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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28 11:16:20
Name P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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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8 (수정됨)


* 지도는 하산 호수 전투 지도


* 본인은 『8월의 폭풍』의 역자이자 연재소설 『경성활극록』의 저자임을 독자분들에게 먼저 알리는 바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357299
https://novel.munpia.com/163398

8. 하산 호수 전투/장고봉 사건

연해주의 하산 호수 남쪽, 두만강 하류에는 소련, 중국, 그리고 현 북한의 국경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장고봉, 장군봉, 사초봉이라는 세 봉우리가 있습니다.

이 봉우리들은 1866년에 제정 러시아와 청나라가 체결한 흥개조약에 의해 설정된 만주와 연해주의 국경에서 어느 지역에 속하는 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소련과 일본은 만주국 성립 이후 이 땅을 두고 서로 연해주와 만주 중 어디에 귀속되느냐를 두고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점령하면 상대 진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요지이기에, 양측은 일단 이 지역을 무주공산으로 내버려 두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시킨 사건은 1938년 6월 13일에 일어났습니다. 소련 내무인민위원회의 극동지구위원장인 류시코프가 대숙청을 피해 만주국에 밀입국하면서 일본에 망명한 사태였습니다.

소련은 재발방지를 위해 극동 지역의 경계를 강화했는데, 7월 6일에 국경강화의 일환으로 소련 제40소총사단 소속인 1개 소대 규모의 기병대가 장고봉 고지에 올라서 진지를 구축해습니다.

분쟁지역인 장고봉에 갑자기 소련군이 들어오자, 이곳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조선군사령부 소속 제19사단은 대응책을 모색했습니다.

제19사단 사령부는 소련군의 장고봉 진입 규모가 소규모에 불과해 큰 문제가 아니며,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 조선군사령관 고이소 구니아키 대장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런데 관동군이 뜬금없이 끼어들었습니다. 관동군사령부는 이번 기회에 소련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무력대응을 해야 한다고 대본영에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본영 작전과는 소련군에 대한 위력수색을 명분으로 국지전을 계획하고 무력충돌을 도발하게 되었습니다.

제19사단 병력은 7월 9일부터 장고봉에 전신선을 부설하고 소련군 진지에 위협적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서 수색정찰을 실시했습니다.

이때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7월 15일에 수색에 나선 헌병대 소속 병사가 소련군 진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다 소련군의 총격에 사살당한 것이었습니다.

소련군은 사살한 병사의 시체에서 국경지대를 찍은 사진기와 정찰일지를 확보하였습니다.

사망자가 발생하자, 소련과 일본이 이 문제를 대화로 풀 여지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제19사단 병력이 두만강 일대에 집결을 시작했습니다. 사단은 유사시 장고봉 서쪽 800m 거리의 장군봉도 점령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제19사단의 제73연대가 경흥 전면에 배치되었으며 여러 사단 병력이 웅기나 사회 지구에 예비대로 집결하였습니다.

관동군도 1개 사단을 보내어 제19사단을 지원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대본영은 중요도가 낮은 고지 3개를 점령하기 위해 그 이상의 무력충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려서 철수를 명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19사단이 도발행위를 감행했습니다. 대본영의 철수명령이 있었는데도 7월 20일에 두만강을 넘어서 장군봉은 물론이고 인근의 사초봉까지 점령한 것이었습니다.

소련 시베리아군관구 사령관 바실리 블류헤르 원수는 일본군 30명이 사초봉에 주둔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제40사단으로 하여금 국경지대의 병력을 보강하고 전투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하며 2개 대대를 지원으로 파견하였습니다.

이를 인지한 일본 제19사단은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소련군을 격퇴 후 철수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장고봉 공격을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소련 주재 일본 대사이자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의거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것으로 유명한 시게미쓰 마모루는 장고봉이 일본 영토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였습니다.

대화로 끝낼 수 있는 분쟁이 사단급 무력충돌로 확전되어 버린 것입니다.

7월 29일과 30일 밤, 일본군은 장고봉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일본군은 3시간 정도의 교전 끝에 소련군의 소규모 국경수비대를 제압하고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소련군은 바로 반격에 들어갔습니다. 제40사단의 제119소총연대와 국경경비대 병력이 반격을 개시, 장고봉과 사초봉을 탈환했습니다. 상급부대인 제39소총군단의 후속 병력들이 국경지대로 속속 집결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본군은 소련군의 후속병력이 도착하기 전 빠르게 재반격을 시작했습니다.

7월 31일 2시에 일본군의 2개 보병연대가 포병 지원 아래 장고봉을 공격했습니다. 일본군은 5시간의 교전 끝에 장고봉을 재점령했습니다. 소련군의 방어병력이 후퇴하자, 일본군은 추격을 개시하여 소련 영토 내의 고지 3개를 추가로 점령했습니다.

