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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09 12:51:10
Name 넵튠네프기어자매
Subject 원자력? 항모? 잠수함? 에 대한 쓸모없는 이야기 (수정됨)
https://ppt21.com/humor/394295

유머게시판에서 이 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난 참견쟁이의 글입니다. 그냥 가볍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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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자력

다들 잘 아시겠지만 원자력은 원자핵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는 핵분열  방식을 사용하죠. 핵융합 방식도 계속 시도중이긴 한데, 그건 먼 미래 이야기일테니 패스합니다.

2. 군사쪽에서의 원자력

여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사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원자력 하면 무조건 핵무기를 연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원자력 ⊃ 핵무기]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원자력을 이용한 무기가 핵무기고, 원자력 안에는 원자력 엔진도 들어갑니다.

일단 실질적으로 핵엔진을 굴리고 있는  미 해군의 함번을 보여드리자면...

CV-64 컨스털레이션
CV[N]-65 엔터프라이즈

두개의 차이가 확 보이시죠? 뒤에 [N]자가 붙어있는 놈이 핵엔진 탑재라는 의미입니다. 대부분 미 해군의 함번에서 [N]이 붙어있으면 핵엔진 탑재함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N]자가 붙어 있다고 해서 이 함들이 "핵무기 탑재"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디까지가 엔진이에요. 당장 SLBM 탑재함으로 유명한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도 함번에 [N]이 붙어있으니까요.
사실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같은 경우 [N]보다는 다른 코드로 SLBM 탑재인지 아닌지 구분합니다.

SS[G]N-726 오하이오
SS[B]N-737 캔터키

중간에 [G][B]라는 글자 보이시죠? 오하이오함은 토마호크 유도미사일 탑재함이라 [Guided] 두문자를 사용하고 캔터키함은 탄도미사일 탑재가 [Ballistic]의 두문자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둘 다 핵엔진으로 굴러가는 잠수함입니다.

3. 핵무기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원자력을 이용한 무기입니다. 우리나라야 워낙 윗동네 등쌀에 시달리다보니 ICBM이나 SLBM 등 탄도미사일 쪽으로는 많이 알려졌는데 나머지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쪽이 아니지요. 당장 냉전 당시 한창 미쳐돌아가던 시절에는 공중발사형 핵 순항미사일에 자주포나 함포로 사격 가능한 전술핵포탄에 핵 어뢰에... 투사가능한 모든 것에 핵을 탑재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배치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탄도미사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핵무기들은 폐기가 되었습니다. 가치가 없거든요.

일본에 두발의 핵이 기폭된 이후, 무수한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실질 사용은 즉 서로의 공멸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전술 / 현장레벨에서 즉시 사용한 핵무기들은 우발적 전면 핵전쟁을 일으키기 딱 좋기에 "다 죽자 이 XXX들아!!" 레벨이 아닌 이상 핵무기는 철저하게 통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 보유국들의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전략무기감축협정, 약어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ies) 가 체결됩니다. 이 이후 전술핵무기들은 대부분 파기되고 탄두 부분들은 탄도미사일 탑재로 전용되거나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무기]라는 관점에서 탄도미사일 탑재 핵무기만이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물론 요새 러시아가 푸짜르님 집권 이후에 미친 짓 좀 해보자는 심산인지 START 협정에서 정의되어 있지 않은 포세이돈이라는 신형 [핵추진 핵탄두 탑재 수중드론]을 개발해서 미국에게 아주 빅엿을 먹여줬지만요. 앞으로 어찌될려나...

4. 북한의 SLBM, 그리고 잠수함
북한이 [북극성 1호]라는 SLBM을 공개하긴 했지만 해당 SLBM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이 원자력 잠수함인지, 아니면 재래식 잠수함인지는 아직 확실히 나온 것이 없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걸고 싶긴 합니다만, 워낙 꿍꿍 숨겨놓은게 많은 나라라 핵추진 잠수함일수도 있긴 합니다. 다만 중국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핵추진 잠수함일리는 없겠지만요.

우리나라도 잠수함 전력은 계속 확충되고 있기는 합니다. 독일 209급을 도입한 장보고급, 212급을 도입한 손원일급이 현재 실전배치되어 있고, 자체 설계안으로 도산안창호급 1척이  재작년 진수되었고 올해 안 해군 인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원일급과 도산안창호급은 AIP라는 시스템을 탑재해서 수중작전시간이 기존 장보고급보다 몇배는 늘어났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잠수함 승조원의 숙련도는 림팩 훈련에서 이미 검증이 다 되어있죠. 당장 장보고급 1번함인 장보고함이 04년 림팩 훈련에서 미 "항공모함"을 가상격침시킨 적도 있으니까요.

