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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09 15:02:19
Name 아난
File #1 1604901012679.png (124.4 KB), Download : 67
Subject 마스크, 아감벤, 현대 유럽철학, 지젝.. (수정됨)


아감벤의 '얼굴은 우리의 영혼이다. 얼굴을 가리는 사회에는 진짜 정치가 있을 수 없다' 운운은 거의 키치 철학적인 발언이다. 파시스트들의 '피와 땅' 운운의 자유주의적 상응물인 것도 같다. 얼굴의 진실성과 투명성은 직접적으로 소여되는 것이 아니라 매개되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과 대면하는 이의 노력을 통해서만 간신히 생산될 수 있다. 얼굴은 흔히 가면이며 우리가 흔히 얼굴에 들이는 노력은 가상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그 가면과 그 가상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의 타자성을 덜 느껴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물론 정치는 불편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얼굴을 덜 드러내는 사회야말로 더 진실한 사회일 것이다. 한때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 사이에서만 얼굴을 드러내는 사회를 즐겁게!! 상상해 본적이 있었다.

파시즘, 공산주의, 신자유주의를 한 묶음으로 처리하는 것도 마뜩지 않은데, 유럽 철학이 그것들을 막지 못했고 심지어 일부는 그것들과 한편이 되기까지 했다는 주장은 소박하다. 학문은 일단 제도화되면 사회의 거시적 변화 추세를 유도하거나 저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자리잡은 추세를 비판하거나 도장찍어주거나 밀어주는 일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유럽 철학을 믿을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다른 철학은 어디 있는가? (현대) 유럽 철학은 그나마 윤리학이 제일철학이라는 진리에 (현대) 영미철학보다 더 충실해 늘 비판에 매진해 왔다. 파시즘에 도장찍어준 철학자들조차도 생각을 잘못했을 뿐 그 생각을 하게된 문제의식은 철학자의 본래적인 소명에 부합한 것이었다. 슈미트와 하이데거를 완전히 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류의 '문명화 사명'이라는 미명하에 자행한 어마어마한 폭력과 코로나팬데믹에 속절 없이 휩쓸려가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삶의 질과 사유의 질 양자 모두에서 가장 '선진'적인 나라들이 있는 곳이다.

악성글로 신고가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링크를 걸지 못하게 해놓았다면 황당한 짓이고 링크를 걸지 못하게 해야 할 정도로 악성글이라고 '판단'을 해서 링크를 걸지 못하게 했다면 우둔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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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 16:03
수정 아이콘
아감벤이 그렇게 정치신학을 동원하면서 강조한 '메시아적 시간의 도래'가 사실은 코로나를 통한 하늘나라로의 직행을 말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20/11/09 16:04
수정 아이콘
문과를 후루꾸로 다녀서 아는 체만 조금 하고 맙니다만. 그 천하의 아감벤이 저런 운동을 한다니.
유럽 철학이나 사상가들을 보면 '낭만주의'를 항상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얼굴이 우리의 영혼이라니. 감성적으로는 맞는 말이겠지만
이런 비상사태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 휘날리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네요.
실제상황입니다
20/11/09 17: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근데 저쪽 자유주의자들은 그 정도 비상사태라고 생각 안 할걸요. 우리 기준에서 보면 갬성이 유별나긴 합니다. 저쪽에서도 어느 정도 유별나게 취급받긴 할 텐데 그런 유별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니까 그런 갬성으로다가 자유를 운운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솔직히 저는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 갬성에 빚지고 있다고도 생각하고...
고양이맛다시다
20/11/09 16:10
수정 아이콘
비상사태를 후진국에서 쿠데타 일으킬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걸까요?
예니치카
20/11/09 16:12
수정 아이콘
아감벤 글은 솔직히 좀 당황스럽네요....원본은 아마 이거인 것 같습니다. https://enoughisenough14.org/2020/10/20/giorgio-agamben-the-face-and-the-mask/
20/11/09 16:27
수정 아이콘
아니..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가 "얼굴은 우리의 영혼이다"라고 하면 뭔가 심오하고 깊은 지혜가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 얼굴이 말 그대로 면상이었다니..
기적을행하는왕
20/11/09 16:30
수정 아이콘
1900년대 전반기 그 격동기, 1,2차대전과 냉전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동네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우리나라도 군부독재에 대한 기억으로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매우 강한 반응하고 있으니까요.
파쇼나 전체주의에 의해서 갈려나가느니 바이스러스에 갈려나가는게 낮다고 생각하나 보네요.
나주꿀
20/11/09 17:05
수정 아이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나오는 베인은 철저히 입을 가렸고 반대로 배트맨은 다 가렸지만 입만은 드러낸 것을 보면 서양 문화권에선

