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4/03 22:53:43
Name PoeticWolf
Subject 금천구 시흥동 재래시장
1.
금천구 시흥 사거리에서 은행사거리 쪽으로 꺾으면 재래시장이 나옵니다. 여기저기 다른 재래시장들과 꼼꼼하게 비교해 본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곳 물건들은 쌉니다.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커다란 마트에서 2000원 주고 산 냉이가 여기서는 500원 합니다. 집 근처 야채가게에서 12000원 하던 딸기 한 바구니가 여기서는 5000원입니다. 냉동 삼겹살도 1근에 4800원입니다. 그러니 날 잡아 장을 봐야 하는 때에는 조금 걸을 각오를 하더라도 이곳으로 옵니다.

2.
시장 중간 즈음에 있는 떡볶이 가게 아저씨는 저희 부부가 떡볶이와 튀김을 사먹고 두고 나온 칼갈이를 주려고 추운 가게 문밖에 서서 지나가는 손님을 관찰하고 계시던 분입니다. 장을 다 보고 되돌아 나오는 길, 아저씨가 저희를 알아보시고 막 달려오실 때까지 저희는 칼갈이를 놓고 온지도 몰랐습니다. 아저씨는 “이거 나도 써봤는데, 날이 한쪽씩만 갈리니 번갈아가며 갈아야 한다.”는 조언을, 아까 튀김 위에 부어주시던 떡볶이 조각들처럼 곁들이셨습니다.

3.
조금 더 들어가면 번데기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놀이공원에 갈 때 번데기 한 컵 안 들고 들어가면 서운해 하던 아내지만 결혼 후 급상승한 절약 정신 때문에 번번이 지나치던 분입니다. 하루는 아내가 모처럼 군것질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에게 번데기 천 원 어치를 주문합니다. 그런데 아주머니 표정이 영 찝찝합니다. 그리고 재차 확인하십니다.
“지금 이거 달라고요?”
“네, 천원 어치만요.”
어쩐지 아주머니가 든 숟갈이 곤란합니다. 벌써 푹푹 번데기 더미에 꽂아 넣으셔야 했는데, 아직 시위가 팽팽하지도 않습니다. 발사의 의지가 발동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내의 이해가 빨랐습니다.
“아, 이거 식었나요?”
“네. 정리하려고 불 끈 지가 좀... 다음에 와서 드세요.”
눈 딱 감고 종이컵만 채워 넣으면 되는데, 아주머니는 식었냐는 질문에 곧이곧대로 ‘네’라셔서 우리 부부는 뒤돌아 웃었습니다. 장사 참 귀엽게 하시네, 라면서요.

4.
그 옆에는 잘 생긴 총각네 정육점이 있습니다. 아내가 늘 거기를 지나칠 때면 마치 두고 온 첫 사랑 만난 듯이 얼굴을 붉히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언젠가 장모님과 아내가 거기서 고기를 산 적이 있는데, 그 총각이 아내보고 동안이네 어쩌네 칭찬을 하길래 장모님이 옳다구나 아내에게 “칭찬 들었으니 이 총각 여자나 시켜주라”고 하시며 덤을 뭉텅이로 얻어 오신 다음부터 계속 이렇습니다. 아직 소개팅을 못해준 때문이지요. 이십대 후반에서 서른 초반의 나이에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고, 손님 대하는 거나 손님에게 내놓는 육질만 봐도 꽤나 건실해 보이는데, 그 나잇대 여자분들은 정육점 사장님이란 직업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나봅니다. 괜히 미안한 살점들을 얻어먹고 소화를 다 못해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운동을 하게 됩니다.