아직까지는 재래식 잠수함들 뿐이지만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핵추진 잠수함이라고 판명나는 순간, 우리나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할꺼리고 믿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NPT 조약에 묶여있기도 하고, 재처리공장도 없어서 핵엔진용 핵물질을 보유하지도, 만들수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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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잡학상식을 끝까지 읽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남은 주말 시간 즐거운 일들만 있으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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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20/08/09 13:05
수정 아이콘
와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3:13
수정 아이콘
최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는 빼고 가볍게 쓸려고 했는데 잘 전달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非黃錢
20/08/09 13:08
수정 아이콘
'아 글쎄 그런 건 난 모르겠고, 중국/일본이 뭘 갖고 있다고? 그럼 사. 질러.'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3:13
수정 아이콘
그거 맞죠. 암요.
주익균
20/08/09 13:25
수정 아이콘
먼 옛날... 초고대문명이군요(?)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3:28
수정 아이콘
당장 태양이 핵융합으로 에너지 만드는데 초고대문명 맞죠. 그렇죠?

- 철판깔기하면서 수정들어갑니다.
20/08/09 14:57
수정 아이콘
어우 태양님은 대단하시죠 헬륨으로 만들어버렸!
20/08/09 13:33
수정 아이콘
과연 안창호급 배치3가 원잠이 될것인가 말것인가..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으로 보지만요.
그런데 22조 날려먹은 그 사업 생각하면 생각보다 돈은 어떻게 될거같기도 해요 크크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3:34
수정 아이콘
북한이 SSBN을 도입하길 비는게 더 빠를꺼 같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명분이 서죠.
20/08/09 13: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4:28
수정 아이콘
뭐, 그렇긴 합니다... 씁쓸한 이야기죠.
유념유상
20/08/09 14:16
수정 아이콘
최근에 미군이 F-15E, F-35에서 사용가능한 핵무기 벙커버스터 개발해서 실전 배치 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북한이 탄도미사일 보다 이런 종류의 소형 핵폭탄 만들게 되면 그것이 더 무서울 것 같습니다.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4:29
수정 아이콘
핵가방 같은 전술핵무기는 거의 테러용이라 더 무서우실수도 있다고 이해합니다.
전에 북한 열병식때도 등장한 적이 있었죠.

근데 북한 애들 뻥이 하루이틀입니까...
BibGourmand
20/08/09 14: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핵잠수함에 대해 조금 더 첨언하자면, 이놈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위에 나온 SSBN, SSGN, 그리고 공격원잠(SSN)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핵으로 서로를 겨누던 냉전의 유산입니다. 초창기의 핵은 매우 크고 무거웠고, 미사일 기술은 충분히 발달되지 못했습니다. 차에 싣고 간다는 테러리스트 삘나는 아이디어를 뺀다면, 큼지막한 폭격기에 싣고 가서 떨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날려버린 핵은 B29 폭격기에 의해 투하되었던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냉전 시기에는 폭격기 편대가 조를 짜서 24시간 상공을 날고 있었다고 하지요. 공항에 핵이 떨어져서 지상이 초토화되더라도 공중에서 대기중인 폭격기들이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게 초반에는 그럴듯했는데, 적의 방공망이 촘촘해지고, 대공 미사일에 요격용 전투기까지 늘어나다보니 갈수록 견적이 안 나온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무거운 핵을 느릿느릿한 폭격기에 싣고 가다가는 핵 떨구기도 전에 요격당해 다 죽게 생겼다는 거죠. 고도를 올리고 속도를 올리고 호위기를 붙이고 별 짓을 다 해봐도 답이 없어요. (아주 나중에 스텔스 폭격기라는 치트키가 발명되긴 했습니다만, 세월이 너무 지났죠)

그래서 나온 것이 미사일입니다. 우주로 위성을 실어 나르면 로켓이고, 위성 대신 핵을 실어서 대기권으로 재돌입을 시키면 ICBM이 되는 겁니다. 속도가 하도 빨라서 요격이 안 되니 비행기처럼 중간에 뭐 맞고 떨어질 걱정이 없습니다. 문제 해결이다 싶어서 신나게 찍어냈죠.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전쟁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지 다같이 죽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핵전쟁의 승리 공식은 두 가지 뿐입니다. 첫째, 핵 선빵을 놓아서 적의 핵기지를 깨끗이 날리면 나는 핵 한 발 안 맞고 적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둘째, 재수없게 핵 선빵을 맞게 된다면 2nd strike, 즉 살아남은 핵전력만 가지고도 적을 지워버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핵미사일은 땅 파고 들어앉은 핵 사일로에서 쏘게 되는데, 이건 위치가 뻔히 드러나면서도 이동이 안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적성국에게 언제나 조준당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겁니다. 핵미사일의 정확도가 떨어지던 시절에야 땅만 좀 깊게 파면 핵 맞고 죽을 일이 거의 없었지만, 핵미사일이 갈수록 정확해지다보니 땅 좀 파는 걸로는 핵을 피할 도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핵미사일을 만들면 뭐합니까. 적이 핵선빵 날리면 내 핵기지가 날아가는데. 적이 다 부수지 못할 만큼 많이 만든다는 대책이 있긴 합니다만, 적이 그걸 그냥 두고볼지는 둘째치고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그럼 선빵을 치면 되지 않느냐고요? 저기요??

