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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25 02:18:37
Name edelweis_s
Subject Protoss : 영원한 투쟁 04
Protoss : 영원한 투쟁


1. Aldaris





  - 미안해, 우리 이만 헤어져.

  미안해, 우리 이만 헤어져. 헤어져. 헤어져. 헤어져…….

  헤어져…? 헤어져…!

  청년의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뒤돌아서던 그녀의 얼굴도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헤어져’라고 나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또렷하게, 점점 더 날카롭게 청년의 마음을 후벼 파고 들어왔다.

  “경미야…….”

  쉼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흠뻑 젖어버린 입술 사이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앞에 놓인 것은 차디찬 술잔뿐. 청년은 그렇게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다, 잠이 들고 말았다.


  “으음…….”

  도대체 얼마나 잔 것일까. 청년은 누군가의 말소리에 잠을 깼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엉망이 되어버린 마음을 다시 한번 난도질 해댄다. 청년의 눈에 다시 투명한 물이 고여 흘러내리려고 하는 찰나-

  콰앙-!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굉음이 청년의 귀를 강하게 내려쳤다. 사라질 줄 몰랐던 그녀의 목소리를 한 번에 잊게 할 만큼 엄청난 소리였다. 청년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눈을 돌렸다.

  두 남자가 서있다. 친절하게 맞아주던 바텐더와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였다. 양복의 꽉 쥔 주먹 아래에는 부서진 유리의 파편들이 흩날려져 있다. 방금 그 굉음은 양복이 그 유리잔을 부수면서 난 소리인 것 같았다. 청년은 두 사람에게 느껴지는 팽팽한 적대감에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럽게 바텐더를 바라본다. 정신없이 흐느끼며 들어왔을 때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띠며 인사를 했던 사람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의 얼굴은 딱딱한 석고상처럼 잔뜩 경직되어 있었고, 손에는 빛나는 검-모양을 한-을 들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는 잔뜩 일그러져 갈 곳을 잃어 일렁대고, 바텐더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광(淸光)이 일렁이며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청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유리잔을 부순 양복 남자를 쳐다보았다. 인간 같지 않은 광경을 보여주고 있는 바텐더와는 달리 양복은 보통의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미터 떨어진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이 팽팽한 적대감과 긴장감을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보통 사람임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둘은 청년이 잠에서 깨어난 것을 아직 모르는 듯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깬 것은 양복의 남자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라.”

  양복의 목소리는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죽은 목소리’ 같이 들렸다. 듣는 입장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기를 죽이는 데에는 제격일 것이다. 양복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년은 침을 삼키며 바텐더의 입술로 시선을 모았다.

  “우린 아이어를 배신하지 않았어! 네 착각이다!”

  격양 되고 절실한 목소리가 바텐더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이어라니……. 무슨 신흥 폭력조직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바텐더는 그 조직의 배신자고, 양복은 배신자를 처치하기 위해 고용된 히트맨인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빨리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 아닐까? 만약 이 장면을 목격한 사실을 알아채면 분명히 입막음을 하려 들텐데……! 불현듯 청년의 뇌리에 불길한 기분이 스쳐 지나갔고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배신자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는 바텐더에게 냉소를 보내며 양복은 간단하게 묵살했다.

  “더러운 다크 템플러의 입에서 나온 말을 고이 믿을 줄 아는가? 모든 게 다 거짓이었다. 애초에 너희 같은 족속들의 접촉을 시도했던 테사다나 페닉스도 마찬가지야. 그러면서도 가증스럽게 아이어를 위한다며 온갖 영웅 행세를 하고 다녔지. 처음부터 케리건과 결탁해서 아이어를 팔아넘기려고 했던 거야!”

  “아니야, 거짓은 없어! 케리건에게 세뇌당한 라스자갈은 내 손으로 직접 처단했다!”

  두 남자의 설전이 점점 격해짐에 따라 청년의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고 있었다. 어느새 청년의 마음엔 헤어진 그녀보단 형체가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말이 끝났다면-”

  “……!”

  “집행을 시작하도록 하지.”

  양복의 남자가 벌떡 일어섰다.

********************


  “크윽-! 제기랄!”

  강찬 / 제라툴Zeratul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은 잔뜩 갈라져 있었다. 알다리스의 공격은 실로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알다리스는 맨주먹을 휘둘러가며 전투를 펼쳤지만, 주먹 한 방 한 방이 제라툴이 소환한 사이오닉 블레이드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제라툴이 휘두르는 검을 주먹을 휘둘러 튕겨내고 있을 정도였다. 알다리스는 ‘완전각성’ 상태인 것 같았다. 제라툴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탄식했다. 예전 그 힘을 온전히 되찾을 수만 있다면-! 마음대로 어둠에 몸을 맡기고 무엇이라도 두 동강 내어버리던 그 힘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불완전한 각성에 느끼는 아쉬움은 여태껏 겪어온 어떤 감각보다도 쓰라렸다.

