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21 17:35:05
Name 마린걸
Subject 직장인분들 도와주세요....
안녕하세요.
늦은 나이에 첫 정규직원으로 입사한 20대 중후반의 여인네입니다.
이곳 피지알 식구들의 조언이 지금 시급합니다.

저는 어제부터 출근하여 오늘까지 이틀째 인수인계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3일간 더 받고 그 다음 5일간은 실무를 직접 하면서 넘겨받기로 했습니다.
지금 직원분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나간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그런 연유로 열흘간 인수인계를 받기로 했는데
평일엔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주5일 근무에 스스로 자신들의 전화를 받고
사장님 차와 귀빈급의 중요손님에게만 차 대접을 한다는 조건에
제가 올해 배우는데 주력한 디자인 분야보다 신입사원 월급이 높게 책정되어
전철을 세번 갈아타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녀서 1시간 40분 걸리는 거리지만
생소한 분야도 배우면 된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다니려고 했습니다.

어제 회사측으로부터 입사축하 꽃다발도 받고 점심과 저녁을
거의 회식 수준으로 후하게 대접받으며 사람들 분위기도 좋다고 느꼈습니다.
헌데 오늘 그만 실체를 몸소 접하고 나니 가히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이는 물론 제가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데서
비롯한.... 그야말로 초짜라서 가질 수 있는 고민일 듯합니다.
또한 제 스스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를 어려워하는 내성적인 성격도 한몫했구요.

오늘은 본격적으로 첫번째 실무를 인수인계 받았는데
제 전임자는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쁘더군요.
그분의 역할, 그러니까 앞으로 제가 맡게 될 역할은
회사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커다란 일은 아니지만 없어선 안될 중요한 것입니다.
그 자잘함이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고 가짓수가 너무 많아 복잡합니다.
유독 회사내에서 그 자리만이 그 일을 혼자 도맡아 한다는게 충격적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바쁘게 발벗고 나서서 일하시지만 영업, 구매, 인사 등등
자신이 맡은 일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아침에 사장실에 차 타 놓고, 전반적인 청소를 하고
회사내에 필요한 여러가지 생필품과 문구류를 관리하고
출장가는 사람 스케쥴에 맞춰 비행기표를 동급에서 저렴한 것으로 예매하고
매일 아침 동종업계와 관련업계에 대한 뉴스를 정리해서 전직원에게 메일발송하고
거의 매일 들어오는 많은 정기간행물을 링크걸고 회사써버에 목록작성해서 도서관에 보관하고
임직원이 대외적으로 가지고 나가는 PT 자료를 항시 구비하고
전혀 생소한 LED 분야의 사양서를 작성하고
구매, 영업부의 물품을 택배회사와 연결해서 운반하고
근태관리며 직원들 휴가 정산에 입사 퇴사하는 직원들 4대보험 관리까지 두루두루...

게다가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전화가 하루에 정말 백여건이 넘게 걸려옵니다.
전 수화기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어쨌든 나이도 많고 그에 비해 이 직종에 대한 경험도 없는 저에게
강한 신뢰를 보여줘서 저는 대단히 감사한 마음으로 어제 첫출근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자랑 없는 자랑 다 했습니다.
그대로 묻혀버릴 것만 같았던 제 인생도 사회인으로서 기여할 수 있겠다 싶어 기뻤습니다.
콩나물 시루같은 아침 출근길 2, 3호선을 이용하며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헌데 아직 일을 다 인수받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질려버려 걱정입니다.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넘친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3일간 다른 일을 더 받아야합니다.
게다가 전임자와는 달리 디자인을 배웠다는 이유로 2주에 한번씩 발행되는 사보를 편집, 기획하랍니다.

회사 빚이 많아서 그동안 월급도 밀렸었고
자금 사정이 안 좋아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이자 갚느라 하루하루 걱정이랍니다.
밀린 월급도 이번달에야 다 나간답니다.

당장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400장이나 나온 제 명함이 부끄럽고
사람들이 너무 잘 대해주는데 부응하지 못해서 한심스럽고
제 자신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저한테 실망스럽고
자랑삼아 아는 사람들한테 다 퍼트렸는데 중도포기하는 것도 민망하고
누구보다도 좋아하시던 엄마아빠한테 실망안겨드리는게 마음 아프고
이 세상에 정말 내가 발붙일 곳이 없는게 아닌가
내가 가진 능력이란게 정말 쥐꼬랑지 만큼도 안되는게 아닌가 싶어 울컥합니다.

물론 이보다 더 악조건 속에서도 일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죠.
배부른 소리 한다고 저를 철없다 욕하실 분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말이든 어떤 충고든 한마디 한마디 소중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위로든 충고든 질책이든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도 긴 글... 스스로 민망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echanic Terran
03/10/21 17:48
수정 아이콘
얼렁 그만두세요. 이유는...
1.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우선입니다.
2. 저도 해봐서 아는데... 정말 사람이 피폐해지니다.
3. 회사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매력적입니다만 쉴 수 없습니다.
4. 타인의 눈을 의식해 괴로워하며 버티기 보다는 보다 큰 후회를 만들기전에 빨리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내 삶은 나의것... 너무 주위를 의식하지 마세요.)

