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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8/02 11:42:14
Name CoMbI COLa
Subject 유게 수련회 글을 보고 생각난 알바 경험담
안녕하세요. CoMbI COLa 입니다.

원래는 유게글(https://ppt21.com/?b=10&n=310139)에 댓글로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1000자가 훌쩍 넘어버려서 자게에 적어봅니다. 저의 아주 개인적인 경험담이니 진리의 케바케&사바사를 염두해 두시고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13년에 경기도에 있는 수련회를 운영하는 곳에서 알바를 했었습니다. 친구의 삼촌이 운영하시는 곳이었고, 원래는 자격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지만 갑자기 사람이 부족해서 급하게 지인들을 구한겁니다. 당연히 저는 교사 관련 자격 같은건 없었죠.

일단 저를 포함해서 5명인가 6명이 알바로 왔고, 학생들 입소(정말로 입소라고 불렀습니다. 입소식도 있었음...;;;) 하기 4시간 전에 와서 건물 위치와 일정 듣고 원래 그곳에서 일하던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그랬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거기는 조교가 아니라 선생님이 호칭이었습니다. 각자 닉네임을 정해서 XX쌤이라고 부르고 그랬죠. 그런 다음 학생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더군요.


1. 일단 첫 만남에서 뭐 하나 꼬투리(떠든다거나 다른데 본다던가) 잡아서 기합(앉았다 일어났다, 엎드려뻐쳐 등)주고 확 휘어잡아라.
2. 너희들이 잘 하면 이런 기합 안 받고 3박 4일간 편하게 지낼거다 라고 말한다.
3. 좀 상투적이지만 너희들 하기에 따라서 내가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괜찮다.
4. 애들이 조금이라도 산만해지거나 기어오르면 바로 기합주면 된다.
5. 숙소 들어가면 방장 정해주고 방장들 집합시켜서 기합 빡세게 주면 알아서 잘 할거다.
6. 그래도 까불거나 하면 따로 불러내서 멱살 잡고 겁주면 된다.

[7. 이 모든건 선생님들 편하자고 하는겁니다. 이렇게 안 하면 말 1번 할거 3번, 4번 해야하고 애들 감당 안 됩니다.]


듣다보니 실제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는데 알려주시던 분이 왜 웃냐고 물어보길래 군대 같다고 하니까 당당하게 "네, 군대식 맞아요. 군대 갔다오셨으면 비슷하게 하시면 돼요" 라고 말하더군요. 참고로 여성분이셨고요. 요즘은 남녀공학이 많으니 남자 선생님이 남학생을 맡고, 여자 선생님이 여학생을 맡았는데, 여학생들도 동일하게, 소위 말해서 굴렸습니다.


그 외에 생각나는 점들을 적어보자면,

- 애들 청소검사 할 때는 진짜사나이 점호하는거 말해주면 이해 한 방에 된다더라 (백색수갑 끼고 먼지 훑는다거나 뭐 그런거, 당시 인기가 좀 있었나 봅니다)
- 10시 30분에 애들 재우고 6시 30분에 깨우는데, 10시, 12시, 7시에 본부에 보고(카톡으로)해야 했습니다. 보고 방식은 건물번호, 방 번호, 담당자 이름, 총 인원, 현재 인원... 뭐 이런식이었습니다. 그냥 군대식으로요.
- 가능하면 욕은 하지 말기. 제일 심하게 하면 새끼야 정도. 전에 학생이 녹음해서 뒤집어졌었다고... (근데 멱살은 되나?)
- 술, 담배는 아무리 뒤져도 다 못 잡는다. 그런건 어쩔 수 없고, 생각날 때 한 번 씩 담배 냄새 난다고 단체로 기합주고 자수하도록 하면 된다. (기합 준 다음에 다들 눈 감게 하고 손 들라는 방식, 아무도 손 안 들어도 자수했으니 봐준다 식)
- 단체로 이동하다가 다른 반하고 너무 가까워졌거나, 순번을 기다려야 할 경우는 꼬투리 잡아서 오리걸음 시키면 됨.



저는 15~16살짜리 애들한테 굳이 험한꼴 보여주기 싫은 것도 있고, 제 학창시절에 친구들끼리 수련회 가서 조교들 몰래 놀고 그랬던게 생각나기도 해서 그냥 애들 하고 싶은데로 새벽 3시건 4시건 죽어라고 놀아도 상관없는데 숙소 밖으로 나가서 걸리거나 소리 지르다가 다른 선생님(원래 일하던 사람들) 안 오게만 하면 된다고 했죠. 그건 내가 커버 못 쳐준다라고.
사실 그래놓고 좀 쫄리기는 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도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애들 통제 안 되거나 문제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요. 그런데 의외로 자유롭게 놔둬도 애들이 넘으면 안 되는 선은 알고 알아서 잘 행동했습니다. 동네 형처럼 애들을 대하니까 오히려 제가 구라를 좀 쳐도 그냥 믿고 따르기도 했고요. (아침 식사가 원래 순번으로 돌아가는거였는데, 제가 가위바위보 잘 해서 빨리 먹는거라고... 얘들아 박수 안 치냐? 선생님 안 멋지냐? 다음부터는 일부러 진다?   그런데 쓰고보니 자괴감이...ㅠㅠ)