5.
시장 안쪽에서 오랫동안 닭집을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는 장모님의 오랜 친구이십니다. 가게 앞을 지나칠 때마다 혹시나 장모님 만날까 흘끗흘끗 들여다보는데, 그럴 때면 그 분과 눈이 마주쳐 유리 너머로 인사하자니 버릇이 없는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그냥 인사만 하러 들어가기도 이상해 어정쩡하게 고개를 까닥 숙입니다. 같은 나이에, 똑같이 홀몸으로 남매를 키우신 것 때문인지 장모님과 무척 친하신 아주머니는 얼마 전 천막을 내리시는데 지지대가 갑자기 떨어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행인의 이를 부러트리셨습니다. 더 놀란 아주머니께서 고개를 거듭 숙여 죄송하다, 변상은 꼭 해드리겠다 사과를 하셨는데도 그 행인분은 남편까지 또 한 차례 데리고 와서 가게를 거의 뒤엎을 정도로 난리를 쳤습니다. 시장에서 거의 평생 장사를 하셨으면서도 억세게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하셨는지, 남편이란 종자 대하는 법을 잊으셨던 건지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 매고 있던 아주머니 옆에 마침 놀러와 계시던 장모님이 안 물어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악을 쓰고 행패를 부리냐고 대신 버럭 화를 내시고 싸우셨습니다. 친구의 남편이 되어 주셨던 것이지요. 결국 돈 200만원 정도를 물어주는 걸로 마무리 되었다며, 누군 남편 없어봤냐며 씩씩거리시며 당시 상황을 전달하시던 장모님은 한 동안 그 집에서만 닭을 사먹자고 하셨습니다. 나이 들면 부부가 친구처럼 된다는데, 오랜 친구는 부부처럼도 되나 봅니다.

6.
얼핏 보니 시장 초입에 서 있는 공중전화 수화기가 제대로 놓여 있지 않습니다. 아내가 전화기 안에 아직 20원이 들어있다며 반가워합니다. 누군가 마중물 같은 20원을 무심히 내리지 않은 인심 자체에 신이 난 아내는 냉큼 부스 안으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가지고도 지금 여기서 전화를 꼭 해보고 싶은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얼마를 더 넣어야 할지 계산이 안 됩니다. 예전엔 공중전화비가 얼만지 시세를 다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20원 남은 걸로 봐 아마 80원이 아닐까 예상하는 게 다입니다. 마침 주머니에 동전도 없어 그냥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고 나옵니다. 공중전화 대대로 구전처럼 전해 내려오던 차액 남기기의 이야기가 핸드폰 안으로 디지털화 되어 들어갑니다. 또 어떤 옛것을 우리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을까, 온 김에 시장도 미리 사진으로 찍어둘까 과장된 고민을 합니다. 뭔가 그립기 시작하다가 그 그리움의 정체가 불확실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마치 재래시장의 분위기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공중전화 앞에서 그냥 마땅히 느껴야할 감정이 그리움이라 스스로 '이 타이밍엔 그리워야 해.'라고 주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립다는 것은 뭘까, 생각이 가지를 칩니다. 아련하다는 건 뭘까, 아름답다는 건 뭘까. 도대체 우리는 꾸밈씨를 어떻게 배워온 것일까, 미스터리가 늘어납니다. 그러면서 사진을 확인하니 공중전화에 들어갔다가 이젠 핸드폰으로 들어간 동전 두 닢이 힌트를 줍니다. 평소와는 달리 핀트가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7.
그 떡볶이 가게 아저씨 설명처럼 칼날을 한쪽씩 갑니다. 그래서 칼날 갈린 가루가 양쪽으로 떨어집니다. 번데기는 아직도 사먹지 못했습니다. 월급날이 가까워 오니 단돈 천원도 아쉬워졌기 때문입니다. 총각네 정육점은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저희는 다른 정육점에서 고기를 삽니다. 멀리서 가끔 보지만 총각은 여전히 인물이 좋습니다. 장모님 친구분은 월말에 가게문을 닫으십니다. 자식들 다 컸으니 쉬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장모님은 그 사람 쉬다보면 몸살 날 거라고 미리 걱정하십니다. 확인 안 해봤지만 공중전화의 그 마중물, 누군가의 목소리와 사연들을 콸콸 쏟아냈을 겁니다. 저금하듯, 다음에 지나가면 그냥 20원 정도 넣어두어야지, 아내는 혼잣말을 합니다. 전 여전히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모르는 꾸밈씨들하고 씨름 중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고 일어나면 제 원고 위에 이전에 몰랐던 말들이 나이테처럼 쌓입니다. 어제 하루에 표현 하나라면 그리 나쁜 거래가 아닙니다. 그것 하나로도 오늘 하루 잘 산 것입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4-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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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걷는 시간
12/04/03 22:56
수정 아이콘
선리플 후감상 !!!
잘읽겠습니다.
Ronaldo9
12/04/03 23:04
수정 아이콘
헛.. 전 금천구 독산동 사는데... 거기가 그렇게 싸군요~?
주말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김판타
12/04/03 23:05
수정 아이콘
일상적인 소재를 왜 이렇게 감칠나게 잘 쓰시는지... 정말 질투납니다.
제 페이스북은 누가 똥을 싸놨네요 흑
잘 읽고갑니다 다좋은데 우클릭그거몬가요가 너무 웃깁니다.크크크크크크크
Cherry Blossom
12/04/03 23:11
수정 아이콘
시흥사거리라... 추억이네요. 저 어렸을 때, 단 2년뿐이긴 했지만. (현재 전 23세입니다.)
저에게는 일상이었던 곳이었으니까요.

