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5/27 10:28:06
Name 파란무테
Subject 우리는 패배를 모르는 제로스(XellOs) 군단임을 기억하라!



----

“컴셋을 가동시켜, 올림푸스 행성의 적을 샅샅이 뒤져라. 적의 현 상황을 즉각 보고하도록. 적의 규모를 알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법이다! 알아들었는가? 제군들!”

젊은 장군 제로스(XellOs)는 유리한 전투를 이끌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 관제탑의 영상에는 레이더의 감시결과가 데이터로 환산되어 표시되고 있었고, 행성 올림푸스의 각 지역의 현 상황이 그대로 전송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규모의 전투를 치르느라, 살아남은 그의 병력은 초라했다. 새롭게 지어진 팩토리와 스타포트는 거의 파괴되었고, 힘들게 생산했던 다수의 베슬을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나마 위안으로 남는 것은 적의 건물 역시 모두 파괴했다는 것이랄까.

“제로스 장군님! 현재 행성 올림푸스에 남아있던 프로토스군의 군대는 모두 철수 했다는 소식입니다.”

무덤덤하게 고개만을 끄덕이는 제로스, 이 젊은 청년의 지위는 현재 테란군 제6야전군 사령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공석이었던 제6야전군 사령관에 발탁된 젊은 장군의 등장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그러나 제로스는 그런 주위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테란군의 주요 전투의 선봉에서 연전연승을 이어가며 자신의 이름을 증명시켜 나가고 이는 중이었다.

현재 제로스 그가 머무는 곳은 행성 올림푸스. 자신을 포함한 많은 장군들이 이 행성 올림푸스로 파견되었었다. 테란본부의 정보에 의하면 행성 올림푸스는 저그의 진영과 밀접히 맞닿아있는 매우 중요한 거점으로, 현재 전략적 요충지로 분류되는 곳이었다. 만약 이곳의 거점확보가 실패하게 될 경우 테란본부로 감행될 저그의 기습에 노출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는 지금 이 곳에 '행성점령'이라는 명목으로 파견되어 있는 중이었다.


화면을 조용히 응시하던 제로스에게 누군가가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말을 건네는 그의 어깨에는 찬란한 금빛 휘장이 빛나고 있었다.
“제로스 장군, 요즘 우리군의 부하들이 자네에게 별명을 하나 붙여 뒀더군. 그런데 그 별명이 참 탐이 난 단 말일세. 퍼펙트(Perfect), 어떤가? 자네를 퍼펙트라고 부른다네. 허허.”

“박서(Boxer) 장군. 당신에게 붙여진 황제라는 이름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요. 과찬입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야기를 잇는 제로스의 얼굴에는 근심이 어렸다.
"상처는 좀 어떠십니까? 제가 너무 몰아붙이진 않았는지요?”

불과 2주 전, 프로토스군의 테란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기습으로 인해 전 행성에 파견되었던 테란군 진영의 전원 철수명령이 하달된 상황. 그 과정에서 올림푸스 행성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남아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제로스와 곧바로 철수해야 한다는 박서는 대치할 수 밖에 없었고, 급기야 자신이 이끄는 제6야전군과 박서가 이끄는 전설의 제11야전군은 정면으로 충돌하고 말았다. 결과는 병력의 손실이 전무한 제로스군의 완승이었다. 내전을 끝낸 테란군의 두 장군이 지금 다시 어색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말문을 여는 쪽은 역시 박서였다.

“제로스 장군. 나는 남아있는 제11야전군 전원을 이끌고, 지금 즉시 테란군 본부로 철수할 생각이네. 자네의 그 고집은 나도 꺾을 수 없구먼.”

“그러십니까. 박서 장군.”

“내가 가진 마지막 정보에 따르면 현재 행성 올림푸스에 남아있는 것은 옐로우(Yellow)가 이끄는 저그 군 약 3개사단정도의 규모일세. 옐로우가 누군지는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왕 남아있기로 결심한 자네의 그 용맹함으로 부디 이 올림푸스 행성을 차지하게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서장군께서도 부디 건강하시길. 현재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테란본부는 제2야전군 사령관인 나다(NaDa)장군을 필두로 전격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합니다. 박서 장군의 합류는 어떤면으로도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럼.”

