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4/13 16:05:53 |
Name |
마요네즈 |
Subject |
[펌]김대기의 경기분석 - 이재훈&임요환 (황제의 휴식편) |
NATE배 2002 온게임넷 스타리그
4월12일 3주차 세번째 경기
16강 C조 임요환 VS 이재훈
한 때 둘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경기를 펼친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도 이재훈은 프로게이머나 다름없었지만 시청자의 눈에는 그것이 아니였을 것이다. 세월은 지났지만 임요환은 결코 복수를 잊지않았을테고, 바로 이번이 그 기회였을 것이다. 스타리그16강, 1패. 조건은 충분했다.
맵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프로스트. 테란이 보다 이용할 구석이 많은만큼 임요환의 우세가 예상되었지만, 속단할만큼의 상황은 아니였다. 아직까지는 변수가 충분한 맵이고 이재훈의 플레이스타일 또한 맵과 궁합이 맞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시작되고 임요환이 선택한 것은 1회용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엽기성이 농후한 전략. 조정현이 손승완한테 예상치못했던 드랍으로 쉽게 승리를 따냈던 것처럼, 아니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임요환은 파격적인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8배럭-9서플-11서플, 그리고 scv를 더 이상 생산하지않고 2번째 배럭-리파이너리-아카데미. 마치 더이상 가난한 테란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정도로, 임요환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추가scv를 거의 생산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임요환은 scv를 적게 생산하는 가난한테란을 몇번 선보이곤 했는데, 이번 경기는 그것이 극에 달했을 정도. 어쨌든 거의 완벽한 빌드오더로, 일반적인 8서플-10배럭-12배럭의 마린메딕러쉬보다 최소한 3-4마린 빠른 타이밍에 첫러쉬를 들어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임요환이 이겼다, 라고 생각되었다. 러쉬의 타이밍은 완벽했고 이재훈을 완벽하게 제압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손실을 주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임요환의 본진을 본 순간.. 이 러쉬결과는 본전도 채 뽑지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프로토스로 따진다면 마치 6파일런 7게이트8게이트처럼, 아니 일꾼을 동원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보다 더 극단적인 빌드였고 한번의 러쉬로 상대가 부활하지못하게 제압했어야 할 정도의 부담이 있는 빌드였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한 상황판단과 콘트롤이 필수였지만, 역시 이재훈도 필사적이었기 때문일까 임요환의 러쉬는 계획보다 좋지못한 결과를 발생시켰다.
드라군1기의 추가마린차단, 실드배터리 건설과 더불어 프로브의 과감한 방어, 약간은 성급했던 파일런공격, 벙커링을 시도할 수 있는 scv의 부재.. 여러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겨우 2기였던 메딕의 마나부족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충분한 수의 병력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요환은 후퇴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만약 첫러쉬를 가면서 추가시킨 2기의 유닛이 메딕이었다면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상황이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말이다.
최근에는 변칙적이라기보다 정석쪽으로 자리매김한 임요환에게 이번 경기는 마치 예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 누구도 실전에서는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못하는 엽기적이면서도 딱 떨어지는 전략의 운영, 만약 승리했다면 역시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오래간만의 신선한 경기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인해 임요환은 2패, 자력으로 8강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임요환의 바쁜 스케쥴로 인한 연습부족이 패배의 원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을 꼽자면 단지 일시적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충분한 여유가 부족한게 아닐까 싶다. 황제라도 휴식은 필요하다.
_-_宇宙流 Aozora
2002년 4월 13일 김대기 올림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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