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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16 13:48:04
Name RedSkai
Subject MBC는 돌아왔다는데, 내 친구는 어디갔냐. (수정됨)
MBC가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빠르게 회사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간부급 인사(11일)에 이어, 조직개편안도 확정(13일)하면서 '엠X신'에서 '마봉춘'으로 돌아올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삐그덕거리는 소리는 간간히 들려오지만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중동방문 관련 오보 논란, 조직개편안 확정 전 노조 의견 미청취 등)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미 '마봉춘이 돌아왔다'는 환호를 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최승호 사장 체제가 침체된 MBC의 분위기를 하루라도 빨리 끌어올리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수 없고,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는 처지가 된, '과거의' MBC가 버린 자식이 하나 있습니다.




MBC게임.


다들 아시다시피, MBC게임의 폐국은 소위 'MBC 막장화'의 서막이었고 실제로 그 과정이 MBC 본사의 막장화와 빼닮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낙하산 사장에 의한 어처구니 없는 정책추진 (외부행사 금지, MSL 예산 반의 반토막 등), 이에 따른 채널 매출의 감소와 역대급 사고(1.23 정전록), 이를 빌미로 대안으로 추진한 음악채널로의 전환. 채널이 바뀌는 것이 노골적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고, 작별인사도 없이 'MBC게임'이 'MBC뮤직'으로 바뀌는 광경을, 1년 가까이,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아듀! MBC게임'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부관참시(...).


방송환경이 바뀌고, 그래서 MBC게임의 매출이 어쩔 수 없이 줄어서, 그래서 아무리 투자를 해도 회사에 득이 안되는 상황이었다면, 우리 역시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요. (실제로, 방송사는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그러했으니까요.) 그러나 폐국 이후 나온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차라리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허무한 생각만 가득하게 만듭니다. (그 이야기들은 굳이 여기서 꺼내진 않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이야기니까.)


이번주에 방송된 PD수첩과 MBC 스페셜을 통한 MBC 본사의 자기반성을 보고 있자니, MBC게임 이야기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나래이션으로 한 마디라도 언급해줄 줄 알았거든요. 같은 사장이 있을 때 없어진 <놀러와>나 <뽀뽀뽀>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도 없었구요. (방송을 못보신 분들을 위해 한 줄 정도 스포일러 하자면 대부분 시사교양 및 보도부문에 대한 칼질과 왜곡보도, 그리고 그 구성원들에 대한 탄압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정권 바뀌고 사장 바뀌었다고, 자기네들도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그러겠습니다'라고 사죄하는데, 뭐가 하나 빠진 느낌? 아니면, 맛있는 밥을 아주 잘 먹었는데 소화가 안된 느낌? '내친구 MBC의 고백'이라면서, 정작 내친구'였던' MBC게임이 없어서 마음이 좀 상했습니다.
(내용 추가 :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번주에 방송된 프로그램들을 시사교양 부문에서 제작했을테니, 지역사나 케이블, 예능부문에 대해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게임은 MBC본사에서 만들고 없앤 채널은 아니니까, 굳이 냉정하게 따지자면 그 방송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MBC계열 케이블채널에 대한 관리책임은 본사가 아닌 MBC플러스에서 하고 있고, 책임을 묻자면 MBC플러스에 물어야겠지요. 그러나 MBC 조직 전체가 어떤 힘(혹은 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졌고 그것은 본사, 자회사, 지역사에 관계 없이 'MBC' 이름을 달고 있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발생을 했으며, 그리고 그 사태의 서막이 MBC게임의 폐국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끄적여봅니다. 이런 글 쓴다고 없어진 MBC게임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11년 동안 내 청춘을 같이 위로해줬던 친구를 위해, 이 정도의 푸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조금은 안일한 생각에 식곤증으로 졸린 주말 오후에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그리고 이건 사족 하나.


