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3/05/09 17:28:35
Name 이선화
File #1 탐리엘2.jpg (196.3 KB), Download : 14633
Subject [PC] 정치적 올바름과 스카이림


(탐리엘의 지도)

1. 정치적 올바름

요즘 게임이나 미디어계에서 가장 핫한 주제를 하나 꼽자면 정치적 올바름(PC)일 것입니다. 정치적 올바름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아젠다 그 자체에는 모두 동의를 하시겠지만, 최근의 PC운동은 흡사 페미니즘처럼 과도하게 교조되고 억지로 끼어들어가서 완성도를 낮추고 있다, 라는 게 최근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판의 핵심이겠죠. 저도 일정부분 이런 시각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실례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죠. (비록 아직 개봉되지도 않았지만) 인어공주나, 오버워치 등등등. “PC가 게임을 망친다” “PC가 컨텐츠를 망친다”라는 비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잘 만든 PC”라면 오히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그 실례로 가져올 게임이 바로 제목에서도 나오듯 베데스다 소프트웨어의 2011년 작 게임,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 입니다.

자기 자신을 게이머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는 사람보다 확실히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스카이림보다 “확실히 몇 걸음 앞서는” 판타지 오픈월드가 있냐? 라고 한다면 쉽사리 대답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무척 모드에 친화적인 게임이기에 아직도 수명이 남아있는 게임이기도 하지요. (그게 엘더스크롤 6의 발매를 결과적으로 늦추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요 흑흑.)

게임의 메인스토리는 전형적인 영웅신화를 따라갑니다. 자신이 영웅인지 몰랐던 주인공은 어떠한 계기로 자신의 영웅성을 깨닫고, 세계를 집어삼키는, 과거에서 돌아온 종결자를 상대로 나아가 세계를 구하지요. 하지만 주인공이라는 영웅, 드래곤본이라는 과거에 예언된 구세주가 나타나는 시대의 스카이림 지방의 정치적 상황은 흥미롭습니다.


2. 스카이림 이전의 세계관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기 전에, 세계관에 대한 부연설명이 조금 필요하겠습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무대는 탐리엘이라는 대륙으로, 이 대륙을 제국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국가가 봉건제로서 각 지방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통치력은 중앙의 시로딜에만 미치고, 나머지 지방은 각각 제국에 충성하되 자치를 누립니다. 그런데 악신이 탐리엘을 침공합니다. 지옥문을 열어서 악마를 풀고, 황제는 물론이고 제국의 후계자를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암살하는 데 성공하죠. 이것이 엘더스크롤 4편의 시작입니다.

엘더스크롤 4편에서, 제국의 마지막 남은 후계자는 4편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황위에 등극하고 대륙에 강림한 악한 신을 무찌르기 위해 자신을 선한 신의 화신으로 탈바꿈시켜 영원히 악신을 추방하고 사망합니다. 탐리엘은 이제 악신에게서 영원히 안전하게 되었지만, 그 대가는 컸습니다. 제국의 황위는 끊겼고, 제국 황제의 정통성을 상징하던 아티팩트도 이 과정에서 파괴되었습니다. 지방의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시로딜 북동쪽의 모로윈드에서는 반신의 힘으로 떠 있던 운석이, 3편의 사건으로 세 반신 중 두 반신은 죽고, 한 반신은 은둔하게 된 끝에 낙하하여 화산이 폭발해 망가졌습니다. 남서쪽에서는 하이엘프 족의 알드메리 자치령이 제국의 구원병 없이 악신의 침공을 막아낸 덕에 반제국파로서 정치력을 획득하고, 남서쪽의 발렌우드와 남쪽의 엘스웨어를 병합하며, 제국의 섭정을 암살해 제국을 내전으로 밀어넣었습니다. 남동쪽의 블랙마쉬는 모로윈드가 큰 타격을 받자 독립을 선언하고 모로윈드로 진군해 모로윈드를 병합했습니다. 해머펠은 내전으로 시끄러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시로딜의 내전은 타이투스 메데라는 장군이 수습하여 제 4제국을 개창했지만, 제국에게 온전히 남은 것은 제국 본토인 시로딜 지방과 스카이림, 하이락 지방 뿐이었습니다.

