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22 23:04:40
Name 네로울프
Subject 장진수 유감....
겜비씨 스타리그 패자전 4강 이윤열vs 장진수 건틀렛 1차전.
테란의 초반 벌처 공격을 적절하게 막아내며 중앙 멀티를
성공시킨 장진수 선수로선 분명 승부의 한축을 틀어잡았다고
볼 수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저그의 뮤탈 체제를 파악하고
벌처 후 골리앗 체제를 선택한 이윤열 선수에 대해 중앙 멀티를
다수 성큰으로 방어하며 10시 멀티를 가져간 선택까지도 아주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뒷마당 미네랄 멀티를 먹으며
1부대 가량의 골리앗을 모은 테란의 병역이 진출했을 때 저그는
이미 1부대를 조금 넘는 뮤탈과 두부대 정도의 저글링을 보유하고
있었죠. 이 상태에서 이윤열 선수는 10시 멀티 공략에 나섭니다.
바로 그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장진수 선수의 병력이 어디로
움직일까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10시 멀티를
방어하기 위한 맞대응이냐 아니면 테란의 빈집 털이냐!!!
어느 쪽을 선택하던 저그에겐 승산이 있어보였습니다. 멀티에서
골리앗 부대와 싸우더라도 분명 저그의 병력이 소수이나마
살아남을 것이다. 대여섯기의 골리앗과 터렛이 다수 배치되어
있었지만 테란의 본진을 턴다면  제법 scv나 건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모두가 침을 꼴깍 삼키며 장진수 선수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그의 병력은 10시 멀티가
완파되는 동안 테란 본진과 자신의 10시 멀티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 망설임, 우유부단함 사이에
저글링 부대만 조금씩 소진되고 맙니다. 그때부터 저그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갈팡질팡해지고 테란은 착실히 승기를 다져가버렸습니다.
보는 입장에서 너무나 허탈하달까, 심하게 말해 한심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이윤열 선수의 초인적이기까지한
전투력을 익히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 순간엔 분명 장진수 선수 또한
승부수를 던졌어야했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병력과 대응하는게 그렇게 무서웠을까?'
'싸우지 않고 몸을 웅크렸다면 그 후엔 승리를 얻을 무슨 대책이 있었는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마구 지나갔습니다.
물론 그 다음 체러티에서의 경기에서 장진수 선수는 환호할 만한
경기를 보여주긴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건틀렛에서의 그 소심한
경기를 보고 난 후 체널을 확 돌려버리고 싶었습니다.(사실 돌릴 체널이
없습니다. 인터넷 실시간 중계로 보는 거라서...--;;)
딱히 장진수선수나 저그를 더 응원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웬지 무척이나 화가나던
경기였습니다.
'전장에 선 전사라면 최소한의 용맹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에 물러나면 결국 패배할 것이란 걸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왜 부딛히지 못하는가?'
'뒤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요행을 바랬던 것인가?'
장진수 선수만큼 단련된 전사라면 분명 그 순간에 승부의 축이 기울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10시로 맞대응하러 갈까, 테란 본진을 털러갈까.
이렇게 우왕좌왕하던 병력의 움직임에서 그 것이 느껴졌습니다.
무모한 선택이 아니라 충분히 승산이 있는 두갈래의 길 가운데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자꾸만 안타깝고 화가납니다. 프로게이머란건 최소한
승부사니까요!

온게임넷에서도 8강에 올라있고 겜비씨에서도 패자 4강까지 진출한 요즘
장진수 선수에겐 여직까지에 비해 지금이 가장 기량이 만개하고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의 여러 불운을 딛고 당당히 성취한 영광들입니다.
그런데 그 영광들을 본격적으로 찬란하게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는 순간에
주춤거려버리고 마는 소심함을 보여줄 줄이야.........
지금까지의 성과나 경력으로 봐서 장진수 선수는 우수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분명 특A급의 선수라고 칭하기엔 조금 모자란 면이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겜비씨 패자 4강에서의 경기는 그의 조금 모자란 듯한 면을
일소할 기회였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상대는 초극강 이윤열 선수였죠.
그가 이번 경기에서 이윤열 선수를 넘어섰다면 스타리그 팬들에게 그에 대한
이미지를 혁신시켰을 겁니다. 또한 더불어 그 스스로에게 특A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었겠죠.
그 것을 그가 스스로 팽개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앞으로 그에게 다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의 기회가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져서입니다.
너무나 할만했고 분명 승산이 있는, 배에 힘한번 꽉주고 맞부딛혀볼만한
경기였기 때문이죠.

PGR21에선 선수들에게 상처가 될만한 글들은 모두가 삼가합니다. 다만 격려를
통해 선수들의 의기를 돋구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전 이번만은 장진수 선수에게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의
문구 하나하나가 그에게 상처가 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 생채기들로
그가 아픔을 느끼며 그를 통해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승부의 순간에
소심함을 떨쳐버릴 수 있고, 스스로 이미 알고 있는 패배로 그냥 저냥 허물어지지
않고 최후의 순간 최소의 병력으로도 한 칼 승부를 겨냥할 수 있는 의기와 배포를
가진 선수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는 종종 어느 정도의 선에서 결국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멈추어 버리는
선수들을 보곤 합니다. 그 한계의 순간에 그 선수들은 무척 아쉬워 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그 아쉬움 뒤에 어느 정도의 자족을 엿보게 됩니다.
'그래 이 정도면 잘했어!'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거야.....'
하지만 그러한 자족 속에 사라져간 많은 선수들을 봐왔습니다.
한번 또는 두번 정도의 기회 이후엔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그들을 말입니다.
