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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2/03 22:23:25
Name 라울리스타
Link #1 https://brunch.co.kr/@raulista
Subject [일반] 삼국(三國)을 봤습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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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95부작 대작 드라마 『삼국』의 정주행을 얼마 전에 완료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중국과 한국의 삼국지 매니아들 사이에서 『삼국』이라는 제목보다 『신삼국』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90년대에 방영한 『84부작 삼국지』와 구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84부작 삼국지』를 아직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와 직접적인 비교는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본 작은 2010년대에 방영한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新) 삼국지인 만큼 과거 삼국지 관련 작품들에 비해 많은 CG와 세련된 영상미가 기본적인 특징입니다.




본 드라마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는 소설 '삼국지연의'를 따라 흘러가되, 본작 고유의 다양한 각색과 재해석의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설 속 이야기와 이질적인 장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작진이 드라마의 전개상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축소나 삭제되기도 했으며, 반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전개합니다.




예를 들면 삼국시대 역사 혹은 삼국지연의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황건적의 난'을 삼국시대의 시발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광활한 중국 전토 중 무려 8개 주에서 펼쳐진 대규모 농민 반란이라는 점에서 후한 제국의 쇠퇴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 촉, 오 삼국의 창업자들인 조조, 유비, 손견의 실질적인 전국 데뷔전입니다. 특히 이미 관직에 종사 중이었던 조조와 손견과는 달리 돗자리 짜던 '촌놈'의 신분이었던 유비는 이 때의 활약을 계기로 말석이지만 관직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됩니다. 헌데 이 에피소드가 통으로 생략되고 바로 동탁의 국정농단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아무런 군공도 없는 촌놈 유비가 '18로 제후'들의 모임에 초대장도 없이 급작스럽게 합류를 요청하는 장면이 다소 어처구니 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비가 유비에게 초대장이 없으면 집으로 가라고 연거푸 말하며 나름 FM대로 열심히 일을 잘했던 수문장에게 분노하여 그를 두들겨 팼음에도, 유비의 사람됨을 눈여겨 본 조조가 '18로 제후'로 합류를 급작스럽게 허락한 것 역시 의아하게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스토리 생략으로 인해 작 중 내내 종종 벌어지는 이러한 비약은 시청자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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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생각해도 뜬금없었던 '깜짝 발탁' 유비에게 언급하는 조조 (출처 : Netflix 삼국 70화)




후반부에 날아가는 주요 에피소드는 제갈량의 남만 정벌입니다. 남만 정벌은 실제 역사는 매우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연의에서 부풀려져서 각색된 부분입니다. 또한 후반부 드라마의 주요한 스토리 줄기는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이므로, 삭제되어도 이야기 전개상 크게 무리가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삼국지 매니아라면 어렸을 때 많이들 읽었던 『60권 만화 전략 삼국지(요코야마 미츠테루 저)』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파트 중 하나입니다. 삼국지연의에서 남만이 지금의 중국 원남성 쪽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당시 만화 삼국지에선 외지인들은 절대 살 수 없는 마치 야생 정글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 남만의 척박한 환경과 남만 민족들의 기기묘묘한 모습들, 그리고 제갈량이 지혜를 총동원해서 그들을 격파해가는 장면들은 독자들에게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한 소소한 재미들을 줍니다. 재미적인 측면만 생각해 봤을 때, 만화처럼 세세한 묘사까지는 아니어도 소소하게나마 남만 정벌의 영상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겐 큰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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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 부대는 불을 뿜는 나무 짐승으로 격파한다 (출처 : 60권 만화 전략 삼국지)




반면 기존 삼국지 관련 작품들과는 다르게 크게 확대 조명된 부분들도 있습니다. 조비의 후계 과정이나 부족한 능력에 대해 열등감이 많지만 참을 줄 아는 인내심의 성격 등을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벽대전 승리 후 유비와 손권 세력간의 형주 점유를 위한 치열한 긴장감도 다른 삼국지 관련 작품들보다 더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기존 삼국지 관련 작품들에서 유비와 손권이 대충 합의해서 갈라먹은 듯한 느낌을 주는 형주에 대해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흡사 실제 외교전을 방불케 합니다. 이러한 재조명들은 장자이지만 능력면에서 다소 부족한 조비가 각자 다양한 분야로 총애 받던 다른 아들들을 제치고 어떻게 후계자가 되었으며, 자신의 아버지도 차마하지 않았던 찬탈을 왜 하게 되었는지 충실한 복선이 됩니다. 또한 유비와 손권 세력의 형주 에피소드를 보면 국가의 이권이 걸린 다툼이라면 담당자들 모두가 얼마나 더 쪼잔하고 치졸해질 수 있는지 현실감 반영 100%의 느낌을 줍니다. 다만 이런 치밀한 묘사가 조금만 선을 넘어도 늘어지고 답답한 전개가 될 수 있는 드라마의 특성상 제 개인적으로는 전개가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크게 볼만한 점을 꼽자면,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과 입체적인 묘사입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 중에서 드라마의 진 주인공은 총 4명(조조, 유비, 제갈량, 사마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조조 정도를 제외하면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제갈량, 사마의는 평면적인 이미지가 강한 편입니다. 유비는 그저 착하고 덕망있는 군주, 제갈량은 하늘에서 내린 신선, 사마의는 신선 제갈량에 대적하는 명석한 악역 정도의 이미지 입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이들도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감정을 드러낼 때는 확실하게 드러내는 등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감정선이 이들의 희노애락에 따라 어쩔 때는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어쩔 때는 미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주인공 버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주변 인물들이 다소 너프를 먹어야 했는데, 주요 인물들 중에선 말년의 관우와 장비, 적벽대전 이후의 주유, 제갈량의 북벌시 조진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각자 모시는 군주의 전략이나 대세보다는 사적인 감정으로만 움직이는 1차원적인 빌런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조진은 굴욕당하는 개그 캐릭터이기라도 하지만 관우, 장비, 주유는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캐릭터들인지라 욕받이 전용으로 창조한 캐릭터들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좋아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이들의 너프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유쾌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 링크의 브런치에 오시면 더 많은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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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협동조합
22/02/03 22:52
수정 아이콘
저는 이보다더 유비일 수 없다고 생각한 유비역할의 배우가 사마의에서는 조조로 나와서 깜짝놀랐네요.
이 시리즈 진주인공은 뭐라해도 조조입니다
관도대전에서 원소와 대담 후 뒤뚱거리면서 걷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크크
세인트루이스
22/02/03 23:09
수정 아이콘
진짜 크크 쓰마이에선 이보다더 조조일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ㅡ 대단한 배우입니다.
22/02/03 22:57
수정 아이콘
분량상 통합/삭제된 인물들도 많고 합비공방전 같은 중요한 전투도 많이 삭제되고... 여러가지 단점도 있지만