알드메리 자치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국을 공격합니다. 제국의 황제에게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내세워 침공합니다. 제국의 수도는 함락되고, 제국은 멸망의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잊힌 영웅의 활약으로 제국은 알드메리 자치령과의 전투에서 승리합니다. 그러나 역시 그 대가는 컸습니다. 피해가 너무도 컸던 나머지 제국의 황제는 처음 알드메리 자치령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를 백금조약이라고 하는데, 여러 조항이 있지만 핵심은 탈로스 숭배 금지와 해머펠 남부의 양도였습니다. 당연히 해머펠은 격분했고, 제국은 해머펠을 제국에서 쫓아냈습니다. 제국에게 남은 것은 이제 스카이림과 하이락뿐이고, 스카이림이 없다면 하이락과는 단절되어 제국의 영토는 사실상 시로딜만 온전히 남는 셈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탈로스 숭배 금지였습니다. 탈로스는 스카이림의 주민인 노르드 족의 영웅신으로, 3제국의 태조입니다. 인간으로서 신성을 획득한 디바인인데, 3제국의 태조라는 말에서 예상하셨겠지만 그 덕에 스카이림은 3시대 내내 제국의 가장 큰 우군이었습니다. 그런데 명분상으로는 엘프족으로서 인간이 신이 되었다는 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부차적으로는 스카이림과 제국 사이를 분열하기 위해서 내건 탈로스 숭배 금지는 그 의도대로 스카이림을 내전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처음에는 스카이림도 이것이 탈모어와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잠시 굴욕을 감내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큰 반발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도 제국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알드메리 자치령에서 특파한 요원들이 스카이림에서 탈로스를 숭배했다는 이유로 즉결처형하고, 압송하는 동안에도 제국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약 25년간 이 상황은 이어져왔다가, 마침내 폭발합니다. 울프릭 스톰클락이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스카이림은 탈모어의 것도, 제국의 것도 아닌 노르드 족의 것이다”라는 기치를 내건 스톰클락 반군이 결성된 것입니다. 제국은 이에 이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툴리우스 장군을 파견하고, 기습으로 울프릭 스톰클락과 스톰클락 병사들, 해머펠으로 달아나려던 말도둑, 그리고 국경을 넘으려던 넝마를 입은 추레한 행색의 노르드를 잡아 사형장으로 이송합니다. 울프릭의 목을 자르려던 그 순간, 전설속의 드래곤, 세계의 포식자 알두인이 나타납니다. 세상을 삼켜 멸망시키는 고대의 드래곤. 희망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엘더스크롤에 예언된, 알두인이 돌아왔을 때 이를 무찌를 최후의 드래곤본.


3. 스톰클락, 윈드헬름, 인종차별, 난민.

기나긴 부연설명이었습니다만, 이것이 스카이림 시대의 스카이림 지방의 정치적 상황입니다. 이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스톰클락의 기치가 “스카이림은 노르드 족의 것이다”에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적인 기치로 일어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민족간의 차별이 드러날 수밖에 없죠.

게임 내에서, 반군의 본거지인 윈드헬름으로 처음 들어가면 바로 이런 상황이 나타납니다. 두 명의 노르드인이 도시 내에 거주하는 던머(모로윈드의 선주민으로, 다크 엘프입니다)에게 “너희들은 전쟁에서 우릴 돕지 않고 있다. 제국의 첩자 아니냐? 여기는 노르드 족의 도시다”라며 겁박합니다. 던머들은 윈드헬름의 가장 구석진 곳, 가장 더러운 곳에 게토를 형성하고 모여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향인 모로윈드가 화산 폭발로 사람이 살 곳이 못 되자 스카이림으로 도망쳐온 난민들입니다. 그림으로 그린 듯 전형적인 상황이죠?

일반적인 교조화된 PC라면 여기서 “노르드족은 나빠. 던머족은 피해자. 난민을 받는 것은 오로지 선한 것. 인종차별은 나쁜 것” 이라며 플레이어를 가르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스카이림에서는 어떨까요?

윈드헬름 내부에서는 한 알트머, 하이 엘프 상인이 있습니다. 하이엘프는 앞서 서술한 알드메리 자치령의 주 종족으로, 노르드 족에게 있어서는 불구대천의 원수나 다름없죠. 그런데 이 상인에게 “당신은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의외의 대답이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그랬지만, 여럿 친구를 사귀고 다소 굽히니까 받아들여주더라. 던머들은 자기들을 굽힐 줄 모르고 뻣뻣해서 그렇다.” 실제로 이 하이엘프 NPC에 대해서는 딱히 인종차별적인 이벤트가 있지 않습니다.

