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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21 00:00:18
Name 마음의소리
Subject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방황하는 30살
지금으로부터 11년전인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 3가지를 쓰시오"
당시 저는 주저하지 않고 첫번째에 돈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실직을 하시고, 집에서 바둑을 두며 쉬시는 시간이 많아지셨습니다.
가장으로서 나름대로 학원버스 운전도 하시고 이곳저곳 돈을 벌러 다니시는 듯도 했지만 청소년기에 저희 집이 남들에 비해
돈이 없고 안정적인 직장이 없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빚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버지께서 실직을 하셨던 것 뿐인데 어린나이에는 그 돈이 없다는 사실이 왜 그리 부끄러웠을까요?
그런 저에게 학교 다니면서 그나마 제 자존감을 유지 시켜주었던 건 성적이었습니다.
평준화 학교였지만 지역내에서 성적이 높은 한군에서 1등은 못했지만 중학교던 고등학교던 늘 2~5등사이의 성적은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원을 다니고, 과외도 받은 친구들에 비해서 성적이 잘 나왔고 청소년기의 저의 희망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물론 공부를 하면서 제 능력의 한계(수학은 머리좋은 친구들을 도저히 못따라가겠더라구요)를 알아서 인지 1등 욕심은 내 본적이 없는 듯합니다.

학교다니면서 교우관계는 원만했지만 주위 친구들에 비해 가난한 환경적 스트레스, 시험때의 긴장감이 억눌려서 일까요?
수능시험 1달전 극심한 슬럼프 및 편두통으로 인해 수능을 평소보다 많이 못쳐버렸습니다.
원래 사범대나 교대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망쳐버린 수능점수를 보고서는 그냥 될대로 되라는 느낌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수능을 조금 못쳤어도 정신차리고 원서라도 잘썼으면 집주변 교대정도는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안전빵(?)으로
넣은 경영학과를 수시로 진학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20살,21살
남중남고 나온 저에게 대학생활은 즐거운 생활이었습니다. 동기들과 어울리고 자유롭게 생활 하는게 너무 즐겁더라구요
연애도 하고 싶었지만 '외모의 한계'로 인해 못했지만, 큰 스트레스 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주변에 연애 잘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긴 하더라구요. 내심 사범대,교대 진학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습니다. 그 당시 생활이 나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도 없었기 때문이죠. 군대도 가야했구요.

21살~23살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2010년 8월 여름. 전역하자마자 수능 다시치러 재수학원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전역 후 당장에 쓸 돈이 없었기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수능공부를 했습니다. 결과는 교대갈 점수는 부족한 점수가 나왔구요. 특별히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에 집중을 했기에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조금 더 노력해볼 껄 이라는 아쉬움은 생기더라구요

24살
복학 후 뭘 할지 1차적으로 고민 했는데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전공이 경영학과다 보니 회계사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학창시절
수학에 대한 부담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저로서는 선뜻 내키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첫 연애를 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즈음 헤어졌습니다. 지금 와서 곰곰히 돌이켜 보면 20대 중 가장 행복한 시기가 이 시기 였지 않나
싶습니다. 모교에 오게 된 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학교에 왔기에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서요.
그렇게 좋았기에 헤어지고 나서 후유증은 더 컸습니다. 24살 후반에 헤어지고 나서 한 3달간은 방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25살
첫 연애 후 첫 이별. 제가 남들보다 멘탈이 약한건지, '다시는 그런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바보같았죠. 실제로 헤어지고 몇 년뒤 그 여자친구가 연락왔을 때는 애인이 있었기에 문자로 연락하지말라고 거절을
했는데 말이죠.
25살에 제가 한 건 학점 복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연애 였네요

26살 상반기
또 다른 이별 후, 또 몇달 간 방황했습니다. 멘탈이 약해서 그런건지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이별하고나서 털어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특별하게 한 건 없는데 벌써 대학교 4학년 입니다. 취업준비를 할지, 공무원 공부를 할지, 휴학을 할지 생각을 해봤지만
인생에서 두번 다시 대학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아리 활동에 매진합니다.
아르바이트, 학점 및 영어 공부는 틈틈히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26살 하반기
동기 들과 후배 들이 하나둘씩 취업준비를 시작합니다.
26살이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지 크게 취업준비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목표를 27살 하반기 취업으로 생각하고 공기업과 가고 싶은 사기업 위주로 몇개씩 원서를 써봤습니다.
다행히 복학 후 대부분 학점을 A로 받고, 대외활동 및 800후반의 토익점수를 받아 놓은 턱에 서류를 합격하는 곳이 몇군데 생기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 금융기관에 합격을 합니다.

27살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시작 합니다. 학생과는 다르게 타이트한 직장생활 적응하는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힘들다는 생각은 했지만
주변에서 워낙 좋아하시고 보수도 괜찮았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했었네요.

28살
1년정도 지나니 일이 손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동기,선배들 중 몇몇은 퇴사를 하네요. 그들의 용기가 멋있습니다.

29살
2년정도 지나니 일이 더 손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신입 티를 벗어나 업무적으로 인정도 받기 시작했구요.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퇴사 고민을 했지만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생각에 포기합니다.

30살
한 살이라도 어릴때 진로를 바꿔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조직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평생 실적 압박에 스트레스 받을 자신이 없고, 업무강도도 세진다는 부담감도 한 몫 햇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불투명하기에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적 기억 때문인지, 급여가 반으로 줄어들어도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되더라구요.

