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0/08/08 04:18:32
Name OrBef
Link #1 https://theoatmeal.com/comics/believe
Subject [번역][이미지 다수]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마 믿기 조금 힘들 거야.
정치에 과몰입한 사람들 (이 사람들이 벌이는 행각을 생각해보면 이것도 아주 순화한 표현입니다) 때문에 요즘 많이들 피곤하시죠. 이런 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버블 속에 갇혀있기 때문에 소통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이들 하는 이야기라서 사실 새로운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아래 만화는 그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조금 더 차분하게 풀어나갔기에 한번 공유해봅니다. 그 분들하고 소통하기 힘들다면 우리라도 그러지 말아야 하니까요. 처음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꽤 오래전 만화입니다. 그림체가 약간 독특한 사람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영어가 불편하지 않으신 분들은 그냥 아래 링크로 가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theoatmeal.com/comics/believe

아래는 각 이미지 아래에 번역을 붙입니다.
2.png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를 하나 해줄 거야.
어쩌면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어.
뭐 괜찮아
그럴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설령 내 이야기가 너의 가치관과 잘 맞지 않더라도 일단 끝까지 들어보길 바래.

3.png
니가 리버럴이든 보수든  중도파든 상관 없어.
니가 개를 좋아하든 고양이를 좋아하든, 설령 타란튤라를 좋아하든 상관 없어.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아이폰을 좋아하든 안드로이드를 좋아하든
코카콜라파든 펲시파든
다 상관없어. 
단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달라는 거야.

4.png
오케이? 
좋아 그럼 시작하자.

2_1.png
아마 너는 조지 워싱턴은 나무 이빨을 가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거야.
(조지 워싱턴): (영어 말장난)
[주: 조지 워싱턴은 미국 우파 사이에서는 신성 불가침의 존재같은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상상하시면 되겠네요]

2_2.png
워싱턴은 젊었을 때 이빨이 다 빠져서 나무로 된 의치를 썼다는 거지.
건국의 아버지이자 독립 전쟁 최고 사령관이 나무 이빨을 써서 햄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상상해봐. 좀 그로테스크하지?
(조지 워싱턴): 한 입 나눠줘?
근데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야.

2_3.png
2005년 미국 치과 박물관에서 워싱턴의 틀니를 분석해본 결과, 이건 나무가 아니라 금, 납, 하마의 상아, 말과 당나귀의 이빨등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 동물들 입장에서는 악몽같은 모습이었겠지.
[주: 여기서 작가는 근거 링크를 세 개 제공합니다]

2_4.png
자, 그럼 이제 너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하나 알게 되었으니 하나 물어볼께.
기분이 어때?
나는 하나의 주장을 펄쳤고, 근거를 제시했지. 그리고 모르긴 해도 아마 너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 주장에 동의했을 거야.
이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으니 다음번에 친구들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퍼뜨릴 수도 있겠지.
동의해?
좋아 그럼 계속 해보자고.

2_5.png
아까와 달리, 만약 내가 워싱턴에게는 또 하나의 틀니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너는 기분이 어떨까?
상아나 금 따위가 아니라 다른 재료로 만든 틀니 말야.
노예들의 이빨을 모아서 만든 틀니.
[주: 여기서 또 근거 링크를 세 개 제공합니다]

