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17 20:15:00
Name Judas Pain
Subject 스무살의 변명
'트레인스포팅'의 패러디를 통한 내 스무살의 변명



나는 북구도서관에 가서, 콜린 윈슨의 <아웃사이더>를 읽었다.
시시한 책이라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콜이 인도 해준 것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나는 자신의 한계와 인생의 한계를 직면할 수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세계를 경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그러한 자멸적인 한계를 받아들임으로서
건전한 마음, 또는 비일탈적인 정상적인 행동을 형성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는 단순히 욕망이 채워지느냐, 채워지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은 인간 각자의 본능적 욕구에 의해 지배당하는 선천적인 것일 수도 있고
주로 매스 미디어나 대중문화를 통해서 제공되는 광고나 사회적 역할모델에
자극 받는 후천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콜은 내가 말하는 성공과 실패의 개념은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가 아니라 ,
개인에게밖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로부터의 보상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성공은(그리고 실패는)
순간적인 인상으로밖에는 남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성공의 경험은,
사회에서 용인 받은 부와 힘, 지위 등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지속되지 않는다.
같은 의미로, 실패의 경우 불명예나 질책을 받는 일이 없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 역시 지속되지 않아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콜의 글을 보면 그렇기 때문에 명문대에 들어갔다던가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다던가, 그럴듯한 애인을 얻었다고 하면서 나를 칭찬하는 것은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런 칭찬의 말은 나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일을 해냈을 때는 나도 기쁘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를 나는 인정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 가치도 이내 사라져 버린다.
내 생각으로는 콜이 말하려는 것은 요컨대,
"나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래서 이야기는 내가 나 자신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되돌아간다
문제는 사회가 좋은 쪽으로(그래, 이상적인) 크게 변화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으며,
내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변화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는
나의 사고방식을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콜은 그러한 현상이, 나를 우울증으로 몰아넣는다고 한다.
즉, 분노를 나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그것을 우울증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우울증은 노동의욕을 감퇴시키고, 공허함을 더욱 확대시킨다
잠만 자는 것, 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리는 것, 섹스와 자위행위를 반복하고
속물들은 보지도 않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책들을 읽고
머리속에서 마약과도 같은 환희와도 같은 상념들의 유희를 즐기는 것들이
그 공허감을 메꾸어주고, 나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고 싶다고
하는 충동을 채워주지만, 그러나 그 뒤에 또 분노가 나에게 향해진다고 콜은 말한다
그 점에서 나는 콜과 같은 의견이다.
마약에 내성이 생기듯 난 그 이상의 것들을 원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듣지도 않고 뭔가가 부서져버렸다, 자극이 없으면 그저 멍하다 하루종일
그러나 콜은 이 상황에서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점에서 그는 나와 의견이 다르다


콜이 말하기를 나는 내 자신을 과소평가해서 괴로워하고 있으며,
그 위에 책임을 사회에 전가시킴으로서 그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사회가 주는 보상이나 칭찬(그리고 그 반대인 비난도),
그 자체의 가치를 부정한다기보다는
그와 같은 찬사를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기분이 나빠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암시에 의해서 거부하는 것이다
즉, '난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아니다.(혹은 좀더 나은 인간이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이렇게 말한다. 흥,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채영이는, 내가 벌써 몇 번째인지는 모르지만 수능을 아예 치지 않았다는 애기를 듣자,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책만 읽고 있으면 모두 널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주니까 넌 책만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한심하다, 진절머리가 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채영이의 사고방식 쪽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자아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채영이는 에고가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채영은 학원에서 시간강사 일을 하며 떠돌고 있지만,
자신을 '보헤미안'이라고 부른다

