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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21 01:21:16
Name ArthurMorgan
Subject [일반] [개미사육기] 대형 이벤트 망치고 좌절하여 쓰는 글 (사진 있어요)
주말 잘 보내고들 계신가요?

제가 키우고 있는 네개의, 아 다섯개로 늘었네요...'_';;; 다섯개의 콜로니 중 3개에는 병정개미 계급이 존재합니다. 한국홍가슴개미인 [불꽃심장부족], 일본왕개미인 [일몰망치군단], 그리고 흑색패인왕개미인 [침묵의 밤 교단]에 솔져들이 있지요. 이 솔져들은 존재 자체로도 큰 매력입니다. 일단 크니까요. 그리고 뭔가 전투 담당이라고 하는 그 타이틀과 전투에 걸맞는 그 외모가 정말 멋지죠. 하지만 저의 뜰 안에서 보살피는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릅니다. 하는 일이 없어요. 그나마 망치단은 특성상 외부 활동에 조금씩이나마 솔져를 투입합니다. 하지만 불꽃족과 침묵교의 솔져들은 둥지에 박혀서 나오질 않습니다. 침묵교가 사는 사육장 [개미안 101동]은 사방이 투명해서 아 솔져들이 있긴 하구나... 관찰은 됩니다. 불꽃족이 사는 사육장 [개림바톨]은 흙 사육장입니다. 외부에서도 터널이나 방 등을 볼 수 있지만, 흙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도 많고, 대부분의 시간 붉은 차광필름인 [개이티필드]를 쳐놔서 육안관찰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한국홍가슴개미 솔져는 제일 애지중지하면서도 구경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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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개미!!라고 하면 뭔가 이런 놈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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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런 놈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군갬들이 뭔가 밥값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야생에서라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일도 있겠지만, 저의 평화로운 개미제국, [플루온 제국]에는 그딴 게 없으니까요. 흉계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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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테스트용 아웃월드를 만들기 위하여 대형 아크릴 박스를 제작했습니다. 포맥스를 잘라서 대강의 지형을 만들어봅니다. 사실, 이 박스는 프로토타입입니다. 이걸 실제로 조물딱 거려보고 여기서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나중에 더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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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바이옴 킷에서 남은 재료들을 총동원해서 대강만 환경을 꾸몄습니다. 가운데는 포맥스와 실리콘을 이용해서 물이 흐르는 수로를 만들 수 있는지 테스트해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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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사육용 흙을 경사부 하단에 깔고, 모래와 돌을 넣었습니다. 이것은 개미들이 이런 데에서 땅을 파나 안파나 테스트하기 위한 지형이에요. 스포일러하자면, 팝디다. 되게 열심히. 흙이 있으니 그냥 팝디다. 아웃월드를 꾸밀 때 결코 흙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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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준비물. 정말 야심차게 준비한 녀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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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흰개미입니다. 여왕이나 왕, 생식개체 없는 순수 워커만 2백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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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용 아웃월드 한 편의 빈 곳에 흰개미들이 살고 있는 나무 둥지를 통째로 집어넣었습니다. 꼬물꼬물 활발하게 움직이는 흰개미들이 많이 보입니다. 2백마리가 넘겠는데요; 생긴게 좀 귀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 어엿한 해충으로서 바퀴벌레의 사촌이기도 한 생물에게 베풀 자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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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과 투쟁심이 강한 한국홍가슴개미, 불꽃심장부족의 앞마당 아웃월드 [황혼의 고원]과 테스트용 아웃월드를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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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기다리지 않아 불꽃심장 워커들이 새로운 아웃월드로 진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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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 건너 흰개미들의 콜로니를 발견하여 수색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기웃거리는 모습만 보이고, 흰개미들도 크게 경계를 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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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도 잠시, 불꽃심장 워커들은 바쁘게 흰개미를 물고 나르기 시작합니다... 