저희 아버지께서 여기저기 이사다니시느라(어렸을 때 한정이긴 합니다만) 학교를 이리저리 옮겼었는데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 기억이 맞다면 스승의 날 바로 다음 주였을 겁니다 - 그 때 서울시흥초등학교로 이사를 갔었습니다. 주소는 880-14. 남아 있으려나 모르겠군요.

금천구청역(당시 시흥역)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되는 상당히 짧은 거리였습니다. 어렸던 저에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진 거리였지만(게다가 큰 길에 대한 공포도 엄연히 있었던 때였죠)... 장담하죠. 그 시기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좋은 친구들, 좋은 사람들, 그리고 좋은 학교. 학벌이 좋다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너무나 평화로웠던 학교. 그 때 전 학교에서 토끼에게 풀을 주는 게 일이었습니다. CR로 한문 수업을 듣고 난 후에 하교하면서 꼭 토끼장 앞을 지나가고는 했죠.

네발자전거를 처음 배웠고, 피아노 학원을 계속 이어서 다녔었습니다. 체르니 40번을 한창 치고 있었죠(그 때 피아노를 치다가 이사를 오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최근에 몇 번 치다보니 여전히 명곡집 정도는 칠 수 있습니다). 오렌지 피아노라고 학원명이 그랬었는데,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인지라(제가 이사 온 것만 햇수로 13년입니다)... 남아 있으려나 모르겠군요.

집은 3층 주택 중 2층을 쓰고 있었고, 집 앞에는 모래밭이 있었습니다. 옆집 4층이었나 하여간 꼭대기층에 살던 연년생 누나와 형(누나 쪽이 위였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서 노는 게 일이었었죠. 하루는 밤 8시가 되도록 놀다가(그 때는 그 시간도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차 싶어서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몇 번 못 모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읽었던 책을 들고 가서 책을 소개하고, 내용을 보여주고, 교류를 갖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너댓 명이 모였었는데, 그 모인 장소에 살던 친구는 현재 고대에 있습니다. 2년 전에 연락이 닿았죠. 지금은 너무 바빠서 서로 연락을 통 못 하지만. 10년 만에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변한 게 없다고... 분명히 안경은 초등학교 5학년(그러니까 시흥을 떠난 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말입니다.

집을 빠져나와서 왼쪽으로 가면 학교 가는 길이었고, 오른쪽으로 나가면 시장길이었습니다. 시장길로 나가는 순간 눈앞에 슈퍼마켓이 하나 보였었고, 거기서 위로 쭉 올라가면 법원단지 골목이 나왔죠. 거기에 사촌 형과 누나가 살았었고, 전 심심하면 주말이나 방학 때 이모네 집에 놀러갔었습니다. 아직 입학하지 않았던 동생 손 잡고 갔었죠. 그 땐 어려서 그랬는지 2~30분 정도는 걸어야 사촌 누나의 집이 나왔었습니다. 하여간 많이 갔고, 많이 놀았죠.

