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3/05 18:33:09
Name Zeegolraid
Subject 왕따와 깍두기
즐거운 연휴도 끝나고, 밀린 업무 마무리 짓느라 정신 없는 차에 전산팀에 계신 과장님이 오셔서, 머리도 식힐 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과장님이 "요새는 초등학생들, 유치원생들 노는데 깍두기가 없어......" 하면서 푸념섞어 내뱉길래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과장님 曰, "아 우리 어릴때만 하더라도, 동네에서 술래잡기, 오징어(모르시는 분이 계실런지요?) 놀이 할 때, 좀 어린데 놀이하고 싶어하는 애들 깍두기라고 해서 약한 편에 끼워주고 놀았잖아."

순간 무릎을 탁하고 쳤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이 어리거나 또래끼리의 놀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깍두기"가 아닌 "왕따"로 취급하고 놀이문화에서 아예 배척을 시켜버리게 되었는지...과장님의 "깍두기"라는 말이 가슴 한구석에 푹 하고 꽂히더군요.

오늘부터 딸아이가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정규교육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빠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딸아이가 입학한다는 사실이 좀 우스웠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학교라고 위안을 삼고 있던 차에 내 딸아이가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깍두기"가 아닌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네요.

우리 예전처럼 "깍두기"도 끼워주는 그런 사회를 만듭시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3-14 15:0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oeticWolf
12/03/05 18:34
수정 아이콘
이야...........
짧은 글 속 긴 울림. 요거 쫌 어디다 써먹고 싶어지네요? 흐흐 감사합니다. 추천합니다.
블레이드
12/03/05 18:35
수정 아이콘
아 잊고있었던 깍두기..

저도 깍두기였어요 갑자기 마음이 울컥 하네요.
12/03/05 18:36
수정 아이콘
아 이거 소소하게 마음을 울리네요.
켈로그김
12/03/05 18:39
수정 아이콘
그렇죠.
놀리고 괴롭힐지언정 "함께 노는" 깍두기가 저도 좋습니다.

놀이에 인원이 필요했던 예전과 달리
혼자, 적은 인원으로 노는데 익숙해진 요즘에 "머릿수" 의 중요함이 다소 퇴색된 감이 있어요.

왕따의 가해자들도 그런 고독감으로부터 출발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나 쉽게 서로를 배재하고 있지요.
뭐.. 저부터도 그러하지만..;;
레이드
12/03/05 18:41
수정 아이콘
정말 마음을 울리는 글입니다. 추천!.. 모두들 조금씩만 배려할 수 있었으면..
EndofJourney
12/03/05 18:43
수정 아이콘
김제동씨도 깍두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참 와닿더라구요.
깍두기와 승리의 기쁨은 함께 하지만 패배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깍두기라는 말 자체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상징처럼 느껴지네요.
절름발이이리
12/03/05 18:45
수정 아이콘
요즘 애들은 깍두기가 없나요? 허어.
EternalSunshine
12/03/05 18:54
수정 아이콘
짧은 글이지만 깊은곳까지 와닿네요.
정말 깍두기가 없다니..
디비시스
12/03/05 18:55
수정 아이콘
깍두기는 놀이의 동접자를 늘리는 효과와
양팀에 무너질 수 있는 밸런스를 잡아주는 밸런스패치효과
깍두기가 탈깍두기 유저로 진행할 수 있는 튜토리얼의 성격까지 가진 훌륭한 제도죠.
LionBlues
12/03/05 18:56
수정 아이콘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감자'라고 불렸지요 흐흐 어릴때부터 유달리 둔하고 소심해서 친구가 잘 없었던 저도 참 잘 어울려
놀았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흐
12/03/05 18:58
수정 아이콘
깍두기 출신으로 격하게 동의합니다.
스웨트
12/03/05 19:03
수정 아이콘
깍두기의 포용과 배려의 문화가 왕따의 배척문화가 되다니..
진짜 마음에 탁 와닿는 글이 아닐수 없네요. ㅠ 추천합니다
화잇밀크러버
12/03/05 19:04
수정 아이콘
정말 이렇게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12/03/05 19:05
수정 아이콘
아... 깍뚜기...
이 놀이문화가 많은걸 의미한다는거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무릎을 치게 만드네요