이거 뭔가 제가 그린 그림과 많이 다릅니다. 저는 이 정도로 대규모인 타 생명체의 콜로니를 만나면 혹시 솔져들이 튀어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니면 워커라도 바글바글하게 나오든가요. 얘들이 개개오톡으로 친구들을 마구 부를 테니 말이죠. 사실, 평소보다 살짝 많은 워커가 나오긴 했습니다. 한 2~30마리 가량의 워커가 테스트용 아웃월드를 헤집더군요. 하지만 솔져는 그림자도 안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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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대한 그림이 이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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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이랬습니다. 흰개미들이 크기도 작고 공격력도 없다시피 해서, 한반도 최강의 한국홍가슴개미에게는 감히 '전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죠. 만날 먹어 물리는 밀웜 스테이크 대신 주어진 줄줄이 비엔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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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얘들은 신나게 주워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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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자신들의 둥지인 개림바톨까지 옮기는 게 버거웠는지 통로 중간에 모아놓더군요. 개개오톡 호출을 받고 달려온 다른 워커들이 분업하여 흰개미 소세지를 이곳부터 개림바톨로 나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개팡 물류센터의 느낌입니다. 개미들이 부지런하긴 합니다. 야, 여기 소세지 밭이다라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줄을 지어 열심히 배송을 합니다. 새벽배송요? 얘들한테 안됩니다. 얘들은 철야배송을 이어갔습니다. 그 힘들다는 상하차를 쉬지도 않고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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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룻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 흰개미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ㅠ_ㅠ 꼬물꼬물 귀엽던 녀석들 중 살아남은 것은 아주 좁은 틈으로 피난한 일부 약 2~30마리 정도더군요. 저는 여기까지만 하고 흰개미 헌팅 이벤트를 종료하였습니다. 대실패였어요. 그냥 와서 주워간 게 다인 이벤트에 너무 큰 기대를 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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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종료 후에 테스트 아웃월드를 분리하였습니다. 그러자 이 날이 다 가도록 불꽃심장 워커들이 통로가 있던 곳을 맴돌며 아크릴 마개를 물어뜯어 열려고 하더군요. 흰개미가 엄청 맛있었나봅니다. 길을 열어라, 닝겐! 소세지가 기다린다!! 뭐 이런 걸까요...

초기에는 쌩쌩한 밀웜을 넣어줬을 때 소형 솔져 한 마리가 나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그것도 안합니다. 그냥 워커들이 다 처리하는 중입니다. 결국 한홍의 솔져들을 보려면 뭔가 더욱 심각한 위협을 직접 개림바톨에 가하지 않으면 안될 듯 합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실제로 갬명피해가 날 수 있겠지요. 택하고 싶지 않은 길이네요. ㅠ_ㅠ 불꽃심장 솔져의 전투를 보기 위해선 직접 잡아다가 싸움을 붙여야 할 듯 합니다. 꽤 노력을 들여서 해본 실험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조금 허무합니다 ㅠ_ㅠ 하지만, 새로운 콜로니도 생겼고, 저의 개미혼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더 재미있는 거 찍어서 가져와 볼게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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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Be Goja
20/06/21 01:58
수정 아이콘
지네,메뚜기나 말벌급은 되야 나오려나 보네요
ArthurMorgan
20/06/21 02:45
수정 아이콘
일단 F-15급인 말벌이나 F-22급인 장수말벌은;;; 얘들이 정말로 싸운다면 많은 개미가 희생되고, 얘들은 유유히 날아가는 히트앤드런이 되겠네요; 사육장 안에 가둬도 지쳐서 내려올때까지는 타격을 못 줄거에요;;; 지네도 사기유닛인데 얘는 일단 움직이면 다 잡는다는 버서커류고; 공격력과 방어력이 공히 사기급이라서 개미로는 답이 안나올거에요 ㅠ_ㅠ 결국 얘네가 투입되면 솔져가 나오든지 말든지 일단 전멸의 위기입니다;
20/06/21 02: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와...대박 이벤트였네요.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 줍줍 이벤트 보는 느낌인데요 크크크크크 엄청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아 중간에 저 강가에서 아주머니들 줍줍하는 짤 때문에 빵터졌습니다 크크크크크
ArthurMorgan
20/06/21 02:46
수정 아이콘
정말 제 느낌이 딱 그러했기에 넣은 짤입니다... 평화롭게 나무틈 사이에서 흰개미를 주워서 돌아가더군요. 사냥이 아니라 열매나 조개줍기였어요...
Hammuzzi
20/06/21 08:18
수정 아이콘
크크크 흰개미 너무 호구였군요. 크크크 병정개미들 무슨 말년병장 같은 느낌이네요. 보이지 않아요.
ArthurMorgan
20/06/21 09:46
수정 아이콘
호구라니요. 그냥 채소입니다. 흰개미는 채소였던 것입니다.
용자마스터
20/06/21 08:22
수정 아이콘
병정개미가 나와야하는 시점 자체가 제국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어야 할텐데 문제는 개미를 키우는 입장에서 위협에 빠트려야 하니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생식개체가 있는 흰개미 였다면 흰개미가 반항한다고 싸우고 그러면서 병정개미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지만 그건 그거대로 힘들고요.
