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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19 16:11:22
Name aurelius
Subject [단상] 프랑스 혁명의 유산을 넘어... (수정됨)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혁명은 상당히 낭만적으로, 그리고 우호적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 지나치게 과대평가받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 혁명은 세계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고,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공화정부를 수립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사건이었습니다. 


"조국의 아이들아 나아가자, 독재에 맞서 행군하자!(Allons enfants de la patrie! contre nous de la tyrannie!)"라고 외치면서 국왕을 타도하고 민중의 정부를 수립하는 모습은 분명 감동적이고 한편으로 전율돋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4.19의 기억이나 5.18, 또는 6.10의 기억과도 유사하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감성만으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듭니다. 

민주주의는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과 차분한 마음으로, 깊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그러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프랑스는 다시 독재로 회귀했던 것고, 그러한 고민이 부족했던 결과 1987년도 직선제 개헌의 결과는 형식적 민주주의에 불과했던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중적인 담론에서 종종 실종되고 있는 다른 민주주의의 위대한 사례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야 말로 (적어도 근대사에 있어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구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단순한 국가가 아닙니다. 인류 최초의 "인위적(artificial)" 국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최신철학과 계몽주의로 무장한 인텔리들이 모여 수차례의 고민을 거듭하면서, 토론과 합의로 설계한 세계사의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대개 다른 국가들의 건국이 보통 정반합적인 "투쟁"의 결과물이었다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설은 "지성(知性)"의 결과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데럴리스트 페이퍼]나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같은 저서들이 폭넓게 읽혀져야 하겠습니다.  페데럴리스트 페이퍼의 저자들은 무엇보다 고전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철학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푸블리우스(Publius)와 같은 필명을 사용하면서 서양 지성사의 고민을 집대성하여 어떻게 대중의 폭정이나 개인의 폭정을 방지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해밀튼, 매디슨, 제이 등은 삼권분립의 원칙과 삼권분립을 지키기 위한 방법, 행정부가 입법부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고, 또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또는 행정부가 사법부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내리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일련의 원칙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실제 각 원칙들이 어떻게 보호되고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었습니다. 


[페데럴리스트 페이퍼]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만약 사람들이 천사라면 정부가 필요없을 것이며, 정부가 천사라면 법과 규제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18세기 말 미국의 국부들은 인간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으며 인간으로 이루어진 정부를 규율하는 법이 인간의 결함으로 인해 변질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었습니다.  


독재자를 욕하기는 쉽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욕하는 것도 쉽습니다.


하지만 독재자의 출현을 막고, 정치인들이 부패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러한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전제와 원칙은 물론,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한 가장 세밀한 디테일에 대해서도 고민했고 사회가 극단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비록 한 차례의 내전을 겪었을지언정, 단 한 차례의 폭정도, 쿠데타도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트럼프로 인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역사상 전례 없는 도전을 받고 있지만, 이것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도 우리에게는 훌륭한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칙을 확립하는 것을 넘어 원칙을 인간의 개입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대한민국의 리버럴들은 미국에 대해서도 더욱 진지하고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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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9 16:23
수정 아이콘
미국은 아직도 젊은 나라라고 하죠.
넓고 광활한 땅에서, 신념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이성적으로 만들어낸 국가라서 그런지.. 아직도 장점이 많은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아직도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 각층에서 나올 수 있는 국가기도 하고요.

