환이형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었던 역사적인 날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당시 분위기는 활기에 차 있어서 ‘이게 e스포츠 경기장의 공기구나.’ ‘팬심이 굉장하네.’ 라고 생각했다.


프링글스 MSL 시즌 2 16강 B조 승자전. 심소명 선수와의 경기. 초반에는 요환이형 얼굴에만 집중했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도 팬이었던 사람의 얼굴을 두 번째 볼 수 있음이 마냥 좋았었던 모양이다. 맵은 롱기누스. 테란 11시 저그 2시 상황. 거리는 좀 먼 편. 그런데 웬걸? 8배럭스 플레이다.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 형은 진짜 뭔가 다르구나.” 그러고는 혼자 실실 거렸다. 8배럭스 플레이를 했다고 해도 벙커 러시가 성공할 줄 몰랐다. 헌데 저글링과 드론, 성큰 콜로니까지 무참히 패배시키고 돌아갔다. 그 와중에 요환이형의 알 수 없는 입모양은 지금도 궁금하다. 혹시 ‘냠냠’이려나? 크크


저그를 난감하게 해놓고, 유유자적 멀티하고 배럭스를 늘렸던 테란. 사실 그 다음부터는 자기 플레이만 하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푹 놓고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사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보다 먼저 오신 다른 분들이 나를 보고는 감사하게도 “파이터 포럼에서 기사 봤어요. 피지알에 글 쓰시는 분이죠?” 하고는 흔쾌히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물론 요환동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좋은 자리에서 관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카메라는 내 주위를 맴돌고 있고, ‘언젠간 내가 너를 찍고 말겠어.’라는 기세로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카메라는 날 싫어하지만 난 카메라를 싫어하지 않기에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그 때 나를 놓치지 않고 김철민 캐스터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방금 카메라에 잡히신 분이 몸이 조금 불편하신데, 임요환 선수가 입대하기 전에 치르는 경기를 꼭 좀 보고 싶다 하셔서 먼 길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승원 해설의 한 마디, “임요환 선수의 팬 분이었죠?” 그랬다. KCM과 Coolwen의 기억 속에 내가 있었다. 음화화화~…… 죄송하다. ㅠㅠ 그리고 무엇보다 임요환 선수의 팬이라는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평탄하게 가도 낙승할 수 있던 경기를 소수의 병력으로 드론 테러하고 업그레이드에 신경을 써 줬다. 그리고 최대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은 없앴다. 결과는 심소명 선수의 GG.


사실, 이 경기에서 승리해도 남은 일정을 다 취소했어야 했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옳은 것을 알았을 것이고, 자신의 좌우명처럼 하물며 ‘지고 나서라도 후회하지 말아야’ 할진대 승부를 게을리 하기 싫었으리라.


경기 후 헐크호건 세리모니를 시도했지만 카메라가 안 잡혀서 다음 기회로 미룬 기억이 난다. ^^ 모두가 경기장을 빠져 나오고, 요환이형이 날 마주하며 했던 말은 MSL을 쉬게 돼서 아쉽다는 푸념이 아니었다. 대신 수퍼 파이트가 날 위해 준비 된 이벤트 전인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이기는 모습 보여준다고 했었다.  

그는 뼛속 깊이 게이머였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9년 전의 일을 어제처럼 기억하는 것은 그 때 요환이형의 진심이 내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 열심히, 빈틈없이 임했던 게임은 내게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Written by Love.of.Tears.    

