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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1/02 15:40:26
Name aurelius
Subject [잡상] 외교관에게 허용된 국내정치간섭은 어디까지인가? (수정됨)

최근 읽은 책 중에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쓴 책이 있습니다.


from cold war to hot peaceì ëí ì´ë¯¸ì§ ê²ìê²°ê³¼


그는 2012년-2014년 동안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고

소련 붕괴 당시 모스크바에서 미국 싱크탱크의 조력자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고르바초프 정권 당시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유학했으며

소련 붕괴 당시 그는 야당(옐친 쪽)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민주주의 관련 기법과 컨설팅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학문적 접근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 세력(옐친 세력)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Academic의 입장과 Activist로서의 입장 때문에 혼란스러웠다고 하는데

결국 Activist 쪽이 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는 책에서 푸틴을 맹렬히 비난하고 또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촉구합니다.

한편으로는 놀라울만큼의 순진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말하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가 러시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인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메드베데프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저 멀리 한국에서도 다들 아는 사실이었는데 말이죠....


한편 러시아가 자기를 Persona non grata(입국금지된 자)로 지목한 것을

대단히 부당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아닐지...


그가 러시아 대사로 재임했을 때 러시아 야당인사들과 계속 교류하고 미국 대사관에 초청하고

러시아 내 반 푸틴 시위가 한창일 때 반푸틴 운동가들을 대사관으로 초빙하기도 했습니다. 

또 러시아 국내정치에 관한 트윗을 현직 대사로 재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올렸습니다. 


물론 푸틴 독재정권의 잔혹함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러시아 내 반푸틴 세력에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민간인들 주도로 이뤄져야지

현직 대사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죠. 

특히 러시아에 무슨 주러시아 미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내 인권운동가가 러시아에서 인권활동을 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고

미국인 기자가 푸틴을 가열차게 비판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지만

현직 미국 대사가 러시아의 국내정치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죠. 


이 책을 읽은 소감은 놀랍다입니다. 

대사라는 사람 본인이 이렇게 나이브한 인식을 갖고 있을 줄이야.

러시아가 민주화되면 자동적으로 미국과 베프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어처구니가 없고 

("민주" 러시아도 크림반도를 원할 것이고, "민주" 러시아도 NATO 확대를 반대할 것은 당연한 일인데...)

러시아 내 반체제 운동을 부추기니까 입국금지 된 것을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도 어이없는 일. 


만약 중국대사가 촛불집회 당시 민주노총 인사들 대사관으로 초청하고

촛불집회 조직했던 사람들을 초대해서 간담회를 나누고 그랬더라면

그게 과연 촛불집회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오바마 행정부 시기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게 당연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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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아이오아이)
19/01/02 16:01
수정 아이콘
냉전 사고 방식 +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인 + 대국이라고 갑질하고 싶어하는 본능
이 결합된 사람이네요
복슬이남친동동이
19/01/02 16:11
수정 아이콘
즉 요약해보면 선비적 사상은 있으나 상인적 현실 인식은 부재한 사람이라는 거군요. 여러가지 행동이야 현실 인식의 결과물이니..
나이브하지 않고 비관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실주의를 강조하는 건 한국 사람들만한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얘기해보면 느끼는 건 한국 사람들의 대외관계에 대한 인식이나 타국의 정치체제, 그리고 그 변화가능성에 대한 시선은 놀라울 정도로 냉철하고 비관적임. 반면에 미국인들은 직접 얘기해본 것도 아니고 눈팅러의 입장이지만 아직도 윌슨주의적인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고.

확실히 과거의 역사적 경험이 현재의 인식에 상당히 영향을 주는 것 같어요.
aurelius
19/01/02 16:20
수정 아이콘
그래서 미국 역사에서 위대한 정치인 중 FDR, 그리고 아이젠하워가 돋보이죠. 윌슨주의적 이상과 비스마르크적 현실주의를 겸비한 대통령들로 전후 세계질서를 안정화시키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출입문옆사원
19/01/02 18:50
수정 아이콘
트루먼 대통령은 어느 정도 위치가 되나요? 세계질서에 도움이 된 인물인가요? 아니면 FDR이 깔아놓은 궤도에 따라 운전한 사람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urelius
19/01/03 08:51
수정 아이콘
논란이 되는 인물이긴 하나, 외교경험이 전무함에도 FDR 사후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했다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한반도 참전결정을 내린 것과, 맥아더의 과대망상을 제어하고 확전을 막은 것은 큰 공이라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다만 냉전이라는 큰 흐름으로 봤을 때 "경제/사회적 무기로 전개된 냉전"을 "군사화"시켰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루즈벨트 시대부터 고안된 UN과 IMF, 세계은행 등의 체제를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게 한 것은 큰 기여입니다. 이렇게 보면 또 결국 FDR의 궤도에 따라 운전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klemens2
19/01/02 16:16
수정 아이콘
내정간섭 하는 것 아닌 가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전두환, 박정희 시절 미국 대사들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 싶네요. 그래도 러시아 정도 되는 나라에서 저러는 것 보면 미국이 압도적이긴 하네요.
19/01/02 16: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드신 사례에서,
군사정권이 민주투사들을 100% 마음대로 처단하지 못했던 데는, 미국의 입김도 일부 작용했었죠.
중국 대사로 바꿔서 예시를 드니 많이 이상해 보이는 거지, 미국이 가지는 위치는 좀 특수하다고 봐도 될 듯 싶습니다.

물론 아무리 미국이라도 러시아는 한손에 넣고 주무를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긴 하지요.
aurelius
19/01/02 16: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동맹의 지위, 또 당시 경제/안보적 (심지어 정신적) 으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국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민주화 운동은 그렇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단히 특수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근대적 국제질서"의 관념에서 보았을 때, 비록 국내 민주화 운동은 대단히 정당하나, 국제관계에서 미국이 거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이상해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미국 덕분에 민주주의를 만끽하고 있지만, 그건 한국이 대단히 특수한 안보/경제/문화적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맥락에서 촛불집회가 아무리 정당한 대의를 가졌다한들 중국정부가 전폭적으로 후원했다면 오히려 우리 대의에 대단한 타격이 되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민주투사들이 제 아무리 정당해도 이들이 잠재적국 1호 미국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면 이들의 대의는 타격받을 수밖에 없겠죠. 미국이 그러한 부분에서 세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담배상품권
19/01/02 17:15
수정 아이콘
외교관까지 한 양반이 메르베데프에 기대를 했다는것도 쇼킹하네요
순진한게 아니라 안일한 수준인데요...
19/01/02 17:56
수정 아이콘
책을 읽어본 적 없고 말씀하신 내용만 통해 유추하자면, 저 책이 외교관의 순수한 본심을 담은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정치선전이나 계몽, 혹은 자기과시를 위한 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aurelius
19/01/03 10:24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엔 정치선전반, 자기PR 반 정도인 거 같습니다. 크크
metaljet
19/01/03 09:57
수정 아이콘
그런데 확실히 메드베데프 - 오바마 대통령 시기 때까지만해도 미국과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상당히 사이가 좋았죠.
카다피의 죽음에 푸틴이 분노하고 보란듯이 두번째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모든 기대를 접기는 했지만..
바지사장인건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미련은 충분히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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