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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12 01:27:26
Name ArthurMorgan
Subject [일반] [개미사육기] 근황 토크
안녕하세요. 날씨가 덥지요?

다른 때는 더우면 스트레스 받고 땀흘리는 제 몸을 챙겼는데 말이죠. 요새는 실내기온 올라가서 개미들 어떻게 될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면 습기와의 전쟁도 시작되겠지요.


22-1

지난번에 대차게 말아먹은 흰개미 배틀의 여파가 아직 남았습니다. 흰개미들 풀어줬던 사육장에 사마귀 유충도 넣어보고 밀리피드도 넣어보고 했는데, 다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_' 개미 말고는 다들 지능이 참...;; 그런데 제 생각보다 흰개미가 많이 남아있군요. 아니 2백마리를 데려와서 신나게 먹였는데 5백마리쯤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설마 유시충이나 2~3차 생식개체라도 있는 걸까요;;

여튼 이대로 두어서 좋을 것은 없죠. 저 아크릴 박스도 재활용해보고 싶고, 무엇보다 저 영양간식들을 그냥 살려둘 수 없으니까요. 일단 핀셋으로 포획해 보았습니다. 1시간의 사투 끝에 수십마리 정도 건졌네요. 일단 두가지는 확실합니다. 하나는 어떤 콜로니는 간식 먹는다는 것과, 하나는 이따위로 잡다가는 흰개미 다 잡을 무렵이면 크리스마스가 될 겁니다.




숲곰개미 부족 [갬철호드]에게 흰개미를 투하했습니다. 반응을 보니 재미있네요. 얘들이 뭐라고 잔뜩 도사리고 더듬이를 세워 흔들며 경계합니다. 잽잽 넣고 빠지며 아웃복싱으로 제대로 싸우는 듯한 모습입니다. 흰개미 배틀 이벤트를 얘들 데리고 할 걸 그랬어요.




흑색패인왕개미 부족 [검은 십자군]의 반응입니다. 반응이고 뭐고 그냥 의젓하게 들고가서 사이좋게 뜯고 계십니다. 하단에 마트의 꽃게처럼 움직이며 고객님을 부르는 흰개미의 모습도 있네요. 품질과 가격이 괜찮은지 어떤 흑패고객님이 낼름 가져가십니다. 역시 왕개미들은 체급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정말 쇼핑하듯이 들고갈 뿐 갬철호드 아이들처럼 배틀모드는 아니군요.


22-2

여튼, 잔여 흰개미 수확을 위해서는 농기구라도 써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저도 개미 집사 짬밥이 좀 됩니다. 요 간단한 재료들로 트랩을 설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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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간단합니다. 흰개미들이 좋아할 법한 축축한 터널을 제공하는 겁니다. 휴지를 말아서 안에 넣고 물로 적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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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곱게 흰개미들이 꼬물대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이대로 시간을 좀 보내보겠습니다.


22-5

다음날입니다. 상당수의 흰개미가 휴지 트랩 안에 들어가 있네요. 시험관을 꺼내서 휴지만 쏙 꺼내면 되겠죠? 이렇게 몇 차 더 실어내면 그래도 꽤 많은 흰개미를 수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당장 2~3차 트랩도 설치했습니다. 한동안은 별식으로 흰개미 비엔나를 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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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홍가슴개미 부족 [불꽃심장부족]이 사는 [개림 바톨]의 환경 점검에 나섰습니다. 황제폐하 납신다고 두 시간 전에 미리 말해줬는데 이 자식들 군기가 빠져서 청소도 안하고 그냥 평소같이 뒹구네요. 오늘 뭐 건수 하나 잡히면 아주 우주의 저 끝까지 갈궈줄 겁니다. 어라 그런데 잡혔습니다. 그것도 왕건이 건수가... 차광을 위해 붉은 PVC필름 [개이티필드]를 덮어둬서 몰랐는데, 흙 사육장인 개림 바톨 뒷편에 이렇게 이끼가 자라고 있습니다. 노란곰팡이가 아닌 일부 곰팡이와 이끼는 개미 군락에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끼가 자랐다는 것은 사육장 내에 습도가 조금 과하다는 뜻입니다. 서둘러서 습도 관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들도 올 수 있습니다.


22-7

저의 제국은 준비된 제국이죠. 바람의 정령을 소환하여 습기를 내쫓아줄 또 하나의 아티팩트입니다. [엘케인]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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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케인의 튜브를 개림 바톨에 연결합니다. 여기로 바람이 들어가서 개림 바톨 내부를 헤집고, 천장의 통기구로 습기를 몰아내...주면 좋겠습니다. 뭐 안하는 것보다 낫겠지요.


22-9

엘케인의 튜브는 두 개라서 하나는 [일몰망치군단][황금망치요새]에 넣어줬습니다. 저기는 아크릴이라서 더 습할 것 같아요.


22-10

엘케인의 소환의식을 시작했더니, 부작용이 생기네요.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한지 바람 쐬겠다고 명당에 죽치고 앉아있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가지가지 나뭇가지하고 있네요 정말...

-차회 예고-

광택불개미 콜로니의 멸망, 그 우울한 잿빛 여파에서 저의 [플루온 제국]을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가 다가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취향은 무슨 색 스타킹인가요? 데헷...

