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3/21 16:45:20
Name 와!
Subject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지난 주말에 오늘까지 월화수목 총 4일동안 아침에 광명에 급한 스케줄이 잡혔다.

어제도 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개봉역에서 652번 버스에 앉아 집에 오는데

뒤에서 누가 자꾸 내 등을 더듬는다.

혹시 앞이 안 보이거나 극한의 이상성욕을 가진 성추행범인것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백발이 아름다우신 할머니 한분이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내 등에서 뭔가를 떼내고 계신다

티셔츠를 당겨서 보니까 아까 건물 밖에서 생각없이 나무에 기댔을때 묻었는지 나무 껍데기가 옷에 엄청 묻어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당겨서 털려고 하는데 할머니께서 내가 해줄게~ 그냥 앞에 봐~ 하고 말을 걸어오신다

죄송스러웠지만 또 사양하는것도 예의가 아닌거 같아 다시 앞으로 돌아 앉았다.

어디에서 내리시는지 여쭤보니 강서구청까지 가신단다. 나랑 같은 정류장이다.

어디 가시는 길이냐 여쭤보니 친구한테 놀러가는데 거기서 갈아타야 하신단다.

몇 정거장 가는 동안 그렇게 할머니는 원숭이가 이를 잡아주듯 내 등에 있는 나무 껍데기를 다 털어내시더니

이제 깨끗해~ 라고 작게 말씀하신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뻘쭘하게 앉아 있는데 어느새 강서구청이다

지팡이를 잡고 내릴 준비를 할머니를 보고 잡고 같이 내려드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정정하신거 같은데 괜히 또 잡아드리면 기분 상해하시지 않을까? 하고 고민이 된다.

그러나 머리가 고민을 하는 사이 몸이 이미 할머니를 잡고 같이 버스에서 내렸다.

이런 위험한 행동 양식을 가지고도 잘도 아직도 범죄자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할머니께 음료라도 사드릴까 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가방에 있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하나 꺼내 할머니께 드린다

할머니 이거 쓰신거보다 더 좋은 마스크니까 이따 집에 갈때 쓰세요 오늘 공기가 많이 안 좋대요

고마워 하시는 할머니를 두고 언덕길로 올라가는데 채 3분도 되지 않아 폰에서 카톡~ 소리가 난다

訃告, 친구이름, 외조모, 召天 







밤 열한시경 친구들과 조문을 마치고 병원밖으로 나와 빗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돌이켜봤다.

참 기묘한 하루, 기묘한 경험이었다. 

별로 운명이나 신을 믿지는 않지만 만약 그런것이 있다면 오늘 내게 하늘이 해주고자 하는 말은 뭐였을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짚이는것이 있어 이번 주말 청주로 내려가는 버스표를 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큰 아버지, 저 이번 주말에 내려가려구요, 할머니 건강히 잘 계시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카루오스
19/03/21 16:50
수정 아이콘
아이구. 내 새끼 왔나? 웰캐 야위었노. 마이무 무라. 더 있다.
사악군
19/03/21 16:52
수정 아이콘
할머니 생각나네요..
마담리프
19/03/21 17:01
수정 아이콘
저는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만
하늘이 저에게 무언가 말해줄때가 있다는건 분명한것같습니다
요시오카 리호
19/03/21 17:20
수정 아이콘
할머니 생각나네요 2.

그와 별개로, 외조모의 상까지 함께 해줄 수 있는 친구를 두었다는 것이 부러움으로 다가오네요.
19/03/21 17:26
수정 아이콘
오래된 친구기도 하고 (20년) 친구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엄청 각별한 사이라는걸 친구들끼리 다 알고 있어서
일 끝나고 다 같이 갔습니다 하하
19/03/21 17:33
수정 아이콘
저는 이제 양쪽 할머니 두 분 다 안 계시는데, 막판에 잘 해드리면 두고두고 좋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6825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494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5660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609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8800 3
101306 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15] Kaestro4657 24/04/20 4657 3
101305 스포 無) 테츠로! 너는 지금도 우주를 떠돌고 있니? [10] 가위바위보2935 24/04/20 2935 6
101304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탄 [33] kogang20014513 24/04/19 4513 12
101303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탄 [11] kogang20014791 24/04/19 4791 6
101302 이스라엘이 이란을 또다시 공격했습니다. [142] Garnett2115826 24/04/19 15826 5
101301 웹소설 추천 - 이세계 TRPG 마스터 [21] 파고들어라4960 24/04/19 4960 2
101300 문제의 성인 페스티벌에 관하여 [162] 烏鳳11950 24/04/18 11950 62
101299 쿠팡 게섯거라! 네이버 당일배송이 온다 [42] 무딜링호흡머신7902 24/04/18 7902 6
101298 MSI AMD 600 시리즈 메인보드 차세대 CPU 지원 준비 완료 [2] SAS Tony Parker 3032 24/04/18 3032 0
101297 [팁] 피지알에 webp 움짤 파일을 올려보자 [10] VictoryFood2977 24/04/18 2977 10
101296 뉴욕타임스 3.11.일자 기사 번역(보험사로 흘러가는 운전기록) [9] 오후2시4981 24/04/17 4981 5
101295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7195 24/04/17 7195 5
101290 기형적인 아파트 청약제도가 대한민국에 기여한 부분 [80] VictoryFood10989 24/04/16 10989 0
101289 전마협 주관 대회 참석 후기 [19] pecotek5617 24/04/17 5617 4
101288 [역사]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더라 / 질레트의 역사 [31] Fig.15655 24/04/17 5655 12
101287 7800X3D 46.5 딜 떴습니다 토스페이 [37] SAS Tony Parker 5606 24/04/16 5606 1
101285 마룬 5(Maroon 5) - Sunday Morning 불러보았습니다! [6] Neuromancer2948 24/04/16 2948 1
101284 남들 다가는 일본, 남들 안가는 목적으로 가다. (츠이키 기지 방문)(스압) [46] 한국화약주식회사7639 24/04/16 7639 4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