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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12 16:06:03
Name   탕웨이
Subject   세월이 흐르고 흰머리가 늘었다


아주 옛날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할아버지는 노인 나이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아빠는 아빠 나이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

할아버지와 아빠도 천진난만한
귀여운 유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깨달았을 때
먼가 가슴 시린듯한 느낌을 처음 받고
갑자기 죽음이 내 바로 앞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서
사춘기 즈음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목 성대를 손으로 자극하고
코밑을 손으로 마사지하곤 했었다. .

세월이 또다시 흘러서
어느 순간 흰머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
처음에는 당연히 새치라고 생각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뽑았다. .

1-2년이 다시 흘렀을까?
새치가 계속 나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웠다...

새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흰머리에 가까웠다.. ..

아직 장가도 안 갔는데... ...
벌써 흰머리가 나는 거야?? ??

이렇게 낳아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만날 순 없는 노릇이라....

꿈속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어찌나 억울했던지
아버지에게 왜 이렇게 흰머리가 많냐며 따졌지만.. ..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셨다.. ..

"그래 역시 남 탓이 제일 좋은 방법이야" 라고
또 좋은 삶의 팁을 아버지에게 배우고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고

또다시 세월이 조금 흘러
어느덧 인생선배들의 만류를 뒤로한 결혼과
전쟁 같은 육아의 과정을 지나

저녁에 11시 이후에나
겨우 헌터 팀플 초보아재방에서

실력은 꿀리지만.. ..
나이로는 꿀리지 않을 여유가 생겼을 즈음....

흰머리와의 전쟁은

발견 즉시 뽑던 저항기에서
긴 것만 뽑는 타협기를 거쳐
손을 대지 않는 항복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동안 큰딸이 용돈이 필요한지

갑자기 내 머리를 살피더니
흰머리를 뽑아주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집게를 가져오더니
연이은 채집 불발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늘 자신의 실수는 관대했지만
오늘은 아빠의 흰머리에도 관대하게

"아빠 머리 흰머리 있어도 괜찮아 지금도 보기 좋아. 출근 잘해~~"
라고 위로(?) 아닌 격려를 해준다. .

"그래 흰머리가 늘면 어떠냐.. 어쩔 수 없지..
아버지도 흰머리가 많았거늘..."

그렇게 완벽히 체념+포기하는 순간
나는 역설적이지만..
흰머리와의 전쟁에서 비로소 첫 승리를 했다.











페로몬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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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2 16:08
새치입니다. 흰머리 아니고... 새치라고 해줘요. 제발...
Hastalav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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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2 19:22
흰머리는 안 나는데 흰수염은 나더군요...ㅠ
불량공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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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2 22:22
한올한올이 아까운데 흰색이라고 뽑다니요
인종차별.. 아니 모종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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