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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9/17 19:11:42
Name 상록일기
Subject [일반] 사적 제재와 사적 자치
대학에서 교양으로서 법학을 배울 때, 형벌은 제재로서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형사처벌은 벌금형이든 금고형이든 징역형이든 심대한 법익의 침해에 대해서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기능해야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현실에서의 형벌은 다소 너저분합니다. 어떤 범죄가 심대한 법익의 침해인지조차 합의되지 못합니다. 일부 무슬림 국가에서는 동성애는 사형으로 벌 해야할 죄악이고, 결혼하지 않는 남녀의 성관계는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신자에게 무신론을 권유하는 것도 신성에 대한 모독이며 신성은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므로 처벌됩니다.

세속화된 국가에서도 마리화나나 매춘이 사회를 유지하는 가치와 법익을 침해하니 처벌해야한다는 이들과, 그렇지 않으니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들이 동시에 있습니다. 낙태를 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니 처벌해야 한다는 이들과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일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있습니다.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 가운데서도 국기를 태우는 것조차 표현의 자유라는 국가와, 그것이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며 처벌하는 국가가 존재합니다.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말이라면 그것이 진실일지라도 처벌하는 나라와 진실인 말은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나라가 존재합니다. 어떤 행위가 형사처벌을 하면서까지 보호해야할 심대한 법익의 침해인지 자체가 논쟁과 합의의 대상입니다.

한국은 타인에 대한 믿음이 없는 나라입니다. 자국을 증오하는 이들이 내뱉는 한탄이나 증오가 아니라 여러 통계가 그를 말합니다. 사회적 자본이라 불리는 시민 간의, 정부 기관에 대한, 시민 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통계조사에서 항상 낮은 수준을 가리킵니다. 영국 레가툼 연구소에서 2023년 발표한 조사에서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조사대상 167개국 중 107위에 불과했습니다. 걔 중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려 155위에 위치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자국이 원칙이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나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 법은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명예이기에 한 사람이 타인에게 개별적으로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전화통화로 욕설을 퍼붙고 조롱한다면 그 내용이 얼마나 참담하고 불쾌하든 모욕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욕설 중 성적이 조롱과 모욕이 포함된다면 그것은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범하는 것이어서 성범죄로 처벌됩니다. 매장문화재보호법에 의거, 사인이 토지를 구매하고 그 위에 건물을 짓다 유물이 나온다면 그 유물은 국가에 귀속됩니다. 하지만 발굴 비용은 사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다면 비록 그것에 미성년자의 기망에 의한 것일지라도 처벌되거나 영업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어떤 법률은 엄격하게 논리적이지 않고 임의적이며, 그 임의성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게 짜여진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사적 제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적 제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앞서 형벌은 어떤 부당한 행각에 대한 최후수단으로서의 처벌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최후 수단에 앞선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기관에서는 어떤 범죄에 대해서는 형벌 대신 범칙금과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나 과속 같은 소소한 잘못이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엔 (성희롱 등) 국가에서 지정하는 교육을 강제로 듣는 것으로 교화하기도 합니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선 서면사과나 봉사활동으로 처벌을 갈음합니다. 민간단체인 기업이나 대학에서도 내부적 규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잘못을 제재합니다. 아파트에서도 자치회에서 별도의 규제사항을 정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재들은 국가기관에서 직접 강제하고 있거나, 국가기관에서 집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이 한정적이여서 정관이나 규칙의 위반이 무엇인지, 이에 대해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합의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사적제재일까요? 우리는 보통 이것이 국가기관의 개입이 없었지만 사적 제재가 아닌 사적 자치라고 부릅니다.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우리는 공적기관의 개입없이 규칙을 합의할 수 있고 처벌의 수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처벌의 정도는 약간의 벌금이나 봉사활동, 사과요구,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경고문 부착 등의 경한 것으로 한정되지만요.