던머들이 모여사는 “게토”도 사정이 있습니다. 모로윈드로부터 밀려들어온 난민을 수용하기에는 윈드헬름은 크지 않았고, 남은 자리가 그곳밖에 없었던 거죠. 던머들 역시도 선하게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노르드 족의 물건을 훔쳐달라는 던머 NPC도 있고, 던머가 모여있는 주점에 노르드 캐릭터로 들어가면 노르드 족이라며 멸시하기도 하죠. 엄연히 내전 중인 스카이림에서, 그것도 반군의 본거지인 윈드헬름에서, 어떤 던머는 2층에 제국군의 갑주를 전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같은 외지인 처지인 아르고니안(도마뱀 수인 종족입니다)을 차별하고 있는 던머 난민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던머족의 원죄도 깊습니다. 모로윈드 지방에서는 버젓이 노예제도가 있었고, 노르드족을 노예로 부리기도, 동족을 노예로 부리기도 했습니다.

마치 현실처럼,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분명 인종차별은 존재합니다. 난민에 대한 차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스카이림은 단순히 여기서 “인종차별은 절대 악, 난민차별도 악, 이에 반대하는 너희들은 못 배운 사람”이라고 외치는 대신, 현실을 투영합니다. 모든 난민을 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난민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난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나, 그 차별이 혐오발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피치 못한 사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차별은 차별을 당하는 자들의 문제이며, 개인이 극복가능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차별 받은 사람들도 또 다른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는 원죄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보죠. 한 던머 NPC를 겁박하고 있는 두 명의 노르드 족의 차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나쁘다, 처벌해야 한다, 라고 단언하기에는 이제 어려워졌죠. 동의할 수는 없어도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제국의 편을 들 것이냐, 스톰클락의 편을 들 것이냐, 라는 롤플레잉에도 큰 도움을 주지요. PC가 PC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또한 게임 그 자체와 롤플레잉에도 깊이를 선사하는 것입니다.


4. 결론

PC가 본격적으로 주류로 나아가기 전에 만들어진 게임이라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베데스다와 토드 하워드의 개발철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일까요? 어찌되었든 저는 이 게임에서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은 회사의 후속작인 폴아웃 4에서도 모든 팩션에 대해 선악이 중첩적인 포지션을 설정한 걸 보니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는 생각이 듭니다. 폴아웃 4에서는, 결과물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요.

10년 전에도 스카이림을 즐기던 사람들이, 아직도 스카이림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 있죠. 베데스다 게임즈의 게임은 대체불가한 만큼, 엘더스크롤 6가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2018년에 엘더스크롤 6 티저 하나 딱 내놓고 5년동안 아무 얘기도 없는게 도대체 어떤 우주 갓겜을 만들려고..... 엘온이랑 폴76도 뚝딱 뚝딱 고쳐서 할 만한 게임이 되었다고 하니까 여전히 기대는 되는데 솔직히 트레일러 정도는 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토드야!!!! 스타필드 다음은 엘6 맞지???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게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11-05 00:1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5/09 17:34
수정 아이콘
엘더스크롤 6 (2018년 티저 영상 발표)
토드야!!!!!!!!!!!!!!!!!!!!!!!!!!!!!!
VanVan-Mumani
23/05/09 17:39
수정 아이콘
사실 엘더6 발표는 1도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블자가 폰없찐 사태로 나락가는거 보고 급하게 대충 트레일러 만들었다는게 정설...이죠...?
실제상황입니다
23/05/09 17: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뭐 처한 상황에 따른 각자의 입장을 반영하며 힘의 구도에 따라 상호작용이 달라지는 정치적 현실을 그리는 걸 pc라고 인식을 잘 안 하죠. 다양성이나 소수성을 강조적으로 긍정하거나 약자 보호 및 편견 조장 방지와 같은 "올바른" 메시지를 내세우는 서사를 pc로 인식하는 편이죠.
이민들레
23/05/09 17:52
수정 아이콘
엘더스크롤 보드게임 펀딩 들어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카롱
23/05/09 18:02
수정 아이콘
대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도시 입구에 쭈구려 앉아 물건 파는 고양이(카짓 종족)를 보고 처음에는 불쌍하다 왜 차별하냐라고 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약 공급상들이었죠 크크
이선화
23/05/09 18:06
수정 아이콘
은신 소매치기 자물쇠따기의 트레이너들이기도 크크크
ioi(아이오아이)
23/05/09 18:06
수정 아이콘
PC가 주류로 올라오기 전 게임이라서 그랬을 까요? 네 전 그랬을 거라 봅니다.

