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2/11/20 17:31:03
Name Love.of.Tears.
Subject 임요환 선수에 부쳐 (부제: ~다움)
드라마에서 극의 갈등이 심해질 경우 예를 들어 삼각관계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직후 항상 나오는 대사가 있습니다.


A : 너답지 않아. 너답지 않게 왜 그래?
B: 나답지 않다고?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나답다. 이 말은 참 감사한 말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나의 이미지가 상대방에게 좋게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것은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나의 허점이나 약점들을 상대가 잘 봐주었고, 동시에 잘 감싸주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나답다는 말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상대에게 좋게 작용해서 으레 그럴 것이라 믿었던 나의 이미지가 허튼 짓이나 말 한 번에 실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매사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도 작용합니다.

전 어제 임요환 선수도 그랬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황제라는 수식어와 대단한 커리어 그리고 큰 인기는 그에게 찬사가 가기에 충분한 조건들이었습니다. 숨 가쁘게 응원하고 승리 한 번 한 번에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는 팬들을 보면서 오랜 시간 힘든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그였습니다.

팬들이 그렇게 승리에 익숙해져 있을 때쯤 기쁜 것과 별개로 승수가 많아지고 보는 재미도 있다 보니 팬들의 눈도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되었고, 동시에 그의 승리가 당연시 되었죠. 팬들의 마음속엔 “임요환은 무적이니 오늘도 이길 거야.”라고 자리 잡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임요환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종 패배도 하고 무기력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가끔’이었던 패배는 ‘종종’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임요환다움’의 색은 바래버렸지요. 어느 팬들은 ‘실망’이란 수건 또한 던졌습니다. 각종 언론은 ‘임요환 시대의 종말, 다시 부활할 순 없을까’하는 물음표까지 남기기도 했죠. 벤치워머라는 말, 실상 감독이란 말 등 어쩌면 그의 입장에서 가장 듣기 싫을 말까지 들으며 자릴 지켰던 그는 둥지를 옮깁니다.

슬레이어스라는 조각배를 만들어 최고 함선으로 키워내리라는 그의 야망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는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요환다움’의 제 2막이라고 느꼈는데 말입니다. 그의 연인인 김 전 구단주님과의 열애설부터 슬레이어스 클랜 창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단 멤버와 선수로서 그리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자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쉬는 날마저 영화를 보러 가는 것조차 마다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단의 심장’에서 연습재개 할 것이라는 당찬 각오를 다집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코치직으로 임명되며 친정이었던 SKT로 팀을 옮깁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워서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 그런데 그 이후 충격적인 일이 그 안에 내포되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 임요환 선수는 자신을 다른 의미로 임요환스럽게 알고 있는 대중들을 위해 최대한 말을 아꼈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따라다녔던 ‘임요환다움’을 버리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전 아직도 그를 개인적으로는 ‘요환이형’이라 부르지만 공적으로는 ‘임요환 선수’라 부릅니다. 아마 이 호칭은 그가 이 판을 떠나도 못 버릴 것 같습니다. SKT로 온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에 대한 여부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가진 생각이 선수에 대한 열망이 남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길을 가든, “뭘 할 것이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그저 그를 믿는 것, 그리고 여전히 이 판에 머물러 있는 그를 위하여 응원을 보내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임요환 선수, 당신이 이전에 가졌던 ‘임요환다움’은 버리세요. 지금으로도 충분히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삶,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자유롭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졸필입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Written by Love.of.Tears.


PS. 본문 중 팬에 대한 언급 내용은 ‘일반론’이 아님을 밝힙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9438 프로리그 개막 확정? [27] nuri8518 12/11/23 8518 0
49437 OLYMPUS LOL Winter 12강 - A조, Azubu Frost vs KT Rolster A #1 [341] 노틸러스8694 12/11/23 8694 0
49436 [LOL] IPL5를 앞두고 주요 참가 팀 분석과 예상을 해봅니다. [29] Mr.prostate9597 12/11/23 9597 1
49435 비닐캣 채우철 다음시즌부터는 코치로!! [41] 모리아스9036 12/11/23 9036 0
49434 피파온라인 2가 서비스 종료됩니다. [19] The xian9345 12/11/23 9345 0
49433 스타2 팬들을 위한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4] Uncertainty8396 12/11/23 8396 0
49432 DreamHack Winter 2012 LOL 조별리그 [74] 감자튀김8033 12/11/23 8033 1
49431 나이스게임TV 킬링캠프 4회 - 게스트 이말년 웹툰 작가 #1 [312] 제리드10335 12/11/22 10335 0
49430 2012 DreamHack Open: Winter가 시작했습니다. [34] Uncertainty6749 12/11/22 6749 0
49429 2012 HOT6 GSL Season 5 Code A 48강전 3일차 저녁조 (이영호) #3 [93] Marionette8046 12/11/22 8046 0
49428 2012 HOT6 GSL Season 5 Code A 48강전 3일차 저녁조 (정윤종&이영호) #2 [319] Marionette8125 12/11/22 8125 0
49427 헛개수 NLB Winter 2012-2013 골드리그 16강 B조 2일차 #1 [262] 감자튀김8513 12/11/22 8513 0
49426 2012 HOT6 GSL Season 5 Code A 48강전 3일차 저녁조 #1 [211] Marionette7552 12/11/22 7552 0
49425 [LOL] 제2의 롤드컵 IPL5 대진표가 나왔습니다. [31] 말룡8280 12/11/22 8280 1
49424 가을세일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18] 저퀴9649 12/11/22 9649 0
49423 사상 최고로 예측불가능한 GSL 4강 [25] 어강됴리8566 12/11/22 8566 0
49422 이제는 위험 정도가 아니라 다급하다 [79] 모리아스12455 12/11/22 12455 1
49421 OLYMPUS LOL Champions Winter - B조, KT Rolster B vs 나진 소드 #3 [427] 키토10126 12/11/21 10126 0
49420 OLYMPUS LOL Champions Winter - B조, KT Rolster B vs 나진 소드 #2 [313] 키토8782 12/11/21 8782 0
49419 OLYMPUS LOL Champions Winter - B조, KT Rolster B vs 나진 소드 #1 [304] 키토9307 12/11/21 9307 0
49418 OLYMPUS LOL Champions Winter - Team OP vs 나진 쉴드 #2 [427] 키토10298 12/11/21 10298 0
49417 2012 HOT6 GSL Season 5 - Code S, 8강 2회차 #2 [139] kimbilly6421 12/11/21 6421 0
49416 OLYMPUS LOL Champions Winter - Team OP vs 나진 쉴드 #1 [350] 키토9038 12/11/21 903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