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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14 22:16:29
Name 오후2시
Subject 2-1) ‘군용’의 마법 – 왜 무기는 비쌀까? part 1. (수정됨)
웹소설이 있습니다. 법조인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줄거리입니다.
군용 USB 1개가 100만원에 청구되는 것을 조사하고 부패 장성을 고발합니다.
댓글을 보니 예상대로 살벌하더군요. ‘여적죄’, ‘군법’ 등 성토하는 단어가 범람합니다.

작가는 2011년 000 언론사가 단독으로 보도한 뉴스를 기반으로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단독, 1만원짜리 4GB USB 100만원에 ‘군납’]

결과적으로 저 가격은 소량생산 + 내장 소프트웨어 + 부속품 + 밀스펙 인증(충격, 진동, 온도, 전자파)의 결과물 입니다.
여담이지만 납품업체인 000은 손해 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방송사는 정정보도나 후속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많은 분이 방산비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하십니다.

이번 글은 ‘왜 무기체계는 비싼가?’에 대해 설명해 봅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방위사업 비리를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
방위사업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제 경험상 영향력이 큰 요소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사전 3줄 요약
1. 기존에 없는 기술, 민간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고성능을 목표로 개발함.
2. 생산수량이 작아, 1대당 개발원가 부담이 커짐
3. 명확한 사양, 목표 수립이 어려움(이거, 저거, 요거도 돼야 해)
---------------------------------------------

1)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음
스마트폰이나 네비게이션 등은 GPS 기술을 토대로 개발이 되었습니다.



사실 GPS는 냉전시기 탄도미사일 추적 및 유도용으로 개발된 기술입니다.
그러다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이 발생합니다.
비행기가 정상적인 항로를 이탈해 소련 영공을 침범했고, 몇 가지 불운이 겹치면서 소련측의 경고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소련 전투기로 격추돼 탑승객 269명 전원 사망합니다.

미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개발 중인 GPS의 존재를 발표하고 해당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민간에도 공개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즉시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해당 기술은 민간에 공개되 상업적인 열매를 맺습니다.
이론상 3개의 위성으로 GPS를 구현할 수 있지만, 오차 등을 고려해 30여 개의 위성으로 GPS 신호를 보냅니다.
냉전시기, 민간 주도의 GPS 개발이 허용될까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이 보장될까요?


무기는 그 시대 최고 수준의 과학, 공학, 기술이 집약됩니다.
공학자(Engineer)의 어원은 Engine을 만드는 자입니다. 그리고 Engine은 공성무기를 의미합니다.

2) 수요가 적어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기 힘듭니다.
현대자동차가 LF 쏘나타 개발비로(2014년 기준) 45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총 판매량을 1만대로 가정해 보면 1대당 개발원가가 4500만원입니다.
만약, 10만대로 가정하면 450만원으로 낮아지겠죠.
4150만원은 중형세단에서 극복하기 힘든 장벽입니다.
즉, 최소 수량에 따라 원가가 결정됩니다.

무기체계는 그 성격상 정부가 수요, 공급을 독점합니다.
일부 예외(미국 총기허용)를 제외하면 제작 수량이 한정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소총 생산수량과 가격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한국의 K-2 소총은 100만정 이상 생산되었습니다.
1정당 가격은 1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일본 자위대 소총 20식의 경우 8500정 기준 33억엔,
1정당 약 400만원(38.8만엔) 안되는 가격입니다.

그나마 대량생산 되는 소총 기준입니다.
탱크나 군함같이 수량이 적을수록 대당 개발, 생산원가는 상승합니다.

방위사업 시장을 보면 ‘승자독식’이 연상됩니다.
선순환 : 수요가 많다 → 가격이 낮아진다 → 실적과 낮은 가격으로 타국에 채택된다 → 반복
악순환 : 수요가 적다 → 가격이 높아진다 → 적은 실적과 높은 가격으로 타국이 외면한다 → 반복

3) 목표 성능이 애매모호합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살인할 때 창의력을 잘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제한된 국방예산에서 다음 전쟁에 대비해 어떤 무기, 사양을 채택해야 하는가’는 방위사업에 많은 딜레마를 줍니다.
결국 이 분야에서 끝나지 않을 논쟁이 발생합니다.