주말에 틈틈히 공부를 하면서 토익점수 자격증을 새로 따며 인적성 공부도 했습니다.
상반기가 끝날때 쯤 사표를 썼습니다.....만

결국 철회 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겁이 나서요.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다시 뚫을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많이 상실 되었다고나 할까요?
지금 가진 모든 걸 다 버리고 도서관에서 10시간~12시간씩 공부를 하면서 내 멘탈이 버텨 낼까는 의구심도 들었구요
선택을 했으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제가 져야 하는건데
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한지 모르겠네요.

29살, 30살이 되니까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가는게 저만 정체 되어있는 느낌입니다.
친구들이 회계사 합격을 했다는 소식, 공무원을 합격했다는 소식, 공기업을 들어갔다는 소식 너무너무 축하하고 제 친구들 일이니까
기쁜데 한편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면 너무 초라하네요.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산건가? 조금 더 확실하게 목표를 잡고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조금이라도 어릴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할껄..., 내가 하고싶은 걸 해볼껄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도네요

지금이라도 박차고 공무원공부나 공기업 준비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버리고, 실패했을 때 낙오되는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스트레스만 받고 있네요

퇴근 후 근처 독서실 및 카페에서 책을 보며 공부를 틈틈히 하고는 있지만, 진도가 팍팍 나가는 것도 아니고, 설사 서류붙고나서 면접
가기도 힘들거라는 생각에 답답함만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혼란스러운 나날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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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원숭이
17/07/21 00:04
수정 아이콘
저두요, 31인데 진로고민이 이제야 시작되었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7/07/21 00:23
수정 아이콘
29살, 30살이 되니까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가는게 저만 정체 되어있는 느낌입니다.
친구들이 회계사 합격을 했다는 소식, 공무원을 합격했다는 소식, 공기업을 들어갔다는 소식 너무너무 축하하고 제 친구들 일이니까 기쁜데 한편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면 너무 초라하네요.

-> 친구들이 이제야 자리 잡을랑 말랑하는데, 글쓴이께서는 이미 3년전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부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행복한 고민이십니다. 지금 취업시장에 '확실한 대안' 없이 뛰어드는건 정말 미친짓입니다.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한번씩 사표 던져야 하는거 아닙니까.. 다만 바빠서 못던지고 퇴근했을 뿐인거죠.
마음의소리
17/07/21 00:45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현 직장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서 인 것 같습니다. 더 늦기전에 진로변경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조바심도 생기구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17/07/21 00:32
수정 아이콘
이미 그들보다 먼저 취업해서 먼저 자리잡고 계신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산건가? 조금 더 확실하게 목표를 잡고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왜 이런 생각을 하시죠?

그들은 아마 글쓴님 보면서 '아 이거 공부만 해서 되긴 될까 그냥 빨리 회사가는게 나은거 아닌가?' 이런 생각 했을거에요.

그리고 이제 사회생활 시작하면 마음의소리님 생각대로 인생이 굴러가지 않습니다. 보통 취업 전까지는 자기 의지로 컨트롤이 되는데 취업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 자의반/타의반에 의해서 인생이 흘러가죠. 생각지도 못하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요. 그러니 미래에 대한 걱정은 일단 접어 두시고, 현재 계신 곳이 딱히 나쁘지 않은 곳 같으니 더 노력해 보세요.

혹시 아직 교대 가는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라면 회사를 휴직하고서라고 한번 마지막 시도 정도는 해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퇴사하고 하시면 안됩니다.
마음의소리
17/07/21 00:49
수정 아이콘
옆에 계신 선배들 모습이 제 미래모습이라 생각하니
답답함이 심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앞으로 미래의 업무환경,실적압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심해질거라 생각하니 부담도 되구요

퇴사하고 하지말라는말씀은 실패했을때 리스크가
크기때문이겠죠?
조언 감사드립니다
17/07/21 01:22
수정 아이콘
그렇지 않아요. 옆에 계신 선배님들 인생이 그대로 마음의 소리님 인생이 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래 보였는데, 살다보면 사람 다 제각각 자기만의 인생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어딜가도 연차가 올라갈 수록 업무환경, 실적 압박은 똑같습니다. 진짜 맘편한 직업이 뭐가 있을까 싶네요.
아유아유
17/07/21 01:22
수정 아이콘
공무원 됐다는 친구분도 님과 같은 생각일겁니다.
10년 이상 다니고 있지만 매일 때려칠 마음 먹고 있습니다.진심으로..껄껄
17/07/21 00:54
수정 아이콘
저도 나름 일찍 취업해서 당장은 그럭저럭 잘 다니고는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다닐 직장은 아닌거같아서 고민입니다. 좀 특이한 직렬이라 제 멘탈이나 건강이 좀 걱정되서요.. 근데 때려치고 다시 공부하기엔 무섭고 퇴근하면 피곤해서 책도 잘 안잡히고 걱정이네요
이유진
17/07/21 01:10
수정 아이콘
스무살 도쿄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히오스
17/07/21 05:40
수정 아이콘
도피처로 교대 많이 생각들 하죠. 비교내신을 주니까 늦은나이에 들어오기도 쉽고
과외나 학원 돌리면서 돈 벌고.
임용률도 매우 높죠
직장 접고 오시는 분들 많습니다.
wish buRn
17/07/21 09:27
수정 아이콘
살다보니까 배부른 돼지도 괜찮더라구요
17/07/21 11:22
수정 아이콘
저는 대학때 별생각없이 취업준비를 미리 안해서
굉장히 고생해서 겨우 한 곳 들어왔는데...
겨우 들어와서도 고민이네요
취업준비생이라고 생각하고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공부합니다
하얀 로냐프 강
17/07/21 12:02
수정 아이콘
서른살인 저도 얼마 전에 진로 고민을 심각하게 했지만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이직 실패하였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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