추억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소중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잠시 웃게 만드는 그런 것. 추억이란 걸 오랜만에 떠올리게 되네요. 글쓴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너무 삭막해서요. 추억거리조차 없는...
12/04/03 23:12
수정 아이콘
아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정겨운 글이네요. 매일이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이다보니 저런 풍경들을 직접 보고 겪은게 언젠지 기억이 아득한 -_-;;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2/04/03 23:28
수정 아이콘
맨날 마트만 다녀서...주말엔 애들 데리고 시장 한 번 가봐야 겠네요.
greensocks
12/04/04 00:43
수정 아이콘
PGR에서 금천구 시흥동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저도 시흥동은 정말 추억돋는 곳입니다
초등학교 6년을 금천구에서 보냈거든요.... (시흥동은 아니고 그 옆에 독산동..)
어머니와 자주 시흥사거리 근처 대명시장을 자주 갔는데
어릴때는 그곳이 그냥 평범한 시장이었던곳이
지금와서 보니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서울내 재래시장이 되었군요..
오뎅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오세돌이
12/04/04 00:57
수정 아이콘
일상의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듯 합니다.
남들은 스쳐지나쳤을 삶의 구석에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눈'을 갖고 계신 듯해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더 자주 글로 만나뵙고 싶습니다.
만화방주인이꿈
12/04/04 01:15
수정 아이콘
20년전 쯤 대명시장에서 할머니 3분이 파시던 떡볶이걸레만두가 생각나네요
12/04/04 01:24
수정 아이콘
여기가 예전에 금천구 시흥동에 살았던 분들이 모인 곳인가요?!?! 크크크
저도 어렸을 적에 근처 동네에 살아서 은행나무 사거리를 몇 번 지나다녔었는데..
그 도로 한 가운데 있던큰 은행나무는 아직도 잘 있나요??
좋은 글 덕분에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회전목마
12/04/04 01:30
수정 아이콘
시흥에서 쪼~~금 먼 가산동 주민인데
이 글 참 반갑네요 ^^
말씀하신쪽은 아직 안가본 지역이라 잘 모르지만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금천구 17년째 거주중인데 시흥은 아직도 생소)
Pathetique
12/04/04 01:36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저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시흥동에서 살았습니다.
무지개 아파트에 살면서 문백초등학교를 다녔었지요.
저 시장도 엄마 손잡고 많이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가면 꼭 약밥을 사주셨던거 같은데 흐흐흐...

얼마전엔 갑자기 그리워서 로드뷰로 찾아보니까 제가 살던 아파트와 학교가 그대로 있더군요.. 거의 25년 전의 일인데도...
제 기억속의 아파트와 로드뷰에서 보이는건 많이 달랐습니다...

정말 아련한 추억이네요...

그때 저를 키워주시던 부모님이 지금 제 나이셨네요.. 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테페리안
12/04/04 01:56
수정 아이콘
매번 느끼는거지만 글 진짜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ㅠㅠ
12/04/04 03:58
수정 아이콘
재래시장... 안 가본지 진짜 오래됐네요
재래시장 정말 싸고 좋은 물건들 많고, 무엇보다 사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했는데
대형마트 생김 --> 재래시장 수입 감소 --> 몇몇 비양심적인 상인 분들이 단골아닌 사람 상대로 물건 갖고 장난침 --> 비위 상해 재래시장 안감 --> 재래시장 수입 감소 --> 비양심적 상인분들 더 늘어남....
이런 악순환 때문에 저도 몇번 당하다보니 대형마트만 찾게 되네요
가족중에 아직도 재래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 계신데 대형마트 생길때마다 고민이신것 보면서 그분들 마음이 이해도 가지만 한편으로는 안가는 사람들도 이해가 가는;;
12/04/04 07:33
수정 아이콘
항상 읽으면서 느끼지만 글이 참 찰져요.