2_6.png
자 이번에는 기분이 어때? [주: 워싱턴을 상상하시면 안되고 박정희의 새로운 치부에 대해서 들은 보수 아재의 심정을 상상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반대로 문재인의 치부에 대해서 들은 진보 아재의 심정을 상상하셔도 되겠습니다. 이 만화는 보수나 진보를 지지하기 위한 만화가 아닙니다]
아까보다 거부감이 좀 더 드나?
여기서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하나 확실히 해둘게. 
난 지금 워싱턴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야. 
그동안 워싱턴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모아놓은 자료들이 조금 있는데, 여기서 증거들을 체리피킹하면 얼마든지 워싱턴을 신적인 존재로 묘사할 수도 있고 악마같은 놈으로 묘사할 수도 있어. 애국자로 만들 수도 있고 괴물같은 놈이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어.
근데 그런 것은 내 이야기와 아무 상관이 없어. 
내가 워싱턴 에피소드를 이용해서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어떤 것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어떤 것은 굉장히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야.
워싱턴의 첫번째 틀니 이야기는 받아들이기에 어렵지 않았지? 
모르긴 해도, 내가 근거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어도 너는 아마 내 이야기를 그냥 믿었을 거야.
하지만 두번째 틀니 이야기를 본 사람들 중 상상수는 아마 엄청 분노하면서 내 근거 링크들을 클릭해봤을 거고, 나름대로 자료를 수집해서 이 만화 아래 코멘트란에 반박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야.
(만화, 분노한 독자): 니 가치관 따위는 개나 주라고 해!
뭐 괜찮아. 사람은 원래 그렇게 동작하게 되어 있으니까.

2_7.png
몇 개 더 해볼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키가 작지 않았어.
이 사람 키는 165cm 정도였고, 이 정도면 당시 프랑스 남자 평균 신장을 넘지.
(표지판): 유럽을 정복하려면 최소 이정도는 커야함.
[주: 또 근거 링크 2개]

2_9.png
집파리는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꽤 오래, 한 달 정도 살아 [주: 미국에는 집파리가 하루살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리1): 아아 짧은 인생이여
(파리2): 아닌데?
[주: 또 링크 2개]

2_10.png
인간이 진공에 노출된다고 해서 터져버리거나 끓어오르지 않아.
그냥 산소 부족으로 기절한 뒤에 죽을 뿐이지.
[주: 또 링크 2]

2_11.png
어때? 받아들이지 별로 어렵지 않지?
그럼 마지막으로 몇 개만 더 볼까?

2_12.png
예수가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어.
(예수): 뭐 괜찮아. 내 생일 좀 까먹을 수도 있지 뭐. 2천년 내내.
[주: 링크 3개]

2_13.png
국기에 대한 맹세를 쓴 사람은 사회주의자야
[주: 링크 3개]

2_14.png
역사에 남은 낙태 허가 판결을 이끌어낸 대법관들은 대부분 공화당에서 임명한 사람들이야 [주: 요즘은 낙태 찬성하면 민주당 반대하면 공화당이라는 공식이 있고, 온/오프라인에서 편 갈라서 지겹게 싸웁니다]

2_15.png
어때, 아까에 비해서 머리가 조금 뜨거워지나?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폴레옹 이야기 들을 때와는 조금 기분이 다르지?
인정하나?
인정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그런 걸까?

3_1.png
왜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다른 아이디어에는 거부감을 느낄까?
왜 우리는 기존 믿음과 반대되는 새로운 사실을 들으면 이빨을 갈 정도로 분노하게 될까?
왜 우리는 기존 믿음과 반대되는 사실을 들으면 종종 오히려 기존 믿음이 강해질까?
왜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능력 자체를 상실한 것처럼 보일까?
나같은 일반인에게는 이런 상황은 그냥 개같아.
근데 이런 개같은 상황에 대해서 신경과학에서 아예 이름을 붙여놓았더라고.
이름하여 backfire 효과라고 하더만.
이에 대한 연구도 제법 오래되어서 결과도 많이 나와있어.