그리고는 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3박 4일 중에서 3일 째 오전까지만 같이 보내고 먼저 돌아왔습니다. 급하게 돌아가느라 애들한테는 다른 선생님이 올거라고만 말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 한게 아직 아쉽기만 하네요. 유게 글 보고 오랜만에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p.s. 사실 정확히는 수련회랑 조금 다릅니다. 주소도 정확히 알고 있는데 그냥 뭉뚱그려서 적습니다.
p.s.(2) 당시 학생들이 수원에 있는  DP중학교 출신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알고있는 수원 소재 중학교니 아마 맞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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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루
17/08/02 11:49
수정 아이콘
선글라스는 쓰셨나용? 무한도전 백곰 부사관이 생각나네요 흐흐
Agnus Dei
17/08/02 11:50
수정 아이콘
"네, 군대식 맞아요. 군대 갔다오셨으면 비슷하게 하시면 돼요"

이걸 말이라고....크크 쓰레기네요 쓰레기
possible
17/08/02 11:51
수정 아이콘
요즘도 마지막 전날밤에 캠프파이어하면서 촛불들고 부모님 은혜 노래 부릅니까?
17/08/02 11:59
수정 아이콘
PT 8번하면서 하는거 아니었습니까?
Chandler
17/08/02 11:57
수정 아이콘
진짜 교육현장 적폐1순위문화라 봅니다. 황군시절 똥군기가 지배하는 우리사회의 적나라한 단면이라고 봐서..나중에 제자식 커서 저런데 간다하면 안보낼껍니다.
17/08/02 12:54
수정 아이콘
근데 아이는 저런데라도 친구들하고 같이 가서 2박 3일 놀다 오고 싶어할걸요....ㅠ
나스이즈라잌
17/08/02 13:14
수정 아이콘
놀러간다해도 수련회같은곳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기 싫어합니다.

저 역시 가기싫었고 학창시절 수련회가 끝나고나면 반 아이들 대부분 불만족했습니다
17/08/02 13:32
수정 아이콘
그래요? 저랑 정반대의 경험을 하셨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의 영역인지라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겠네요.
Chandler
17/08/02 13:24
수정 아이콘
설득해서라도 가지말라고 해봐야죠...

교육적으로 해악만 끼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17/08/02 13:33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아이들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2박 3일 동안 저 수련회가 주는 해악'과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가로막는 것' 중에 뭐를 선택하는게 좋을지는
참 고민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7/08/02 13:09
수정 아이콘
6학년 때 수련회 가서 밤에 한창 잘 자고 있는데.. 막 흔들어 깨우는 겁니다. 잠도 덜 깼는데 애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순서대로 싸대기를 때리더군요. 잠도 덜 깨서 이게 뭔가 싶어서.. 제 차례에 잠깐만요 하고 물었습니다. 왜 맞는지나 좀 알려달라고. 잠을 안 자서 때린답니다. 아마 그 사람도 절 봤을 때 얘는 지금 자다 일어나서 잠이 제대로 안 깬 얼굴인 것 알았을 거에요. 자는 사람을 깨워놓고 안 잔다고 뺨을 때리는.. 난 자고 있었는데 왜 맞냐 했더니 뭐 레퍼토리죠. 단체 책임 운운하길래.. 잠든 내가 안 자는 사람들 재워야 될 의무라도 있냐고 항변했는데 결국 얻어맞았지요. 그 시절에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집에 전화하건 경찰서에 전화하건 난리를 냈을 텐데. 고작 20여년 전인데 참 어이없는 때였는데.. 정도는 좀 덜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건 여전히 변하지 않네요.
광개토태왕
17/08/02 13:16
수정 아이콘
쓰레기네요 어렸을때 수련회 괜히 갔네... 크크
방구쟁이
17/08/02 13:28
수정 아이콘
소수를 타겟삼아 공개적으로 인격말살을 해서 질서를 유지한다라는 발상 자체가 참 역겹더라구요.
다루는 사람들 입장에서 편하기야 하겠습니다만..헬조선식 군대 문화를 충실히 따른 메뉴얼이네요.
17/08/02 13:29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이거 가서 얻는 이익이 뭐죠?
추억만들기...는 군대에서도 하는거고 크크
Chandler
17/08/02 13:39
수정 아이콘
학교측이 받는 뒷돈과 리베이트요 크크
정지연
17/08/02 14:23
수정 아이콘
학생은 얻을게 없어요
달달한고양이
17/08/02 13:58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 교관들 중 일부는 그냥 나이어린 알바뛰는 노는애들(....)이었던 것 같아요. 고딩 때 수련회 다녀와서 제 친구랑 사귀고 그랬는데 알고보니 거진 양아치였다는....
17/08/02 14:14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5학년때 남해 모 수련원 갯벌에서 PT8번 했던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나는군요.
17/08/03 10:14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2학년때 다녀왔는데 몸이 약한 친구 한명 다리가 절단될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교들 레파토리는 저기서 못벗어나는것도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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