한국도 마찬가지로 젊은 나라긴 한데, 지금의 ROK가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는것도 문제고요.
미국 국부들만큼의 고민과 신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만... 역사에 만약은 없으니까요.
내일은해가뜬다
19/02/19 16:26
수정 아이콘
로베스피에르나 숙청작업을 거쳐서 나폴레옹 전제정에 이르는 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데 학살과 같이 무고한 자국 민간인을 수십만명 학살한거는.... 프랑스 혁명이 신격화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하죠.
19/02/19 16:38
수정 아이콘
오히려 당시 프랑스 민중들은 혁명 초기를 제외하면 나폴레옹 전제정을 더 좋아했다고 하죠... 특히 농민들은 혁명 시기에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었죠.
19/02/19 16:40
수정 아이콘
프랑스 혁명 세력 사이의 파벌 싸움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를 생각하면, 미국은 건국자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 같습니다.
aurelius
19/02/19 16:42
수정 아이콘
일단 국왕의 목을 치고 앙시암 레짐을 뒤엎는 진짜 [혁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구조적 요인도 있었지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미의 식민지들은 대다수 [자치주]들이었고, 따로 뒤엎어야 하는 앙시앙 레짐 같은 게 없었죠. 그래서 사회의 명사들이 모여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보다 쉽게 생길 수 있었습니다.
19/02/19 16:49
수정 아이콘
근본적으로 따지면 당시 프랑스의 환경과 미국의 환경이 다르다는 게 제일 크겠죠. 프랑스라고 개판 나고 싶어서 개판이 난 건 아닐테고(...)
그래도 미국의 건국자들이 현명했다는 평을 듣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진정으로 완성된 시기는 남북전쟁 이후라고 보긴 합니다만..
19/02/19 16:41
수정 아이콘
전에 여기서 어떤 분이 프랑스를 ['그 땅과 그 자원, 그 인구를 갖고 그정도밖에 성장하지 못한게 신기한 나라']라고 평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례가 프랑스 혁명 전후~나폴레옹 전까지의 모습이죠. 물론 나폴레옹 전제정때는 좋았냐?하면 그것도 다른 이야기지만요...
아웅이
19/02/19 16:59
수정 아이콘
프랑스가 자원이 많나요?
아니면 혹 관광자원 얘긴가요?
19/02/19 17:02
수정 아이콘
아 제가 말한 자원은 농업까지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관광자원은 많은거긴 한데, 거진 약탈(...)이라서 좀 애매하긴 하네요. 그래도 프랑스 정도면 광업 정도는 최상위 티어 아닌가요?
아웅이
19/02/19 17:06
수정 아이콘
진짜로 궁금해서 여쭤본겁니다...
잠깐 찾아보니 프랑스 광업은 석탄위주라 쇠퇴한다고 해서 다른 광물자원이 풍부한가 했습니다.
프랑스는 참 좋은땅을 가지고 있죠.
19/02/19 18:32
수정 아이콘
아웅이님 말씀을 듣고 좀 찾아보니, 제가 약간 시간 기준을 20세기 전후로 잡은 듯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농업/관광자원을 제외하면 특기할만한 자원이 없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첫 댓글이 어조가 너무 강한 감이 있는데, 사실 지금 프랑스 정도면 충분한 강대국이죠.
복슬이남친동동이
19/02/19 19:23
수정 아이콘
프랑스 요리가 참 맛있긴 하죠. 대부분 식재료빨이기도 하고
Multivitamin
19/02/19 20: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유럽의 중-근대 (산업혁명 전)의 역사는 그 프랑스를 막기 위한 합종연횡의 시대였으니까요. 간단히 요약하면 프랑스 vs. 나머지 유럽 구도였던 시기가 약 100년. 루이 14세는 전 유럽과 거의 전쟁을 했고, 나폴레옹도 혁명으로 혼란했던 시기 직후란 패널티를 가지고도 유럽을 한번 휩쓸었고...

프랑스가 약해서 그 정도밖에 성장하지 못한게 아니라 다른 유럽 전체가 그렇게 프랑스를 막았음에도 유지가 된게 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루이 14세가 사방을 쑤셔대지 말고 외교를 좀만 잘했으면 아마 프랑크 제국의 부활을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19/02/19 20:31
수정 아이콘
아 그렇네요. 저는 다소 근대를 중심으로 본 감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전후를 학부 때 집중적으로 배울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 쪽 부분에서는 생각이 짧았습니다.
뭐 이랬거나, 저랬거나 과거나 현재나 프랑스는 강대국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죠.
저항공성기
19/02/19 16:55
수정 아이콘
모두가 국가의 지도자라고 하면 군주 외에는 떠올리지 못 하는 시대에 재선 이후로는 훌훌 털어버리고 깨끗하게 은퇴한 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삼공파일
19/02/19 16:58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입니다만 오히려 한국의 리버럴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리버럴이라는 단어가 잘못 사용하면 아무데나 화살표가 날라갈 수 있을텐데 사용하신 맥락에서는 지식인층에 대한 포괄적 용어로 보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적어도 리버럴) 한국 정치학의 대표는 최장집 교수고, 여러 저서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미국의 민주주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고 한국 민주주의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정립한 바가 있습니다. 그 정점에 있는 책이 2002년에 나온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이며 사실 한국에서 정치를 공부했다는 사람 중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본문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한국 리버럴들이 주목해야 할 내용이 아니라 사실 이미 20년 가까이 들어온 고리타분한 내용이에요.
aurelius
19/02/19 17:0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최장집 교수는 관련해서 수차례 글을 쓴 바 있지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와 같은 담론들이 아카데미아를 넘어 정치권 일반에는 그닥 퍼져있지 않은 거 같아 아쉽습니다. 언론도 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거 같지 않고요. 물론 제가 무지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만, 요즘 같은 정치환경에서 합리주의와 이성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상황인 거 같습니다.
삼공파일
19/02/19 17:20
수정 아이콘
무지하시다니요. 그런 겸손의 말씀은 사양하겠습니다. 리버럴 지식인층이라는 건 분명히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aurelius님이 하시던 생각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있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이제는 쇠퇴하여 찾아볼 수 없지만요. 최장집 교수가 DJ 정권의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가 조선일보의 공격으로 사퇴하고 노무현 정권을 지나 광우병 촛불집회까지의 시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한윤형이 쓴 <안티조선 운동사>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그 시기를 넘어서 진보의 팟캐스트 시대가 도래하고 다시 극우의 유튜브 시대가 온 지금입니다. 그 전까지의 담론의 역사를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던 것까지 최장집 개인의 역사도 말해보면 좋른데 그건 생략하겠습니다만, 최장집의 주장 역시 정치권 일반에 퍼져 있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휩쓸고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나중에는 친노와 좌파에 대한 적극적 공격을 서슴치 않으셨습니다.