  게다가 제라툴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알다리스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가 어떻게 ‘인장’을 달지 않고 이 지구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알다리스는 고집이 세고 융통성 없는 집정관으로 널리 알려진 바 있지만, 그런 단점들을 단박에 무너뜨릴 만큼의 수완능력과 프로토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에겐 있었다. 물론 그 것 때문에 종종 제라툴과 같은 다크템플러와 심한 갈등을 겪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것도 다 아이어를 위한 그의 마음이었을 뿐. 그런 우직한 성격 때문에 그는 중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케리건에게 세뇌 당한 것은 라스자갈Raszagal 뿐이었고, 제라툴은 자신의 검으로 직접 라스자갈을 베었지만 알다리스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영웅들이 케리건과 결탁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알다리스를 상대로 진정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가뜩이나 저그Zerg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마음이 뒤숭숭한 차에, 예상치 못한 알다리스의 등장은 상상 이상으로 더욱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아직 이번 생에서 그가 만난 영웅은 페닉스Fenix 뿐. 모든 프로토스들이 힘을 합하여도 모자를 판에 이렇게 내분이 일어나다니.

  제라툴은 위력적인 알다리스의 공격에 잘도 버텨내고 있었지만 점점 한계가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보이지도 않는 속도의 주먹세례가 제라툴을 향해 날아들고 제라툴 역시 이리저리 검을 휘둘러 간신히 방어해내고는 있었다. 하지만 점점 제라툴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그에 따라 어깨도 크게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한계다-! 더 이상은 막아 낼 수 없어. 이윽고 날렵하게 날아온 주먹 하나가 제라툴의 배에 정확하게 꽂혔다.

  “크훅!”

  허리를 꺾어 고통을 가시게 할 새도 없이 무수한 연타가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온몸의 뼈마디가 우드득거리며 부서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끝이 느껴지지 않는 무한한 고통에 목구멍 언저리까지 올라온 비명조차 내뱉지 못했다. 마지막 공격이 제라툴의 안면을 때리고 몸은 힘없이 무너졌다. 공격은 끝났지만 고통은 여전히 그의 몸을 속박하고 있었다. 온몸 구석구석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신경을 자극했다. 어느 날- 어느 인간과 같이 보통 날을 살다가 각성을 하고, 페닉스를 만나고, 저그라는 존재를 만나 그들의 목을 베기도 했었다. 그런 모든 일들이 여전히 꿈처럼 느껴지는데. 아직 자신이 강찬인지 제라툴인지 정확히 인식하지도 못하겠는데. 온몸을 찌르는 고통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었다.

  “싱겁구나, 제라툴. 너 또한 완전히 각성하는 것에는 실패한 것인가?”

  “…….”

  “죽어라.”

  지독한 고통이 몸을 지배하는 이 현실에서 알다리스의 단색 눈동자와 갈라진 목소리는 현실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쪽 구석에 쳐 박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 외엔 할 수 없는 제라툴의 앞에 알다리스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알다리스의 손이 어깨 위로 들어올려졌다. 곧 그 손에 푸른색 전류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류가 한번 바직거릴 때마다 알다리스의 섬뜩한 얼굴이 환하게 제라툴의 눈에 비춰졌다.

  사이오닉 스톰Psionic Storm-. 제라툴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도대체 언제 이 땅에 나타나서 저렇게 완벽한 각성을 행했단 말인가.

  번쩍! 한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 내에 억지로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제라툴은 느낄 수 있었다.














아, 본의 아니게 게으름을 피우게 되어서 업로드가 매우 늦어졌습니다.

지난주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토요일 일요일 GO팀의

잇따른 패전보에 도저히 글쓸 정신이 안생기더군요.

지금도 아직 충격의 여파가 남아있는지 글이 엉망입니다.

앞으론 이틀 안에 꼭 한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번에 기대해주신다고 리플 달아주셨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리플은 필자의 마음에 희망이며
조언은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며
이유 없는 비난은 창작 의욕을 짓밟습니다.

(어떤 작가님이 쓰신 문구를 무단으로 가져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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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l Nino
05/01/25 04:31
수정 아이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담것두 언능 올려주세요~
비롱투유
05/01/25 05:05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
쵝오!
아케미
05/01/25 07:55
수정 아이콘
댓글이 희망이라면 저도 희망을 한 봉지 달아 드리겠습니다. ^^ 말장난이었구요, 이번 편도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는 겁니까T_T 여전히 기대합니다! (그리고 GO 파이팅~)
05/01/25 10:58
수정 아이콘
이런 멋진 글을 지금에서야 보게되다니.. 다음편이 무지 기대되네요.
열렬한 독자 한 명, 추가 대기중입니다. 건필하세요! ^^
edelweis_s
05/01/25 11:40
수정 아이콘
lll Nino님, 비롱투유 님, 아케미 님, lalla 님 // 절 이렇게 감동시켜버리시면...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더욱 열심히 하는 edel이 되겠습니다.
양정민
05/01/25 13:28
수정 아이콘
기대린 보람이 있네요.너무 재밌습니다.^^
푸른별빛
05/01/25 19:03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프로토스의 역사를 쓴 글인줄 알고 안읽었는데;; 에구 이제서야 보게 됐네요- 앞으로 열독하겠습니다.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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