제40소총사단은 8월 2일에 반격작전을 개시했습니다. 사단의 제119소총연대와 제120소총연대는 제32전차대대와 2개 포병대대의 증원을 받아 세 고지를 북쪽과 남쪽에서 공격해 탈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공격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형 때문이었습니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세 봉우리는 하산 호수와 두만강 사이에 있는데, 하산 호수가 두만강과 4~5km 길이로 평행하게 늘어져 있어서 고지대로 접근하려면 호수의 남북 끝과 두만강 사이의 150~200m 수준의 작은 회랑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일대는 논밭이 많고 한 차례 비가 온 관계로 전차의 기동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제40소총사단은 탈환작전을 서두르면서 수색정찰 없이, 그리고 포병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제40사단은 일본군의 배치상황과 지형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공격은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좁은 회랑으로 돌격하던 소련군은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에서 쏟아지는 화력에 얻어맞았습니다. 포병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보병이 공격한 결과 적의 화점을 제압하지 못했습니다. 전차대대는 뻘밭에 묶여서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제40소총사단의 지휘체계도 우왕좌왕이었습니다. 분명 사단은 그리고리 시테른 군단지휘관(중장)이 지휘하는 제39소총군단의 소속이었지만 제39군단의 상부인 극동특별적기군과 시베리아군관구에서 내려오는 직접명령도 받고 있었습니다. 명령이 세 군데에서 내려오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8월 2일의 공세는 실패로 끝나고, 8월 3일에 시베리아군관구 사령부에서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사태를 보고받은 스탈린은 국방인민위원회에서 직접 하산 호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지휘통제하겠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국방인민위원회는 시베리아군관구에 작전지휘는 제39군단에 일임하고 제대로 된 포병과 항공지원 없이는 공세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재정비를 마친 제39소총군단은 지형과 적 배치를 철저히 정차한 후에 반격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제39소총군단은 8월 6일에 다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소련군의 대대적인 항공폭격이 고지 일대에 쏟아졌고, 제19사단의 후방 기지인 함경북도 경흠도 폭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폭격과 포격이 쓸고 지나가자, 소련 제40소총사단이 제2독립기계화여단의 지원 아래 고지 북쪽과 남쪽에서 다시 공세를 개시했습니다.

소련군의 더 조직된 공세에 장고봉을 지키던 일본군 병력은 결국 치열한 백병전 끝에 고지에서 격퇴당했습니다. 일본군은 장고봉을 재점령하기 위해 20회 정도의 소규모 공세를 실시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제39소총군단의 제32소총사단이 사초봉과 장군봉을 탈환하기 위한 공세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의 일본군 진지는 소련군의 생각보다 더 막강하였습니다.

이에 제39소총군단은 8월 11에 총공세를 하기로 결정하고 작전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소련과 일본은 8월 4일부터 계속된 협상에서 마침내 타결을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 8월 11일에 양측은 전투를 멈추고 현재 서로가 점령한 위치에서 더 확전하지 않는다고 합의를 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전투를 소련/현대 러시아에서는 하산 호수 전투로, 일본에서는 장고봉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양측 합쳐서 20,000명 이상의 병력이 동원된 사단급 무력충돌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던 것을 무의미하게 확전한 것이었습니다.

일본군은 비록 목표로 한 장고봉 고지를 소련군에 빼앗기게 되었지만, 이 전투로 소련군을 얕잡아보게 되었습니다.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돌격하는 소련군은 우회가 불가능한 지형상의 난점이 있었다 해도 인해전술과 정면공격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일본군의 방어에 수 차례 막혀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내고 실패한 적이 여러번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스탈린은 시베리아군관구 사령관 블류헤르 원수에게 책임을 물어 숙청하고 말았습니다.

일본군에서는 정면공격밖에 모르는 무식한 소련군을 측방에서 때려 포위섬멸할 수 있다는 오랜 편견과 자신감이 확대되었습니다.

이 편견은 1년 후에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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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20/06/28 12:39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20/06/28 15:3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미키맨틀
20/06/28 17:08
수정 아이콘
관동군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20/06/28 17:30
수정 아이콘
러시아인을 인종적으로 멸시하고 무시하던 게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다피지알
20/06/29 03:36
수정 아이콘
연재 속도가 빨라서 쉴 틈 없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29 14:41
수정 아이콘
고마워요~
매일매일
20/06/29 11:25
수정 아이콘
연재 감사합니다. 지리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멀지 않은 이야기인데 처음 보는 내용이라 더 재밌네요
혹시 연재는 몇편정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20/06/29 14:42
수정 아이콘
음 20회는 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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