문제는 이렇게 몀문으로 약속을 하기가 참 어렵고 한정적이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종류의 사적 자치는 명문의 규정없이 합의가 안 된 문화와 상식, 도덕률로 돌아갑니다. 과거의 상식과 현재의 상식과 도덕은 어지럽게 혼재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공공장소에서 몹시 시끄럽게 군다면 모르는 아저씨에게 꾸지람을 듣을 수도 있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타인의 아이를 훈계할 권한이 없다는 문화로 바뀌었고 이런 행동은 때론 아동학대죄로 고발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과거 노약자석이 아니더라도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상식'이었고 이를 어길 시 눈총 받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재촉하는 눈치를 주는 것이 오히려 몰상식한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등하교 시 녹색어머니회의 깃발은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데 내가 왜 지킴?"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화와 상식과 도덕으로서 사적자치는 그것을 지키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어떠한 강제도 할 수 없기에 많이 형해화 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 늘어나길 원합니다. 국가는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을 규제할 능력이 없으며 그리해서도 안됩니다. 범죄자들이 신상이 털리고 조리돌림 당하는 건 그들에게 사적제재가 아니라 사적자치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사실을 말함으로서 낮아지는 평판과 잘못된 행동을 범해서 날아오는 비난은 그들이 감당해야 하며 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이들에겐 사적 자치는 너무나 쉽게 사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그 합의사항이 편향되고 부당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학생회 학칙에서 정의하는 성폭력의 범위가 광범위해 납득할 수 없는 사과요구와 징계를 받았다는 사례처럼 명문화된 사적 자치 영역조차 부당할 수 있으며 명문화되지 않은 사적 자치는 너무나 위험합니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까요? 국가기관에게 더 많은 판단의 권한을 열어주고 더 많은 영역에서 개입을 허락해야할까요?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과 늘어나는 세금에도 불구하구요? 반대로 내가 동의하지 않고 반대표를 던질 수도 없는 사인 간의 규약과 도덕과 상식이 나의 행동을 제한하도록 놔두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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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사과
23/09/17 19: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법으로 인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게 해야한다고 [설령 악인을 일부 처벌하지 못하더라도] 생각하는 입장에서 사적 제재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23/09/17 19:31
수정 아이콘
사회에 대한 믿음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우리사회에 상당한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적재제는 더더욱 위험하죠

솔까 사법을 불신하는데, 일개 개인을 믿을 수 있을리요...
꼬마산적
23/09/17 19:37
수정 아이콘
결국 사법 아니 제도의 신뢰도가 문제가 봅니다
VictoryFood
23/09/17 20:00
수정 아이콘
사법 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해 판결문이 보다 쉽고 명확하게 숫자로 적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형량을 선고할 때 뭉뚱그려서 최종 선고를 할게 아니라 세부적으로 양형요소에 따라 형량을 숫자로 표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특수폭행 : 기본 2년
피해자가 부모라 존속 폭행 : 플러스 1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지속적 학대 : 마이너스 1년
피해자가 처벌불원 : 마이너스 1년
합계 :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이런 식으로 세부 양형 과정을 모두 밝혀주면 좋겠습니다.

왜 판결은 수학공식 같아서 변수 넣으면 알아서 나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아마도 법전문가들인 판사나 검사, 변호사 들은 세부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량이 정해지는지 알고 있겠죠.

그러나 일반인들은 모르니까 판사의 판결을 고무줄 같다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 판결 관련 기사에서 [다만] 으로 시작하는 문구만 나오면 저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모르니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 하면서 집행유예 하면 황당하잖아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각각의 양형에 대해 기준을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23/09/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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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반성과 사죄를 판사에게 하는 거지같은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하고 그 판단도 피해자와 유가족이 해야죠
VictoryFood
23/09/17 20:20
수정 아이콘
특수폭행 : 기본 2년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 원함 : 플러스 1년
피해자와 합의 못함 : 플러스 1년
가해자가 반성문 냄 : 마이너스 1년
가해자가 공탁금 냄 : 마이너스 1년
합계 :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땅땅
닉네임을바꾸다
23/09/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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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형사재판라는건 기소를 담당하는 국가를 대행하는 검사와 피의자간의 1대1로 맞붙고 그걸 판사가 중간에서 결정하는 구조라...
증인과 참고인 이상은 피해자에겐 참여주체가 아니다보니...법정 밖에서 반성과 사과는 따로 해야하는거긴 한데 법정내에서는...저 잘못했습니다라고 할만한 곳이 판사밖에 없긴 할겁니다...
23/09/17 21:38
수정 아이콘
하려고 안해서 그렇지, 하려고 했으면 그에 맞춰서 실현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겁니다.