‘범용성’ VS ‘특성화’
신형장비를 예산에 반영하고 부대에 보급하려면 통상 수년 걸립니다.
(사업에 따라서는 10년을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전술적 환경과 요구는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양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만약에’, ‘이런 경우에 대비해’ 라는 논리로 상반되는 요구사항이 개발 도중에 추가됩니다.

설계단계에서 정해진 중량, 공간, 예산, 기간, 출력 내에 각 기능, 장비들이 경쟁합니다.
즉, 특정 기능을 채택하면 다른 계통이 제한되는 trade-off 관계가 성립합니다.


- 영화 : 펜타곤 워 (자막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해당 브래들리 장갑차는 실전에서 잘 쓰였습니다.
단, 오랜 시간 개량할 의지와 예산이 필요합니다.

안 좋은 사례로 한국형 차기 소총 K11 사업이 있었습니다.
화력과 부가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가격, 중량, 사용편의성, 내구도 등을 희생했고 2019년 사업중단 합니다.
겪어보신 분들은 ‘국정감사’, ‘감사원’, ‘9시 뉴스’가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담당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그 외의 요소들은 part 2.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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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블루
23/01/14 22:26
수정 아이콘
저기 선생님...
끊으시는 타이밍이...

다음 글 얼른 부탁드립니다
VictoryFood
23/01/14 22:31
수정 아이콘
빨이 파트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ㅠㅠ
임전즉퇴
23/01/14 22:38
수정 아이콘
배트맨의 모든 것에 배트-를 붙이는 개그밈 생각도 나네요. 어쨌든 타임 코스모스처럼 성능 확실해야죠.
SkyClouD
23/01/14 22:52
수정 아이콘
사실 펜타곤 워는 너무 유쾌하게 풀어서 그렇지, 현대전에서 IFV가 가져야 할 거의 모든걸 제시하고 있죠.
게다가 현대전 이후로 기갑전 기본 거리가 너무 늘어서 저 정도 높이 변화는 티도 안난다는게 또 함정카드.
레드백이 브래들리보다 더 큽니다. 포탑이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레드백 테스트해본 부대들이 '이거 경전차 아냐?' 라고 하는건 또 함정이기도 하고.
오후2시
23/01/14 23:21
수정 아이콘
방위사업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발과정이 허접하고 끔찍한데 결과물이 좋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요.
23/01/14 23:36
수정 아이콘
기갑전 기본 거리가 얼마인가요? 1~2 km정도 되나요?
SkyClouD
23/01/14 23:47
수정 아이콘
2차대전 기준으로 1~2km 정도고, 현용 3세대 이후 전차는 유효사거리 약 3km이상에 최대 사거리는 거의 8km에 이릅니다.
사통장치도 엄청나게 발달해서 30cm 정도 높이 차이는 솔직히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너무 높을 이유는 없지만.
물론 실제로는 여러가지 이유로 훨씬 더 가까이서 싸우게 됩니다만, 전차도 아니고 IFV로 전차전 할게 아닌 이상에야 저 높이 차이가 의미있는 거리에 들어가면 안되겠죠.
우스타
23/01/14 23:02
수정 아이콘
방산비리 건으로 깔 건 역사적으로 많아도 저 USB는 진짜 요즘도 예토전생해서 나오는 놈이라... 크크크

