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04/07 22:50:25
Name 나주꿀
Subject [일반] 호랑이와 늑대, 그리고 양. 오늘 양들은 호랑이를 제압했습니다



[영상 썸네일이 좀 촌스럽긴 한데, 이야기는 좋아요. 영상을 틀기 싫으시면 밑에 있는 글을 읽으시면 됩니다]

영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3:57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늑대와 양]

이 이야기는 머나먼 레후성좌에서 생긴 일입니다. 그 행성에는 드넓은 초원이 있었습니다.

초원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동부 초원과 서부 초원입니다.

그 초원에는 두 무리의 양들이 살고 있었는데 동부 양과 서부 양으로 부르겠습니다.

이 초원에는 사악한 신이 있었는데 신은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매일 풀이나 뜯고 일광욕을 즐기며 평화롭게 번식하며 살려고 했나! 어림 없다!
너희들은 반드시 너희들의 고기를 먹고 너희들의 피를 마시며 너희들의 아이를 죽이는 너희들만의 포식자가 있어야 돼! 
너희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양들은 당연히 선택하기 싫었지만 신이 무조건 선택하라고 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너희들은 지금 내가 보여주는 두 가지 포식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하나는 한 마리의 늑대이고 다른 하나는 두 마리의 호랑이이다. 
선택해."

여기서 우리는 동부 양들의 머리가 빨리 회전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빠르게 신에게 "우린 한 마리의 늑대를 선택하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한 마리의 늑대... 한 마리의 늑대라면 당연히 두 마리의 호랑이보다 식사량이 적을 거야." 라고 동부 양들은 생각한 것이죠.

그리하여 동부 초원은 한 마리의 늑대를 동부 양의 포식자로 얻었지만 서부 초원의 양들은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거... 우린 어떡해? 두 마리... 두 마리의 호랑이라구!! 우리한테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신이 가만히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음... 그래 좋아. 너희들에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으니 또 다른 선택권을 주겠다. 어떤 선택권이냐면 호랑이A와 호랑이B가 있는데 이들은 동시에 너희들 앞에 나타날 수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이 호랑이들은 교대로 나타나는 거고 한 마리만 이 초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거야. 만약 너희들이 호랑이A를 내 옆으로 돌려보내고 호랑이B를 원한다면 그렇게 바꿔 주겠다. 어찌 됐든 한 마리만 이 초원에 살 수 있고 다른 한 마리는 내 옆에 있게 될 거야. 어때? 이러면 만족하는가?"

아무튼 신도 양들에게 더 이상의 선택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계약이 성사되고 두 초원은 각자의 생활을 이어 나갔습니다.

동부 초원을 먼저 보겠습니다.

동부 초원에는 한 마리의 늑대가 있습니다. 이 늑대는 5~6일마다 한 마리의 양을 잡아먹습니다.

양과 늑대의 체급이 비슷하기 때문에 양 한 마리면 늑대가 1주일 정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주일마다 한 마리의 양을 잡아먹습니다.

양들도 자신들의 번식 능력이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어 보입니다.

그럼 눈을 돌려서 서부 초원을 한 번 보겠습니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교대로 나타나서 거의 매일 한 마리의 양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양들은 호랑이A를 신 곁에 보내고 호랑이B로 바꾼다 한들, 두 호랑이의 식사량이 같기 때문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들은 바꿔봤자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차라리 그냥 호랑이A를 초원에서 쭉 살게 했습니다.

호랑이A는 초원에서 제멋대로 날뛰었습니다. 매일 한 마리의 양을 먹으면서 살도 피둥피둥 쪘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호랑이B는 신 곁에서 양도 먹을 수가 없고 굶어서 뼈만 앙상한 상태였습니다.

신과의 계약이 있기 때문에 굶어서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배고픔과 추위를 느끼며 고통만 참고 있을 뿐입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호랑이A가 너무 악랄하고 매일 너무 많은 양을 먹어 치우자 양들은 호랑이A를 신 곁에 돌려보내고 호랑이B를 다시 불렀습니다.

