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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21 10:28:50
Name Becker
Subject 입스타의 분류와 짧은 역사에 대해
스타크래프트 해설/분석 - 줄여서 입스타는 크게 두가지의 종류로 나뉠수 있다. 이성적 입스타와 감성적 입스타.

이성적 입스타는 그 경기안에 펼쳐지고 있는 내적 요소들로만 한정하여 경기의 유불리, 역전의 가능성, 변수의 존재등을 짚는 방법이다. 경기에 들어간 순간 상대전적이라던가, 팀킬이라던가 같은 외부 요소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승패를 가르는것은 유닛간의 싸움이니까. 현재의 시점에서 "좋은 해설자," "좋은 입스타" 라면 이성적 입스타는 필수이고, 그것을 경기를 잘 못보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줄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감성적 입스타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뭐랄까... 더 서정적이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이라 해도 어쨌든 그 모든 것들을 움직이고 명령을 내리는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성적 입스타는 경기 내적인 요소보다는 경기 외적인 의미에 집중한다. "로열로더"라던가, "천적관계," 혹은 뭐 그 외에 스타판에서 그려져왔던 수많은 포장들이 이 예에 속한다.

사실 모든 해설의, 아니 모든 입스타의 출발점은 이러한 감성적 입스타였다. 소위 말하는 "낭만시대"나 올드들의 시대로 돌아가봤을때 선수 하나하나에 스타일이 존재했고 개성넘치는 별명이 존재했다는것만 봐도 알수있다. 임요환의 드랍쉽, 홍진호의 폭풍러쉬와도 같이, 이제는 더 이상 꺼내기엔 입아픈 스타일리스트들의 형성은, 해설자들이 감성적 입스타에 치중한 해설을 해왔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렇다면 해설자들이 처음부터 감상적 입스타를 선택했던것인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애초에 이성적 입스타란 너무나도 구사하기 어려운 수준의 스킬이였다. 앞서 말한대로 경기의 외적인 요소를 전혀 감미하지 않고 그저 유닛들의 움직임이나 테크의 차이, 멀티의 차이만에 집중하면서 썰을 풀어나가는것이 너무나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천수만수억경기를 해설자들이 중계하는 동안 그들의 경기를 보는 식견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발전이 해설자들에게만 이루어 진것은 아니다. 각종 커뮤니티에 소위 입스타가 "쩌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루에 5~10게임정도는 취미로 즐기는 손스타유저 까지, 스타판에서 세월이 우리에게 선물한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경기내적인 요소를 바라보는 식견이다. 몇몇유저들을 시작으로 커뮤니티에서 빌드의 상성, 패러다임의 변화등을 적절히 짚어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읽을거리와 지식을 제공해주었다. 이성적 입스타의 대중화가 이루어진것이다.

이성적 입스타가 감상적 입스타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수 있는 이유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감상적 입스타에 비해 승패의 요소를 짚어주는데 훨씬 더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성적 입스타에 맛들이기 시작한 팬들은 어느순간부턴가 지난 오랜 세월동안 경기외적인 요소들을 위주로 해설을 해오던 몇몇 해설자들에게 반감을 느끼게 된다. "포장만 할줄 알고 경기의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다" "잡담하느라 바빠서 저 선수의 빌드가 뭔지, 타이밍 러쉬인지 멀티타이밍인지 파악도 하지 못한다."

돌이켜봤을때, 저렇게 해설자들이 경기내적 시야의 부재를 원인으로 직접적인 비난을 받기 시작하던 때가 빠르게는 05년중순부터 시작되어 그 정점은 08년 초중순, 그러니까 이영호vs송병구의 박카스08 결승무렵때 찍게 된다. 재미있다. 05년 중순은 양방송국 개인리그의 맵이 마침내 통합되기 시작한 시점이였고, 08년 초중반은 주 5일제 프로리그의 출발, 의무종족출전제등 가장 "양산형빌드"가 많이 나온다고 까이던 때였다. 이쯤에서 이러한 가설 하나를 내볼수 있다.

"이성적 입스타는 경기양상이 일반화(혹은 양산화) 될수록 더 고무된다."


이 가설이 사실일까? 현재로서 이 가설의 증명은 무리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알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 스타판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하고 있다. 이 바닥을 몇년째 지켜온 팬들도 그렇고, 십년이라는 세월동안 이스포츠의 역사, 패러다임의 변화, 그 모든것들을 지켜본 산 증인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즐겨쓰는 말이 있다. "이영호라면 모른다."


"이영호라면 모른다." 이 문장이야 말로 사실 극도로 감성적인 문장이다. 김구현과 이영호의 투혼 경기, 그 누가 보더라도 김구현이 유리한 상황이였고 이영호에게 주어진 승산이라고는 과장을 조금 더 보태 실낱같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설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영호이기 때문에..."라면서 경기의 유불리 판단을 유보한다.


"임이최마"이후 가장 강력한 포스를 내뿜고 있다는 작금의 이영호인데, 그를 바라보는 시선또한 과거의 최강자들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것 같다. 논리적인, 혹은 경기내적의 치밀한 분석에 기대지 않더라도 팬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해설이 만들어 지고 있다.