입을 드러낸다는 걸 정직하다, 혹은 믿을 수 있다 이런 걸로 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aurelius
20/11/09 17:11
수정 아이콘
풍수지리를 이유로 철도건설에 반대하던 19세기 말 일부 중국인들이 연상되는군요. 요즘은 오히려 유럽이 19세기 중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유럽에서도 상식적인 사람은 "개소리 집어치우고 마스크 착용해!" 라고 하고 있지만요.
metaljet
20/11/09 17:16
수정 아이콘
졸지에 영혼마저 오징어행
아루에
20/11/09 17:18
수정 아이콘
서양 현대 철학에 왜 특별한 위상을 부여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양 현대 철학이 글로벌 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문제에 대해 더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할 필요도 없고 그러니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서양 현대 철학을 더 믿을 필요도 없습니다.
서양이 동양을 포함한 세계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서양은 서양 자신에 대해서조차도 충분히 모를 것입니다. 동양도 동양에 대해서 마찬가지고요.
현대가 세상 이치에 대해 무엇을 알겠습니까? 고대의 사상가들이 그랬듯이, 현대는 현대 나름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현대는 현대라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우월성을 주장하지 못합니다.
결정적으로, 철학자들이 세상에 대해 무엇을 알겠습니까? 우리는 한국 철학자들에게 한국 현실에 대해 어떤 해법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 철학자가 누가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외국 철학자들이 한국 현실에 대해 뭘 알고 무슨 해법을 주겠습니까? 왜 갑자기 외국 철학자들의 견해에는 귀를 쫑긋 '경청'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감벤이니, 지젝이니, 그리고 철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피터슨이니 이런 철학 힙스터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물어 보아야 무얼 알겠습니까? 특히 한국에 대해 물어봐야 뭘 알겠습니까? covid-19에 대해 물어 보면 '차연'이니 '현존재'니 '공산주의'니 온갖 개념어들을 섞어 뭔가 그럴 듯 해 보이는 말들을 쏟아내기는 할 것입니다. 아무 영양가가 없습니다.
covid-19에 대해서는 여왕의 심복 님이 훨씬 더 많이 정확히 잘 알 것입니다. 여왕의 심복 님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가족을 위한 마스크를 챙겨두려고 매일 뉴스를 확인하는 우리 어머니들이 covid-19에 대해서는 아감벤보다도 많은 것을 알 것입니다. k-방역에 대해서는 pgr 회원 분 한 분 한 분이 더 많은 것을 알 것입니다.
저 "철학자" 분들에게 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문제에 있어서까지 발언의 무게를 부여해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감벤은 자칭 '푸코' 전문가이지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닙니다. 지젝은 자칭 '라캉' 전문가이지 '방역' 전문가가 아닙니다. 푸코에 관해 뭔가 궁금했다면 아감벤의 말을 들었겠지요. 라캉에 관해 뭔가 궁금했다면 지젝의 글을 찾았겠지요.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는 철학자들 말놀음이나 듣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중대"합니다.
깃털달린뱀
20/11/09 17:32
수정 아이콘
요즘 느끼는 건데 성숙해진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 맹목적인 권위를 느끼지 않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 높은 지위에 있거나 전문가라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도 결국 그 굉장히 좁은 자기 분야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랑 다를게 없습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이해관계나 목적에 따라 자기 전문 분야마저 왜곡하기를 서슴치 않죠.
아직 주변에 대해 스스로 사고하지 못한 어릴 때는 소위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굉장한 권위를 느끼고 복종했는데, 요새는 그런게 많이 사라졌습니다.
전문가, 교수래봤자 그냥 특정 분야에 대해 남들보다 좀 더 아는 사람인거지 그 자체로 대단한 사람인건 아니더라고요.
맛있는새우
20/11/09 22: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현인으로서 철학자의 지위는 고대 그리스, 그것도 아테네 이전 시기에나 적합하죠. 현재는 여타 과학 제분야 처럼 철학도 일종의 전문 분야 입니다. (물론 당시 철학자가 초인적으로 똑똑해서 그런건 아닙니다. 말마따나 밝혀진 지식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적었기에, 더욱이 그 적은 지식을 소유한 자가 철학자였기에 “필로서퍼, 즉 지혜로운 자”였던 것이죠.) 다만 모든 학문의 토대와 방법론을 정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 과학과는 조금 더 높은 지위를 가질 뿐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시는 맥락에서 조금 더 벗어나서 첨언 하면 철학자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묻는 것 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습니다. 생업에서 땀흘리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야 말로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 분들이죠. 요즘 인문학 간판 내걸고 감성 장사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 마디 더 적었습니다. 저도 결국엔 먹고 살기 위해 이 짓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20/11/11 12:41
수정 아이콘
옳은 말씀이죠.
원달라
20/11/09 17:37
수정 아이콘
홍기빈님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분입니다.
다만 제 짧은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감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가가 개인을 포획하고 있다고 봅니다. 포획을 위해서 (자국에서는 문화적인 반감이 있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합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마스크 착용 자체를 반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코로나의 위험을 국가가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관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과학적인 의미 외에)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상기시킵니다.