그래서 나온 것이 잠수함입니다. 원자로를 달아서 영원히 바다 속에 숨어있을 수 있는 잠수함에다 핵미사일을 실어서 적이 우리의 미사일 발사대를 추적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게 바로 탄도미사일 발사 원잠, SSBN입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확실한 2nd strike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는 법. 누구든 SSBN을 어떻게든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아시겠지만, 잠수함을 잡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 어려운 일을 그나마 해낼 수 있는 플랫폼이 또 잠수함입니다. 적의 SSBN을 잡으려면 우리도 잠수함이 필요하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놈을 쫓는데 디젤을 쓸 수는 없고 역시나 원자로 탑재. 이건 잠수함 사냥용 잠수함이니 미사일 잔뜩 넣어서 뚱뚱하게 만들 것 없이 어뢰 공격 위주로 날렵하고 빠르게.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공격원잠, SSN입니다. 긴 항속거리와 빠른 속도를 이용해 적의 배나 원잠을 사냥하고, 우리 항모전단이나 SSBN을 보호하는 전천후 원잠이 되겠습니다. 미래에 우리가 원잠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이 녀석이겠지요.

소련의 등골이 부러지며 냉전이 끝나자, 이제 군축의 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합니다. SSN이야 항모전단 호위를 시키든, 적성국의 배를 공격하든 하여간 다용도로 써먹을 수 있다보니 그나마 사정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핵미사일 날리는 데만 특화되어 있어 범용성도 떨어지는 주제에 돈은 무진장 퍼먹는 SSBN은 좀 곤란하게 됐지요. 핵을 날릴 곳이 없어졌는데 돈 퍼먹는 SSBN을 유지할 이유가 뭐란 말입니까.
여기서 천조국의 기상이 나옵니다. 원래 미사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니까 핵미사일 들어내고 토마호크로 도배하자. 핵 10발 실을 공간이면 토마호크 40발도 넘게 들어가니까 그거 쩔겠네. 이게 순항 미사일 발사 원잠, SSGN입니다.
따지고 보면 수중판 아스널쉽 비슷한 건데, SSBN이 남아도는 천조국이 아니고서는 이런 짓 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참고로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서막을 여는 토마호크를 날렸던 배들 중 두 척이 SSGN이었습니다.
넵튠네프기어자매
20/08/09 14:30
수정 아이콘
잠수함에 관해서만 디테일하게 썼다면 작성했을 내용들이네요^^;; 가볍게 쓴다고 일부러 다 생략한건데...
작성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20/08/09 15:41
수정 아이콘
잘 쓰신 댓글에 태클 같아 죄송합니다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날려버린 폭격기는 B-29 아닌가요?
B-52는 취역이 1950년대로 알고 있어서요. (글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요.)

나머지 내용은 본 글에 준하는 좋은 부록이라 생각해서 추천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BibGourmand
20/08/09 19:51
수정 아이콘
아 B29죠;;; 감사합니다
20/08/09 15:13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일반국민들도 꽤나 무기에 대해서라던가 군사에 대해서는 의식수준이 높은 나라인데도, 핵병기에 대한 무지함은 꽤 높더군요

국민의 절반이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핵무기는 지구멸망이야 후덜덜 뭐 이수준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미디어의 영향이겠죠?
답이머얌
20/08/09 16:11
수정 아이콘
근데 마지막 문장, 북한이 핵잠수함 가지면 우리도 가질거다 라는 문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네요.

현재 북한이 핵무기 가진건 거의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항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지 않고, NPT 제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핵무기 아닌 핵추진 잠수함을 북한이 가졌다고 우리도 가져야 할 논리적 당위성은 전혀 없거든요. 편법으로 NPT제한 사항을 무력화하거나 탈퇴한다면 모를까. 그 지경이라면 이미 핵무기도 가졌겠죠.
20/08/09 16: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
답이머얌
20/08/09 17:00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모르긴 매한가지이긴 합니다만, 글쓴 분 논리에 NPT가 들어가 있어서요...
Enterprise
20/08/09 17:13
수정 아이콘
원자력 추진 잠수함 지지측의 논리는 북한의 핵폭탄이 있을 SLBM을 탑재할 잠수함(그 추진체계가 무엇이 되었든)을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북한의 핵잠수함은 엄밀히 말하면 SSB, 우리나라의 핵잠수함은 SS(G)N이라서 차이가 있습니다.
모데나
20/08/09 18:35
수정 아이콘
사실 우리는 대일본 대중국용으로도 원자력잠수함은 있어야 됩니다
아유카와마도카
20/08/10 10:51
수정 아이콘
손원일급 212 x , 214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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