이때 호랑이B는 너무 배고파서 걸음도 제대로 잘 걷지 못했습니다.

흠... 양들은 순간... 비록 본인들이 포식자가 있고 없고를 결정은 못하고 호랑이를 굶겨 죽이지도 못하지만 적어도 호랑이를 신 곁에 보내서 배고픔과 추위 등 온갖 고통을 줄 수는 있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그리하여 양들은 호랑이B에게 "계속 이 초원에서 살고 싶어? 계속해서 매일 양고기를 먹고 싶어? 좋아. 그러면 우리가 정한 규칙을 준수하면 가능해! 먼저 식사량부터 반의 반의 반으로 줄이고 양도 늙거나 아프거나 다친 양들만 먹어! 아니면 다시 너를 신 곁에 보내서 계속해서 굶주리게 만들 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호랑이도 다시 돌아가서 먹지 못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원치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양들의 규칙을 지켜 나갔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양들은 한술 더 떠서 호랑이에게 "이젠 죽은 양만 먹으면서 살아! 절대 살아있는 양은 건들지 마!" 라고 요구했고

호랑이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대충이라도 끼니를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요구를 받아주어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마리의 호랑이를 바꿔가면서 누가 규칙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바로 신 곁에 보내서 배고픔에 시달리게 만들었습니다.

뜻밖에 양들은 호랑이들을 제압했습니다.



하지만 동부 초원에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늑대의 식사량이 많지 않아 양들에게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양들은 늑대를 제어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늑대는 처음에는 고기만 먹었지만 이젠 고기도 질렸습니다. 왜 고기만 먹어야 하지?

양 한 마리 잡아서 뇌만 먹고 또 한 마리 잡아서 간만 먹고 또 한 마리 잡아서 심장만 먹고 어린 양들만 골라서 잡아먹기 시작했고

또한 임신한 암컷을 죽여서 양태반을 먹고 더럽고 악랄한 짓은 다 하고 살면서 양들을 유린하였습니다.

그리고 늑대는 양을 이용해서 양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검은색 양들만 골라서 풀이 제일 풍성한 구역을 그들만 먹을 수 있게 하면서 양들을 관리하고 매일 신선한 어린 양을 바치게 했습니다.

늑대는 또 암컷을 겁탈하고 이상한 잡종을 낳게 했는데 그 이름하여 '늑대2세'였습니다.

그리고 '늑대2세'에게 검은 양, 흰 양 모두 관리하게 하였고 하루 이틀마다 자신에게 신선한 어린 양이나 양 태반 등을 바치게 해서 몸보신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양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매일 늑대가 자비로운 마음을 품길 기도하고 '늑대2세'가 갑자기 양심폭발하여 우리를 적게 죽이지 않을까 환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늑대도 간혹 한두 마리 적게 죽일 때도 있고 간혹 양들에게 풀이 풍성한 지역에서 실컷 먹게 할 때도 있었는데, 이럴 때면 양들은 너무 좋아하고 늑대가 베풀어 준 은덕에 감격하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호랑이가 있는 초원은 생지옥이고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우리의 늑대는 우리에게 너무 잘해 준다. 저번 달에 50마리의 양을 먹었는데 이번 달에는 30마리 밖에 안 먹었어. 아! 이렇게 큰 은혜와 큰 덕을 어찌 보답하리..."