전 경영학과 출신으로 관리팀에서 한 1년동안 인사, 자산, 구매, 전산등등 회사 전반적인것 다 맡아 해봤는데 결론은 피폐해 지더군요. 빨리 제 길을 찾아 코피터지게 공부해서 IT로 왔습니다. 결과는 'Happy' 입니다.
03/10/21 17:58
수정 아이콘
전임자분이 그 많은 일들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준비까지 했다니 혀가 절로 내둘러집니다 그려.
자유지대
03/10/21 18:10
수정 아이콘
일이 많아서 그만 두시고 싶은 겁니까? 아님 회사 자금사정이 안좋아서 관두고 싶은 신겁니까? 적성을 찼고 싶은 겁니까?
월급 제때 나오고 많다고 생각되시면 걍 다니시고요.
그리고 업무 구분 되있는거 바라신다면 그건 포기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 잘하신다는 말을 듣고 싶거나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실려면 오히려 타 연관업무쪽에 좀더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게 더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원도 빨리빨리 받을수 있고 보는 관점도 넓어 지게 되거든요.
그리고 일가지수가 많다는 것과 실제 업무가 빡세다는 건 전혀 틀리는 말이므로 판단을 빨리 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회사가 월급 연체하면 빨리 도망 가세요. 잘못해서 코끼게되면 무임금 봉사하는 일도 생기는데다가 이직시에도 망한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인식을 줄 염려도 있습니다.

결론? 님이 판단하셔야합니다. 어떤 결심이던 최종책임은 님에게 있거든요.
바다로
03/10/21 18:2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그만두시기를 조심스레 권합니다.
중도포기해서 민망한것은 잠시겠지만, 다니는 내내 후회하실것 같네요.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네요.
매직핸드
03/10/21 19:04
수정 아이콘
정말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조금 늦게, 30이 되어서야 직장생활을 했습니다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왠만큼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더군요.

