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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17 15:40:17
Name esotere
Subject Microaggression (수정됨)
몇년 전 이맘 때, 하숙집을 알아보기 위해 잠시 에어비앤비를 2주 정도 지낸적이 있다. 우연찮게 한국인 분이 호스트인 곳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고 해서 고마운 마음에 친해져 마지막 날 밤 족발과 과일을 안주로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 술이 들어갈수록 일상 이야기로 시작해서 대화는 한국 정치, 경제, 오바마, 공화당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아저씨는 뜬금없이 이런 말씀을 꺼내셨다.

"그래, 데이빗 (이유는 모르지만 한국 이름을 아시는데도 영어 이름으로 부르셨다. 물론 데이빗은 가명이다). 이제 나는 애들도 다 키웠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네."

"아하. 예. 한국도 요즘은 선진국이라 살기 편하죠. 그래도 아쉽네요. 이민자로서 이렇게까지 기반을 마련하시고 한국으로 가시는 건... 혹시 아깝다거나 하는 생각 하신 적 없으십니까?"

"그래도 늙은 사람은 한국이 살기 좋아. 한국 가서 임대업 하면서 살면 그게 난 마음이 편해. 아 그런데 데이빗.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혹시 여자친구가 있나?"

"예? 아뇨, 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런 말을 해도 실례가 안 되겠군. 자넨 사람이 참 됐어. 본판도 그만하면 괜찮고."

"(아니... 뭐지?) 아. 하하. 예. 감사합니다."

"그러니 자넨 운동을 좀 해서 군살을 빼고 백인 아가씨랑 사귀어 결혼하게."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사이, 아저씨께서는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내가 여기 와서 일을 여러 가지 해 봤는데 이게 사람이 다 똑같아. 겉으로 드러내는 거에는 차이가 있는데 상류층이건 하류층이건 동양인처럼 생기면 무시하고."

"아,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압니다."

"그런다고 서로 면상이 안 보이더라도 악센트가 있으면 무시한다고. 동양인 악센트는. 내가 깨달은게 뭔지 아나? 이 나라에서는 피부가 하얄수록 그게 계급이야. 그래서 우리 동양인들이 절대 주류로 받아들여질 수가 없어. 그러니 데이빗 자넨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이면 와이프라도 백인이어야 하네. 나는 여기 올 때 이미 결혼을 해서 어쩔수가 없었지만. 동양인이 여기서 사람 대접 받을 때는 돈 쓸 때 뿐이야..."

그 이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인종차별의 설움에 인종차별자가 되어 버린 그 아저씨의 아이러니는 쓴웃음이 지어지지만, 북미의 인종차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대놓고 자행되는 인종차별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분명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microaggression이라 불리우는 미묘한 인종차별은 분간해내기도 어렵고 사회에서 퇴출시키기는 더욱 더 어렵다. Craigslist에서 세입자 광고를 보고 전화해 첫 마디를 꺼내는 순간 차가워지는 분위기, 조별과제에서 악센트를 가진 동양인을 반기지 않는 학우들. 산책할 때 반갑게 인사해도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내 뒷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등의, 이해가 된다면 되고 안 된다면 안 되는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무슨 일만 생겨도 '나는 동양인이라서 저 사람이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의 몸이 계속 바이러스에 공격당하면 항체가 생겨나듯, 우리 이민자들도 결국에는 이런 취급에 대항하는 방법을 길러내게 된다. 애매하게 물에 물탄듯 인종차별인듯 아닌 듯 한 일을 겪어 기분이 상할 때면, 속으로 '그래, 저 사람은 아마 인종차별을 하긴 했을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저 사람은 못 배우고 못 나서 저런 걸' 하고 냉소적으로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미국이 죽 쑤는 모습이 더더욱 고마웠던 일이었던 것이다. 비록 나 자신은 더 이상 한국인이라 불리울 수 없는 이민자이긴 하지만 말이다. 차별의 설움 속에서 '난 이렇게 국민성이 우월한 한국인이야. 너희는 계속 그런 식으로 차별 할 테면 해. 더 나은 내가 이해해줄게', 하고 근거없는 정신적 방어선을 더 굳게 구축할 수는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바뀌는 것이야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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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盡悲來
20/09/17 15:55
수정 아이콘
아프리카의 어느 가상국가가 세계1위의 패권국가였다면 피부가 검을 수록 사람들이 호감(?)을 가졌으려나요......
Dowhatyoucan't
20/09/17 16:00
수정 아이콘
리범배!
20/09/17 16:28
수정 아이콘
흰 피부 좋아하는건 백인들이 문화승리하기전에도 이미 공통적인 정서였던걸로..
잠만보
20/09/17 16:37
수정 아이콘
거의 모든 나라에서 흰피부를 좋아하죠

