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11/02 23:26:47
Name sungsik
Subject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어야한다. 한국 홍보의 문제점.
미국에서 4년 조금 넘게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세계 곳곳을 많이 여행했다라고 자부하진 못하지만 외국인(최소한 미국인)에 대한
제가 이해하는 정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네요.

실제 한국관광의 장점부터 말씀드리면,
첫 번째는 홍콩같은 쇼핑관광의 잇점을 가지고 있고
두 번째는 드라마등으로 인해 일본이나 동남아 지역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줬다는 겁니다.

실제 한국인 관광 수입의 상당수가 저 두 가지로 인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두 이유가 우리 입장에선 그렇게 달갑지는 않지요.
두 번째는 그렇다쳐도 첫 번째는 문화적인 이유가 거의 제로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전 그게 어때서? 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사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이런 습성은 관광뿐 아니라 음식에서도 보이는데요.
진짜 한국이 꾸준히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김치'.

이거 일본에선 먹힐 수 있습니다. 많이 양보해서 아시아 지역은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짜 원하는 서양 지역에선....특히나 미국에선 제로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정말 매력없는 음식입니다.
아무리 김치가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라할 지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과감하게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진영 씨가 예전에 그런 말을 했지요.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게 아니라 세계적인 게 세계적인 거라고요.
정말 세계적인 걸 만들려면, 그건 반드시 한국을 상징하는 어떤 것이어야만 해. 라는 강박관념을 버려야한다고 봅니다.

음식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서양인은 동양음식에 대한 맛을 거의 모릅니다.
무엇이 맛있는 건지 무엇이 맛 없는 건지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게 음식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분위기등이지요.

일본 초밥이 미국에서 인기지만 초밥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먹는 미국인?
진짜 10%나 될까요.. 일본에 대한 이미지, 초밥의 이미지 때문에 먹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한국의 김치? 일단 냄새가 너무 강합니다. 그리고 김치는 엄밀히 말해 side dish이고오.
먹기도 전에 이미 거부감부터 드는 음식이고 그것 자체가 식사가 될 수 없으며,
특히 맛이란 것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이 거부감을 없애는 건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즉, 이 거부감이 없어진다면 받아들일 순 있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소모적이지요.

차라리 개인적으로 서양인들에게 은근히 먹힐 게 저는 한정식이 아닐까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이 적고 하나하나의 양이 많지 않으며 다양하고 모양적으로 예쁘니까요.
마치 우리가 이태리 코스요리를 먹는 것과 비슷할까요?
그러면서 아주 이국적인 느낌까지 나니까요. 물론 그것을 외국에서 현지화시키는 작업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김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관광을 보면... 사실 관광 성공포인트라는 게 우리는 너무 평범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무엇이냐. 물어보면 한국에 살았던 대부분의 미국인이
산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에선 진짜 어디를 가도 산이 많이 있습니다. 수도 중심에 산이 있고 내가 전국 어디있든 한 번 둘러보면 산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너무나 평범해서 인지조차도 못하는 게 그들에겐 너무 신기해보이는 거구요.
한국에서 10년정도 대학강사를 하셨던 한 미국인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한국의 산이 그립다라고 하더군요.

또 하나 한국 관광의 문제점은 너무 강압적이라는 겁니다.
한국에 왔으면 이건 봐야하고 저건 봐야하고..
그리고 그 봐야하는 건 대부분이 무조건 한국적이고 한국 문화에 관련되어야한다는 것.
솔직히 외국인 입장에선 지칩니다. 이건 한국에 관련된 모든 홍보의 문제점이고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건 우리의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것을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드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냐는 그들의 몫인 거고요.

그 선택이 우리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습니다.
전혀 한국적이지도 않을 수 있고 보여주기 창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한국 전체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하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한국에 종속된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거지요.

해군이라 세계 곳곳을 다닌 한 미국인 대학 교수가 10년전 한국에 갔었는데 부산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전 부산. 잘 모르겠다. 건물이나 시설이 좀 지저분하기도 하고 너무 정돈되지 않은 도시 아니냐..
그러니 그 교수가 건물이나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좋았던 건 부산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좋아 부산이 좋은 거지 건물이 예뻐 부산이 좋은 게 아니다. 라고 하더군요.
뭐랄까..그러니 제가 한 그 발언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저 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들이 나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의 그 강압적이고 이것이 정답이며,
그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그 사고방식이 한국 홍보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드는 외국인이 찍은 한국 영상입니다.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Do You Know South Korea? from David Dutton on Vimeo.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03 23:48)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1/11/02 23:29
수정 아이콘
하나하나 맞는 말씀이라고 봅니다.
눈시BBver.2
11/11/02 23:30
수정 아이콘
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외국에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거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 보면 되는 문제일까요? 흐음...
잘 읽었습니다 ^^
11/11/02 23:35
수정 아이콘
자기 전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굉장히 공감이 가네요.
11/11/02 23:40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그리고 아래영상은 정말 강력추천합니다.
한국인임에도 여행 엄청 가고싶게 만드네요.
엄청 자연스럽고..

한국여행 제대로 하고 가신 분들이네요 으아.
SoLo_GoM
11/11/02 23:55
수정 아이콘
으아 정말 아래영상 정말 너무좋네요!!!!