만약 스카이림이 똑같이 나왔어도, 지금 나오면 PC로 감점 되었을 꺼라 봅니다.
안아주기
23/05/09 18:43
수정 아이콘
반대로 올바른 PC의 표본으로 여겨졌을수도 있죠? 매드맥스처럼요.
ioi(아이오아이)
23/05/10 00:22
수정 아이콘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호라이즌 퀘스트 시리즈가 PC라는 소리를 들었고
트랜스젠더, 흑인, 동양계,게이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해리포터 레거시가 PC라는 들으며
논란이 된 지금의 시기에 올바른 PC의 표본?로 받아들일 확률보단

잘 나가는 프렌차이즈에 정치적 올바름 뿌리지 말고, 니들이 만들라고!! 라는 소리가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봅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3/05/10 00:41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이랑 말씀하신 것들은 궤가 다르지 않나요.
그렇게 냉소적으로 표현했으면 pc라서 감점은커녕 pc라고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듯.
그나저나 올바른 pc라니 예전부터 표현이 좀 웃기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pc라는 것 자체가 올바른 것일진데 올바른 정치적 올바름이라 크크
안아주기
23/05/10 07:29
수정 아이콘
정치라는 단어부터가 올바르게 다스리다라는 뜻이죠.
웃으시려면 정치적 올바름부터 웃으셔야...
실제상황입니다
23/05/10 12: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진지하게 따지는 것도 좀 웃깁니다만(안아주기님이 우습다는 것은 아니고 저 스스로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정치를 그렇게까지 단어적으로 풀어서 이해하고 쓰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올바른 정치라 그러면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올바른 정치적 올바름이라 그러면 누구나가 괴상함을 느끼죠. 물론 이걸 영어로 쓰면 또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요. 애초에 정확한 번역도 아니고 저도 진지하게 따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그 어감의 괴상함이 시사하는 바를 암시한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같은 거죠. 뭐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도 누나가 허락한 반페미나 성소수자가 허락한 반pc 같은 것에는 입꾹닫 하겠습니다만. 하긴 뭐 올바른 pc라는 말 자체가 그런 희화성을 의도하는 표현이기도 하겠지만요.
안아주기
23/05/10 12:18
수정 아이콘
어감상 웃길수는 있죠. 그래서 올바른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안하고 올바른 PC라고 하는거고
굳이 PC를 한국어로 해석하면서 웃기다고 생각하면 정치라는 단어 마저도 풀어서 웃긴상상해도 되고
실제상황입니다
23/05/10 12:24
수정 아이콘
한국어 해석은 굳이가 아니죠. 그런 한국어 해석이 널리 통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근데 올바른 정치라고 그러면 동어반복이라고 이상하다고 누가 그렇게까지 말하나요. 그렇게까지 단어적으로 풀어서 이해하고 쓰는 것은 pc의 한국어 해석, 즉 정치적 올바름이 통용되고 있는 것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특이하죠. 뭐 다시 말하지만 저도 진지하게 이걸 따지는 건 아니지만요. 그 괴상한 어감의 희화성이 시사하는 바를 암시한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아주기
23/05/10 12: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페미니즘말고 성평등을 이뤄야한다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 이유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말인즉슨 그만큼 요즘 외쳐대는pc는 올바름이 훼손되었다는거죠.
'정치'의 올바름이 훼손되는 만큼 바른정치라는 말이 떠오르듯이요.