근데 진짜 요즘엔 깍뚜기가 없나봐요
레빈슨
12/03/05 19:06
수정 아이콘
이야 과장님 정말 표현 잘하셨네요.
밸런스의 영향이 없는선에서 깍두기는 일정부분 룰을 어기거나 (보통 제대로 인지못하고 있는경우가 많기때문) 해도 봐줬죠.
진짜 무릎을 탁치게 만드시네요.
4월3일
12/03/05 19:11
수정 아이콘
그렇죠. 이거네요. 깍두기도 잘살 수 있는 세상. 그게 우리가 만들어야할 세상이죠. 추천합니다. 이 맛에 pgr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별로네
12/03/05 19:17
수정 아이콘
요즘들어 더더욱 왕따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여기저기서 이슈화 해서 그런가, 많은 분들이 이런쪽으로도 여러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글 제목 보자마자 어제 트윗에서 봤던 '김제동의 따뜻한 말' 이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자랄땐 좀 모자란 친구가 있으면 놀 때 '깍두기'라며 끼워 주고 함께 놀았다. 승리의 기쁨은 함께 나눴지만 패배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아이들을 '왕따'라 부른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동네에서는 '아찌' 라고도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
Zeegolraid
12/03/05 19:25
수정 아이콘
아, 김제동씨가 먼저 얘기를 했었군요.
그 놀라운 통찰에 박수를 보냅니다.
No.10 梁 神
12/03/05 19:29
수정 아이콘
진짜 그렇네요...
깍두기....
알킬칼켈콜
12/03/05 19:37
수정 아이콘
깍두기의 미덕은 별 역활을 못해도 이기면 곁다리로 껴서 같이 하이파이브 해주고 지면 그냥 존재감이 부족한걸 무기 삼아 조용히 묻어가는 그 두 가지에 있었죠 크크...저도 깍두기 출신인데 덕분에 큰 소외감이나 열등감을 느낀 적이 없네요. 중학교때부터는 애들이 끼워준다고 해도 귀찮아서 거절했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참 복에 겨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레지에
12/03/05 19:41
수정 아이콘
허.. 머리에 탕 맞은 기분이네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단어가 생각납니다. '깍두기' 그리고 그게 국민학교 다닐 때 저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했죠. 생김새와 제로에 가까운 운동신경과 순발력 때문에 또래와의 놀이에서 어지간해서는 끼일 수 없었던 제가 유일하게 구원받던 그 깍두기군요. 혹은 감자역도 맡았지요.
내일은
12/03/05 19:49
수정 아이콘
깍두기 시절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동네에서 형들하고 놀다보면 누구나 깍두기로 사회생활? 시작하는거 아니였나요. 크크
깍두기가 없어진건 아마 동네에서 나이대가 다양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사라진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나서서 머리가 비슷한 얘들끼리 모임을 만들거나 돈을 내서 어린이 스포츠 클럽을 보내는 실정이니 조금 부족한 아이가 그 둘레에 끼어드는건 부모님들이 먼저 싫어하고 부모님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이 그런걸 안배울리가 없겠죠.
스타카토
12/03/05 20:02
수정 아이콘
깍뚜기...흐흐
우리동네에서는 감자라고 했었어요~~~
정말 오랫동안 잊고있었던 추억을 다시 깨울수가 있었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내일 우리반 교실에서 한번 적용을 시켜봐야겠어요~~~~~
(改) Ntka
12/03/05 20:07
수정 아이콘
이야 이거 참... 우리 시대에는 이제 깍두기가 없다니... 왜 그 생각을 못하고 살았을까ㅠㅠ
블루나인
12/03/05 20:09
수정 아이콘
추천을 안 누를 수가 없는 내용이에요.. 누르고 갑니다.
아나키
12/03/05 20:10
수정 아이콘
전 지금도 깍두기 합니다
LOL에서...
캐리님들 감사요 그저감사감사
양정인
12/03/05 20:24
수정 아이콘
그렇죠. 예전에는 깍두기라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었죠.
그래서 최소한 놀이에서만큼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이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깍두기가 같이 사라져갔고...
그래서 학교내에서의 따돌림이 더 심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깍두기라는 단어가 이렇게 그리움을 만들어낼지는 몰랐습니다.
12/03/05 20:27
수정 아이콘
정말 그러네요. 저 좋은 제도를...
교육적인 효과도 정말 좋은 거 같네요.
새강이
12/03/05 20:38
수정 아이콘
짧은 글 깊은 울림이네요..추천누릅니다.