대충 잠깐 생각해도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든 대리인을 세우든 해서 피해자 혹은 유가족의 진정서를 받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할 듯 한데
머리 좋은 분들은 더 좋은 생각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3/09/17 21: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솔직히 반성의 표현으로서 사과는 당연히 피해자나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되어야겠지만...그러니 불원서 같은거 하기도하고 말이죠
반성이란 행위는 피해자나 유가족의 용서가 필수적으로 넣어줘야하냐는 또 다른거라서
의미적으로는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안해야지라는 마음가짐을 갖는거잖아요...(계속 지켜질지는 둘째치고 당시엔 진심이였단 가정하에는...)
23/09/17 22:17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러니까 반성과 용서를 구분해야죠
반성은 지금처럼 하던지 하고, 용서를 받으면 추가로 감경해주든..

아무튼 판사한테 반성문은 하루에 하나씩 날리면서
피해자한테는 얼굴도 안비치는 지금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입니다
밥과글
23/09/18 00:26
수정 아이콘
근현대의 형법이라는 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생겨난게 아니라 독일 같은 나라의 국가주의 같은 관점에서 국가의 치안, 즉 체제 유지를 위해서 생겨난 것이다보니
범죄를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범죄자 사이의 문제라고 보는 시선이 기본으로 깔려있다더군요.
즉 범죄자는 피해자에게 죄를 지은 게 아니라 국가의 법을 어긴 국가의 죄인이라는 거지요.
그러니 반성문도 법의 대리자인 판사에게 내고요
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일단 형사문제로 넘어가면 판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가해자가 형량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피해자측이 알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즉 반성문 뿐만 아니라 형사재판 과정 전체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무시되었던 거고 반성문은 그 흔적이죠..

이에 대한 반성과 반발로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게 생겨났고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려하는 절차와 피해자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반영하는 판결로 바뀌어왔다

라고 줏어 들었습니다
23/09/18 14:09
수정 아이콘
맞아요..사죄를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하고 그 사과가 합당한지도 그들이 판단해야지..판사가 대체 왜 결정을..
23/09/17 21:05
수정 아이콘
판결도 그렇고 기소도 공식처럼 체계화해야죠.
chatgpt 만 좀 활용해도 인간이 하는것보다 훨씬 공평한 판결과 기소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밥그릇 문제와 일부라도 억울해지면 안되는 문제가(비록 억울한 비율이 훨씬 낮아지더라도) 큰 난관입니다.
20060828
23/09/17 20:17
수정 아이콘
현재 나타나는 사적제재의 크기가 바로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의 크기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솜방망이일 걸 아니까 사람들이 나서는거죠. 최대한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서 불편함을 주자는 것이 사적제재의 목표가 아닐까요. 잘못에 대해 공감할만한 형벌이 주어진다면 '어차피 처벌 받을걸' 하고 가만히 있겠죠.
최근 교사에게 민원으로 괴롭힌 사람들의 신상이 유포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머리로는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가슴은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왜냐면 어차피 그 사람들은 조금만 지나면 잘 살테니까요.
23/09/17 20:35
수정 아이콘
근데 사적제재야말로 지금보다 더 재력있고 권력있는사람들 혹은 잃을게 없는 막장들에게 훨씬 유리한 환경이라 일단은 법의울타리에 있는게 낫긴 하죠..
사람되고싶다
23/09/17 20:50
수정 아이콘
일단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나라에 대한 생각이 조선시대 나랏님이라... '나랏님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서... 현대 사법 시스템은 시스템만 이식됐을 뿐 인식과 현실이 괴리 돼 있어요. 일종의 서구 시스템에 동양식 마인드라 해야할까요. 사법 불신 또한 대다수는 여기서 기인한다고 보고요. '권선징악' 테제에 너무 매몰 돼 있다 해야하나. 사법 안정성, 오판 가능성, 권리 보호, 교화 지향 뭐 이런 토대 위에 세워진 게 현 사법 시스템인데 애초에 보면 다들 그런 측면은 신경조차 안쓰고 '나쁜놈은 처벌받아야 한다!'라는 측면에만 집중하다보니 괜히 판결이 시원찮아보이고 이 권선징악 욕구를 충족 못시키니까 사적제재 옹호로 넘어갑니다.