음?! [m]
멋진벼리~
12/04/04 09:12
수정 아이콘
근처로 출퇴근하고 있는 1인 입니다. ^^
아는 동네 나오니깐 왠지 반갑네요.
가끔 대명시장 가는데 참 사람도 많고 볼것도 많고 즐거워요.
백야행
12/04/04 09:56
수정 아이콘
시흥에서 태어나서 쭉 28년동안 살고있는 저로서는 엄청 반가운글이네요. 그 시장길을 수도없이 다녀본저로서는...
아직도 친구들이 있고 정감있고 제추억이 있는곳이네요^^
켈로그김
12/04/04 10:26
수정 아이콘
하루를 살고 하나를 배워 쓸 거리가 생기는건 남는 거래죠..
저는 최근 8주간의 공부를 끝내고 쓸만한걸 정리하고 있는데,
얼마나 쓸만한게 나올지..;
사악군
12/04/04 11:08
수정 아이콘
저도 어릴적에 시흥에서 잠시 살았었는데 옛날 생각나네요.. 뒷집고물상과 마당의 수세미, 대추나무생각이.. 몇년전에가봤더니 알아볼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m]
유리별
12/04/04 11:10
수정 아이콘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시적늑대님이 글은 정말 간 딱맞추고 온도 딱 맞춰 오랜만에 엄마님이 솜씨를 잔뜩부려 차려놓은 밥상같습니다. 아오 숟가락들고 밥한공기먹기엔 젓가락끝이 닿는 요리마다 너무 맛있어서 한공기로는 도저히 부족한. 물론 지금 제가 아침을 안먹어 한창 배고파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지하철역과 저희집 사이에도 재래시장이 하나 있는데, 엄마님 집에오실시간맞춰 시장앞에서 기다려 엄마님이랑 시장한바퀴돌며 얻어먹는 핫바가 그렇게 맛있습니다. 밖에서는 2500원 주고도 못먹을 거대한 핫바가 시장에선 1000원입니다. 그거하나 얻어먹고 장본 것들 양손에 들고 짐꾼하며 집까지 걸어와도 배가불러 꺼지지않는답니다. 누구한테 추천을 하고싶어도 거참 우리집앞 작은 재래시장의 핫바를 먹으러 올만한 사람은 없을것같아 저만의 소중한 맛집으로 간직합니다.^^
오늘은 댓글들도 맛깔나네요~
stardust
12/04/04 13:28
수정 아이콘
시흥동에서 33년 동안 토박이로 시흥초 - 가산중 - 문일고 테크를 탄 저는 이 글에서 시흥부심해도 되는건가요~ ^^

본문에서의 시장은 대명시장인듯하네요(시흥사거리에서 은행사거리쪽으로 회전이니). 현재 시흥은 3개의 재래시장이 있는데 이글의 주무대인 대명시장과 도로하나를 사이에 두고 법원단지 초입까지 이어지는 현대시장이 있고 은행나무 옆에서 지금은 사이즈가 작아졌지만 중앙시장이 있죠.

서울 최남단(?) 시흥은 예전에 1동 박미근처 석수역 쪽이던가에가면 공중전화 박스가 4대가 쭈욱 있는데 서울과 경기의 경계선이라 2대는 경기전화 2대는 서울전화였었지요. 4,5동의 은행나무 3대장은 뭐 워낙 잘아실테고..(안녕하세요에서 정찬우가 어릴때 이런데로 소풍간적도 있다고 한 곳)
2동은 시흥의 최고의 고지대로 예전엔 달동네였다가 지금은 아파트 촌으로 변모했죠, 아파트 초기에 마을버스가 없어서 그 산을 다 걸어다니고 마을버스 생긴이후에도 눈이 많이 와서 제설 작업이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버스가 못 올라가고 중간에 내려 걸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시흥동에서 오래사셨다면 약수터는 다들 가보셨겠죠~ 중학교때 왜 일요일 새벽에 친구와 약수터 간다고 매번 나오다가 한명이 나오면 한명이 자고 이런 시나리오가 계속 반복되는지... 그땐 핸드폰도 없고 문앞에서 xx야 나와라~ 이러던 소소한 추억이 생각나네요. 아참 만화 '키드갱'도 주요 무대가 시흥동이죠~

지금은 결혼한 이후 부천에서 살고 있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살기 좋은 구도 아닌 살기 좋아진 구 2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한 금천구에서의 제 어릴적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적울린네마리
12/04/04 14:27
수정 아이콘
글에서 3D 지원이 될 줄이야... 풍경, 소리, 사람냄새등등.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적늑대님의 관찰력과 그걸 받아들이는 감성, 또 그걸 옮기는 필력..
모두 부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ReadyMade
12/04/17 13:17
수정 아이콘
어쩜 일상적인 일을 이렇게 맛깔나게 쓰시는 걸까요. 이미 ACE게시판에 와버려서 추천을 못하는게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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