박서와의 이야기를 끝낸 제로스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자신의 진영을 둘러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복구에 한창인 자신의 부하들을 독려하며, 곧 시작될 이 행성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이 젊은 장군의 눈은 이상하리만큼 확신에 차 있었다. 언제나 지지 않는다는 퍼펙트한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는 것인지도, 아니면 쓰러져도 결국 일어나 상대를 쓰러뜨렸던 그 수많은 전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인지도.

‘옐로우라. 쉽진 않겠지.’



숨막히는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옐로우가 이끄는 저그부대는 민첩하게 제로스의 진영을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기요틴 지방에서 들려오는 2연대의 패배소식은 현재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목이었다. 계속되는 옐로우의 공격에 제로스는 특유의 단단함으로 전군의 방어를 명하고, 특공대를 조직하도록 지시했다. 동시에 방어 진영을 한 발짝 후퇴시킨 후, 노스텔지어 지방에서 마지막 배수의 진을 치도록 명령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노장 옐로우의 공격은 생각 이상이었다.

“제군들이여. 우리가 누군가! 우리는 제로스 군단이다!! 패배를 모르는 제로스 군단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라! 여기 노스텔지어, 뼈를 묻을 각오로 싸워라.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하라! 그리고 승리하라!”

‘제 6야전군’의 깃발이 전장에 펄럭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는 모든 이들의 눈에는 독기가 서린다. 그 유명한 연전연승의 승리의 부대가 눈을 뜨고 있었다. 제로스의 지휘하에 저그 진영 깊숙히 침투한 특공대는 연이은 승전보를 알려오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전쟁의 결말. 이제 올림푸스 행성의 마지막 전투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전진하라!!”

피가 물든 올림푸스 행성에서 제로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패배를 모른다는 제로스 군단은 지금까지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힘찬 전진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 전쟁을 향한 행군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제로스 장군님! 더 이상 저그의 크립은 보이질 않습니다. 저희의, 저희의 승리입니다!”

감격에 찬 부하가 전해주는 승전보. 승리다. 수많은 행성에 많은 장군들이 파견되지만, 정작 승리를 가져오는 장군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처음으로 행성 정복에 나서 대 전투를 승리로 장식한 제로스 자신에게도, 자신이 속한 테란군에게도 승리의 소식은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었다. 자신 앞에 무릎 꿇은 자신의 충성스런 부하들을 바라보는 제로스. 승리했지만 그의 얼굴은 알 수가 없다. 보일 듯 말 듯한 미소 뿐이다.

‘어머니.’

불현듯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전쟁에서 승리한 사령관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제로스. 그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 코란력 서기 532년.