아마 국가의 개입은 더 커질 거에요. 다름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걸 원해서. 어차피 국가를 제외한 향촌사회의 규범 같은 것들은 진작에 근대화, 식민지, 625, 경제발전 거치면서 싸그리 날아갔으니. 그렇게 계속 국가의 개입이 커지고 무고한 사람이 유탄 맞고 피해 보고 사적제재의 심각성이 극에 달해서야 겨우 '아 이러면 안되겠구나'하면서 나아지지 않을까요. 겉모습만 수입하고 안의 사상과 알맹이는 수입을 못했으니 저기 서구 애들이 겪은 걸 그대로 다시 몸으로 맞으면서 깨달을 수밖에요.
23/09/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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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불신의 대다수는 "기준이 이상해 보임"으로 요약된다고 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동양식 마인드의 나랏님이 너무 지맘대로다 쪽이겠죠.

이를테면,
800원(400원씩 2번)을 횡령한 사람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봤지만
유흥주점에서 상대 변호사에게 접대 받은 검사의 해임은 처분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있죠.

이런 것도 괜히 판결이 시원찮아 보이는 경우일까요?
사람되고싶다
23/09/17 21:19
수정 아이콘
뭐 사법시스템과 판사의 판결이 완벽하다를 논하고싶은 게 아니니까요. 단지 그렇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유격이 있어서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말일 뿐.
그리고 판결 기준이 이상해 보이는 건 일부만 보고 과장된 것도 많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단편적인 판결 결과만 보면 이상해보이더라도 판결문 까보면 우리가 처음에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있었고 이를 고려해서 정당한 판결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거기다 판사도 결국 법과 양형 기준 내에서 판단하는 존재인데 극단적으로 양형이 지멋대로라고 생각한다면 판사보단 국회를 조지는 게 맞겠죠.
23/09/17 21:33
수정 아이콘
위의 사례를 보면
800원으로 해고 사례 정당하다고 한것도 판결문만 보면 말이 되고,
검사가 유흥 좀 받았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건 아니죠.
문제가 되는 건 그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유사한 사건들을 모아놓고 봤을 때 이게 적절한 기준을 갖고 기준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판사가 양형 기준 내에서 판단한다고 하는데, 판사 재량에 따라 감경 해주는 작량감경이 있죠?
재벌 35법칙 유명하죠.
횡령액이 클수록 집유 확률이 높다는 건 통계적으로 밝혀진 사실이구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물론 판결문만 보면 말이 되겠죠 크크

요약하자면,
국민들이 사적제재의 유혹을 느끼는 건 나랏님이 제 역할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구시대적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구요.
고기반찬
23/09/18 06:39
수정 아이콘
횡령 부분은 pgr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바 있습니다만, 3년 이하의 형이 선고되었을 때 집유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5억 횡령했을 때 3년, 300억 횡령했을 때 3년이 선고된다면 후자의 경우 집행유예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횡령 규모가 커지는데 3년 이하의 형이 선고되었다면 대부분 주범이 아니거나,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었다는 등 특별한 양형사유가 존재한다는 뜻이죠.
23/09/18 10:20
수정 아이콘
https://m.tv.naver.com/v/2672407
재벌35법칙은 이미 통계적으로 유의미 한걸로 조사된 바 있죠.