민주당, 지식인, 리버럴을 적당히 동치로 보시고 왜 그들은 이런 토론을 하지 않느냐고 안타까워 하시는 게 느껴지는데 그 토론을 치열하게 한 결과가 지금입니다. 어떻게 보면 PGR의 역사와도 똑같은 것 같네요. 개소리가 넘치던 것은 똑같지만 그래도 리버럴들이 스노비즘이라는 조소를 들을지언정 여기서 발뻗을 수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절대 아니죠. 그냥 시대가 그렇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쩌겠어요?
19/02/19 17:34
수정 아이콘
세계역사상 독재를 겪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 생각하는데, 결국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밴가드
19/02/19 17:53
수정 아이콘
세상의 그 어느 독재자가 자기 법무부내 검사들로부터 광범위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용납하고 있겠습니까? 독재는 너무 나간거고 중우정치라고 해야되겠죠. 트럼프같은 대통령이 그렇다고 미국 역사에서 없었던 것도 아닌게 링컨의 후임자인 앤드류 존슨이 굉장히 비슷한 면모들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초반부터 대놓고 자기가 백인들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내세웠고, 해방된 남부 흑인들을 상대로 벌어진 백인 인종폭동들은 야당 공화당 때문이라고 음모론도 퍼드리고, 유세를 돌아다니며 공화당 의원들은 반역자들로 교수형에 쳐해야 한다고도 했으며, 대통령 권한을 가지고 의회와 충돌하여 탄핵도 당했고, 탄핵을 살아 남고도 자기의 탄핵 변호사를 대법원 판사 후보로 올리기도 했죠.
아루에
19/02/19 18: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왜 프랑스 혁명에만 주목하고 미국 혁명에는 그만큼 주목하지 않느냐는 본문의 논지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은 롤모델이 되기 어려운 '실패한' 혁명이고 미국 혁명은 귀감으로 삼아야 할 '성공한' 혁명이라 이분하기에는 워낙 두 혁명이 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혁명의 주축인 식민지 독립파들이 의지했던 지적 문화적 유산은 다름 아닌 영국과 프랑스 지성 사회의 토론의 산물이었습니다.

독립선언서를 쓴 제퍼슨과 그 지지자들부터가 프랑스 혁명에 열광했고 프랑스에 원군을 파견하려고까지 했었다고 압니다.

동일한 자유주의적 아이디어가 무주공산인 미국에서는 독립 혁명으로, 절대왕정인 프랑스에서는 공화 혁명으로 각각 달리 발현된 것이고, 둘 모두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의 시민 혁명에 빚을 지고 있다는 점에 저는 주목합니다.

영국의 혁명이 없었다면 볼테르는 '철학서한'을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루소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받은 페인의 팸플릿 '상식'이 없었다면 미국의 독립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영국 프랑스 미국의 혁명은 지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결부되어 긴밀히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습니다.

또한 프랑스 혁명 내에서도 온건적이고 합리적인 움직임은 있었고, 미국 혁명 내에서도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움직임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로14년차
19/02/19 18:15
수정 아이콘
미국이 보다 최근에 건설된 '많은 부분이' 인위적인 국가인 것이지, 유일한 인위적인 국가라고 할 게 있나요. 인위적인 것만 따지자면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인위적인 걸요. 인텔리들이 설계한 걸로 따지자면, '조선'이란 나라도 있고, 찾아보면 더 있을 거라고 봅니다. 미국이 인텔리들에 의해서 보다 최근에 건설된 국가라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혁신적인 면이 많은 거죠. 그런면에서 '한글'같은 느낌이네요.