-----------------------------------------------------------------------------------------------------------------
예전에 정치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오늘 선거결과를 보니 다시한번 나누고 싶은 이야기라 올리게 됐습니다.
사실 중국에 빗댄 우화지만, 오늘 있었던 선거에도 어느정도 적용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위대함과 환상사이
21/04/07 23: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순전히 중국적 맥락에서 보면 두마리의 호랑이는 복수정당제와 의회제가 인정되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서구의 의회 민주주의를 의미하고 한 마리의 늑대는 일당독재의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를 말하는 거네요. 우리 맥락에서는 제도적 차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능해서 권력의 절대화를 방지하고 상호권력 견제가 실제 국민의 이익보장하는 정치로 연결되는가 문제겠군요.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하보니 호랑이들도 담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건 우화라서 이것 저것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일이지만 너무 낙관적 시나리오인 감이 있어요. 호랑이들의 능력을 너무 호구로 보는 게 좀 비현실적인 가정으로 보여요.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신한테 게겨야죠. 왜 우리가 니 말을 들어야 하냐면서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4/08 07:34
수정 아이콘
글킨한데 늑대냐 호랑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최선인 바뀌지 않는 당 1개보다는 .. 최악이라도 국민이 투표로 바꿀수 잇는 당 2개가 더 좋다라는 거라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말이죠 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336 [일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한국의료 [124] 지하생활자4120 24/04/03 4120
6335 [일반]  '875원 대파' 총선 날까지만 판다…농산물 할인도 선거용이냐 뒷말 [16] 자칭법조인사당군6246 24/04/06 6246
6334 [일반] 하차 통보받은 YTN 앵커들.jpg [14] 장정의6571 24/04/06 6571
6333 [일반] 지역별 사전투표 투표율 변동으로보는 선거예측 [5] DownTeamisDown6060 24/04/06 6060
6332 [일반] ‘대파’ 들고 투표 못 한다…선관위 ‘반입 금지’, 왜 [76] donit210322 24/04/05 10322
6331 [일반] 오늘도 계속되는 "바로잡습니다." [53] 나의규칙8882 24/04/05 8882
6330 [일반] 첫날 사전투표율 15.61%로 마감 ... 역대 총선 최고치 [17] 아롱이다롱이5879 24/04/05 5879
6329 [일반] 프로그램 전부 폐지, 앵커 하차…'김백의 YTN' 아수라장 [35] 밥상차리기7076 24/04/05 7076
6328 [일반] 내가 겪은 5공 (이번 선거에 왜 50대가 결집하는가) [42] jerrys7390 24/04/05 7390
6327 [일반] 부산 사하을 조경태 상대 이재성의 토론 스킬 [19] 가라한6839 24/04/05 6839
6325 [일반] 최근 여론조사로 보는 부산 지역구 예상 [60] 철판닭갈비8925 24/04/05 8925
6324 [일반]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반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8] VictoryFood4427 24/04/05 4427
6323 [일반] 어제 발표된 KBS 여론조사 (10개 지역구 / 이광재 51% vs 안철수 38%) [38] Davi4ever6124 24/04/05 6124
6322 [일반] 대통령이 혼자 투표하러 왔습니다. [93] 페르세포네8660 24/04/05 8660
6321 [일반] 첫날 사전투표율 오전 9시 현재 2.19%…동시간대 역대 최고치 [57] Croove7189 24/04/05 7189
6320 [일반] 선거일이 다가왔습니다. PGR 예측한번 해보아요. [141] Morning8395 24/04/05 8395
6318 [일반] 충남 홍성 예산 지역을 아십니까? [7] 능숙한문제해결사4614 24/04/05 4614
6317 [일반] 국민의힘 후보들 "정권심판은 대선 때 하면 된다" 호소 [43] 베라히7497 24/04/05 7497
6316 [일반] 주4일제 [22] 슈테판4971 24/04/04 4971
6315 [일반] kbs 9시 뉴스는 과장 없이 제정신이 아녜요 [37] 미카노아7823 24/04/04 7823
6314 [일반] 내일 오전 한동훈 아들 학폭 문제 제기를 할 조국혁신당 [42] 매번같은8092 24/04/04 8092
6311 [일반] 인요한, 민주당 겨냥 “가짜 프레임 진짜처럼···그런 점 빈 라덴도 대단” [25] Davi4ever5793 24/04/04 5793
6310 [일반] 중앙선관위 - 한국갤럽 유권자 2차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15] 라면5479 24/04/04 547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