3_2.png
몇 년 전에 캘리포니아 대학의 뇌과학 연구소에서 연구 참여자들을 MRI 에 넣고 했던 실험이 있어.
MRI 에 참여자를 넣은 다음에, 그 참여자가 강하게 믿는 이념과 반대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뇌를 관찰한 거지.
이를 테면, 총 덕후라면 '총기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한다' 라는 이야기를, LGBTQ 지지자라면 '동성 결혼은 절대 합법화해서 안된다' 같은 것들을 들려준 거야.
그러면서 뇌를 스캔해본 결과 알아낸 것은,
본인의 신념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신체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같더라는 거야.
이 부위는 편도체라고 해. 인간의 감정을 관장하는 곳이지.
즉, 불행하게도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주장을 대할 때 우리를 공격하는 포식동물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는 셈이지.
(만화): 사실이 적혀있는 책 = 칼을 든 악어
뭐, 우리가 진화해온 과정을 상상해보면, 당장 짱돌 들고 달려오는 적한테 천천히 토론을 시도할 것 같진 않긴 해.
(만화): 나 프랭크는 너 제프가 가진 동굴이 좋다. 나 프랭크는 너를 죽이고 동굴을 빼앗겠다.
(만화): 오오 프랭크,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토론이야.

3_3.png
우리가 가진 믿음에는 등급이 있어. 버려도 그만인 것들이 있고 버릴 수 없는 핵심적인 믿음이 있지.
(만화): 일반 믿음은 '나는 올리브가 싫어' 같은 아메바, 핵심 믿음은 창조론을 지지하는 로봇.
우리가 가진 핵심 가치관들은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것들이고, 우리는 이게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래서 워싱턴이 금이빨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워싱턴이 노예의 이빨로 틀니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지.
물론 현대 사회에서 노예제가 나쁜 것이라는 통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지 워싱턴이 나쁜 놈이다'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편도체를 자극한다는 점이야.
(만화): 새로운 사실을 목격하고 그걸 없애버리려는 뇌.
뇌가 핵심 가치관들로 만들어내는 것은 마치 집같은 거야. 기초를 닦고 벽을 만들고 창문과 문을 뚫어서 완벽하게 동작하는 일관된 시스템같은 것.
기껏 그런 집을 만들어놓았는데 새로운 사실이 들어와서 그 집을 무너뜨릴 것 같다면? 
우리는 차라리 그 새로운 사실을 없는 것으로 치고 집을 보호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지.
몇 번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아예 집 주변에 펜스를 치고 해자를 파서 새로운 사실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기도 해.
이건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신경과학자들이 backfire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야기야.

근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든 핵심 가치관의 집은 실제 사실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
시간이 지날 수로 사실과 가치관의 갭은 점점 커지고, 결국 그 집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지.

3_4.png
그래서 뭐 어쩌자고?
혹시 여기까지 읽으면서 '오오 그래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면서 내 만화에 동조한 사람이 있었다면, 이쯤에서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기대할 수도 있겠네.
미안하지만 그런 해결책은 나도 몰라.
75억명의 사람들이 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각자 자기 생각만이 진리인양 소중하게 들고 다니는 이 세상에 대한 쉬운 해결책같은게 어디 있겠냐.
물론 그 중에는 남들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도 있지. 근데 걔들도 완벽하진 않거든.
게다가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아무리 바보같은 주장도 얼마든지 근거 자료를 찾을 수가 있거든. 물론 개똥같은 자료지만. 그런 걸 인용하면서 오랑우탄들이 서로 똥이나 던져대는 게 인터넷 토론이고.

3_5.png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런 backfire 효과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적어도 우리는 알자는 거지.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우리의 이성과 감성이라는 것도 그렇게 딱 나뉘는 것이 아니거든.
그 감성이라는 부분이 우리를 인간적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를 동물로 떨어뜨리기도 하지.

3_6.png
나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진 편도체를 내 새끼 발가락 같은 거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
내가 가진 핵심 믿음이 도전받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내 새끼 발가락이 분노하는 거라고 상상하는 거지.
(만화): 1+3 은 4야. (발가락): 저 말 듣지마 만화가! 1+3 은 타코야!
그리고 소리치도록 둬.
(만화): 모든 수학자들이 1+3 = 4 라는데 동의했어. (발가락): 그건 타코 혐오자들의 음모야!
실컷 분노하게 두지.
(만화): 어떻게 두 숫자의 합이 멕시코 음식이 될 수가 있냐? (발가락): 와우, 당신은 신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달여서 나의 감정적인 부분이 실컷 화를 내게 두고 나면, 비로소 이야기를 천천히 듣고 변화할 수 있어.