횡령액이 클 때,
정확히 말하면 횡령을 크게 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에게 특별한 양형사유가 특별히 잘 인용된다는 것도 반박하시긴 어려울 듯 합니다.
고기반찬
23/09/18 10:56
수정 아이콘
일단 횡령액이 커질수록 선고형은 올라가고, 집행유예 비율은 감소합니다. 이건 영남대 산학협력단 조사기간과 동일한 기간의 조사에서도 나타납니다(이주희, 특경법상 횡령배임죄의 양형 관련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16, 347p). 위 논문에 따르면 영남대 산학연구단의 조사기간과 동일한 2011-2013년간 5유형(300억 이상) 횡령배임범죄의 경우 실형이 57건, 집행유예가 27건입니다. 같은 기간 3유형(3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전체 범죄 대비 집행유예 비율은 각각 순서대로 54.8%, 54.9%, 50.9%로, 5유형 범죄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먼저 댓글로 언급하신 [횡령액이 클수록 집유 비율이 높다]는건 사실과 다릅니다.

물론 과거 법원의 판결이 재산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비판은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초창기 횡령범죄 관련 양형기준이 기업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점차 양형기준도 정교화되는 추세입니다.
23/09/18 11:28
수정 아이콘
제가 찾은 자료에서는
300억 이상 횡령의 경우 11명이 100% 집유를 받았다고 나옵니다만...?
위 링크의 중간쯤 나옵니다.

자료 찾을 시간이 없고 최근은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시니
가장 최근의 째용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해보면
1심 5년
2심 2.5년에 집유4년
파기환송심에서 2.5년
중간에 가석방.
물론 판결문에는 모두 타당한 이유가 적혀 있을거구요.
13년 이후로 재벌 회장 중에 실형 다 받은 사례가 있긴 한지 의문인데..
재벌 총수들이 어떻게 처벌 받았는지는 여기 나오네요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708281431001#c2b

타당한 이유로 도중에 특사받고 나오는 비율이 많지만
실형 받긴 한거니까 제 말씀이 틀리긴 했습니다.
놀랍게도 집유 비율이 줄었습니다...

결국 인용하신 제 말씀은 틀렸다는 결론입니다만,
나랏님의 판결을 일반인들이 신뢰할만 하다고 느낄 역사라고 보십니까?
고기반찬
23/09/18 13:50
수정 아이콘
신뢰 여부야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수정되어야 겠죠. 제가 말씀 드린건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사실관계 파악이 잘못 되어있다는 겁니다. 영남대 산학연구단의 논문은 제가 찾아볼 수 없습니다만, 이주희 교수의 논문과 비교해서 모수 자체에서 차이가 난다면(특히 후자가 사건 모수가 더 크다면) 전자의 사건수집이 제한적이었단 뜻이죠.
23/09/18 14: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고기반찬 님//
뭐 어느 논문이 맞는지는 판단하기 어렵군요?
300억 이상 횡령으로 징역 받은 사람이 나올까 검색해봤는데 찾기도 힘들고
집유는 많이 나오네요 흐흐