나는 왜 사회를 거부하고 사회보다 내가 위쪽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것은 내가 그렇기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쪽이 위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그러한 태도의 대가가 사람대접 받고 싶으면 대학에나 들어가라는 것이다
싫다면 돈이나 벌어오라는 식이다
모두들 나를 잘못봤고 그래서 손해봤다는 얼굴들이다
나는 이런 것을 원치 않았다. 이것이냐 군대냐의 선택밖에 없었다
진이가 오히려 편한 것을 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시시한 것 덕택에 오히려 물이 탁해지고 말았다.
문제점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혼란해지고 말았다
아무도 내 일에 참견하지 않고, 나도 타인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기본적으로 그것밖에 원하지 않고 있다
내가 좀 괴짜처럼 군다고 해서
개나 소나 날 해부라도 했다는 듯이 지껄일 권리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일단 당사자가 그 권리를 인정해버리면,
자신도 그 지긋지긋한 성배 찾기에 자신도 말려들어가게 된다
그들을 따르고, 그들이 적용하는 엉망진창인 이론을 믿게 된다.
그렇게 되면 벌써 그들과 한패다
이미 자기자신이 아니게 된다. 마약의존종이 사회의존증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사회는 복잡한 기만의 논리를 발명하여,
사회의 주류로부터 벗어난 인간을 흡수하고 바꾸어나간다
내가 모든 이론을 철저히 알고,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위에 건전한
정신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할 때, 그래도 나는 아웃사이더일까?
세상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용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 자신이 실패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여한 것을 완전히 거부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삶을 선택하라. 월부금을 짊어진 삶을 선택하라.
세탁기를 선택하라. 자동차를 선택하라. 소파에 앉아서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서
정신을 마비시키고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보는 삶을 선택하라.
자신이 갈켜놓은 이기적이고 막돼먹은 애섀끼들에게 창피한 존재가 되어
자신을 저주하면서 헛되이 썩어가는 삶을 선택하라. 삶을 선택하라
하지만 나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다. 해리 로더는 이렇게 노래했다
"이 길이 계속되는 한, 나는 오로지 전진해 가리라"




후회는 불필요하다
나는 단지 파멸했을 뿐, 패배한 것은 아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timPack
03/06/17 20:21
수정 아이콘
오오~ 간만에 보는 기백이 가득한 글입니다. 역시 스무살.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많이 좌절하시기를... (절대 응원의 글입니다. ^^;)
Judas Pain
03/06/17 20:37
수정 아이콘
나이는 22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십대의 변명이겠군요
03/06/20 04:17
수정 아이콘
삶을 선택하지 않는것을 선택한다...

살다가 문뜩 님의 날개가 그리워 지실겁니다
Judas Pain
03/06/21 23:15
수정 아이콘
추락해야 한다면 그뿐 ,

다시 한번 더 날개를 꺽어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두다리로 대지를 밟는것은 무척이나 가슴벅찬 일입니다


진정으로 자유롭다는건 어느곳에서도 선택할수 있다는게 아닐까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0145 어제 듀얼의 승자 경기에대해... [5] clonrainbow1353 03/06/18 1353
10144 컴퓨터와 인터넷이 인간을 메마르게 할까요... [12] 여름비1165 03/06/18 1165
10143 이주영 선수는 장브라더스의 천적?그리고 현재 진출률은? [2] 랜덤테란1354 03/06/18 1354
10142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 [4] 비타민C1283 03/06/18 1283
10140 엄재경님! 어제 듀얼토너먼트장에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이!!! [4] 마이질럿2530 03/06/18 2530
10139 난 너의 팬이야 [5] 해원2809 03/06/18 2809
10138 이제 대저그전에서 한방러쉬는 없어졌는가? [8] 이광배1638 03/06/18 1638
10136 노스텔지어 예측 성공.--v [2] 김연우1359 03/06/17 1359
10134 [잡담] tightrope. [9] Apatheia1780 03/06/17 1780
10133 프로게임단 탐방 - GO팀 [16] 아자2865 03/06/17 2865
10131 함부로 말할것이 아니다. [7] 나의꿈은백수1812 03/06/17 1812
10130 이윤열선수의 물량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17] 영준비2582 03/06/17 2582
10129 두 GO팀 선수간의 경기군요.. [5] 피팝현보1549 03/06/17 1549
10128 벌처의 수훈이 대단했던 경기였습니다.. [6] 정지연1094 03/06/17 1094
10126 이윤열의 .. 막말로 미친듯한 물량-_-;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6] LordOfSap2061 03/06/17 2061
10125 스무살의 변명 [4] Judas Pain1345 03/06/17 1345
10124 [re] SG 팀 유니폼 사진입니다. [3] Hunter1632 03/06/17 1632
10123 [퍼옴] 새 프로게임팀 'SG 패밀리' 결성 [6] Canna2447 03/06/17 2447
10122 오늘의 명언^^(아, 그렇다고 유명하신분이 하신 말이 아니에요;;;) [1] SummiT[RevivaL]1156 03/06/17 1156
10121 거리의 악사 [5] zaive1122 03/06/17 1122
10120 오늘의 빅게임 온겜넷 듀얼토너먼트 죽음의조! [84] 두번의 가을2408 03/06/17 2408
10118 프로게이머 출연료-상금 관련 기사 [6] 정현준2460 03/06/17 2460
10116 [피투니] 실력 향상. [3] 피투니1453 03/06/17 145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