이 만화를 통해서 내가 너의 생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것은 아니야. 우리는 다 다르니까.
다만 앞으로 너의 신념이 위협받을 때, 적어도 가끔씩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끝.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6-28 15:05)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johny=쿠마
20/08/08 04: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케이드
20/08/08 04: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20/08/08 04:59
수정 아이콘
일러스트 스타일이 뭔가 너무 익숙하다 했는데 Exploding kittens 카드게임 그린 사람이었군요
20/08/08 05:09
수정 아이콘
네 흐흐 그 사람 맞습니다
In The Long Run
20/08/08 05:11
수정 아이콘
인간을 일종의 정밀기계로 보는, 유물론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그런데 본문의 저자가 잘 읽어주길 바란 독자들은 이 글을 보다가 뒤로가기를 눌러버릴 것 같은 느낌이...크크크크

나라면 어떤 이슈에 대해 backfire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봤는데 어느날 나사에서 갑자기 '우리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것이 있는데, 지구는 사실 평평하고 둥근 접시처럼 생겼음.' 이라는 발표를 한다면 그걸 순순히 믿는 대신 구글에 나사 음모론부터 검색해볼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크크크
20/08/08 05:27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내가 믿던 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면, 나는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져봤는데, 경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실을 알 방법도 없었고 짐작조차 할 계기가 없었던 경우:
예를 들어서, 죽고 났더니 인생이 VR 게임이었다? 조금 허탈할 것 같지만, 이걸 미리 깨닫지 못했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 같진 않습니다.

진실을 알 방법은 없었지만 짐작해볼만한 계기는 있었던 경우:
죽고 났더니 기독교가 진실이었고 난 이제부터 지옥에 가야 한다? 뭐 조금 분하고 창피할 것 같긴 한데, 시간을 돌려도 선택을 달리할 것 같진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싶습니다.

진실을 알 방법도 있었고 옆에서 진실을 설파하던 사람도 있었던 경우:
알고보니 트럼프가 진정한 애국자였고 미국의 배나온 총덕후 아저씨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도의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솔직히 조금 많이 창피할 것 같습니다. 이건 정보가 분명히 제 눈 앞에 있었는데 제가 아집에 사로잡혀서 이해하지 못한 거니까요 흐흐흐
20/08/08 05:28
수정 아이콘
신경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기제가 발동되는걸 느끼면
그걸 인터셉트해서 새끼발가락화해서 생각하겠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기계의 반대 아닐까요 흐흐
세인트루이스
20/08/08 05: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글이네요. 수많은 심리학 연구가 있지만, 이런 연구야말로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좋은 연구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피지알 댓글들을 보면,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설득할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는 것 같고 설득되지도 않을텐데 왜이리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대대대댓글을 달까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크게 3+1가지 동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배설 욕구/카타르시스: 막 쓰다보면 뭔가 후련하고 뿌듯해지는게 있죠.
2. 동지 찾기: 야 너두?
3. 자존감 올리기: 반대 주장을 가진 사람에게 훈계를 하면, 뭔가 내가 더 훌륭한 사람임을 증명한거 같고, 자존감이 살짝 오를수도??
4. 약올리기: 반대 진영사람들 열받을 것 같은 내용을 적고, '얼마나 열받을까? 크크'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도 클 것 같네요. 인터넷 방송들 도네이션 보면 상당수가 방송인 열받을만한 영상보내고 리액션 보려고 하는게 많더군요 (예: 케인TV). 이 4번째가 의외로 메인 동기일수도??
20/08/08 06:45
수정 아이콘
네가지 모두 맞네요. 원래 목적인 "0. 이해시켜 우리편으로 만들기(교화)"는 보통 뒷전이죠. 이걸 위한다면 정말 예의있게 설득해야하는데...
20/08/08 06:07
수정 아이콘
내용이 딱히 못믿을 얘기는 아닌데 제목낚시네요
20/08/08 06:18
수정 아이콘
하하 뭐 그건 만화 원작 제목이라서 제가 어쩔 수가 없네요.
계란지단
20/08/08 06:56
수정 아이콘
"본인의 신념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신체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같더라는 거야"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예전에도 한 개인이 정치 신념을 바꿀 때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는 글을 본적이 있긴 한데, 이게 '신체 위험'이라고 표현되니 그 강도나 감각이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군요.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자유로운 개인 간의 자유로운 언어의 교환에 의한 사회정의의 구성을 지향했던 근대 자유주의-계몽주의자들의 이상이란 것에 얼마나 견고한 현실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네요. 뭐 딱딱한 집들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규격과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아닌 만큼 소통의 여지야 있는 것이겠지만요....
거짓말쟁이
20/08/08 07: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용은 좋은데 전형적으로 실패한 만화네요. 이런 유형의 실패 만화를 많이 보는데 뭔가 설득력을 높이겠다고 애 달래듯이 온화하게 빙빙 둘러서 얘기하면서 공백은 커지고 컷은 길어지고...이게 실제 대화였다면 설득에 아주 도움이 되는 태도일지 몰라도 만화나 글로는 전달력이 떨어지죠. 만화를 이렇게 책갈피 여러개 붙여놓은 것처럼 그리면 안됩...
담긴 내용에 큰 호의를 갖고 읽었는데도 집중하기가 힘들었네요. OrBef님이 번역해주신 텍스트만 읽었으면 훨씬 집중이 잘됐을듯..