피부색이 다양한 나라는 흰 피부면 가산점먹고 들어가는걸 처음 알았을땐 깜짝 놀랬습니다
집으로돌아가야해
20/09/17 17:27
수정 아이콘
왜 그럴까요? 지배계급은 살이 햇볕에 탈 일이 적어서 흰 피부를 선호하게 되는건가요?
잠만보
20/09/17 18: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갑자기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꺼라위키에도 나와있네요 흐흐

https://namu.wiki/w/%ED%95%98%EC%96%80%20%ED%94%BC%EB%B6%80#toc

흰 피부가 노동을 안해도 되는 부의 상징이라 인기가 많은게 맞네요
20/09/18 12:28
수정 아이콘
갓태어난 아기들이 흰피부 인형을 더 선호한다는 실험도 있었다고 들엇습니다... 흑인아가들까지
20/09/17 15:59
수정 아이콘
경제 보건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한국이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뒤로 퇴보가 아니라 계속 앞으로요...

덩달아 한국인의 이미지도 상승하는 것 같고요.

이러다보면 언젠가는 문화로 일본 정도는 넘어설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긴한데. (영화나 음악은 비비고 있지만 여전히 동양하면 사무라이 닌자 잖아요.)

그래봤자 절대 다수인 중국인 때문에 동양인 인식은 시궁창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바라쿠
20/09/17 16:08
수정 아이콘
미디어문화 (대중가요, 상업영화 한정)론 반대로 일본이 한국에 비비지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블핑에 방탄에 당장 올해 오스카만 해도..애니포함하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도연초
20/09/17 16:30
수정 아이콘
순간풍속으로 말하면 당연히 그렇지만, 문화는 축적이죠.
잠만보
20/09/17 16:39
수정 아이콘
순위로는 그런데 미국애들이 사무라이, 닌자 문화에 환장하는걸 보면 누적치는 아직 비교불가라고 봅니다
20/09/18 12:31
수정 아이콘
근데 전 노대통령시절에도 미국에 있을때 자랑스러웟어요 한국이... 근데 박근혜시절 돼니 금방 쪽팔려지더군요. 특히 오바마 대통령 대비...

지금이야 노이즈 많아도 그래도 문대통령이 나라 쪽팔일은 안하는데.. 모르죠 언제 누가 나타나 우리 본모습을 또 보여줄지

미국도 트럼프 되서 바로 민낮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사실 국격이란게 다 종잇장 차이 같음
20/09/17 16:13
수정 아이콘
미국은 인종차별보다 영어차별이 더 심하다고 봐요. 동양인이라도 영어식 이름에 교육 좀 받음 티나는 영어에 액센트 없으면 사실상 무시 못합니다. 액센트 심하고 미국문화와 이질감이 느껴지면 뭐..
잠만보
20/09/17 16:51
수정 아이콘
전에 회화 쌤에게 비슷한 얘기를 듣긴 했는데 제가 기들은 얘기가 순화 버전인가 보군요

회화쌤이다보니 아무래도 이런 부분보단 말하기에 집중하기 위해 좋은 말 위주로 했나 봅니다
20/09/17 16:16
수정 아이콘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ㅠㅠ...
이십사연벙
20/09/17 16:26
수정 아이콘
그래도 본판이 되시니 부럽습니다.

저랑 마셨으면 "자네는,,쯧,,술이나 마시게"라고 하셨을거에요
우와왕
20/09/17 16:58
수정 아이콘
저둥...
체르마트
20/09/17 16:29
수정 아이콘
잠만보
20/09/17 16:45
수정 아이콘
어디서 보긴 했지만 산드라 오 본인의 입으로 들으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파핀폐인
20/09/17 17:15
수정 아이콘
이거에 대해서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다 하면 정리가 안 될 것 같네요.

태어나자마자 평생동안 이곳저곳 떠 돌아다니며 살았지만 오히려 인종차별은 별로 겪지 않은 케이스였어요. 우선, 위에 한 분이 써주신대로 영어가 완벽하면 일단 70%는 먹고 들어가는데, 저는 그런 케이스였거든요. 딱히 영어 이름을 따로 짓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비로소 왜 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비롯해서 많은 동양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따로 짓는지 알겠더라고요. Joonpyo (준표)라는 이름을 본 적 없는 미국사람들 입장에선 "주운..파이오?" "주운....피이요?" 이러면서 어떻게 발음하냐고 물어보고 (물론 악의는 없습니다. 정말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몰라서 그런겁니다), 벌써 주눅이 들어버린 친구는 대충 불러도 된다 이렇게 대답하고 끝나곤 했죠. 이제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Jason, Andy, Alex 이런 이름들을 사용 하는 것이겠죠.