그리고 본인도 인지하시지만 통용되는 해석이라고 그게 맞는말은 아니지않습니까.
실제상황입니다
23/05/10 12: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안아주기 님// 요컨대 pc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풀이를 거의 언제나 연상시킵니다. 따라서 올바른 pc라고 하면 동어반복을 느낄 여지가 크죠. 그러나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했을 때 정은 正과攴의 결합이니까 올바름이랑 동어반복 아닌가? 이렇게까지 풀어서 이상함을 느낄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 물론 '정치'나 '정치적 올바름'이나 올바르다는 뜻을 지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다른 차원의 어떤 개념을 의미하는 것이긴 하죠. 그러니까 저도 이걸 진지하게 따지는 것은 아니고 그냥 어감이 웃기다는 것뿐이고요. 정치적 올바름은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르니까요. 반면 정치는 따로 어떤 풀이를 연상시킨다기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워낙 공고한 표현이죠. 물론 안아주기님께서는 별로 안 그런 것 같은데? 하실 수도 있지만요. 그거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긴 한데 저도 맞는 말인지 아닌지 이걸 진지하게 따지는 것은 아니고요. 그 어감상의 괴상함이 시사하는 바를 암시한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뭐 위에서도 말했지만 올바른 pc라는 말 자체가 말씀하신 그런 어떤 문제성을 희화적으로 의도하는 표현이기도 하겠고요. 그러니 좀 우스워하는 반응도 뭐 그리 잘못된 반응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문제성을 역으로 생각하면 오빠가 허락한 페미, 누나가 허락한 반페미 같은 게 또 떠오르긴 한다는 것이고. 통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RapidSilver
23/05/09 18:09
수정 아이콘
제가 스카이림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이 흐로쓰가에서 회의하는 장면이랑 파서낙스와 대면하는 장면인데
두 장면 모두다 스토리상으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면서도 그 분기에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는 느낌이 참 좋았던것 같습니다.
플레이어가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론 특정 주제의식이나 방향성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스카이림 이후로도 좋은 오픈월드 게임은 많았지만, [미리 스크립트화된 서사][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밸런스가 스카이림만큼 적절했던 게임은 아직까지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선화
23/05/09 21:57
수정 아이콘
이건 확실히 토드의 개발철학인데, 게임 내의 텍스트들도 모두 믿을 수 없지요. 어디서는 아카토쉬와 알두인이 동일하다는 책이, 다른 책에서는 그렇게 동일하다고 보는 놈이 멍청하다고, 잘 구분할 수 있다는 책이. 대전쟁에 대해서는 제국측의 기록과 탈모어측의 기록이 서로 교차되어서 현실의 역사학처럼 사료검증이 필요한... 게임 내의 NPC의 발언도, 텍스트도 전부 믿을 수 없지요. 게임 내에서 확고하게 진실로 결정된 것은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로서 직접 경험한 것뿐인데, 그래서 더더욱 [내가 만들어내는 세계]라는 생각이 깊어지는 게 아닐까 합니다. 분명 스크립팅 되어있는 ORPG인데, 좋은 마스터와 괜찮은 시나리오를 따르는 TRPG를 하는 느낌을 받는...
겨울삼각형
23/05/09 18:11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과 유사하게 나쁜것vs나쁜것 의 선택만 있는 위쳐 게임의 경우도

이러한 정치적갈들이 잘 묘사되어 있죠.

물론 그걸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었더니


할많하않

하아..
크로플
23/05/09 18:27
수정 아이콘
게임은 아니지만 주토피아가 PC 문제를 아예 각잡고 다루면서도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도 양측 입장을 각각 잘 다루고 있다는 점이 좋았거든요.
스카이림은 아직 못해봤지만.. 비슷한 속성을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서 응원댓글 남깁니다.
이선화
23/05/09 19:21
수정 아이콘
주토피아도 좋아합니다. PC도 결국 수단에 불과하고 화합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게 아니라 입장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요즘은 너 내 편 아니니까 이해할 필요 없어 내가 무조건 옳아 그게 더 많은 것 같네요. 비슷한 의미에서 개그 유튜브긴 하지만 한사랑산악회도 그래서 좋아합니다. 그냥 재미있는 게 아니라, 시끄럽고 무례하다고만 생각되는 중장년층의 그런 모습을 비교적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서 제 개인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Lord Be Goja
23/05/09 18: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옛날에 조금 해본 게임이라 기억이 희미 하지만

스카이림의 대부분의 팩션 이벤트에서 그 팩션에 광신적으로 몰입하는 인물들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면이 묘사되있던걸로 기억합니다.울프릭이나 블레이드는 물론 노부부를 별이유도 없이 죽인 암살자길드 광대라던가,아티팩트인지 보물인지에 집착한 도둑길드 거물등..

