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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06 15:02:25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당신은 누군가를 용서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당신은 누군가를 용서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진정 용서는 복수가 아니라 죄 지은 사람이 스스로의 죄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십년 간 폭력과 억압에 의해 증오와 분노의 투사 [投射, projection]가 만

연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제가 말하는 투사란 "다른 사람들도 나의 태도나 감정 등과 똑같은 것을 가

졌다고 단정하려 드는 경향.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자기 자신이 납득하기 어려

운 사고(思考), 감정이나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갖고 있는 경우에 그것을 타인에게 돌려

버리는 것과 같은 무의식적인 마음의 움직임. 이것은 방위기제(防衛機制)의 한 가지로 동

일시(同一視)의 한 형(型)이다." 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잘못은 과대 포장하고 처벌은 필요 이상으로 강경하길 원하는 경우가 너무

도 많습니다. 이런 증오와 갈등의 조장은 결코 사회와 국가를 좋은 길로 이끌지 못합니다.

범법행위에 대해 처벌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가 죄를 인정하여 다시 그런

죄를 짓지 않도록 교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벌을 빙자하여 증오만 더 키우는 것이 지

금 현실이 아닐까요?



다음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진리와 화해 위원회에 관한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27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나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자신을 담당

했던 간수를 취임식 연단으로 초청함으로써 세상에게 은혜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다.

만델라는, 억압받던 인종이나 부족이 주도권을 탈환한 여러 나라에서 복수의 악순환이 일

어나는 광경을 숱하게 보아 왔다. 그는 그 자연적인 과정을 방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데

스몬드 투투 대주교를 <진리와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라

는, 이름도 거창한 정부 공식위원단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 다음 2년 반 동안, 남아프리카인들은 <진리와 화해 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되는 잔

혹 행위의 보고들에 귀를 기울였다. 청문회 규칙은 간단했다. 백인 경찰이나 군인이 자발

적으로 고소자들 앞에 서서 범행을 털어놓고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인정하면, 그 범죄로

인해 재판을 받거나 처벌받지 않는 것이었다. 강경론자들은 범죄자들을 그냥 풀어 주는 것

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라며 불평했지만 만델라는, 남아프리카엔 정의 못지 않게 치유가 필

요하다고 주장했다.


반 드 브렉이라는 백인 경찰관은 한 청문회에서, 자신과 동료들이 열 여덟 살의 흑인 소년

을 총으로 쏜 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그 시신을 바비큐 고기처럼 불에다 대고 이리저리

그을린 사건을 자세히 털어놓았다. 8년 후 반 드 브렉은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 소년의 아

버지를 체포했다. 아내는 경찰관들이 남편을 장작더미에다 묶어 놓고 그의 몸에다 휘발유

를 끼얹은 뒤 불을 붙이는 과정을 강제로 지켜봐야 했다.


그 백인 경찰관에 의해 아들과 남편을 차례로 잃은 노부인에게 대꾸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청문회 법정은 조용해졌다.


“반 드 브렉 씨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판사가 물었다.


그녀는 남편의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반 드 브렉이 남편의 시신을 불태운 장소로

가서 그 재를 모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경찰관은 머리를 숙인 채 알겠다는 뜻으로 고

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 그녀는 추가 요구 사항을 덧붙였다.

“반 드 브렉 씨는 제 가족을 모두 데려갔습니다. 그러나 저에겐 아직도 그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많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나는 그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루 동안 시간을 보냈으면 합

니다. 제가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나는 반 드 브렉 씨가 하나님의 용서

를 받았다는 것과 나도 그를 용서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나는 내가 정말 용서했

다는 걸 반 드 브렉 씨가 알도록 그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노부인이 증인석으로 걸어가는 동안 법정 안의 누군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부르기 시

작했다. 그러나 반 드 브렉은 그 찬양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

고 졸도해 버렸던 것이다.



그 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법정에서도, <진리와 화해 위원회>의 괴로운 절차가 진행되

는 몇 달 동안 그 나라 전체에서도, 정의는 시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의를 초월하는 다

른 일이 벌어졌다.


바울은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했다. 즉,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

투는 악이 저질러졌을 때 그 악을 이길 수 있는 반응은 하나뿐임을 알았던 것이다.



복수는 악을 계속 이어지게 만든다. 정의는 악을 처벌한다.

그러나 선으로 악을 이기는 일은,

상처 입은 사람이 그 악을 견디며

그것이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지도록 허용하지 않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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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06 15:08
수정 아이콘
할말이... 없군요...
눈시울
05/06/06 15:15
수정 아이콘
....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이 아닌 게 억울할 정도의 느낌이 들게 만드는 글이로군요. ^^
05/06/06 15:24
수정 아이콘
비류연//혹시 태클이신가요... 전 정말 할말이 없었습니다..
뭐라고 느꼈는지 할말조차 없었습니다..
너무 큰 감명을 받아서요...
아홉꼬리여우
05/06/06 15:29
수정 아이콘
이건 기본적으로 사람이 선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할것 같습니다. 그 전제가 우주의 진리가 아니라면, 이건 그냥 하나의 '이상주의를 위한 간추린 예'이지요.

제 생각은 '사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선악은 인간이 만든 개념이며 사람의 본질은 다만 자연적인 존재이다'라는 것입니다. 자연적이란 말엔 동물적이라는 말도 포함하지요. 그리고 선도 악도 없습니다.

제가 법을 좋아하고 존중하는 건, 법은 악인과 선인을 멋대로 전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위에만 처벌하죠.