저는 깍두기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막상 제 어린시절 기억으로는 실제로 깍두기 제도(?)가 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올해 21살인데..물론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요
못된고양이
12/03/05 20:40
수정 아이콘
놀이문화가 변해서 깍뚜기가 힘들죠.
당장 썰렁한 운동장만 봐도 답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골목도 어린이 차지, 학교도 어린이 차지였는데...
몽키.D.루피
12/03/05 20:47
수정 아이콘
무도에서 어린 박명수가 깍두기였죠..크크 그때도 잠시 이야기 했던 거 같은데 저도 일종의 깍두기 출신이었습니다. 깍두기라는 용어로 불리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한두발 더 뛰었으니 깍두기 맞죠.
터치터치
12/03/05 20:57
수정 아이콘
아.꼽사리.....
별마을사람들
12/03/05 20:59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정말 한동안 잊고 살았던 단어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셨습니다.
당장 지금부터라도 회사생활이나 기타 살아가는 동안에 자주 써먹어야겠습니다.
더치페이로 직원들끼리 술자리를 할 때,
술은 먹고 싶은데 통장과 카드가 마눌님에게 묶인 슬픈 점심값 인생 동료에게
'넌 깍두기로 껴줄께~'
12/03/05 21:06
수정 아이콘
우리때는 왕따라는 용어자체는 없어도 깍두기는 있었는데
요즘은 깍두기가 없나 보지요ㅠ.ㅠ
진중권
12/03/05 21:56
수정 아이콘
카트리나와 투아모리의 관계처럼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글이네요. 그리운 단어네요.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2/03/05 22:41
수정 아이콘
추천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글이네요..
그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왜 지금은 당연하지가 않을까? 서글프고 씁쓸합니다.
김치찌개
12/03/05 23:30
수정 아이콘
우와 글 잘 봤습니다!

짧은글에서 이런 임팩트가..+_+
KillerCrossOver
12/03/06 00:05
수정 아이콘
잊고 살았네요. 깍두기...
내사랑 복남
12/03/06 00:31
수정 아이콘
전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 얘기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깍두기"라는 단어는 정말 따뜻한 단어인거 같아요.
12/03/06 00:39
수정 아이콘
조..... 좋은 글이다!!
겨울愛
12/03/06 01:41
수정 아이콘
짧고 굵은 좋은 글이네요. 추천 꽝 누르고 갑니다.
천마도사
12/03/06 09:49
수정 아이콘
아 이런 짧고 아름다운 글이라니요!! 추천을 한번 밖에 할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ㅠㅠ
임시닉네임
12/03/06 10:0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정말...
12/03/06 10:57
수정 아이콘
추.게.로!

깍두기 출신 카페 만들면 미어 터질듯...

깍두기 카페에서도 설마 왕따하고 그러진 않겠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80 게임 속의 한국인 캐릭터들 [37] 눈시BBver.219093 12/03/17 19093
1379 포켓몬, 좋아하시나요? [24] 레이10914 12/03/16 10914
1378 픽업과 연애 #7 여성들은 공감을 원합니다. [27] Love&Hate13916 12/03/15 13916
1377 [잡담] 주난이대(二代)... [5] 언뜻 유재석7028 12/03/15 7028
1376 이번 시즌 프로리그 활약도 점수 [40] 운체풍신11815 12/03/15 11815
1375 그림을 그려봅시다. [31] Love&Hate10694 12/03/14 10694
1374 과거는 아름답다 [27] 눈시BBver.29459 12/03/14 9459
1373 나는 왜 전문가의 길을 포기했을까 [29] 최강희남편11196 12/03/12 11196
1372 이승엽은 병역브로커 인가? [38] Since199914677 12/03/10 14677
1371 올시즌 K리그 시스템에 대해서 [83] 달리자달리자8983 12/03/09 8983
1370 새벽 5시 [5] XellOsisM7949 12/03/09 7949
1369 픽업과 연애 #6 이 여성은 저에게 호감있나요? [26] Love&Hate21558 12/03/08 21558
1368 LoL의 장르명은 과연 무엇인가? dota-like? AOS? [28] 에어로8579 12/03/08 8579
1367 픽업과 연애 #5. 전 쉬운 여자가 아니랍니다. [22] Love&Hate16277 12/03/06 16277
1366 군단의 심장에 거는 기대 [37] 김연우10689 12/03/07 10689
1365 은혜로운 나라 일본 [209] happyend16049 12/03/06 16049
1364 버스 손잡이, 엄마 손잡이 [31] PoeticWolf8353 12/03/06 8353
1363 왕따와 깍두기 [44] Zeegolraid10308 12/03/05 10308
1362 세계 야구 역사상의 승부조작, 그 선례를 통해 한국 야구가 다시 살아나길... [9] SMINT10804 12/03/05 10804
1361 픽업과 연애 #4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57] Love&Hate17925 12/03/05 17925
1360 [생활툰] 두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30] 본호라이즌8753 12/03/04 8753
1359 왜 아이들은 상납의 고리에 빠져든 것일까? [12] happyend8974 12/03/02 8974
1358 [LOL] 서포터 잔나의 A to Z # 2/2 [36] LenaParkLove8660 12/03/01 866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