3월, 아직 미국에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상륙하진 않았지만 세계는 이미 떠들석했을때,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겪는건가 싶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나가면 피하는게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Social distancing인지 ethnic distancing인진 모르겠지만요.
체르마트
20/09/17 17:28
수정 아이콘
동양인으로 LA에 태어나서 마케팅, IT 직군에 종사하면 평생 인종차별 겪지 않고 살 가능성이 충분하죠.
동양인으로 LA에 태어났지만 법에 종사한다면 강한 인종차별은 아니더라도 본문에서 말한 인종차별에 따른 Microagrression 을 겪을 가능성이 100%고,
동양인으로 LA에 태어나서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인종차별을 겪을 가능성이 100%겠죠.

개개인이 속한 환경에 따라 인종차별에 대한 체감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20/09/18 12:45
수정 아이콘
LA라고 차별 안겪는건 아닙니다. 어디나 똘아들은 있어서.. 게다가 LA폭동때 또렷히 목격햇죠. 한인타운 버리고 베버리 힐스에 진을친 경찰들.

LA는 각 인종별 지역이 딱 나눠져 있습니다
근데 이게 세대를 거쳐 이어져요.. 백년도 넘게
This-Plus
20/09/17 17:59
수정 아이콘
만약 훗날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패권국이 나온다면 이 인식이 바뀔지 궁금하네요.
(그 나라 사람이야 당연하겠지만 그 주변 상관없는 동양인도 먹고 들어갈지.)
잠만보
20/09/17 18:46
수정 아이콘
세대가 많이 지나가면 (최소 100년 이상) 바뀔꺼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백인들의 인종을 구분 못하듯이 다른 인종도 아시안 인종 구분이 쉽지 않을테니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구분 불가급)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20/09/18 00:03
수정 아이콘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댓글은 모두 읽고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20/09/18 00:33
수정 아이콘
1. PC가 영화 재미 망친다고 한국 커뮤니티들에서 아무리 욕해도, 미국 사는 동양인으로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반갑습니다.
2. "저쪽이 혹시 날 인종때문에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어-쩌다가 정말 가-끔 생각이 들면 참 기분이 더럽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인종'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로 소수자들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20/09/18 04:56
수정 아이콘
게임이나 영화 등을 망치는 pc들을 자세히 잘펴보면 매우 선택적입니다. 동양인에 대한 대접은 이전과 다를바가 없죠.

“흑인과 여성” 중요한건 이 둘 뿐입니다. 아시안은 낄 자리 없어요.
세인트루이스
20/09/18 05:24
수정 아이콘
현재 PC움직임이 '흑인과 여성'을 특히 더 배려하는 쪽으로 진행된다는건 동의합니다. 다만,

1. 소리내지 않는 집단은 소리내는 집단보다 덜 주목받습니다.
2. 지금 게임-영화계에서 '흑인과 여성'을 더 배려하려는 이유는 최근 & 그간 '흑인과 여성'이 본인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더 열심히 소리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그들이 받는 '특혜'가 그냥 뚝 떨어지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3. 그에 비해 아시안들은 본인의 권리를 보장받으려고 힘쓰는데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한중일간 서로에 대한 반감이 높은게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영화에 일본인이 많이 나오면 (예: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 왜색 짙다고 한국인들은 싫어하고, 중국인이 많이 나오면 차이나 머니 더럽다고 싫어하니... 잘은 모르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비슷한 반응일듯? 경영진측에서는 아시안 비중 늘리는게 힘들 것 같아요.
4. '흑인과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PC 운동의 낙수효과/떡고물 이상으로 더 존중받고 싶다면, 더 열심히 본인의 권리를 주장해야겠죠.
20/09/18 09:32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권리를 주장하는게 소극적이어서 그렇다라고 보는건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흘러가는 pc나 blm등은 그렇게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 않아요. 본질적으로 밥그릇 싸움에 상당히 가깝다고 보입니다.

결국 밥그릇 싸움에서 밀리는 쪽은 아시안이 되겠죠.

흑인과 여성, 두 카테고리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아닙니다. 스스로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지.

그렇다면 아시안도 같은걸 주장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되지 않겠느냐? 목소리가 작은것 아니냐? 하지만.

사다리는 걷어차이기 마련이죠. 먼저 올라간 사람들에 의해.
세인트루이스
20/09/18 10:49
수정 아이콘
뭐 저랑 견해가 같으면서도 다른 것 같습니다.