신념에 눈먼자들의 추한모습들을 잘 보여주는 거 같아요


어떤 주의를 설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저런 요소가 눈에 거슬릴수밖에 없을겁니다.사람들이 내말을 듣고 우리의 도구가 되는게 중요하지 ..내 상대도 사람인데 하면서 사상보다 먼저 인간성을 지키려고 고민하는건 마음에 안들죠.
23/05/09 18:38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 특 :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다 나쁜짓을 하나씩은 했음
23/05/09 18:58
수정 아이콘
워낙 옛날게임이라 이제는 기억이 좀 희미하긴 합니다만 개인이나 집단의 다양한 면을 조명하던 건 전작인 오블리비언 시절에도 약간 보이긴 했습니다. 다만 오블리비언의 경우 메인스토리 라인 상 선악 구분이 확실했던 터라 이런 부분은 사이드퀘스트나 길드퀘 로컬퀘 등 곁다리로 다루어졌었는데 스카이림은 이걸 본격적으로 주요 스토리에 집어넣기 시작했죠.

실제로 크바치의 영웅에 대해 스카이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행보가 다크 브라더후드 도둑길드에서 일한 게 공식으로 확인되는데 이쪽 사이드퀘는 온갖 악성향 퀘스트가 판을 치는 루트입니다 크크크

아마 분량상 쳐내신 거라고 추측합니다만 사족으로 에이드라(나인 디바인)은 선신 성향이 강하긴 한데, 데이드릭 프린스들이 무조건 악신은 아니긴 합니다. 오블리비언의 주적인 데이건은 뭐 빼박 악신에 가깝긴 한데 아주라나 메리디아 등은 마냥 악한건 아니긴 하죠(그렇다고 선신이냐 하면 그것도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이선화
23/05/09 19:26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분량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크크크... 사실 나인 디바인이 선하다고만 할 수는 없고 백금조약이 생겨서 나인 디바인이 에잇 디바인이 되었는데 이건 사실 임페리얼 교단이고 종족마다 신도 다르고 신화도 달라서 아카토쉬랑 알두인은 같은가? 아닌가? 등등등... 이쯤 되면 무슨 세계관 나무위키가 되는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본문의 대전쟁 설명도 쓰면서 솔직히 좀 길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23/05/09 19:02
수정 아이콘
제가 오픈월드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긴 한데 스카이림은 제 인생에서 가장 제일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 중 하나로 꼽습니다
과연 베데스다에서 보여줄 스타필드는 어떤 게임일지 기대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류지나
23/05/09 20:21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 정말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바닐라로는 정말 끝도없이 물고뜯고 했던거 같은데, 요즘은 바카이림 모드로 하니까 또 새로운 맛이...
만찐두빵
23/05/09 20:28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 바닐라도 엄청하고 모드질해서도 엄청했죠.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 제외하고 최고 갓겜이라고 생각합니다.
23/05/09 21:36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이 출시된 2011년엔 서구권이 PC에 찌들지 않았으니까요. PC하면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라스트 오브 어스도 1편만 보면 PC질 전혀 1도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DLC나오면서 엘리 레즈 설정 붙이고 맛이 간거지...

요즘 나왔으면 다른 게임들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OneCircleEast
23/05/09 21:51
수정 아이콘
푸쓰로다!!!
라라 안티포바
23/05/09 22:55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 정말 재밌죠.
스카이림같은 게임 어디없나? 하고 찾다보면
결국 그냥 스카이림하게되있음...
23/05/10 02:02
수정 아이콘
???: 그러니까 스카이림에 다른 걸 넣으면 되잖아?

그래서 에로까지도 포용하는 플랫폼이 되어 버린 스카이림….
João de Deus
23/05/09 23: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엘더스크롤은 초창기부터 쭉 그래왔긴 했죠 비단 정치적 올바름 담론을 넘어 게임 자체가 열린 구성..

주입식 세계관 강요 대신 믿을 수 없는 저자들의 입을 빌려 저마다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로어들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거폴의 드래곤브레이크 엔딩

지금까지도 모로윈드를 시리즈 최고작이라 외치는 팬층을 만든 모로윈드의 전통적인 영웅서사 뒤틀기...