드라마 자체는 참 잘 만들었습니다. 몰입을 하며 봤었죠.
브루투스
22/02/03 23:17
수정 아이콘
노숙의 재평가였죠
국수말은나라
22/02/03 23:21
수정 아이콘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압권은 조조와 진궁의 관계였죠 마지막까지 사나이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단점은 사마의는 청년시절부터 이미 노년이 된 부분. .순욱을 지못미 처리한 부분이겠죠
Liberalist
22/02/03 23:27
수정 아이콘
관우 장비 너프는 실제로도 둘의 인품이 하자가 꽤 심했던걸 고려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유 너프도, 주유가 꼴아박은 대신에 노숙이 버프를 왕창 먹었기 때문에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오히려 만족스러웠고요.
다만 아쉬운 점은 손권, 육손이 후반부에 너무 공기화가 되었다는건데, 고평릉 다뤄줬듯이 이궁의 변 다뤄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2/02/03 23:35
수정 아이콘
연의를 보면, 조조가 진궁에게 던졌던 말이 있지요.
조조가 여백사 일가를 참살하고, 여백사까지 죽여버린 다음,
내가 세상을 버릴 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놓아두지 않겠다... 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 신삼국에서는... 이걸 교묘하게 뒤집죠.
조조군이 형주로 침공해오고.. 유비가 도주하던 중에, 유비가 이렇게 말하죠.
세상이 나를 버릴 지언정, 내가 세상을 버리지는 않겠다... 고 하던가요. (정확한 대사는 좀 오락가락 합니다.)

어떻게 보면... 두 캐릭터의 차이를 이만큼 보여주는 장면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약쟁이
22/02/04 00:07
수정 아이콘
84부작 삼국지에서 승상님 돌아가실 때 연출은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ㅜ.ㅜ
StayAway
22/02/04 00:20
수정 아이콘
기존 작품과 비교하면 말씀하신 4명에 대한 해석이 꽤나 바뀐게 재밌죠
사실상 진 주인공 조조, 신에서 인간이 된 제갈량,
명분과 실리에서 갈등하는 유비, 공명대업에 인생을 거는 사마의 등등

군사연맹도 꽤나 재밌긴하지만 각색이 좀 심한느낌이고 신삼국이 딱 좋은거 같습니다.

명장면은 주로 조조 관련장면이었고(진궁 씬, 장합과 조창 씬 등)
그 전 작품에 비교하자면 조비나 노숙이 꽤나 입체적인 캐릭터가 됬죠.
조조위주로 흘러가다보니 반대급부로 유비가 꽤나 버프를 먹은 편이고
관우,장비 등등 무장들이 묻힌 건 아쉽긴합니다.
코코볼한갠가
22/02/04 00:25
수정 아이콘
사마의에 비해 컷들이 화면전환할때마다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때문에 가족영입에는 실패했지만(삼국을 다 다루다보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극악의 설거지타임을 함께해준 고마운 드라마입니다.(사마의는 영입성공해서 TV시청했네요)
극장판이라고 되어있는 요약본도 좋았습니다.
위의 댓글에도 있지만 약소국의 책략가로 살아가는 노숙이 인상적이고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22/02/04 07:38
수정 아이콘
더빙편 1번, 중국어편 1번 이렇게 총 2번을 정주행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한중전투에서 유비와 조조의 대면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네요.
*alchemist*
22/02/04 17:42
수정 아이콘
류베이 배우의 카리스마가 돋보이죠.. 흐흐; 유비가 찌질하고 좀 능력은 없지만 덕이 많은 그런 군주의 상에서 날카롭고 그래도 삼국시대를 정립한 군주가 될만한 인물이었다는게 그려지는 게 좋았었고...
사오사오 배우님의 연기력이야 뭐.. 흐흐흐. 그 능글능글하면서도 머리 잘돌아가는 연기는 최고죠.

다만 저는 아직 보다 말았다는게 ㅡㅡ;;;
판을흔들어라
22/02/04 21:53
수정 아이콘
저 한중공방전 유비와 조조의 대화는 가끔씩 보긴 합니다. '쌰~니 뽀국' 할 때의 그 간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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