지젝도 국가가 개인을 포획할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다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문제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집회가 문제라면 이건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써도 되고, 줌으로 해도 됩니다.
지젝에게 이런 건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자본주의가 더 문제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SNS를 하고, TV드라마를 봅니다. 자본주의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호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냥 마스크 쓰고 평상시처럼 살고 있다.라는 것도 좋은 지적입니다만,
국가에 대한 통제(보기 나름입니다만)가 없는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의 침입(역시 보기 나름입니다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황희 정승같은 결론입니다만, 둘 다 어느정도 맞는 말이라면 둘 다 취하는 것이 맞겠지 싶습니다.
아닌밤
20/11/09 18: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코로나 시대에 숙고해 보아야할 좋은 주제를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하신 홍기빈님의 페이스북 포스트와 아난님의 글을 읽고, 저는 고민해야할 주제의 프레임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어, 이 주제와 관련 읽으려고 생각 중이었던 책, "좁은 회랑: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을 소개하는 내용을 공유합니다.

* "좁은 회랑: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책 안내 페이지에 인용된 것을 재인용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1201849

"우리는 이 책에서 자유가 싹트고 번성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둘 다 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폭력을 억제하고, 법을 집행하며,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을 추구할 역량을 갖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강력한 국가가 필요하다. 강력한 국가를 통제하고 제약하려면 강력하고 결집된 사회가 필요하다. 도플갱어 해법과 견제와 균형으로는 길가메시 문제를 풀 수 없다. 사회가 국가를 경계하지 않으면 헌법과 권리 보장의 값어치는 그것이 적힌 종이값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재국가가 불러오는 공포와 억압 그리고 국가의 부재로 나타나는 폭력과 무법 상태 사이에 자유로 가는 좁은 회랑(narrow corridor to liberty)이 끼어 있다. 바로 이 회랑에서 국가와 사회는 서로 균형을 맞춘다. 균형은 혁명처럼 순식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균형을 맞춘다는 건 국가와 사회가 하루하루 끊임없이 싸워간다는 뜻이다."

* 강유원, "[21Sep.2020] 책 세 권" 중 "좁은 회랑: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에 대한 서평 부분 일부
https://posty.pe/2328uw

"‘민주주의’(democratism)는 사회적 평등과 인민의 참정권을 신봉하는 신념체계이며 ‘민주정’(democarcy)은 인민이 주권을 가지는 정치체제를 가리킨다. 민주주의의 이념은 오래 되었으나 그것이 입법을 통해 민주적 헌정으로 성립된 것은 서구와 한국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적어도 동등한 출발점에 서있다. 민주주의 선진국 따위는 없다. 도이칠란트의 인민들은 20세기의 독재적 리바이어던인 나치 체제를 세워서 수많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으며 그것은 연합국에 패배함으로써 무너졌다. 그런 까닭에 언제든지 극우가 준동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미합중국 인민들은 여전히 로크적 자유주의의 신념에 가득 차 있다. 그들은 국가가 힘을 가지면 자신들의 자유가 곧바로 억압된다고 하는 이분법적 대립구도에 빠져있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을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김재규열사
20/11/09 19:32
수정 아이콘
위에 링크된 아감벤 글을 한번 발번역 해봤습니다. 대괄호 [ ] 안의 내용은 저의 해석입니다.

-----------------------------------------------

우리가 '공공'이라고 불리는 공간을 움직이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오직 사람만이 얼굴을 꾸미고, 자신과 다른 기본적인 경험을 가진 타인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오직 사람만이 자신의 진실에 따라 얼굴을 꾸민다.