그것과 별개로,
양형기준이 정교화 되고 있다는 말씀도
결과를 보면 글쎄? 싶군요
코도스
23/09/17 20:55
수정 아이콘
성범죄나 아동학대죄 같은 거는 법이 사적제재 보다 더 기준이나 원칙 없어 보이기도 해서
바람의바람
23/09/17 21:22
수정 아이콘
솔직히 판사만 ai로 바꿔도 불만 사라질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판결은 판결문 읽어보면 이해가지만
결국 그건 사실 당연한거고 뉴스에 나오는 이상한 판결들 보면
대부분 전관이란 개같은 악습 때문에 나오더군요
지금 말그대로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이뤄지고 있는데
판사ai화와 더불어 징벌적 처벌도 적극 도입되었음 좋겠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23/09/17 21:55
수정 아이콘
사회에 신뢰가 없어서 사법체계를 못믿는데 사적자치기구를 믿고 사적제재를 선호하는건 모순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직접 심판 하겠다는건 다른사람에게 내가 그렇게 당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기도 한데, 신뢰가 없는데 다른사람을 믿는것도 이상하고요.....
번개맞은씨앗
23/09/17 22:25
수정 아이콘
국가에 의한 규제와
타인에 의한 규제 이전에
[자기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진국의 개인주의적 특성에 관해 여러 데이터를 근거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위어드>란 이 책에서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구분해서 말하더군요. 한국 문화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나가야 할지 고민함에 있어서, 이 책을 참고해보시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가 부러워 하는 선진국들은 개인주의입니다. 사회신뢰도가 높은 나라도 개인주의입니다. 자기규제가 우선적으로 강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가 이 책 전체에서 설명한 심리적 양상들이 떠올랐기를 기대한다. 개인주의, 독립성, 관계와 무관한 도덕, 비개인적 친사회성(낯선 사람들에 대한 공정한 태도), 비순응, 전통에 대한 저항, 수치심보다 죄책감, 고된 노동, 자기규제, 도덕적 판단에서 정신 상태의 중요성, 선택한 직업에 맞춘 성향의 형성 등이 그것이다.‘ — 조지프 헨릭 著 <위어드> 12장 中

‘아이러니하게도 WEIRD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집착적인 성향이 강하면서도 공평한 규칙이나 원칙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고, 낯선 이나 익명의 타자를 상당히 신뢰하며, 그들에게 정직하고 공정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서 WEIRD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친구와 가족, 같은 종족, 지역사회를 편애하지 않는다. 그들은 족벌주의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맥락과 현실성, 관계와 편의보다 추상적 원칙에 집착한다.

감정적으로 볼 때, WEIRD는 그들이 속한 문화에서 장려되지만 대개 자신이 세운 기준과 열망에 맞게 살지 못하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대다수 비WEIRD 사회에서는 죄책감이 아닌 수치심이 사람들의 삶을 지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나 친척, 심지어 친구들이 공동체에서 그들에게 부과하는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할 때 수치심을 느낀다.’ — 1장 中

‘순응적 행동, 권위에 대한 복종, 전통 고수 등을 뒷받침하는 정서적 토대에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애시 순응 문제'에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동료들을 반박하면 수치심을 느끼거나 동료의 압력에 굴복해서 오답을 제시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1장에서 우리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의 사람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약한 나라의 사람들에 비해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벤저민 엥크는 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면서 각 참가자에 대해 죄책감과 흡사한 경험의 수치에서 수치심과 흡사한 경험의 수치를 뺐다. 그는 한 나라에서 친족 기반 제도가 더 집약적일수록 사람들이 죄책감과 흡사한 경험보다 수치심과 흡사한 경험을 더 많이 한다고 보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친족 관계가 약한 사회의 사람들은 죄책감과 흡사한 경험은 많이 하지만 수치심과 흡사한 경험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죄책감은 집약적 친족 관계가 부재한 사회에서 주요한 정서 통제 기제인 것으로 보인다’ — 6장 中
북극곰탱이
23/09/18 01:43
수정 아이콘
법조계 계신 분들은 이런걸 꼭 우리 대한국민들 리걸 마인드가 떨어져서 그렇다며 나향욱에 빙의를 많이 하시던데, 애초에 법률 지식이 일반 시민들에게 보편적인 교양이 된 나라는 적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실 법조계 분들께는 한국처럼 [전관비리][전관예우]라며 대놓고 해 주는 사법부, 검찰이 선진국 중 어디 또 있는지 여쭤보고 싶군요.

그냥 한국 법조계에 전관비리 같은 부패가 만연하니 사법불신이 만연하고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것 아닐까 하네요. 민사부패는 39/140 (선진국 중에는 32/43), 형사부패는 49/140 (선진국 중에는 38/43)이군요. 사법부 공무원 부패도 27/140 (선진국 26/43)이고요, 법조인들이 많이 진출하는 정치권 부패가 참 끝내주는데 73/140 (선진국 중에 39/43)입니다.

https://worldjusticeproject.org/rule-of-law-index/country/2022/Korea%252C%20Rep.
밀리어
23/09/18 02:42
수정 아이콘
전 타겟이 무고한 사람일 경우 사적제재를 옹호해주는 쪽입니다

사적제재로 신상터는것은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수도 있지만 307조 제 1항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혹은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것인데 전자의 경우 해외에선 처벌 안하지요.