정정보도 안한 언론사가 현명했던 거죠. 지금까지도 가끔씩 떡밥이 살아 돌아오면 개발 당시 시대적 배경이던, 소량 생산이 의미하는 것이던, 민간에서의 "밀스펙" 표기의 헛점이던 고려할 의지도 없지만 쪽수는 많은. 그런 모자란 이들이 아이언키 들먹이면서 까대니까요.
뭐 개중에는 이해 못하는 척 하면서 까고 싶은 대상 까는 이들도 있겠지만요.
오후2시
23/01/14 23:19
수정 아이콘
이런 사례가 쌓여 미디어에 대한 경멸, 반지성주의가
창궐하죠.
트럼프 욕할거 없어요.
겟타 엠페러
23/01/15 08:57
수정 아이콘
현명의 기준이 좀 많이 독특하신거 아닌가요
유념유상
23/01/15 10:37
수정 아이콘
밀스팩도 있지만 사실상 소프트웨어 가격이 문제인데..
저 당시에서 소프트웨어 가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죠. 불법다운로드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던 시절
GregoryHouse
23/01/16 13:07
수정 아이콘
소프트웨어 가격은 논점 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산쪽은 여전히 불법다운로드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던 시절에서 크게 안벗어났습니다
닉네임바꿔야지
23/01/14 23:10
수정 아이콘
일본의 전차 같은 게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 같았는데 단순히 방산비리로 몰게 아니겠네요. 아무리 한국과는 기본적인 수요 자체가 너무 차이 날테니까요.
DownTeamisDown
23/01/14 23: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본의 전차의 문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본여건에 맞춘 특수성이죠.
다른나라가면 그 특수성때문에라도 안사게되거든요.
일본의 인프라가 작고(특히 협궤열차와 그에맞춰진 철도시스템) 좁은 산악지형 특성상 작은차체를 쓰는데 문제는 차체가 작으니 엔진도 작고 엔진이 작으니 출력이 낮고 그러니까 중량도 낮출수 밖에 없고 이건 방호력에도 영향을 미쳐서 방호력도 전면아니면 정말 3.5세대전차 맞나 싶은수준이 되어버리고...
그래서 같은가격이라도 밀릴수 밖에 없습니다.
위에말한 범용성과 특수성의 문제죠.
물론 (상대적으로)범용성을 신경쓴 90식 전차가 사실상 홋카이도 전용전차가 되어버린 문제도 있어서 특수성을 무시하기도 힘든게 또 문제고요.
츠라빈스카야
23/01/15 07:40
수정 아이콘
물량이 가격을 결정한 가장 안좋은 예 중 하나가 AH-64 아파치 일본 생산분이었죠. 63기 생산하기로 했다가 13기만 도입하고 쫑내느라 생산라인비용이 /63이 아니라 /13으로 엔빵했으니..
게누크
23/01/15 09:15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군용이 비싼게 아니고, 대량 생산하는 상용이 싼거군요
고오스
23/01/15 09:47
수정 아이콘
금형과 사출/압출 대량생상 시스템의 가성비는 아무도 못 이기죠 흐흐

3D 프린터가 시제품은 잘 만들지만 대량생산으로 가면 단가 싸움 자체가 안되는 수준입니다
남한인
23/01/15 10:35
수정 아이콘
거의 비슷한 물건이더라도,
민수용 가격 < 군용 가격 < 의료용 가격
23/01/15 12: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보험 적용전 의료 원가 보면 한국 수준에서도 의료 비용이 말도 안 되죠. 물론 인간의 가치와 그 사람의 인생을 감히 돈 가치로 판별할 순 없겠지만 냉정한 자본주의 원리로만 생각해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과연 이 기능 상태(수술이 대성공해도 준와상, 불완전 의존상태)의 이 나이대 노인(80대)을 이 돈(수 억)을 들여서 살리는 것이 맞는가. 이 돈이면 경제 활동 가능하고 더 기능좋은 젊은 사람 수십명을 무료로 치료할 수 있을 텐데 하구요.
23/01/15 13:20
수정 아이콘
사실 1번도 1번이지만 2번 3번이 정말 크죠. 2번은 당장 f22도 미국이 도입대수 당초 예정보다 축소하고 수출도 안하는통에 안그래도 비싼 대당 단가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습니다(그나마 요새 좀 나아지긴 했더군요). 유로파이터도 지금은 그나마 트렌치3 도입이 늘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는데, 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영국은 자기 물량 사우디에 떠넘기질 않나, 개발국들조차 자기물량 어떻게든 남에게 덤터기 씌우려고하고 그 와중에 비싸기만 하고 성능은 별로라 거의 사장될 뻔했습니다.

3번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f35일것 같습니다. 보통 전투기&stol&함상이륙식 이걸 다 한 전투기의 배리에이션에 구겨넣으려다가 개발은 하늘로 가고 자칫하면 계획이 엎어질 뻔한… 그나마 나왔으니 다행이죠(…)
23/01/15 13:23
수정 아이콘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 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백악관 쪽 인물이 "재떨이를 300달러 주고 사는게 말이나 돼요?" 라고 하니까
군대 쪽 인물이 재떨이를 내려쳐서 3동강 낸 다음에 한 조각을 들고 보여주면서 "작전 중 잠수함에 충격이 발생해서 재떨이가 깨지면 무수한 파편이 발생하고, 그 파편에 레이더 병 등의 눈이 상하면 작전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군용 재떨이는 충격을 받아도 큰 덩어리로 3조각만 난다" 고 하죠.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상대방도 이해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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