[갈색 스타킹의 여왕]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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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ewalker
20/07/12 03:31
수정 아이콘
온풍좌 덜덜 e스포츠의 근간을 뒤엎은 사기템이네요.
갈스 여왕님 피지알에 강림하실때까지 숨참겠습니다 흡
ArthurMorgan
20/07/12 14:37
수정 아이콘
네, 근처 수족관에 가시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사기템입니다. 제가 얼마나 오래 안쓰고 버티면 숨 쉬실 건가요? 크크
20/07/12 04:07
수정 아이콘
흑패님들이 흰개미를 무슨 치킨 닭다리 뜯듯이 뜯으시네요. 크크크크크크
ArthurMorgan
20/07/12 14:37
수정 아이콘
그쵸? 아주 맛나게 먹어서 재미있었습니다. ^^
Hammuzzi
20/07/12 08:50
수정 아이콘
개미라는게 의외로 까다롭네요. 습도 온도도 다 신경써줘야하고요.
ArthurMorgan
20/07/12 14:38
수정 아이콘
자연환경에서라면 자기들 입맛에 딱 맞는 주거환경을 자기들이 고르겠지만, 여기서는 그게 안되니 제가 신경을 써줘야 하지요. 모범적인 임대인이랄까요;;
요슈아
20/07/12 10:37
수정 아이콘
사비스 사비스!

아. 야기가 아닌개벼(?)

차회예고라니요 크크크크.
ArthurMorgan
20/07/12 14:38
수정 아이콘
아재요... 알아듣는 분은 다 아재라고 할 예정의 부비트랩입니다.
요슈아
20/07/12 14:59
수정 아이콘
젠카이노!!! 라고 할랬는데

이거도 10년 넘었네요 -_-/
ArthurMorgan
20/07/12 15:0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엘케인 모르시는게 다행일지도...
20/07/12 15:42
수정 아이콘
사마귀 잘 지내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크흑
ArthurMorgan
20/07/12 19:53
수정 아이콘
다른 사마귀 하나 넣어줬더니 낼름 잡아드시고 다음날 그 가책을 이기지 못해서 인당수에 몸을 던졌습니다.
스위치
20/07/13 00:36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개미가 싸울때 저 꼬리를 앞쪽으로 들어올리는 동작은 뭔가요? 꼬리쪽에 침이 달린 것도 아니고 저렇게 하면 이점이 있나요?
ArthurMorgan
20/07/13 00:42
수정 아이콘
네, 개미산을 쏘는 겁니다. 개미산은 포름산의 다른 이름으로, 부식성을 가지는 강산입니다. 당연히 곤충간의 싸움에서는 미량으로 상대의 키틴질 외피를 녹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무기가 됩니다. 사나운 종류를 사육할 때 진동이나 스트레스를 자주 주면 개미산을 하도 뿜어서 사육장 내에 산도가 짙어져 몰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개미들은 무기용도 뿐만이 아니라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고동털개미는 -지금 한창 결비철이라서 신여왕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애들이죠- 이걸 사용해서 원하지 않는 곰팡이를 제거해가면서 먹이로 사용할 균류만 재배합니다. 배설물을 비료로 쓰면서요. 으마으마하죠? 크크
스위치
20/07/13 00:48
수정 아이콘
아 그거군요. 개미산은 들어봤는데 입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저렇게 꼬리를 통해 뿜어내는 거였군요. 생각해보니 개미 꼬리를 빨아먹는다는 말도 들어본거 같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개미는 효율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생물 같아요.
ArthurMorgan
20/07/13 00:54
수정 아이콘
개미 꼬리를 빨면 시큼한 맛이 나는데 그걸 즐기는 거죠; -_-;; 저는 그닥...

생물로서의 위상차이를 생각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전쟁을 잘하는 생물이 개미일 겁니다. 인간보다도요.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개미들은 총력전, 별동대 운용, 약탈전, 포위전 등 정말 다양한 전략 전술을 구사합니다. 개미집사로서 금단의 소망인데 전쟁을 한 번 구경해보고 싶어요... 그럼 한 쪽이 몰살당하니까 참고는 있습니다만...
스위치
20/07/13 01:24
수정 아이콘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소통이 능숙하게 이루어지고 적과 아군을 분별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페로몬 같은데 인간에게 없다보니 체감도 안되고...
그러고보니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 매년 여름철만 되면 날개미가 엄청 들어오는 기간이 있는데 이거 번식기간이겠죠? 주변에 개미집이 있는 것 같기도... 군대에 있던 시절에도 여름철 어느 날 손가락 마디만한 여왕개미들이 엄청나게 보이다가 다음 날 싹 사라져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ArthurMorgan
20/07/13 01:31
수정 아이콘
페로몬은 정말 신비로운 소통체계입니다. 일상에서도 전쟁에서도 페로몬을 통한 개미의 사회적 행동들은 정말 얘들이 곤충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것들이 많아요. 페로몬을 통한 개미의 지각과 행동은 정말 높은 지능을 방불케 해요. 제가 키우는 개미들을 소개하다보니 이런 부분들을 자세히 언급하기 쉽지 않은데, 기회가 될 때마다 끄적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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