민주주의에 반하는 조항이라 웃기는 지점이고요. 공익제보를 하는데 가장 큰 벽이기도 합니다.

신상터는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반발인것같습니다.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만 남겨놓으면 됩니다.
고오스
23/09/18 07: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적 제재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사적 제재가 점점 많아지고 대중들에게 사적 제재가 환영받게 된다면
근본적으러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따지는게 맞다고 봅니다

예전에 제가 한국 법이 너무 약하다고 했는데 법을 잘 아시는 분들이 한국법이 절대 약한게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판사의 일관성 없는 판결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한국 판사들이 전반적으로 판결 잘한다고 얘기하시던데 저도 일부는 공감하고 일부는 전혀 공감 못하는데 그건 [전관비리] 때문이지요

평소에는 판사로써 제대로 일하던 사람이 전관비리만 엮이면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판결을 합니다

평소에는 기계적으로 판결하다가 이럴때만 바뀌는건 매우매우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건 판사들 스스로가 전관비리를 부수는 자정작용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고 사법불신은 지속될고
사적제재도 더 환영받으면서 어지러운 사회가 펼쳐질 껍니다

참고로 한국 법조계 신뢰도는 oecd 국가 중에서 밑바닥이지요

https://www.lawtimes.co.kr/news/94881?serial=94881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고 다들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니 최하위인 겁니다

판사 및 법조계는 반성 많이 해야하고 자정으로 안되면 언젠가 그들의 특권이 사라지게 될꺼라고 봅니다
23/09/18 14:32
수정 아이콘
전관 예우 <-- 21세기 한국에서 얼척없는 소리 중 으뜸이라고 봅니다.
전직 판검사가 변호인으로 붙으면 형벌이 경감되는 [현대사회]? 아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전 이 정신나간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법조계가 역겨운 구더기통으로만 보일 것 같군요.
계층방정
23/09/18 10:17
수정 아이콘
판사들 중에서는 전관비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변호사는 아무리 추악한 범죄자라도 변호해줘야 마땅하고 전관변호사는 그런 실력이 우수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과 전관비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구별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실익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페스티
23/09/18 10:48
수정 아이콘
법이 너무 어려워져서 전문적인 율사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생긴 부작용...
혹은 율사들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고 권력으로 삼으려고 법을 어렵게 복잡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23/09/18 14:14
수정 아이콘
걍 1심은 ai 재판으로 하는게 좋을듯..
23/09/18 14:35
수정 아이콘
사적제재는 잘못인데 정도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허위사실이면 몰라도 사실로 공연히 비판하거나 욕하는건 잘못이라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대부분 나라에선 무죄아닌가요?
근데 실제로 가서 두들겨 팬다거나 하는건 잘못이 맞지요.
DeglacerLesSucs
23/09/18 15:44
수정 아이콘
지금이야 사적제재가 거의 없는 일이고 사적제재까지 가는 도덕적 허들이 높으니까 그 결과에 대한 거부감이 사법체제에 대한 거부감보다 작아보이는거지 진짜 사적제재 메타가 돼버리면 그냥 고담시티 될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

지금이 태평성대니 쭉 가잔 얘긴 아니고 사법 당국에서는 왜 사적제재같은 극단적인 소리가 나오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겠죠
기적의양
23/09/19 10:40
수정 아이콘
민사는 차치하고 형사의 재판기록만 공개되도 '야 이게 죄가 되고 벌을 받는 구나'하는 좋은 사회 공부 교재가 될 수 있을텐데
공개 못하는 이유는 아마 일관성 비례성이 없어서 거꾸로 '야 이렇게 해도 별거 없구나'가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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