아직 MBC플러스의 사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인지라 들어줄리 만무하겠지만, 강제로 없애버린 MBC게임의 VOD라도 복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게임 채널 부활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리고 부활 선언을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제가 제일 가열차게 욕질 할겁니다 -_-) MBC게임의 11년도 나름 한국 e스포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 기록이라도 온전히 남겨서 유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협회가 나서주면 좋겠지만 협회도 상황이 지금 안좋으니, 각 종목의 종목사(블리자드 등)에서 해당 게임의 관련 VOD를 인수라도 해줬으면 좋겠네요. 제가 너무 주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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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룬가스트! 참!
17/12/16 14:09
수정 아이콘
저도 나름 MBC게임을 개국 초기 즉 겜비씨 시절때부터 봐왔고 폐국되는 과정까지 지켜봤던 사람 중 하나로써 이 글에 너무나 공감하네요.
지금 MBC 플러스 사장인 권재홍 씨는 정말.. 적폐죠.
그렇게 정의롭게 뉴스를 하던 사람이 권력 맛을 한번 보더니 타락하는 거 보면 정말 욕이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더라고요.
3.141592
17/12/16 14:16
수정 아이콘
mbc게임이 생기고 없어진게 적어도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정권이나 정치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안이니까요. MBC게임의 폐국이 무능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MBC는 나쁜짓을 해서 그것에 대해 반성한거지 무능해서 반성한게 아니죠.
17/12/18 14:33
수정 아이콘
그래서 더 답답하지요. 밑에 i_terran님(前 MBC게임 작가)께서도 남기셨지만, 겉으로는 불법인 게 없었으니까요.
자전거도둑
17/12/16 14:24
수정 아이콘
엠겜 관계자들이 말하기를 엠겜은 절대 적자가 아니였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있었으면 정말 양질의 컨텐츠가 많이 만들어졌을건데 아쉬워요.
堀未央奈
17/12/16 16:29
수정 아이콘
MBC게임은 VOD도, 리플레이도 다 소실됐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안타깝죠.
i_terran
17/12/16 17:18
수정 아이콘
엠비씨게임은 완불엠이란 여러가지 굴욕을 들으면서도 선투자를 한다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왔어요.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하다는 느낌으로 엠겜 내부에서도 결국은 우리가 마지막에 살아남을 거고. 상암동 MBC본사 옆에 지어지는 e스포츠용 경기장이 건설될 때까지 문래동에서 열심히 버텨보자고 했어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오기 전에도 참 MBC게임 돈 더럽게 안썼지만, POS인수라든지 가끔 놀라운 깜짝카드를 준비하기도 했죠. 상암동 e스포츠 경기장이 그 당시엔 아는 사람만 아는 내용이었지만, 엠겜으로선 모든걸 뒤집어엎을 수 있는 카드를 준비했던 거죠. 그런데 그 상암동 경기장은 지금 OGN이 쓰고 있습니다. 바로 그 경기장자리입니다.

저는 방송국의 판단에 따라서 채널을 없애고 다른걸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재윤선수를 비롯한 조작사건이나 스타1의 지적재산권분쟁도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그런데 엠겜을 없애고 새로운 채널을 만들었는데 그 채널은 투자가 어마어마한데, 회수가 보장된 채널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런 채널은 만들기 위해서 엠겜을 없앤게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저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MBC본사가 개혁되고 차례로 MBC플러스가 개혁되는 과정에서 이런부분에 비밀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하지만 어렵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겉으로는 모든게 합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7/12/18 14:35
수정 아이콘
글 쓰고 나서야 작가님께서 일전에 쓰셨던 글이 기억나더군요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였던가요?)
마지막 말씀처럼, 모든게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더 파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으로 포장을 하려해도, 모두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크네요
17/12/18 14:35
수정 아이콘
근데 혹시 MBC게임이 폐국하면서 남아있던 영상자료는 어떻게 됐는지 알고 계신게 있나요? (설마 일산드림센터로 이사하면서 다 폐기?!)
베요네타
18/01/05 21:14
수정 아이콘
왠지 폐기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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