얼굴이 밝히고 드러내는 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이런저런 의미있는 문장으로 진술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얼굴로, 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위험에 내몬다. 말에 앞서서 얼굴로 그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밝힌다. 얼굴이 표현하는 바는 한 개인의 마음상태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의 열린 자세(openness), 솔직함(nakedness)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understanding)이다.

그것이 얼굴이 정치의 장소인 이유다. 동물을 위한 정치가 없다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물들은 항상 '공공'의 영역에 있으며, 그들의 노출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동물들은 다만 아무 생각 없이 ['공공'의 영역에] 돌아다닐 뿐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모조품의 이미지인 거울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동물들은 얼굴 뿐만 아니라 전신이 노출된 상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얼굴을 통해 남과 자신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거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 자신의 얼굴이 따로 없는데 자신의 얼굴을 모사한 이미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주장]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인정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이미지를 전부 갖길(appropriate) ['전유하다'라고 번역하기도 함] 원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찾고 싶어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바깥(the open)을 하나의 세상으로, 하나의 연속된 정치적 변증법의 영역으로 변형시킨다. [자신을 기준으로 바깥 세상을 해석한다는 의미?]

만약 사람들이 항상, 그리고 배타적으로[exclusively는 always를 강조한 표현으로 보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정보만 갖고 있다면, 항상 이거 아니면 저거라면[이 부분은 해석이 안됨], 진정한 정치가 생겨날 수 없으며 오직 메시지의 교환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반드시 열려있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서로에게 전달해야 하기에, 즉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순수한 능력 때문에, 얼굴은 정치의 진정한 조건이다.[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얼굴을 통해 실시간으로 타인과 의사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으로 해석됨] 사람들은 모든 것을 얼굴에 대고 말하고, 진정한 의사소통은 얼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얼굴은 사람의 진정한 도시이자[얼굴은 사람의 진정한 본질이 담긴 영역이다라는 의미로 추정], 탁월한 정치적 요소이다. 얼굴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가장 열정적이 된다. 또한, 비슷함과 다양성을, 거리감과 가까움을 인식한다.

마스크로 그 시민의 얼굴을 가리고, 자기 스스로의 얼굴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나라는, 따라서 자신으로부터 모든 정치적인 층위를 지워버린 나라다.[나라 안의 다양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지워버린 나라다] 이 빈 공간에서, 언제나 무제한적인 통제를 받는 공간에서, 지금 고립된 개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공동체의 즉각적이고 민감한 기반을 잃어버렸고[개인이 발딛고 서 있는 가장 가깝고도 중요한 공동체적 기반을 잃어버렸다는 의미], 얼굴없는 이름을 향한 메시지만 교환할 수 있다. 얼굴없는 사람을 향해서.

죠르지오 아감벤, 2020년 10월 7일
及時雨
20/11/09 19:56
수정 아이콘
번역 감사합니다!
20/11/09 20:59
수정 아이콘
재규어 센세.. 감사합니다!
20/11/09 22:56
수정 아이콘
얼굴이 밝히고 드러내는 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이런저런 의미있는 문장으로 진술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얼굴로, 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위험에 내몬다. 말에 앞서서 얼굴로 그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밝힌다. 얼굴이 표현하는 바는 한 개인의 마음상태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의 열린 자세(openness), 솔직함(nakedness)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understanding)이다.
--

아감벤의 위 주장은 저의 "얼굴의 진실성과 투명성은 직접적으로 소여되는 것이 아니라 매개되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과 대면하는 이의 노력을 통해서만 간신히 생산될 수 있다"와 어느 정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얼굴에 가해지는, 친숙하고 정형적인 가면/가상이 되라는 사회문화적 압력을 무시한 채 노력을 통해서만 간신히 생산될 수 있는 것을 언제나 이미 벌써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양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몸, 표현, 밝힘이 마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인양 보기조차 한다는 것입니다. 그 내몸, 표현, 밝힘은 역시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식이 안 느껴지는, 신문기사 같지 않은 호소력 있는 문장들과 발화들로도 - 사실, 더 제대로 - 이루어질 수 있고 그것들을 거의 포함하지 않은 어떤 묵묵한 행위들로는 가장 잘 이루어질 수조차 있습니다. 즉 얼굴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어 눈구멍만 남겨두고 얼굴 전체를 감싸고 사는 사람들도 내몰고 표현하고 밝힐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의지로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팬데믹 상황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행위들이 바로 그런 행위들입니다. 얼굴에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특권적 의미를 부여하니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는 시민적 의무 수행 요구가 강압으로, 자유의 심각한 침해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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