울티마 시리즈의 리처드 개리엇이 한평생 가상현실의 구현을 꿈꾸며 오픈월드와 샌드박스 탄생에 일조했는데

여타 오픈월드 게임들이 단순히 넓은 구획이라는 디자인만 뽑아먹은 것과 달리 엘더스크롤은 (약간의 부침과 실책은 있었지만) 이 가상현실의 구현을 나름 계승하는데 성공한 유일한 RPG죠

뭐 '정통'이라는 표현 참 웃기긴 한데 정통 서양 RPG의 적자를 꼽자면 무조건 엘더스크롤이라 생각합니다
데이나 헤르찬
23/05/10 00:24
수정 아이콘
베데스다는 딴거보다도 본문에 쓴거랑 벌레 모델링은 업계 탑이죠 그냥 크크크크크
23/05/10 13:24
수정 아이콘
베다스다는 아무리 못생기게 만들어도 생긴걸로 pc논란은 안생길듯
엘든링
23/05/10 13:27
수정 아이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램인데 엘더6나 폴5에선 현대 미국의 모순을 더 적극적으로 다뤄줬으면 합니다.
항상 옳다고 교육받고 그렇게 믿어왔던 정치체계가 갈등을 제어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 중산층의 몰락, 베테랑들의 PTSD, 극단주의자들의 발호, 적대국들이 대놓고 여론 분탕치는데도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 등등
데이나 헤르찬
23/05/10 23:42
수정 아이콘
사실 그쪽은 GTA 6가 더 잘할거 같긴 한데 말입니다.
지금도 판타지 세계에서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접근하지 않은 최대치로 잘 녹여냈다고 생각해서...전작들에서도 현대 미국 비판은 주요 제작자가 영국인이던 GTA가 더 찰진 편이었죠
23/05/10 14:39
수정 아이콘
지금 다이렉트 게임즈에서 스카이림 스페셜 에디션 9900원입니다 츄라이 츄라이
고기반찬
23/05/10 18:13
수정 아이콘
그 던머 비웃는 윈드헬름 알트머 누나도 알트머 도적단이랑 손잡고 장물 팔아먹으면서 기반 잡은 캐릭터죠. 딱히 정당한 방법으로 자리잡은 것도 아닌데다 레알루 탈모어 스파이라는 썰도 있어서...
케이사
23/05/11 11:35
수정 아이콘
모로윈드 때도 그렇고 진짜 설정풀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시리즈라 생각합니다. 진짜 이 게임 설정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추천게시판을 재가동합니다. [6] 노틸러스 23/06/01 30194
3733 (장문의 넋두리) 헤어짐은 언제나 슬픕니다. [19] 다시마두장5076 23/05/30 5076
3732 팀켈러 목사님이 지난 5/19 소천하셨습니다 [61] Taima4713 23/05/29 4713
3731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현실과 한계 [105] 퀘이샤4737 23/05/27 4737
3730 [LOL] DRX 스킨 공개기념 2022 DRX 롤드컵 서사 돌아보기 (약간스압) [25] 종말메이커4453 23/05/27 4453
3729 아기가 너무 이쁘네요 [112] 보리차4661 23/05/25 4661
3728 [PC] 가정의 달 기념 삼국지 조조전 모드 이야기 [46] 손금불산입13510 23/05/24 13510
3727 전기차 1달 타본 소감 [111] VictoryFood13871 23/05/21 13871
3726 나의 주식투자답사기, 손실로 점철된 짧은 기록 [58] 숨결12775 23/05/18 12775
3725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 수학과외하면서 느낀점 몇가지 [88] 오타니13092 23/05/17 13092
3724 [역사] 그 많던 아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떡볶이의 역사 [48] Fig.112916 23/05/17 12916
3723 [똥글] 사도세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50] TAEYEON15485 23/05/15 15485
3722 비혼주의의 이유 [75] 소이밀크러버16002 23/05/15 16002
3721 아주 소소한 취미.jpg [37] 아스라이15307 23/05/13 15307
3720 [PC] 정치적 올바름과 스카이림 [40] 이선화14987 23/05/09 14987
3719 사진40장.jpg [45] 이러다가는다죽어15126 23/04/18 15126
3718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번역(의역) - 1부 [36] 김유라13703 23/05/08 13703
3717 요리는 아이템이다. [49] 캬라13241 23/05/06 13241
3716 (스포) 전지(全知)하면서 전능(全能)할 수 있을까? [51] 마스터충달13168 23/05/05 13168
3715 아내 이야기 1 [41] 소이밀크러버13178 23/04/25 13178
3714 [역사] 평양냉면 vs 함흥냉면 / 냉면의 역사 [70] Fig.113002 23/04/20 13002
3713 40대 중반. 인생 2라운드의 두려움. [48] 한글날만기다려15870 23/04/24 15870
3712 정신재활중인 이야기 [8] 요슈아14432 23/04/24 1443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