우리문화 우리먹거리 우리건물......
따로따로 놓고 보는게 아니라 다 합쳐놓고 보는 사람사는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요
11/11/02 23:58
수정 아이콘
비디오 강추입니다!
sisipipi
11/11/03 00:03
수정 아이콘
비디오 강추입니다!(2) [m]
11/11/03 00:0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 보고 갑니다^^
결국은 사람이 다 비슷한거 같아요. 사실 한국적이라고 포장해서 외국에 홍보하려는 것들은 정작 우리에게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반면, 밑의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제가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와아, 한국 뭔가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구나..... 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이런 부분들을 잘 잡아내서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뭐든지 자연스러운게 좋은것 같아요.
11/11/03 00:3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저도 글쓴이처럼 수요자가 원하는것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알고리즘으로 풀어보자면,
1. 많은이들이 어떤것을 원하지만 그것은 추상적인 관념일뿐 아직 누군가도 공급하지 못했다.
2. 누군가 원하는것을 만들어 냈다. 잘 팔린다. 그런데 뭔가 2프로 부족하다.
3. 제대로 된 걸 만들어 냈다. 기똥차다. 겁나게 잘 나간다.
4. 앞으로 얘네 물건 자주 사줘야겠다.

이렇게 해서 나온것이 공산품의 대표적 상품이 아이폰이라면, 문화상품으로는 본문에서처럼 한국의 저비용 고효율 쇼핑, 한류를 들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최고의 상품을 더 개발해서 아이폰 3, 아이폰 4를 만드는것처럼 쇼핑 2, 한류 2를 만들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려는 생각을 해야죠.
공급자 입장에서 이거 잘 팔리겠네 하고 상품 만들어 히트치려면 일단 물건이 기똥차야 합니다.
못된고양이
11/11/03 00:42
수정 아이콘
비록 음식 관련 다큐들에서 본 내용이지만
한정식을 현지 입맛에 맞춰준 고급 한식식당이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김치는 한정식의 일부로 자리잡게 하고 한정식을 밀어줬으면 좋겠네요.
11/11/03 00:45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아직도 자게에 있나요? 에게에나 가세요.
흑백수
11/11/03 00:58
수정 아이콘
10월에 너무 열심히 일해서, 다음 주 금요일에 월차쓰고 온천이나 좀 갔다올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래 영상보니까 갑자기 지리산 가고 싶어지는 맘이 팍팍드네요. 여딜갈지 생각 좀 해봐야겠쑵니다~
이아슬뿔테를벗을때
11/11/03 01:03
수정 아이콘
너무 좋네요..우리강산 푸르게~~(?)에게에서 뵈요^^*
새강이
11/11/03 09:05
수정 아이콘
옳습니다 이렇게 외국에서 사신 경험 있으신 분들의 의견을 적극받아들여 이런 국가홍보문제에서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
왼손잡이
11/11/03 13:58
수정 아이콘
저도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동영상 진짜 끝내주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143 (10)최근 하이브 이후 테저전의 핵심에 관하여. [20] ipa9280 10/01/11 9280
1142 업무 인생을 획귀적으로 바꾸어줄지 모르는 윈도우용 프로그램 3종 (+사족) [34] UMC10037 11/11/07 10037
1141 다단계 피해 예방 혹은 ‘Anti’를 위한 글(+링크 모음) 本(본) 편 : 미팅Ⅱ [4] 르웰린견습생9211 11/11/06 9211
1140 배팅장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다. [16] 헥스밤10593 11/11/05 10593
1139 왜 종교인가? [111] 글장9547 11/11/05 9547
1138 (10)이영호 vs 김윤환 관전평 [25] fd테란12972 10/01/03 12972
1137 (09)[인증해피] 피지알 2009년 활동을 정리하며... [28] 해피9665 09/12/28 9665
1136 (09)MSL을 위한 조언 [26] becker8505 09/12/11 8505
1134 적的은 가까이에... [32] PoeticWolf7953 11/11/04 7953
1133 [영상] Dear. 이현주... [7] 염력의세계8606 11/10/29 8606
1132 경험자가 바라본 무상급식관련 의견입니다. [18] Kemicion7433 11/11/04 7433
1131 [야구] 2011 시즌 <프로야구> 팀별 성적 + 선수별 성적 총정리.. # 1 [17] k`6684 11/11/04 6684
1130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어야한다. 한국 홍보의 문제점. [15] sungsik7813 11/11/02 7813
1129 (09)고백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 [42] Love&Hate12829 09/12/09 12829
1128 (09)내가 진짜로 듣고 싶었던 말 [23] 키큰꼬마8745 09/12/04 8745
1127 (09)멀어지는 과정. [17] 50b7638 09/11/19 7638
1126 왕자의 난 - (1) 조선의 장량 [10] 눈시BBver.28674 11/11/02 8674
1125 다단계 피해 예방 혹은 ‘Anti’를 위한 글(+링크 모음) 本(본) 편 : 초대Ⅰ [4] 르웰린견습생7855 11/11/01 7855
1124 한미 FTA에 대해 알아봅시다. [92] Toppick11285 11/10/29 11285
1123 (09)[고발] 데일리e스포츠, 그들이 묻어버린 이름 '위메이드' [60] The xian16205 09/11/08 16205
1122 (09)라이터가 없다. [7] kapH7509 09/11/03 7509
1121 고려의 마지막 명장 - (5) 폐가입진, 해가 이미 저물었구나 [5] 눈시BBver.27691 11/10/26 7691
1120 꿈은 조금 멀어지고 죽음은 조금 가까워진. [19] 헥스밤9716 11/10/11 97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