전 미국의 민주주의 역시 이미 상당히 낡았다고 봅니다. 미국을 세웠던 인텔리들은 200년전 사람들이죠. 그 후 미국이 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현시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에 진정한 민주주의의 구현체 같은 표현을 쓰는 건 맞지 않는 옷이라고 봅니다. 그냥 민주주의를 연구하고 공부해야하는 사람들이 공부해야 할 과거의 일이죠. 프랑스대혁명과 마찬가지로요.
답이머얌
19/02/19 21:20
수정 아이콘
본글보다 댓글이 더 공감이 가는군요.
19/02/19 18:38
수정 아이콘
미국이 그렇게 좋은 모습으로발전해왔다면 왜 수정헌법이나 선거구제도같은 이상한것들이 남아있는걸까요
번개맞은씨앗
19/02/19 18:46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의 리버럴들은 미국에 대해서도 더욱 진지하고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공부가 learn을 의미하는 것이면 동의하기 곤란하고, study를 의미하는 것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책도 카피, 사상도 카피, 제도도 카피

이런 식으로 좋은 미래가 올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19/02/19 18:58
수정 아이콘
저는 87년 직선제가 형식적이고 허울뿐이라는 본문의 지적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고 당시의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Multivitamin
19/02/19 20: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미국이 인간의 지성으로 건국된 완전무결한 위대한 정치체계는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위대한 정치체계라면 남북전쟁-인디언 학살을 통한 서부확장-고립주의-먼로선언이란 탈을 쓴 제국주의-금주법근처 하딩등의 혼돈-매카시즘-닉슨-부시-트럼프가 왜 있겠어요. 만약 글쓴이의 말처럼 미국이 인간의 지성으로 건국된 최고의 정치체제라면, 인간의 지성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도 잘 보여주는게 미국의 민주주의겠네요.

그리고, 글쓴이가 싫어한 프랑스 혁명때의 혼돈을 그 지성으로 건국된 위대한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남북전쟁이었죠. 단지 땅이 커서 독립후 내전이 터지기까지 시간이 지연되었을뿐이고요.

한국의 리버럴뿐만 아니라 정치인, 정치학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미국에 대해 공부해야하죠.
답이머얌
19/02/19 21:24
수정 아이콘
솔직히 프랑스 혁명이 평가되는건 자기네 문화권(서양, 기독교 문화권)에서 기존의 도그마를 깨뜨려버린 의미가 크죠.

왕권 신수설을 박살냈으니까요. 이건 더 거슬러올라가면 결국 신의 절대성을 부인한 거구요.

인민의 자유와 권리가 신과 그 대리인의 절대성에 앞섰다는게...이후 근대 국가와 개인의 출현의 싹이 되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동양이야 이미 역성혁명이란 사상적 기반이 있었으니 그닥 큰 의미는 못될테구요. 그냥 서양사 우위로 가다보니 우리도 프랑스 대혁명을 크게 다룬 것일뿐이죠.
잊혀진영혼
19/02/19 23: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론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부동산불패론처럼 우리 사회 역시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우상향한다고 믿습니다.
과학사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패러다임론은 개인적으로 구조주의적 안정감을 제공해주어서 그렇습니다.
패러다임 이론에서 말하는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에 도달하는 것, 즉 역치에 도달하는 장면이 프랑스 혁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체제의 모순입니다.
이런 역치가 저는 역사 속에서 여럿 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시민참여라는 큰 줄기에서는 프랑스 혁명이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이었기에,
우리 사회가 주목해서 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구체제와는 명백히 다르지만 유사한 야만성은 결국 역사 속에서 혁명과 반동적인 역치에 도달했습니다.
작게는 나폴레옹과 3세의 등장이오, 크게는 파시즘의 등장 쯤 되지 않을까요. 좌우로 부닥치며 역치의 중간점을 찾아가는 공처럼 우리 사회는
좌충우돌하면서 우상향하리라 믿습니다.

이런 서구 시민성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사변은 프랑스 5월 혁명이라 보는데, 포스트 모더니즘의 전면등장과 진보적 아젠다의 대두와 같은, 요새 패러다임의 한계점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만간 크게 한번 반동이 올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우상향을 신봉하는 저는 그래도 5월혁명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고요.
그르지마요
19/02/20 01:5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내용을 정리한게 한나 아렌트(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전체주의의 기원의 그분)의 덜 알려진 명저 혁명론(On revolution)이죠.
물론 아렌트도 founding fathers를 무조건 찬양했던 것도 아니었고, 자리잡은 귀족계급이 없고 인구에 비해 넘쳐나는 영토 덕분에 극빈층도 거의없었던 미국이 갖춘 조건의 특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국>프랑스라는 도식은 매우 위험하지만요. 당장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은 건국당시의 혁명적 이상과 매우 멀어지구요.
19/02/21 12:43
수정 아이콘
당시 유럽은 세계의 중심이었고 미국은 그냥 변두리 시골 깡촌이었습니다. 미국의 건국은 이후 초강대국이 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에 의해 포장된거지 당시로서는 유럽에서 밀려난 도망자들과 약탈자들이 유럽 계몽주의자들의 유산을 훔쳐 급조했을뿐이죠.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대하면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위대한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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