이걸 보니까 제가 인터넷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10년전에 다니던 커뮤니티 사이트에 교인이랑 공격적인 무신론자랑 키보드 배틀이 났거든요. 무신론자가 계속 뿔난듯이 들이박는데 교인분이 1시간 내내 천사같이 온화한 태도로 신앙을 방어하더군요. 억지로 참는 것도 아니고, 가식적이고 딱딱한 태도도 아니고 정말로 온화하게. 결국 무신론자 분이 "당신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 인격을 존경한다." 고 하면서 논쟁이 마무리 되었는데...이겨도 XX, 져도 XX 라는 인터넷 논쟁에서 제가 평생 본 유일한 '승리자'였습니다.
20/08/08 12:24
수정 아이콘
사실 이 만화가가 개그물이 본업입니다. 개그물은 정말 눈물날 정도로 웃기게 잘 그리는데, 가끔 진지 드시고 이런 만화를 그리면 확실히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긴 해요.
VictoryFood
20/08/08 07:18
수정 아이콘
지구 인구에 대한 인식을 70억명으로 업데이트 한지 얼마 안됐는데 언제 또 지구 인구는 75억명까지 늘었답니까. ㅠㅠ
20/08/08 07:24
수정 아이콘
100억으로 미리 업데이트 하면 앞서나갈수 있습니다!
20/08/08 07:23
수정 아이콘
이거에 관해서 친구들과 토론한적이 있는데
"생각은 유연해야하고, 자신의 신념을 확실하게 하려면 반대쪽 의견을 이해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반박해야 한다."와
"어느정도 확실해진 가치관은 신뢰해야하고, 계속해서 반대쪽 의견을 반박해가는것은 생산적이지 못한 에너지 소모다." 였는데 저는 당연히 첫번째가 옳다고 생각했는데 듣다보니 두번째 말도 일리 있더라구요. 이미 저도 지구 평평론 같은건 당연히 말도안된다고 생각해서 자료같은걸 찾아보려하지 않죠. 인터넷에서 주장하는 모든 진실에 대해서 관련근거를 파헤치지 못하는 만큼 언제 내 생각을 바꿀만큼 노력해야할지 고민하게되네요.
20/08/08 08:11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뭐 사실 저도 지구 평평론이나 안티백서들의 논거들을 신중히 검토해보고 반박한 뒤에 그 사람들이 바보라고 결론내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견을 검토하는데 쓰는 노력 자체가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는 건데, 그쪽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 있겠죠. 근데 저만 그런게 아니라, 주류 vs 비주류가 확실한 경우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검증해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주류 의견을 따를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것도 생각하기를 멈췄다는 면에서는 본문에서 비판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는 없죠.