적성에 맞는 일, 보수가 좋은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
저는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겁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총알이모자라..
03/10/21 19:22
수정 아이콘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대개들 애기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신에게 즐거울 수 있는 일이 꼭 직업이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회사에 대해 한달정도 시간을 두고 경험해 보시고 결정하셔도 손해 볼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요즘은 부가세 기간도 있고 월말이 다가오고 해서 사무실이 좀더 어수선 할 지도 모르죠. 행복한 직장이란 그 업무의 내용보다 급여 수준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큰 요소 아닐까요? 조금 시간을 가져보시죠..
03/10/21 19:38
수정 아이콘
일단 저 같은 경우엔 공고를 졸업했습니다. 아시는분들도 계시겠지만
2+1이라는 이상한 제도덕에 3학년1학기를 마치고 회사에 현장실습을 왔죠.
그리곤 바로 취업해버렸구요. 거기서 고생은 이루 말할수 없습니다.
본사에 있을땐 일주일에 두세번정도 집에 갈정도고 잦은출장은 한번가면 거의 2,3개월이었습니다.
그와중에 월급은 62만원을 받았죠-_-
그리곤 병역특례를 위해 회사를 옮겼습니다. IT계열루요.(전 직장은 FA분야)
2년의 경력덕인지 고졸인데도 전문대졸 자격으로 입사했습니다.
월급도 배로 올랐구요.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렇네요. 다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첫발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경력직을 주로 뽑는다죠?
조금 더 버텨보셨으면 좋겠네요.1년쯤 다니면서 나름대로 시간내서 공부하시고, 그러면 나중에 새로운 직장을 구할때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더 적을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경력이잖습니까.
힘내세요. 더 안좋은 환경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그리고 한가지 더.
제가 아는 대부분의 선배들은 첫직장서 경력을 쌓고 더 좋은 회사로 몸값 부풀려서 가더군요-_-;
FIsher_Ob
03/10/21 19:59
수정 아이콘
여성분이시군요.
우선 결혼 전까지 혹은 아이 가지기 전까지 직장에서 일하고 싶으신 거라면 이
직장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회사에 있을때는 바쁜게 좋습니다. 매일 같이 야근
하는게 아니라면 어짜피 6시에 퇴근할 빠에는 그 때까지는 집중해서 정신없이
일하는게 정신에도 건강에도 좋더라구요. 제가 프로젝트 텀 땜시 사이사이 1주일
정도쉴때가 있는데 정말 괴롭습니다. 할일없는 회사는 지옥입니다. 전화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 병을 고쳐보는 것도 좋겠구요. 보수도 두둑히 준다면서요?
일단 3년정도 다녀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나이 먹어서도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면 업무의 종류가 좀 그러네요.
디자인 공부하셨다는데 아시겠지만 지금 죽 나열한 업무는 경리나 경영지원부 혹은
비서부서에서 하는 일입니다. 전문직이거나 보수가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는 종류의
업무는 아닙니다.
잘 생각하셔서 옳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03/10/21 20:07
수정 아이콘
딴건 뭐, 일많은 것등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구요.. 제가 글을 보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월급이 제때 안나온다면 그만 두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경력을 쌓는데에 있어서 첫직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돈 문제 등 다양한 문제 때문에 그만 두려고 했는데 주위의 어르신들이 다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월급은 많지 않지만 월급제때 나오고 학교도 꾸준히 다닐수 있고, 결정적으로 직장이름때문에 경력이라고 생각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첫직장이 월급을 제때 못줄만큼 불안하다면 그만두시는게 나을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
직장인은 월급보고 살지요..
하다 못해 알바할떄도 사장님이 궁해 월급을 제때 안주시면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직장 ..한달 꼬빡 일해도 이번달에 월급없으면.. 그일도 재미없습니다.
날으는 저그
03/10/21 22:42
수정 아이콘
저도 두살님의 전적 동의 합니다. 월급보면서 사는 월급쟁이에게 월급이 없다면 아무래도 힘들죠..
03/10/21 22:44
수정 아이콘
제 소신은...
"내가 지금의 이 하잘 것 없는... 사소하기 짝이 없고 큰 의미 없다고 생각되는 일도... 제대로 해 내지 못한다면, 나중에 정말 의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 주어 졌을 때, 그 때에는... 과연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이렇게 사소하고 보람 느끼지 못하는 일도... 정말 제대로... 어느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최고로 잘 해내야지... " 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마린걸'님의 글을 읽으니... 왠지 그냥 관두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소중한 건, 자기 자신입니다.
너무 개인의 재능을 소비 시키는 직장 같으네요. 직장의 가치는, 얼마나 자신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느냐! 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린걸
03/10/22 00:28
수정 아이콘
제 글을 읽으신 분, 답글 달아주신 분 너무 감사합니다.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제게 최선의 길을 택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4314 [펌] 이제는 우승뿐입니다. [9] 비류연2824 03/10/22 2824
14313 스타크래프트 & 게임아이 [10] 신정훈3837 03/10/22 3837
14311 To.아버지 [16] 박아제™1611 03/10/21 1611
14310 Yang님... [6] 프토 of 낭만1868 03/10/21 1868
14309 밑에 한 생명이 자살했다는 글에 댓글을 달려다가....... [5] 세린1967 03/10/21 1967
14308 과연 미네랄을 시간지연으로만 활용할수있을까?(자료첨부) [14] 헐링이3833 03/10/21 3833
14307 [잡담] 오늘 한 아이를 울려 버렸습니다. [8] 정민이1932 03/10/21 1932
14305 나의 콜렉션 저그 No.3 'Side' ^^ [13] Ace of Base2832 03/10/21 2832
14304 만약 매일 아침 당신에게 86400원을 입금해주는 은행이 있다면...? [7] sad_tears1826 03/10/21 1826
14303 오늘 저희 옆 학교 학생이 자살을 했어요... 미안해지네요. [24] 분홍색도야지3117 03/10/21 3117
14302 [잡담]고스트 스테이션이 부활합니다. [11] 한빛짱3225 03/10/21 3225
14301 Tossgirl, 온게임넷 프로리그 데뷔가 멀지않은듯 싶네요. [21] 막군4615 03/10/21 4615
14300 충격을 딛고 자작맵 올려봅니다 -_-; [15] Yang2116 03/10/21 2116
14299 전 바보입니다..... [3] Yang1856 03/10/21 1856
14298 [문자중계]온게임넷 듀얼 토너먼트 1주차 [250] YkStyLe4798 03/10/21 4798
14295 꼭 끝에 와서 일을 저질러버리네요........ㅡ,.ㅡ; [18] 박아제™2337 03/10/21 2337
14294 도박클랜의 오프라인.. [5] 테라1898 03/10/21 1898
14292 [잡담]누가 그에게 돌을 던집니까? [10] 한빛짱2886 03/10/21 2886
14291 직장인분들 도와주세요.... [12] 마린걸1550 03/10/21 1550
14290 드디어 LG IBM배 MBC game 팀리그가 시작되네요. [13] 정우진3223 03/10/21 3223
14289 [펌]신생 프로게임단...창단할... 뻔? [23] 박아제™3928 03/10/21 3928
14286 [re] [잡담]배불뚝이 바나나우유에 관하여.... [18] Zard2299 03/10/21 2299
14284 갑자기 기대되는 조 추첨식. [8] 하얀 악몽3029 03/10/21 30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