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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30 23:47:28
Name 온리시청
Subject [잡담] 향기....추억....
늦은 봄 비 오는 날 오후, 마루에 비스듬히 누워 내리는 비 소리를 들으며 맡은 마루의 나무냄새를 좋아합니다.
한 여름의 장대비 속에서 뛰놀며 맡았던 살 냄새를 좋아합니다.
늦가을 쌓인 낙엽을 치우며 맡은 냄새를 좋아합니다.
한 겨울 호빵을 사고 돌아오던 골목길에서 포근하게 내리는 함박눈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지날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마루도 없으며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볼 마당도 없습니다.
장대비가 내리면 옷이 젖을까 조심하게 됩니다.
제가 다니는 길은 가로수와 낙엽이 있는 길 대신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주차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동네 구멍가게에 호빵도 팔고 함박눈은 내리지만 이제는 제가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습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 벌써부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의 우리가 시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보면서 뭔가 아련한 것이 느껴지게 하는 대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맡았던 향기는 아직까지 제 가슴속에 뚜렷히 기억되어 있습니다.

살면서 새로운 것을 얻으면서 또한 많은 것을 잃고 있습니다.
슬픈 것은 내가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몰랐을 때입니다.
지나고 나면 소중한 순간들...

오늘의 저는 기다리지 못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지 못합니다.
제 주위의 향기를 맡지 못합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과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순 없다....
        지나간 그 순간은 모두 과거가 되고....
        그 과거가 추억으로 바뀌었을 때....
        누구나 그 추억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추억이라는 온기에 젖어들고 싶기 때문에....
  
                               [만화, 독신자 기숙사 中]


P.S. 횡설수설을 했네요...10번을 넘게 본 8월의 크리스마스를 오늘 또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몇자 적었습니다.  
    한산한 버스 안의 한석규의 얼굴과 함께 들리는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가 저에게는 오늘따라 너무 슬프게 들리네요...
    pgr 여러분 항상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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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Eyes
03/07/31 00:09
수정 아이콘
비가 오는날이나 술을 약간 먹고 취할듯말듯 한 그런상황이면 예전의 아련한 추억들이 생각나곤 했었는데.. 다시 돌아가곤 싶지만 그럴수없는 막막함.. 저두 8월의 크리스마스란 영화 꽤 감명깊히 봤는데여 특히 한석규죽고 나서 영화끝나기전약5분의 무성장면은 기억이 나네여..
러블리제로스
03/07/31 00:55
수정 아이콘
어딜보나 빡빡하게 들어선 건물들이며 도로를 가득메운 차들이 언제부터인지 숨막히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에서 항상 보이던 산봉우리가...오른쪽은 아파트로 가려지고, 왼쪽엔 공사장비탑이 떡하니 서있군요. 언젠가는 서울을 벗어날 생각입니다...
03/07/31 10:01
수정 아이콘
온리시청님의 글 늘 잘 읽고 갑니다 ^^ 한번씩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신 듯 ^^ 좋은 하루 되세요 (한 템포 늦추는 지혜를 상기시켜주시는 것 감사드립니다 ^^)
03/08/01 11:21
수정 아이콘
음...글에서 향기가 나네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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