다만 저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신념 중에서 '이걸 바꾸면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됨' 일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많지 않도록 노력은 하는 편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게 있어서 "내 가족과 친구들은 나한테 소중하다" 정도를 빼면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가치란 것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개망이
20/08/08 08:49
수정 아이콘
사실 후자쪽이 훨씬 경제적이니까요...ㅠㅠ 전자가 옳은 삶이지만요.
20/08/08 08:44
수정 아이콘
나와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면 "본능적인" 적대감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꾸준한 교육을 통해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차별적인 생각이나 적대감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누군가는 계몽주의적이고 교조주의적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답은 교육 (특히 신경가소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렸을 때의 교육) 밖에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F.Nietzsche
20/08/08 08:49
수정 아이콘
최강의 영향력이라는 책의 1장에서 상세하게 다룬 주제군요
오쇼 라즈니쉬
20/08/08 09: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재밌게 잘 읽고 퍼날랐습니다.
마지막 새끼발가락 비유가 귀엽고 재밌네요~
밴가드
20/08/08 09:37
수정 아이콘
[우리가 가진 믿음에는 등급이 있어. 버려도 그만인 것들이 있고 버릴 수 없는 핵심적인 믿음이 있지.]

정치학에 있어선 이 통찰이 중요한데 버클리대의 가브리엘 렌즈라는 학자가 2012년에 쓴 Follow the Leader?라는 책이 이쪽에 있어 두각을 보인 최근 연구입니다. 대체적으로 유권자들은 모든 이슈들에 있어 당 강령과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이 속한 가족,종교,계급,인종을 배경으로 뚜렷한 정당 선호성를 가지게 되면 자기의 정체성이나 핵심적인 가치관에 위협을 주지 않는 선 내에선 지도부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부차적 현안들에 있어서는 많은 유연함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정당이나 후보를 먼저 선택하고 많은 세부적인 것들은 그것에 끼어맞춰 함몰시킨다는 거죠. 트럼프 이전 공화당이 자유무역적이었던게 쉽게 보호무역 정당으로 돌변한게 대표적인 예가 될겁니다. 요즘같이 정체성 정치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다이내믹이 예전보다 훨씬 강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겠고요.
20/08/08 10:27
수정 아이콘
오호 이거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우주전쟁
20/08/08 09: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8/08 09:58
수정 아이콘
하지만 1+1은 귀요미인걸로...응?
빙짬뽕
20/08/08 11:07
수정 아이콘
만화에선 답을 모르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처음 집을 지을 때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유연한 집을 짓도록 "교육"하는게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암살단의 신조를 되뇌어봅시다.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아루에
20/08/08 11:40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만수르
20/08/08 12:16
수정 아이콘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종교나 정치인 혹은 정당이 상식과 다르게 행동할때도 다수의 지지자들이 제3자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옹호 하는 이유가 저래서란 생각이 듭니다. 맹목적인 반감과 증오도 마찬가지고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도 이런 종류겠죠.
어찌보면 자신의 comfort zone을 만들어지면 벗어나길 무서워 하는게 인간 본성인것 같습니다. 젊을때는 그나마 변화에 거부감이 적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점점 무서워지고요
-안군-
20/08/08 13:39
수정 아이콘
이걸 역으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쌓아놓은 신념의 벽을 하나만 무너뜨려도 전체 사상을 개조(?)할 수 있다는 무서운 얘기가 되죠.
본문에 나온 워싱턴의 노예 틀니설(?)만 해도, 처음엔 거부감을 갖겠지만 근거자료를 계속 들이대고, 삼인성호처럼 주변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로 채워가다 보면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고, 워싱턴의 업적들마저 부정하게 되고, 종국에는 "조시워싱턴은 천하의 xxx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는거죠. 소위 말하는 "테라포밍"도 이런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요.
Aurora Borealis
20/08/08 16:20
수정 아이콘
이게 원래 pgr21의 글향기랄까요!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은때까치
20/08/10 11:5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내용도 좋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공감되네요.
근데 신경과학 전공자로서 한가지 오류에 대해 지적하자면,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주장을 들을때와 신체적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편도체(amygdala)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 두 종류의 자극이 동등하다는 것을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두 자극은 다르다는게 밝혀져 있습니다. 신체가 느끼는 각종 pain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있고, 그것들은 fMRI와 같은 저해상도 이미징으로 관찰하면 구분이 불가능하지만 (예: 둘 다 amygdala 부분이 활성화) electrode나 calcuim imaging 같은 더 정밀한 관측 방법을 사용하면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pain의 종류의 따라서 각각 다른 neuronal ensemble이 활성화되는 걸 최근 스탠포드의 mark schnitzer 그룹에서 보인 바 있어요.

