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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4 12:57:42
Name 휀 라디엔트
Link #1 http://www.cyworld.com/handraken
Subject [기타] 프랑스:스위스 관전평 - 전가의 보도를 쓸 줄 모르는 도메니크 감독
어제 한국:토고전이 끝나고 나서 프랑스:스위스 경기를 보았습니다. 거너스 팬이라면 당연하게도 '킹' 앙리의 플레이를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필드를 떠나는 이 시대의 마에스트로 지단의 플레이를 놓치기 싫어서 다음날 시험이 있음에도 눈에 힘주고 버텼습니다.
결과는 0:0.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절대로 잠을 줄이면서 보았는데 골이 터지지 않아서 아쉬운 것은 아니였습니다. 제 아쉬움은 다른 이유였습니다.
“도대체 도메니크는 무슨 생각으로 앙리를 기용하는거야?”

이제는 에미리츠 스타디움의 완공으로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하이버리 구장. 유달리 밀집된 관중석의 구조로 상대팀들에게 심각한 압박을 줄 수 있는 참으로 멋진 구장이였습니다. 그 안에서 킹으로 군림한 앙리는 정말로 그 안에서만큼은 말도 안 되는 플레이들을 보여주곤 합니다. 3연속 프리미어 득점왕, 한시즌 20-20 달성 같은 말도 안되는 공격력은 왜 앙리가 'King Henry'로 불리는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국대에서는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비하면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활약에 앙리와 프랑스 팬들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도 그동안 왜 앙리는 국대에서 2%부족할까하는 의문점을 수없이 가져 보았습니다. 아스날에서는 부진이란 것도 없이 꾸준하게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단순하게 이번 월드컵만 그런거야. 이번 대회만 컨디션이 안 좋았나 보지. 하고 넘기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경기를 보고 무언가 해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앙리가 국대활동이 부진한 것은 전술 탓이고 그렇기에 전적으로 감독 탓이다. 이유를 물으신다면 앙리의 아스날에서의 플레이 스타일과 어제 경기에서의 플레이 스타일을 비교하면 답이 나옵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 특유의 킥 앤 러시와는 거리가 있는 팀입니다. 팀 안에 잉글랜드 선수가 적기도 하고 또한 벵거 감독의 스타일상 롱패스 위주의 경기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서로 간에 약속된 플레이로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드리블은 최대한 자제하고 패스와 키핑 위주로 경기를 풀어갑니다. 그것이 아스날의 골 장면 중 유난히 명장면이 많기도 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이유를 찾자면 앙리의 존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완벽하다고 알려진 앙리의 플레이이지만 단점을 찾자면 헤딩입니다. 앙리의 헤딩모습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 볼품없습니다. 모양 안 나오는 것만큼이나 효율도, 위력도 없습니다. 이 말은 헤딩득점도, 헤딩패스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크로스나 롱패스보단 숏패스와 스루패스 위주로 경기스타일이 잡혀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앙리의 아스날에서의 경기를 보면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왼쪽 사이드에서 패스를 받음
2. 드리블로 왼쪽 사이드 돌파, 중앙지향
3. 피니쉬
4. 아니면 상황에 따른 낮은 크로스나 왼쪽에서 돌아 나오는 윙백이나 윙어에게 스루패스

이런 어찌보면 단순한 패턴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것은 활동적인 미드필더들의 오버래핑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륭베리, 파브레가스, 흘렙, 레예스 등의 공격력 있는 미드필더들이 앙리가 사이드로 빠진 중앙을 순식간에 메워주며 달려오기에 앙리는 이지선다의 기분으로 패스 아니면 슛 이라는 단순한 스트라이커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프리키커의 능력도 보유한 앙리라면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45도 각도에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아스날의 킹 앙리를 가능하게 한 대목입니다.
그러나 어제의 프랑스에서 앙리는 중앙에서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마치 호주:일본전에서의 비두카처럼 말입니다. 장면은 같았지만 비두카는 100킬로가 넘는 거한이고, 앙리는 키만 같을 뿐 80킬로도 안되는 호리한 스트라이커라는 점이 차이가 있었고 이런 정적인 움직임의 앙리를 탄탄한 스위스의 수비진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앙리도 이런 상황을 알기에 간간히 양사이드로 빠져서 자신이 아스날에서 해오던 패턴대로 자신을 막을 수 없는 스위스의 윙백을 접은 후 이지선다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프랑스의 미드필더진은 누구하나 오버래핑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줄 수는 있어도 받지는 못하는 지단, 공격적인 오버래핑에 있어서는 고개를 젓게 만드는 비에이라와 마케렐레, 아직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리베리와 윌토르 등에게서 앙리가 기대할 만한 플레이는 없기에 앙리 특유의 이지선다는 하나가 묶이게 됩니다. 스위스는 슛 하나만 확실히 차단하면 되고 앙리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어본 크로스는 스위스 수비진을 지나 반대쪽으로 그냥 흘러갑니다.