----


올림푸스 우승 당시의 제로스(XellOs).
한번 더 비상해주세요!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5-30 12:5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EtudeByChopin
07/05/27 10:36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얼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주었으면 하는 선수입니다.
올림푸스 결승전때 러커주위를 빙빙돌면서 잡던 마린컨트롤이 아직도 생각나는군요...
07/05/27 10:37
수정 아이콘
하지만 상대가 홍진호선수였다는게 유감인 1人..
Alchemist
07/05/27 11:07
수정 아이콘
제가 스타를 시작한게 서지훈선수를 보고나서였습니다.
잘생긴형이 스타도 잘하고 무척 부러웠죠.
서지훈선수 그 시절, 퍼팩트하던 시절로 돌아가주세요~
빵을굽는사람
07/05/27 12:45
수정 아이콘
하지만 상대가 홍진호선수였다는게 유감인 2人..
계산사
07/05/27 13:21
수정 아이콘
(삭제. 벌점. 통신체 금지입니다.)
07/05/27 13:33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화이팅!!
tongjolim
07/05/27 13:42
수정 아이콘
올림푸스 보고 서지훈선수 엄청 좋아했죠...
4강에서 황제를 3:0으로 꺾는모습은 전율이었습니다...
가즈키
07/05/27 14:35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가.. 결승가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요.. 개인리그 (wcg말고)결승을 가본지가 진짜 에휴..
XiooV.S2
07/05/27 15:12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만 아니고 플토가 결승전이였다면...홍선수가 우승도 해볼만 했었는데..만약이란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07/05/27 18:33
수정 아이콘
하지만 상대가 홍진호선수였다는게 유감인 3人..
07/05/27 19:11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4강 가면... 마재윤 선수와 5전 3선승제를 할 수도 있겠군요..
관리자
07/05/27 19:33
수정 아이콘
위에 부적절한 리플을 다신 분들의 리플을 모두 수정하고 벌점 드립니다.
선수를 깎아내리는 호칭은 삼가해 주세요.
winnerCJ
07/05/27 22:24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 올림푸스배때도 대단했지만 팀리그때도 정말 대단했는데
언제 돌아올건가요 ㅡㅜ
MSL 4강에서 마재윤선수와 붙길 바랍니다~!
ⓔ상형신지™
07/05/28 09:03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팬으로써 보기엔.. 임요환 선수보다 훨씬 더 아스트랄한 느낌입니다..ㅠ
지훈선수 특유의.. 이기고 나서도 "당연하다" 는 표정을 쭈욱 보고 싶습니다. XellOs 화이팅!!
07/05/28 10:54
수정 아이콘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거라 믿고있습니다.
꼭꼭 힘내셔서 돌아와주세요ㅠ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XellOs 화이팅!!
spankyou
07/05/30 12:54
수정 아이콘
4강 한번 가주세요
하얀조약돌
07/05/30 13:55
수정 아이콘
진짜 서지훈 선수! 이번 msl 대박 기대 하고 있습니다. 제발 좀...ㅠ.ㅠ
리네커
07/05/31 15:20
수정 아이콘
저도 MSL 대박 기대합니다! 서지훈선수 우승하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40 박정석, 그의 '멋진' 6년간의 커리어는 아직도 진행중. [79] 회윤15766 07/06/24 15766
539 [설탕의 다른듯 닮은] 무관심의 중심에서 (이병민과 손학규) [23] 설탕가루인형9021 07/06/23 9021
538 이기는 것. 그것이 전부. [20] 信主NISSI11837 07/06/20 11837
537 '가위바위보'에 대처하는 강자들의 자세 [68] Forgotten_15174 07/06/17 15174
536 프로게이머 최근 100전 승률 그래프! [26] ClassicMild16227 07/06/15 16227
535 기획보도. 관광 시대의 도래 [31] 말로센말로센13760 07/06/14 13760
533 김택용, 강요된 평화가 부른 혁명의 철검 [61] Judas Pain16635 07/06/12 16635
532 [sylent의 B급칼럼] 김택용, 거침없이. [47] sylent13729 07/06/11 13729
531 All for one, One for All - 두 ACE의 이야기 [8] The xian11063 07/06/10 11063
530 이세돌과 마재윤 [31] 더미짱12836 07/06/07 12836
529 16시 24분 [38] 공실이11479 07/06/07 11479
528 [yoRR의 토막수필.#33유머편]고양이, 오해, 그리고 봉변 [17] 윤여광11707 07/06/04 11707
525 [sylent의 B급칼럼] ‘세팅’에 잠들다 [74] sylent17124 07/06/06 17124
524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대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까. [69] The xian14631 07/06/06 14631
523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Renewal판 합본 [24] DEICIDE11847 07/06/05 11847
522 [sylent의 B급칼럼] 공군의 임요환 [18] sylent14404 07/06/03 14404
521 [곰TV 2 마재윤vs박태민 그 후] #3 두전성이(斗轉星移)의 굴욕 - 마재윤도 열받았다 [15] 점쟁이12126 07/06/03 12126
520 선수들 경기력 측정의 한 방법 : ELO Rating System [29] ClassicMild13935 07/05/31 13935
519 최연성과 이윤열. 그 둘의 미묘한 관계 [37] Yes17555 07/05/27 17555
518 그대의 길에 앞으로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를 감히 바랍니다. [31] The xian12988 07/05/27 12988
517 우리는 패배를 모르는 제로스(XellOs) 군단임을 기억하라! [18] 파란무테13751 07/05/27 13751
515 박성준, 마재윤. 그들의 스타일. [11] Leeka13613 07/05/26 13613
514 전부 다, 그냥, 이유 없이 고맙습니다^^ [7] 혀니11430 07/05/25 1143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