요즘들어서 느끼고 있는 또 다른 입스타에 대한 변화 하나는 엄재경 해설의 재평가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08년 초 감성적 입스타가 가장 크게 비난을 받았을 무렵 안티들의 큰 표적은 두말 할것 없이 저러한 포장해설의 선두주자 엄 위원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재경 해설의 "포장"은 2009년을 기점으로 또다시 큰 평가를 받기 시작하는데, 저저전 결승이였던 박카스 스타리그를 나름 흥행으로 이끈점, 이영한, 문성진, 진영화 같은 신진세력의 활약에 큰 고무를 심어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동시에 07~08시절 곰티비 MSL에 밀릴듯이 보였던 스타리그의 브랜드 가치도 향상시키고 있다.




"이영호라면"과 같이 경기를 이끄는 선수를 중점으로 한 해설의 부활과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엄옹의 약진, 이 두가지가 의미하는것은 문맥에서 밝혔듯이 역시 감성적 입스타의 회귀이다. 수많은 경기를 보아와서 경기내적인 이야기 만으로도 썰을 풀어나가기엔 충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러한 것에 조미료가 더해져야 더 맛깔나는 입스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도 돌고 도는것 처럼, 입스타도 돌고 돈다.



사실 이 글의 원래 목적은 여기서 분류했던 이성적 입스타로 보는 이제동의 미래를 담을려 했으나, 그러기 위해 입스타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와중에 설명이 너무 길어지고 문맥이 맞지 않을것 같아 입스타의 역사와 분류를 짧게나마 해보았다. (고로 이제동의 미래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아쉬운 점은, 예전의 커뮤니티처럼 입스타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들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이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매니아의 인구 자체가 준것일지도 있지만, 어쨌든 입스타는 많은 사람이 떠들수록 더 재밌는 법이다. 식견넓고 좋은 읽을 거리를 제공해줄수 있는 재야의 입스타 고수들의 출현을 갈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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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물량
10/04/21 10:45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성적 입스타 스타일 인가봐요.
그래서 MSL해설진, 특히 이승원김동준 조합을... 그렇게나 좋아라했었죠.
이제와서는 해설진에 대한 딱히 호불호 없이 다 재밌게 '보는'편이라 하하..
10/04/21 11:2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전 말씀하신 분류에 따르면 감성적 입스타네요..
SigurRos
10/04/21 11:47
수정 아이콘
그아엄.

그래도 아직은 엄전김이죠~
양치질
10/04/21 11:57
수정 아이콘
이성적해설(내지는입스타)의 발전은 해설자들이 수천 수만경기를 해설하며 발전했다라기보다는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의 등장이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김정민 전해설이나 한승엽해설이 현재 이성적해설의 극을 보여줬고 보여주고있는 해설자라고 생각해요^^
모모리
10/04/21 12:05
수정 아이콘
감성적 입스타 -> 이성적 입스타 -> 이성적 입스타가 갖춰진 상황에서의 감성적 입스타 이렇게 발전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아직 xxx라면 모릅니다! 이랬다면
요즘은 ~해서 ~하지만 xxx라면 모릅니다! 이런 느낌일까요.
한듣보
10/04/21 12:18
수정 아이콘
추천 꾹 눌러둡니다. 06년까지 스타 빠였다가
3년간 개인사정으로 보지못하고

요즘 다시 커뮤니티를 드나드는 저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전까지 가루가되도록 까이던 엄재경해설님이 지금은 가장 인기가 있다는 것이죠 (피지알에서도)

이글에 정말 공감 많이 가네요
Karim Benzema
10/04/21 12:30
수정 아이콘
저는 요새 전용준 캐스터의 능력이 점점 더 발휘된다고 느낍니다.
캐스터로서 게임을 보는 눈이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느끼며 약간의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해설들이 말을 잘 풀어나가게끔 하는 능력이 정말 발군입니다.
10/04/21 12:38
수정 아이콘
제목 보면서 '이건 무슨 글이지?'라며 별 기대를 안하고 클릭한 글인데...
...재미있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
Korea_Republic
10/04/21 14:51
수정 아이콘
요새 엄옹 입만 열면 완전 예술입니다.
BoSs_YiRuMa
10/04/21 17:01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는 이성적 입스타의 한계점은 예전에 누구나 꿈꾸지만 하지 못했던 플레이들..
강민의 할루시리콜이라던가 김택용의 아비터의 재발견, 티원테란에서 이영호로 이어지는 레이트메카닉, 이제동의 두부대 뮤탈 컨트롤(vs 신희승 in 블루스톰,vs변형태 in 신추풍령),지금의 저그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가능한 디파일러활용,김명운의 퀸 활용 등등..
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플레이, '저건 불가능이야, 에이 저걸 어떻게 해' 했던 플레이들을 전부 구현화했기 때문에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유닛이 없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입스타의 시작은 유닛의 재발견이라고 생각하고, 유닛의 재발견이 이루어지려면 그 유닛은 '많이 쓰이지 않으며', '효율성이 있는가' 가 주요 요점이라고 생각한다면.. 고스트,퀸,다크아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기습적,전술적으로밖에 쓸수 없다고 보고..(효율성 면에 있어서 보편화는 안될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유닛의 한계를 뛰어넘은 입스타 플레이라고 한다면 남은건 멀티테스킹밖에는 없어보이네요.
맵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시 여러군데에서의 격전을 '누가 더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습을 하고, 수비를 하는가'가 이제 남은 마지막 입스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티원저그가 이재호를 상대로 보여준 플레이는 인상적이었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만..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입스타 플레이가 구현되어서 나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린
10/04/21 22:5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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