도대체 앙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앙리를 중심으로 할 것이면 멤버 구성을 앙리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추어 주던지 해야 하지만 마케렐레와 비에이라가 버티는 미드필더진은 여전히 지단 중심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앙리를 중심으로 한다면 도메니크 감독은 원보란치에 공격적이고 활동적인 미드필더진을 운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울리와 아넬카의 탈락, 그리고 시세의 부상등은 ‘앙리의 프랑스’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는 요소였습니다. 있다면 말루다, 리베리, 그리고 시세 대신 들어온 고부 정도겠지만 말루다는 제가 알기론 부상중이고, 어제 경기에서도 보았듯이 리베리에게서는 아직은 무엇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메니크가 고부를 중용할지는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결국 앙리를 제대로 쓰려면 지단을 버려야합니다. 정말로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던 지단이지만 이제는 버려야합니다. 좀더 활동적인 미드필더진을 운용하여 앙리의 패턴에 팀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앞으로 지단과 마케렐레, 튀랑 등이 빠진다면 좀 더 스피드한 프랑스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중심에는 앙리가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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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stock
06/06/14 12:59
수정 아이콘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제 해설하시는 분들도.. 이 비슷한 얘기를 조금 하는 것 같더군요..
한지니
06/06/14 13:05
수정 아이콘
공감... 지단이 아닌 앙리중심이 되어야할거 같더군요...
지단이 진짜 나이때문이겠지만 너무 뛰질 않더군요(호나우도보단 많이
뛰었지만 -_-;;)
초스피드리버
06/06/14 13:09
수정 아이콘
하지만 지단의 정확히 날라가서 공격수앞에 떨어지는 볼은 역시... 덜덜덜...
06/06/14 13:20
수정 아이콘
앙리를 위한, 앙리에 의한, 앙리의 아스날..
그러나 프랑스는 앙리를 너무 못사용합니다 정말; 너무 고립되어서 불쌍해보였어요.
본문에서 말씀하셨듯이 크로스 올린거 휑~하니 지나갈때 정말 안습;
희망은 서서히.
06/06/14 13:27
수정 아이콘
앙리를 제대로 사용하게 되면 우리 나라는 어쩌라구요? ^^
초스피드리버
06/06/14 13:34
수정 아이콘
조별예선 3차전에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 _-;;;
토고전에서 말이지요...
우리나라와 할때는... 리베리가 안나왔으면 - _-;;;
06/06/14 13:35
수정 아이콘
어제 서기철 아나운서가 지적했죠.프랑스에 지단이 들어오면 어쩔수 없이 프랑스는 지단 중심으로 돌아간다라고.지단은 전형적인 타켓맨 트레제게가 들어오면 프랑스 공격력은 급상승이지만 지단+앙리는 앙리가 거의 클로킹 모드 돌입이죠.프랑스는 이제 앙리 중심의 빠른 축구로 변화 되야 하지만 팀에 지단이 들어와 있는 이상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도 지단 중심의 팀이더군요.
루크레티아
06/06/14 13:43
수정 아이콘
트레제게 나올 수 밖에 없죠. 하지만 트레제게 나오면 우리나라 수비진이 걱정...
재벌2세
06/06/14 14:25
수정 아이콘
앙리, 반니, 호나우두 아직 무득점이네요~

과연 오늘 세브첸코는 득점을 할까요?
피플스_스터너
06/06/14 14:51
수정 아이콘
프랑스 월드컵 본선 450분 무득점 기록하기를... 그리고 451분부터 540분까지는 10골을 넣든 20골을 넣든 관심없다.
sway with me
06/06/14 15:18
수정 아이콘
오호~ 그렇군요.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입니다.
그런데 이번 지역예선에서 지단이 다시 투입됨으로 프랑스는 예선탈락의 위기를 넘겼다고 들었는데... 그럼 역시 좋은 선택은 지단+트레제게가 될까요?
06/06/14 15:19
수정 아이콘
피플스_스터너님 한국 8강 진출 예언!! 두둥
forgotteness
06/06/14 17:25
수정 아이콘
프랑스는 어찌보면 미드필드 진이 좋아보이기는하나...
그건 네임밸류 뿐이다라는게 제가 본 견해입니다...

볼 배급은 지단에게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단을 통해서만 공격이 되죠...
98당시 조르카예프가 지단을 많이 받춰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비에이라, 마케렐레 두 선수는 람파드, 제라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처럼...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나 공격시 날카로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제 경기는 측면 공격은 거의 배제하고 중앙만 고집하는...
지단의 패스 플레이는 답답함조차 느껴졌습니다...

님의 의견처럼 앙리를 살리기 위해선 지단을 받혀주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름값으로 비에이라, 마케렐레 두 선수를 배치시키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는건 큰 오산이죠...

거기에 윙백의 공격 가담이라든지 미드필드진에서의 2선 침투등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느려터진 프랑스는 앙리의 고립을 부추길 다름입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속도전만 보면 최상급 중의 최상급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앙리는 최상의 능력을 발휘했왔습니다...

도메니크 감독은 한번즘은 라인업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듯 합니다...

sway with me님 말씀처럼...
차라리 지금 프랑스 팀에는 앙리보단 트레제게가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니 잉글랜드의 제라드와 람파드...
프랑스의 비에이라와 마케렐레...
두 선수중 한선수 바꾸면 그야말로 미드필드 진이 엄청 위력을 발휘할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부 포지션이 겹치니...
신의 장난인가요...^^;
06/06/14 18:54
수정 아이콘
윌토르 보다는 지울리가 훨씬 더 앙리하고 잘맞겠구만...
영웅의물량
06/06/14 21:27
수정 아이콘
jacop님//..16강이겠죠?;
사고뭉치
06/06/15 10:28
수정 아이콘
감독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죠. 확실히 앙리와 지단은 맞지 않아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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