요약하자면, 심리적인 pain과 신체적인 pain이 같다고 주장하는 각종 자료들은 이제는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0/08/11 01:52
수정 아이콘
아하 재미있는 부가 설명 감사드립니다. 저도 fMRI 의 해상도 문제는 어렴풋이 알았던지라 약간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증명이 되어있는 부분이었군요. 뭐 본문의 주 논지는 꼭 amygdala 실험이 성공해야만 성립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 싶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다크폰로니에
21/07/01 12:42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글이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도롱롱롱롱롱이
21/07/08 12:48
수정 아이콘
항상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고 제삼자의 싸움에서는 왜 저러지~~ 하며 신선놀음 하지만, 정작 제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똑같이 행동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알고는 있다가 어디냐.. 하며 위안하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37 관심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 구글 시트 공유합니다 [28] Fig.11041 22/07/06 1041
3536 이제 인간은 바둑 AI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가? [87] 물맛이좋아요1577 22/07/05 1577
3535 실시간 감동실화)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다. [102] 스토리북1064 22/07/04 1064
3534 상반기에 찍은 사진들 [20] 及時雨1928 22/07/03 1928
3533 (육아) 여러가지 불치병들...ㅜㅜ [103] 포졸작곡가2456 22/06/29 2456
3532 누리호 성공 이후... 항우연 연구직의 푸념 [155] 유정1651 22/06/28 1651
3531 [웹소설] 지난 3년간 읽은 모든 웹소설 리뷰 [77] 잠잘까1557 22/06/28 1557
3530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 을지면옥 [49] 밤듸1393 22/06/26 1393
3529 게임사이트에서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글 [36] 미네랄은행2550 22/06/22 2550
3528 (pic) 기억에 남는 영어가사 TOP 25 선정해봤습니다 [51] 요하네989 22/06/22 989
3527 (멘탈 관련) 짧은 주식 경험에서 우려내서 쓰는 글 [50] 김유라1214 22/06/20 1214
3526 [PC] 갓겜이라며? 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94] 손금불산입1378 22/06/16 1378
3525 [기타] 한일 1세대 프로게이머의 마인드 [33] 인간흑인대머리남캐1476 22/06/15 1476
3524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31] 구텐베르크1213 22/06/14 1213
3523 [테크 히스토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의 역사 [29] Fig.11075 22/06/13 1075
3522 개인적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세계관 [66] 烏鳳1013 22/06/07 1013
3521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12] 及時雨857 22/06/06 857
3520 몇 년 전 오늘 [18] 제3지대794 22/06/05 794
3519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24] Restar2265 22/05/31 2265
3518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1234 22/05/30 1234
3517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3] 몽키.D.루피1910 22/05/28 1910
3516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9] Fig.11168 22/05/25 1168
3515 [15] 할머니와 분홍소세지 김밥 [8] Honestly1220 22/05/25 122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