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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1 17:01:03
Name 언제나
Subject 펌-할아버지와 청년, 비, 그리고 추억들... ...

퇴근 시간 즈음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는 갑작스럽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한 분이 가세하셨고 그런 다음 중년

아저씨 한 분, 마지막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출근시간의 만원버스처럼 작은 처마 밑은 낯선 사람들로 금세 꽉 찼습니다.

사람들은 이 비좁은 틈에 서서
멀뚱멀뚱 빗줄기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줌마 한 분이 이쪽으로
뛰어

왔습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엉덩이로 우리 대열에 끼여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나갔습니다.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 보았지요.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젊은이 세상이란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습니다.

한 사오분 지났을까?

아까 그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우산 다섯 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세상은 절대 그런게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들고 총총히 제 갈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던 할아버지는 차마 우산을 들고 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청년보다 나은건
나이밖에 없네그랴...'

그리고 우산을 바닥에 놓고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마지막 우산은 청년의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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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메드
03/07/11 17:25
수정 아이콘
퍼 가도 됩니까....
수시아
03/07/11 17:28
수정 아이콘
기왕이면 머리수데로 사오지..
박아제™
03/07/11 17:52
수정 아이콘
조타~~
03/07/11 18:37
수정 아이콘
'세상이란게 다 그런 거라네'~내일 모레면 저두 서른인데.....그 할아버지가 저의 모습 같네요...
nostalgia
03/07/11 21:43
수정 아이콘
김민의 오래된 만화 '허떨이 삼촌'에 나오는 내용이 군요, 이 만화 갖구 계시면 연락 좀 주세요. 아주 오랜 동안 찾구 있는데 아직도 못 찾았답니다. 꼭 다시보고 싶은 명작 만화인데...............................................
nostalgia
03/07/11 21:45
수정 아이콘
^^ 참고로 윗내용 말구도 엄청나게 감수성 울리는 내용이 많이 있었던 만화인데.. 그다지 인기는 없었어요. 어린이 만화라기 보다는 어른들이 보는 만화 였는데.. 어느 만화 잡지에 연재되던 거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03/07/11 23:32
수정 아이콘
수시아님//그러게요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03/07/12 10:43
수정 아이콘
저도 펌글 입니다. 허브메드님 퍼가셔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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