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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7 04:57:34
Name Timeless
Subject [소설]본격 로맨스 '미 소 천 사' #7
- 제 7 화 -


“때르르.. 찰칵”


알람이 울리자 마자 버튼을 누른다. 오늘 아침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이미 깨어있었다. 그렇다고 잠을 설쳤다거나 잠이 안와서 일찍 일어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잠은 오랜만에 더 할 나위 없이 잘 잤다. 1시간쯤 전에 깨어나 시계를 보고는 다시 자려고 했지만 그냥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딘가에서 보았었다거나, 과거에 아는 사람이었다던가, 어렸을 때 원치 않게 헤어진 가족이라던가 그런 느낌은 아닌데도 자꾸 그녀가 눈에 밟힌다. 그녀가 내 이상형의 여성상이라던가 너무도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기억나는 것도 분명히 아닌데.. 이렇게 자꾸 생각이 난다.


무엇일까.. 무엇일까..


“때르르.. 찰칵”


알람이 울리자 마자 버튼을 누른다. 뫼비우스의 고리 같은 무한한 고민에 빠져있는 나를 시계 녀석이 구해준 것이다.


잘 자서 그런지 몸이 가뿐했다. 가뿐한 기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일까?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항상과 같이 준비를 하다가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아차.. 가방..


별로 중요한 것을 넣어가지고 다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항상 왼쪽에 끼고 함께 출근 했던 그 가방이.. 홀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던 것이 이제야 기억이 난다.

오늘 출근길 옆구리가 조금은 허전했지만 그래도 왠지 나의 전자 세탁기 같던 일상에서 무엇인가 변화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뭐랄까.. 마음이 들뜬다.


하지만 역시 지하철 안에서 이제는 새로이 자유로워진 나의 왼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어떻게 두어야 할지는 아주 난감한 문제로 다가왔다. 이런 만원 지하철에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치한으로 몰릴지도 모르고 뺨을 맞는다거나 경찰서에 잡혀간다거나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가방은 없지만 있다. 있는 것처럼 내 왼손은 가방만큼의 허공을 감싸 안았다.


“이번 역은 영등포역 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만원 전철이 오천원 전철로 느껴질 만큼 많은 사람이 영등포 역에서 빠져나갔다. 오늘은 인파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자리를 잡아서 다행히 밀려나가지 않았다..


라고 마음을 놓는 순간 허공을 감싸 안고 있던 내 왼손과 옆구리 사이에 팔 하나가 들어와 그 상태로 나를 문 밖으로 끄집어 내렸다. 얼떨떨한 상태로 옆을 보니.. 그녀다. 임소희씨와 나는 마치 신랑 신부처럼 팔짱을 끼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리고 이어서 하객을 실은 지하철은 나의 정시 출근과 함께 출발해버렸다.


소희씨?


당황한 나의 한마디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팔짱 끼라고 손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 아니에요? 에이~ 난 또 그런 줄 알고 꼈죠.”


오늘도 어김없이 당차고 활기찬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보니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방 없어서 허전하신가 보다. 오늘 끝나고 시간 괜찮으세요? 저랑 같이 가방 쇼핑해요.”


어떻게 그녀는 나를 이렇게 잘 알까? 나는 오늘 퇴근 후 시간이 있나 생각해보려다가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어차피 특별히 할 일이란 것이 나에게는 없으니까.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다이어리를 꺼내서 무언가를 적어서 나에게 펼쳐 보였다.


“이것 봐요. 내 다이어리에 ‘오늘 저녁 7시 정후씨랑 가방 쇼핑하기’ 약속이 적혀 있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앗! 정후씨 지하철 왔네요. 지각하지 말고, 출근 잘 하세요.”


나를 지각의 위험에 빠뜨려놓고는 이제는 지각하지 말고, 출근 잘 하라는 그녀, 떠나는 지하철에 대고 손을 흔들며 이따 전화하라는 시늉과 함께 입 모양으로 말하는 그녀.

가만.. 지금까지 그녀가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빼먹고 있었다.


설마.. 나를.. 조..좋아?


뒷말 '하는 것 아니야?' 까지 생각할 여유 따위는 지금 내게 없었다. 정시 출근을 위해서는 오로지 200m 국가대표 달리기 선수가 되어 뛰는 길 밖에 없다. 다행히 과장님의 눈초리를 받긴 했지만 한 소리는 듣지 않고 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



“이정후씨 이것 좀 해줘.”


네?


정신이 들었다. 옆쪽을 돌아 보니 김성훈 차장님이 나에게 파일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아.. 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이거 오늘 퇴근 전까지 꼭 해줘야 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예전에 임소희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 쪽은 지하철에서 항상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 때는 그냥 가볍게 넘어갔었지만.. 가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확 들면 어느덧 시간이 꽤나 흘러가 있는 경우가 있다.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면 별 일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내가 무엇인가 일을 저지른 분위기는 아니라 안심을 하고 곧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난 그 동안 무엇을 하는 것일까. 그저 졸고 있었다면 임소희씨 말대로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을 텐데..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기억해 내려고 하면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그 아픈 것도 참아내고 더 생각하려고 하면 이번에는 눈물이 핑 돈다.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내가 모르는.. 내가 잊어버린..


내가 잃어버린 그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 제 7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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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05/03/17 05:43
수정 아이콘
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케미
05/03/17 07:50
수정 아이콘
미스터리 스릴러가 되어가는 듯해서 더 재미있습니다(…). 다음 편 역시 기대합니다!
jjangbono
05/03/17 22:18
수정 아이콘
다음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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