PS.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추천] 댓글을 달아주세요! 아울러, [우왕] To. WWE. 우리는 계속해서 전진해야 합니다」 역시 좋으셨다면 [추천] 말머리 하시고 댓글 달아 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9/17 12:25
수정 아이콘
글 써서 남 주기 대회 참가글은 아래에 달리는 [추천] 말머리 댓글을 이용해서 우승자를 가립니다. 짧은 댓글도 좋으니 [추천]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생각없는사람
15/09/17 13:47
수정 아이콘
[추천] 포모스 였던가... 러브 오브 티얼스님이 올리신 사진에선가 임요환 선수와 같이 찍었던 사진 봤었는데- 참 부럽습니다.
Love.of.Tears.
15/09/17 15:00
수정 아이콘
부러우셨군요.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외람 됩니다만 임요환 선수입니다. '한'이 아니라 '환'이지요^^
생각없는사람
15/09/17 16:08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Love.of.Tears.
15/09/17 16:32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별말씀을…
15/09/17 16:09
수정 아이콘
[추천] 따뜻하네요. 전 이윤열 선수 팬이었는데, 지금보단 더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왜 이윤열이 "천재"인지 스타경기 가지고 한참 씩씩거리면서 떠들었었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어쩌면 이제 제게는 추억 속의 이야기일텐데, 종종 여전히 한결처럼 작성해주시는 지금의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Love.of.Tears.
15/09/17 16:34
수정 아이콘
네~ 반갑습니다 린님^^
시노부
15/09/17 16:32
수정 아이콘
[추천]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Love.of.Tears.
15/09/17 16:35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15/09/17 22:06
수정 아이콘
[추천] 예전부터 응원글 잘 읽고 있습니다
Love.of.Tears.
15/09/17 22:1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늘 응원 해 주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276 [스타1] [우왕] 종족선택으로 본 정치성향 - 저그야 말로 교양인의 선택이다 [39] 네오13200 15/11/28 13200 24
58268 [스타1] [우왕] 테란은 스타판의 주적이고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40] kien13070 15/11/28 13070 12
58265 [스타1] [우왕] 객관적으로 보는 스타1 프로게이머 순위 [73] becker29944 15/11/28 29944 7
58247 [스타1] 07년 KTF 암흑기 시절 프로리그에서 케텝팬들에게 위안이되었던 경기.avi [9] SKY929025 15/11/25 9025 2
58234 [스타1] VANT 36.5 대국민 스타리그 조추첨 결과 및 예상 [15] 은안7295 15/11/24 7295 0
58222 [스타1] 임요환vs박성준, 잊을수없는 우주 MSL에서의 처절한 혈전.avi [9] SKY929424 15/11/21 9424 1
58191 [스타1] 스타리그 우승 선수들의 맵전적과 상대 종족 전적(부제: 운과 천운) [19] kien11907 15/11/17 11907 2
58129 [스타1] 추억의 올림푸스 온게임넷 스타리그 죽음의 16강 A조.avi [8] SKY927815 15/11/08 7815 2
57990 [스타1] 이제동 자서전 출간, <나는 프로게이머다> [31] 여자친구13013 15/10/22 13013 5
57989 댓글잠금 [스타1] 과거 승부조작 가담 진영수 "개인방송 금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83] 미하라21142 15/10/21 21142 13
57977 [스타1] 콩두 대국민 스타리그 예선이 끝났습니다 [19] Gloomy10949 15/10/20 10949 0
57916 [스타1] 가입인사 겸 스타1에 얽힌 흔한 추억.txt [21] 삭제됨7207 15/10/11 7207 1
57840 [스타1] 테프전 프로토스의 화끈한 테란 조이기라인 돌파 모음.avi [11] SKY929005 15/10/01 9005 0
57835 [스타1] For the "BEST" [3] DEVGRU10125 15/10/01 10125 4
57832 [스타1] 스타1의 서열 매기기 논쟁그리고 교훈 [50] kien12483 15/10/01 12483 0
57820 [스타1] 자소서에 '스타크래프트'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42] 삭제됨19575 15/09/29 19575 2
57819 [스타1] 고인규의 화려했던 06 전기리그.avi [22] SKY928234 15/09/29 8234 0
57791 [스타1] [우왕] 지상최대 임요환 선수의 팬인 내 가슴을 울린 경기들 (데이터 & 스압 주의) [13] Love.of.Tears.10685 15/09/25 10685 3
57720 [스타1] [우왕] 9년 전 9월 14일. 박서의 팬 자격으로 MSL 경기장을 찾다 [11] Love.of.Tears.8422 15/09/17 8422 7
57711 [스타1] 내게 역대급 꿀잼으로 기억남는 개막일. 2001년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5] SKY926107 15/09/16 6107 0
57685 [스타1] 스타하시는 분들께.. 래더시스템 어떠십니까? [55] aRashi16347 15/09/13 16347 1
57663 [스타1] 아직 손스타를 즐기시는분들 많이 계신가요?^^ [55] aRashi8413 15/09/12 8413 1
57655 [스타1] 가장 기억에 남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16강) 야외 투어는? [11] SKY928442 15/09/11 844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