흑인/여성이 본인의 권리를 우선시하여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위에서는 당연히 사다리를 걷어차려고 하겠죠 - 뭐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과정도 쉽지는 않았고, 미국에서 흑인들은 백여년간 싸우고 있죠. 어렵지만 어쩌겠습니까 - 우리가 주장하지 않으면 누가 아시안을 챙겨줄까요
주우운
20/09/18 10:16
수정 아이콘
이게 참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른 내용이죠.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미국은 큰나라고 한국인/한인인 자신과 그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 상황이 다 다르니까요. 드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보면:

- "늙은 사람은 한국이 살기 좋아": 외국에서 만난 한인 어른들 중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관찰한건데,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는 여러가지 성취를 하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게 되죠. 그러고 나면 쉽게 말해 이제 크게 이룰건 이룬거고, 인생의 남은 기간이 산 기간보다 점점 짧아진다고 느껴지면, 자기가 가진 자원 내에서 최대로 "대우받는" 삶에 부여하는 가치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더 젊을 때에는 대우를 좀 못 받고 갑질을 당하더라도 벌 돈이 있고 사야할 집이 있으니까요. 물론 동남아나 남미에 가면 내가 가진 돈의 값어치가 더 크겠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의술 수준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들이 좀 많지요. 한국은 건강보험도 저렴하고 의술 수준도 높고 미국 대도시에 비하면 (부동산 및 몇가지 제외하고) 물가가 싸므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 글에서 "인종차별" 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신 상황이, 위에도 말했지만 여러가지이고 서로 다 달라서, 그렇게 강한 뉘앙스의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네일샵에서 일하는 한인 아주머니가 당하는 기분 안좋은 상황들은 하버드 교수직을 끝내고 월드뱅크 총재를 하신 한국계 미국인이 느낄 수 있는 기분 안좋은 상황하고 너무 차이가 날거니까요. 충분한 경제력 없이, 경력이 필요 없는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차별은 어디나 일어나고, 특히 그런 경우 아시아 이민은 영어구사능력을 올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직업적인 성공이 좀 더 어려운 게 사실이므로, 넘겨짚어 무시하는 경우가 있겠구요. 아시아 남자에 대한 여러가지 선입견 때문에 연애나 결혼시장에서 감점이 된다는 사실이 기분 안좋을 수도 있겠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문화적인 감수성을 미국 주류사회 사람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 친구나 지인 등 사회적 공동체의 범위가 좁아 지기 쉽고, 그런데 대한 자격지심이 생길 수 있고요.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과 트럼프 발언등 때문에 실시간으로 심해지고 있는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인종차별 및 증오도 어떤 분들은 경험할 수 있겠죠.

- 하여간 복잡한 문제인데, 기분 나빴다는 감정 외에 그 원인이 뭔지 찬찬히 생각해 보지 않는 분들도 많고, 또 그런 부분에 충분히 생각해 보았더라도 그걸 미주알고주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껄끄러울 수 도 있어서, 술한잔 들어가서 거나하게 된 상황에선 복잡하지 않으면서 흥미거리가 될 만한 주장을 하기 쉽다고 봅니다. 그래서 “백인 아가씨랑 사귀어 결혼하게” 라는 충고는, 저라면 재밌지만 설익은 농이라고 생각하고 웃어 넘길 것 같습니다.
밀물썰물
20/09/18 18: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좀 다른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에서는 인종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끼리도 차별이 심하지 않나요? 학벌만 따져도 대학을 안나왔다고, 지방대학을 나왔다고, 서울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차별이 심하고, 또 특정 지역 출신들은 다른 사람이 그 지역을 나오지 않았다고 좀 자기가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지 않나요?

위의 예에서 만약 내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한조에 4명이 있는데 만약 그중하나가 한국의 분위기를 다른 한국사람보다 덜 알고, 한국말도 덜 잘하고, 한국말 악센트가 아주 이상한 동남아 유학생 한 사람이 하나 끼었을 때 나머지 3명이 이 한사람에게, 너참 힘들겠구나 걱정하지마 우리가 잘해줄께, 할까요.
우리도 그리 친절한 반응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의 아저씨가 백인 여자랑 결혼하라는 것은 마치, 한국에서 서울대학을 나오지 못해 서러움을 받은 사람이 자기 자식들은 꼭 서울대학 보내겠다는 것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다시 말합니다, 서울대학을 못나온 것이 어떤 것이 아니고, 서울대학을 나오지 못해 불리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 아니 그것 때문에 불리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자식을 서울대학에 보내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합니다.

대충 제생각에 (저도 나름 백인들과 꽤 어울려 살았습니다), 살다보면 우리가 처음부터 그들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 것이 살아온 것이 아니라 좀 다를 때가 있는데 이것을 전부 그냥 인종이 달라서로 퉁쳐 이해하면 이해가 쉬우니까 그러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단지 인종이 아닌 습관이 다른 경우가 아주 많은데 그냥 인종차별하고 나오기 쉽죠.
제 생각에는 백인의 아시안 차별보다 한국사람들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혹은 인종에 대한 차별이 훨씬 심하다 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니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인종차별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 심리학적 생각도 많이 해 봅니다.
장고끝에악수
20/09/25 13:56
수정 아이콘
전 학창시절 미국에서 2년 살았었을때 당했던 그런듯 안그런듯 당한 인종차별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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