결국 전쟁이 없고 병사가 나설일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격언만 남는거 같습니다.
ArthurMorgan
20/06/21 09:46
수정 아이콘
저는 길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놈의 말년병정들 어떻게든 부려먹겠습니다.
희원토끼
20/06/21 08:2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이해가 넘 잘되는 사진들이네요.
흰개미 소세지라니...
ArthurMorgan
20/06/21 09:47
수정 아이콘
근데 정말 맛은 있나봐요. 얘들이 통로에 놔두고 간 거 다른 콜로니에 슬쩍 넣어줬더니 게눈감추듯 먹어치웠어요;
의미부여법
20/06/21 08:52
수정 아이콘
크크 무슨 냉이캐듯 흰개미 물어가는거 보고 웃었습니다.
ArthurMorgan
20/06/21 09:47
수정 아이콘
정확한 표현이십니다. 봄바람에 냉이 캐듯이 경쾌하고 신나게 들고 갔어요.
이슬떨이
20/06/21 09:41
수정 아이콘
더이상의 기다림은 의미가 없네요. pgr 첫 댓글을 개미왕국에 바칩니다.
ArthurMorgan
20/06/21 09:48
수정 아이콘
영광입니다. 커뮤니티가 하기 나름이고 보기 나름이지요. 부디 즐거운 피지알 되시길 빕니다.
방과후티타임
20/06/21 09:49
수정 아이콘
저렙존이 아니라 중수존에 가서 경험치를 쌓아야...
ArthurMorgan
20/06/21 09:52
수정 아이콘
중수급 전투력 + 싸움이 될 만한 개체수 + 쉽게 채집 혹은 획득하여 데리고 올 수 있는 접근성... 이걸 다 만족하는 것은 다른 개미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개미 대 개미의 전투가 벌어지면 정말 많이 다치고 죽겠죠 ㅠ_ㅠ 징징
닉네임을바꾸다
20/06/21 10: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답은 개미제국간의 총력전뿐...그 이하에선 굳이 나설 의미가 없고 이상이면 개미입장에선 그냥 재난...
원래 군인들이 주로 나서야하는건 결국 인간대인간이 메인인거처럼 말이죠...
ArthurMorgan
20/06/21 10:46
수정 아이콘
그건 정말 큰 결심과 더불어 엄청 욕을 먹을 각오가 필요한 일이죠 크크 다른 수를 고민해 보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6/21 10:58
수정 아이콘
아니면 바선생 아니면 흰개미 제국하나를 밀어넣는거밖에는 흠...
20/06/21 11:54
수정 아이콘
사마귀 같은건 너무 위험한가요?
ArthurMorgan
20/06/21 16:02
수정 아이콘
네, 크기가 적당한 유충이라도 개미쪽에 사상자가 생길 겁니다. 성충이면 뭐 갬명피해가 엄청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20/06/21 16:16
수정 아이콘
전투를 보고 싶으면 유혈피해를 어느 정도 감내해야하지 싶지않은데... 한쪽만 일방적으로 때리기는 힘들듯요 크크
매일매일
20/06/21 12:05
수정 아이콘
크크크 시리즈 너무 재밌네요
ArthurMorgan
20/06/21 16:03
수정 아이콘
ㅠ_ㅠ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0/06/21 12:19
수정 아이콘
오다 주웠다
ArthurMorgan
20/06/21 16:03
수정 아이콘
말 그대로 주웠죠, 예...
Foxwhite
20/06/21 16:52
수정 아이콘
메뚜기 어때요? 일단 해충이기도 하구 전투력도 꽤 있는편인더같던뎅... 중급레벨로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수급면에서도 그냥 산에서 주워오면 끝이기도하구요 크크
ArthurMorgan
20/06/21 20:19
수정 아이콘
음 방아깨비는 넣어본 적이 있는데, 점프 이동 베이스인 놈들은 개미들이 어지간해서 잡기 힘들더군요. 힘껏 점프하다가 투명 아크릴판에 들이받아 다리라도 부러져야 그때부터 공격이 되요. 그리고 이미 그 정도 부상을 입으면 학살이죠; 그리고 메뚜기 등의 곤충은 농약을 드셨을 가능성때문에 야생 채집한 놈을 먹이로 주기엔 좀 찝찝하네요 크크크
춘광사설
20/06/21 20:28
수정 아이콘
흰개미는 그냥 특식이었네요 크크크
ArthurMorgan
20/06/22 00:14
수정 아이콘
네... 간식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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