저는 팬으로서 그들 모두가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 한 순간, 한 경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배회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들에게 결코 운이 없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특A급 선수들에겐
있지만 그들에겐 없는, 아주 조금 모자라는 것! 그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 각자가
찾아야 할 겁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채워넣는 순간 그 들도 분명 경계를 넘어서
휘황하게 빛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번 온게임넷과 겜비씨 양대 시즌에 모두 명함을 내민 장진수 선수를 보면서
처음에 그가 얼마만큼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그가 그 자리들에 선 것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반해 마음 한구석엔 그냥 적당히 들러리를 서다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겜비씨 패자4강전 특히 1게임 건틀렛에서 장진수 선수는
제 마음속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역시나 거기 까진가 하는....
하지만 아직 그에게 모든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온게임넷 8강전이 남았고
다음의 여러 시즌들에도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전 앞으로의 그 기회들 속에서
장진수 선수가 오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그가 전사로서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딱히 제가 그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스타리그를 사랑하고 그 스타리그를 끌어나가는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진, 그들 모두의, 팬으로서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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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22 23:25
수정 아이콘
그저 1차전은 이윤열의 카리스마 수치가 더 높았다고 밖에는.....
내가 누구게 ^_^
03/05/22 23:39
수정 아이콘
장진수 선수 준비 많이 한거 같았는데 아쉽더군요 내일 임요환 선수와의 대결에서 좋은모습 보여주실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03/05/22 23:40
수정 아이콘
축구경기에서 TV를 보다보면 선수들의 플레이가 답답해 보일때가 많죠 저 빈곳으로 왜 패스를 못하나~ 마찬가지겠죠, 전체 화면을 보는 시청자와 개인화면을 통해보는 선수와의 차이겠죠~ 다음번엔 좀 더 좋은 경기를 펼칠수 있을겁니다 장진수 선수~
03/05/22 23:53
수정 아이콘
1차전에서 장진수선수 정말 아쉽더군요..병력을 너무 우왕좌왕하고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모습이 안타까웠음..
송영상
03/05/23 00:00
수정 아이콘
예전 중국계 일본인 역사가가 화려함(문화)의 극치는 권태의 다른모습일수 있다고.....장진수선수가 이윤열선수의 위압감에 밀려졌다는 생각은 안들고 바늘끝하나 빠트리지 않겠다는 철저함이 자신의 플레이를 소극적으로 만들어버린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넋업샨
03/05/23 00:09
수정 아이콘
이번경기가 좋은 경험이됬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장진수선수 부디 더 분발하셔서 좋은성과있길 바랍니다
03/05/23 00:16
수정 아이콘
글 잘읽었습니다 ^^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위기는 곧 기회다 이 말을 무엇보다 장진수 선수가 가장 인지하고 있었겠지만 늘 성공만이 존재하지는 않지요 어제의 패배가 그리고 네로울프님의 이 글이 장진수선수에게 아주아주 좋지만 쓴 약이 되기를 바랍니다
순수마리네
03/05/23 00:43
수정 아이콘
장진수선수 오늘은 참 아까운겜이였는데 내일은 꼭 분발하셔서
이기시기를 바랄꼐요...
음흐흐~
03/05/23 00:47
수정 아이콘
아 장진수선수 정말 아깝네요..1경기가 정말 아쉽네요..빈집타이밍도 있던거 같고...
플토매냐
03/05/23 02:42
수정 아이콘
선수들이 욕을 들어먹는 경기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는 경기들... 몇초만의 전략적 계산으로 승부가 갈리고 자잘한 미스로 승패가 갈리는 플겜머들의 이싯점에서 장진수 선수의 오늘 1차전 정말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나 아쉬웠죠. 정말 신이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처럼 왠지 모를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또 들러리 인가 이런생각들 ... 일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느낄수 없는 드라마같은 시나리오 플겜머 세계 ..
쓸데없이 잘난척 하며 썻는데 장진수 선수를 비롯한 다른 저그 겜머가 꼭 정규리그에 우승하는 그날을 고대하며...주절임을 마침니다.
ataraxia
03/05/23 02:43
수정 아이콘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선수에 대한 격려의 글은 팬 카페등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구요...PgR에서는 비방이 아닌 따끔한 일침이 될만한 글이 있었으면 합니다..^^;
03/05/23 02:59
수정 아이콘
채러티에서의 두 선수 플레이 모두 아트 |ㅇ.ㅇ/
(이윤열선수가 막판에 scv드랍쉽 두기 히드라에 잡히는 등 자잘한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왕성준
03/05/23 09:50
수정 아이콘
"한번 또는 두번 정도의 기회 이후엔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그들"...
하니 생각나는 그 이름...이근택, 안형모...그리고...장진수 역시 그꼴
날까 두렵다...참고로 지금 한웅렬 역시...
03/05/23 11:32
수정 아이콘
왕성준님 선수들에게 존칭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다지 기분 좋은 어투로 들리지는 않습니다만,,, 장진수 선수와 한웅렬 선수가 "한번 또는 두번 정도의 기회 이후엔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그들"...이 되지 않기를 바라신다면 따끔한 충고나 힘나는 격려글이 적합한 듯 싶습니다. 그리고 앞에 이름이 나온 선수들에게 조금은 실례가 아닌 듯 싶습니다. (제가 오바를 하고 있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
hannibal
03/05/23 16:20
수정 아이콘
장브라더스의 플레이는 최절정의 선수들(특a급)의 플레이에서 무언가 2프로가 항상 부족해 보였는데 네로 울프님이 잘 지적해 주신것 같군요..
진수선수 뿐만아니라 진남선수역시 네로울프님 글을 한번보고 재도약의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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