때로는, 뱀이 언젠가는 선해지리라 믿으며 독사굴에 계속 자기 아이들을 내려보내는 것보다 처음 아이를 해쳤을 때 그 독사를 죽이는게 더 옳고 현명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처벌은 그 독사가 악한 존재여서가 아니지요.
05/06/06 15:35
수정 아이콘
넬슨 만델라는 27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나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자신을 담당

했던 간수를 취임식 연단으로 초청함으로써 세상에게 은혜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다. 은혜라는 말은 뭔가 문맥상으로 안맞는데요..
호수청년
05/06/06 15:35
수정 아이콘
글만으로는 자신의 감정이 100%전달되기 어렵죠. 그런점에서 비류연님이
위와같은 댓글을 다신것 같네요^^

제가 10대때 위와같은 글들을 읽고 자랐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 되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TheInferno [FAS]
05/06/06 15:53
수정 아이콘
별로... -_-a

저 자신도 저를 용서못하는데 딴사람 용서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가 어디 있습니까 -_-;;
정테란
05/06/06 15:56
수정 아이콘
가슴을 후려치듯 감동이 몰려 오네요.
타조알
05/06/06 16:41
수정 아이콘
이거참..눈시울이 뜨겁네요..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것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것 같네요
그럴려고 노력하고 애씁니다만 실제로는 참 힘이들던데..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 ㅠ_ㅠ
秀SOO수
05/06/06 16:54
수정 아이콘
으,,,아까전에 그 사건 때문에 글 하나 써볼려고 했는데,,,역시 총알이
모자라님,,,대단히 감동받았습니다.
My name is J
05/06/06 17:15
수정 아이콘
사랑을 이유로는 할수 없는 일이 많지만 복수를 이유로는 할수없는 일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
으하하하-
할수 있는건 적당히 모르는척 하는것정도..아직은 이정도가 한계예요..(달려간다-)
조아조아
05/06/06 17:52
수정 아이콘
저는 가끔씩 깜짝깜짝 놀랍니다..
우리 가슴속에 이렇게 많이도 이해와 사랑이 사라져버린 것인가 싶어서요..
인터넷.. 그리고 지금 여기에도 올라와있는 글과 리플들을 보면서..
세상의 본질이 정의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많이들 잊은거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람이 본래부터 선하고 악하고를 떠나서, 지금 말하고 있는 말들이 논리적으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어느샌가부터 사람을 품는 것보다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더 쉽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왠지 마음한켠을 씁쓸하게 합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품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사랑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 글.. 추천 강력히 날리고 싶네요~
05/06/06 18:0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마치 '좋은 생각'의 한 글귀를 읽은 느낌입니다.
조심스레 추게행을 추천합니다...
05/06/06 18:07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퍼가도 될까요? 제 조그만 공간에 퍼가고 싶습니다.
양정민
05/06/06 19:42
수정 아이콘
아...감동이네요.
사람의 본질을 볼려면 아기들을 보는게 제일 좋은거 같습니다.
저에게 7살먹은 조카가 있는데 그렇게 순하고 착할수가 없습니다.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지금은 너무 때가 많이 묻었네...'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만 착할순 없자나. 나 혼자 착하게 살다가 남들한테 당하면서 살면 어떻해?"
이런 생각을 하는거 보면...정말 때가 묻을 만큼 묻은거 같습니다.이럴땐 세상도 밉고 저도 밉습니다.^^:

모든걸 긍정적으로, 착하게, 순하게 볼려고 해도 잘안되는건 이미 늦어버린건지 그만큼 제가 악한건지 세상이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이 글 고이고이 간직해서 까먹는다 싶을때마다 읽어야겠습니다.총알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양정민
05/06/06 19:47
수정 아이콘
아참, 이런 글 볼때마다 김C가 러브레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내 생각은 이래요.사람이 나쁘게만 안살면되지, 굳이 착하게 살 필요는 없는거 같아요.'
서슴없이 말하는 김C의 말투에서 왠지모를 여운이 남겨지더라구요.

이럴땐 너무 착할려고, 착한 티를 내는 것보다 남들 피해 안주면서... 안나쁘게 사는게 정말 착한거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말이 좀 이상하죠?^^:)
아큐브
05/06/06 21:11
수정 아이콘
너무 가슴아픈글 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할수 있을까요?

용서하지못하고 그저 분노와 복수에 치를 떨고 있는 당사자에게
과연 '노부인'의 이야기가 어떤 위로가 될까요...

글쎄요 저는 그저 상식이 통하면 좋겠습니다
못견디게 괴로우면 그만큼 울부짖을 '자유'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성인
05/06/06 21:23
수정 아이콘
역시 pgr에와서 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을 보면 하나를 배우고가게됩니다.
양정민
05/06/06 21:33
수정 아이콘
아큐브님//개개인의 차이겠죠.저는 님의 말씀데로 울보짖고 괴로워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대신 뒷끝은 없죠.^^
아...정말 슬픈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미사의 무혁이 같은 상황이 된다면...저도 복수를 꿈꿀거 같네요.
청보랏빛 영혼
05/06/06 21:36
수정 아이콘
역시... 멋진 글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성선설' 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히고 있답니다.
당장 추게로 보내고 싶은 글이네요.
Timeless
05/06/07 00:57
수정 아이콘
기억력이 안좋아서 이런 좋은 글 읽을 때는 무엇인가 깨달은 것 같고, 무엇인가 알 것 같은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잊어버립니다.

자주 읽어봐야겠습니다.
자스민
05/06/07 21:03
수정 아이콘
마태복음에 이런 구절이 문득 떠오르네요.... 전 동생보다 더 아끼던 동아리 후배에게 정말 심한 배신을 당했었습니다.... 그때 전 이 구절을 우연히 읽고.... 하룻밤새 잠을 못자고 고민한 끝에 결국 "용서"하기로 하고... 더이상 그아이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성경을 인용해서 약간 엇나간 면(절대자에 관한건 좀 아니죠;;)이 있는것 같지만, 기본 주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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