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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19 22:27:15
Name 머리부터발끝까지
Subject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
안녕하세요.
평범한 30대 직장인입니다. 제가 글솜씨도 없고 하루를 재미있게 살지를 않아서, 좋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금요일 퇴근 후 수박과 함께 맥주를 마시다 보니 요즈음에 회사에서 일하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글쓰기 버튼을 눌러 보았습니다. 재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크크…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작은 회사로, 주로 나라에 공급되는 제품의 부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2차 벤더이죠. 많은 직장인 분들이 공감하실 흔히 말하는 “갑”님에 대해서 말씀 드려보려고 합니다. 아마 저는 병에서 일하는 작은 직장인이겠죠..

1) 사양서가 왜이래?
공공기관으로 납품이 될 제품이기에, 사양서가 공지되고 입찰을 통해서 납품업체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입찰에서 승리한 회사가 저희 회사의 고객이 되고, 다시 한번 수 많은 2차 벤더가 경쟁하여 공급할 업체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이 “갑”님에게 제품을 공급하게 됩니다.

“갑”님은 구매하고 싶은 사양을 공지를 합니다. 그리고 저희도 입찰을 준비하기 위해서 제품 사양서를 열어보면 제 입도 같이 벌어집니다. 아니 올해 초 정년퇴직 하신 전 팀장님이 저와 같은 나이일 때 사용하셨다는 제품과 기술이 적혀있습니다. 2020년인데도 말이죠. 물론 아직 현역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에 쏟아지는 침을 닦으며 그래도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심지어 문서의 내용이 맞는 내용도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기관이 한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정말 정 반대는 가끔 구매해 가시는 공공기관이 아닌 고객들은 정말 다른 의미로 입이 벌어집니다.. 이걸 어떻게 만들라는 건지.. 또 해외 수출에서도 제 3세계라 불리는 곳에서도 전문적인 내용과 해외 사진으로만 보던 최신의 사양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전 언제쯤 제대로 된 사양서로 일해볼 수 있을까요? 크크크….

2) 나의 말이 사양이다!
제가 근무하는 업종의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납품 전 납품할 제품의 모든 자료를 모두 들고 “갑”님을 찾아가서 승인을 받습니다. 제가 직접 가지는 않습니다만, 사양에 없던 엄청난 말들이 오고 간다고 합니다. “어디서 보고 왔는데 이런 기능도 있다더라 추가해달라”, 혹은 “사용하다 보니 저런 기능이 좋아 보이더라”, 최고는 “생각해보니 이런 기능은 어때요? 좋아 보이니까 추가해 주세요.”

“못 하시겠다 구요? 그럼 승인 하지 않겠습니다. 돌아가세요. 아 그리고 ‘ABCD’(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입니다)업체 거기 해외에 수출할 때 수출한 제품 시험했었던 고객사 자료 가지고 오라고 해주세요 시험 결과좀 봐야겠어요, 해외 규격으로 시험한 자료도요”

담당자가 저희에게도 전화가 옵니다 “사양에 없지만 A, B, C, D모두 추가해주세요. 추가금은 못 드려요..”.  결론은 사양은 만족하지만, 본인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승인을 볼모 삼아 이것 저것 추가하는 형태가 되어버립니다. 무료로요… 또 다른 고객사의 시험결과를 달라고 합니다. 해외 회사의 지적재산권이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니 정석적인 답변이 돌아오고, 사양서에 존재하지도 않는 해외규격의 시험을 성적서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납품을 받지 않겠답니다.

“그럼 승인 하지 않을 겁니다. 2차벤더 바꾸시던지요”

저희 혹은 저희와 같은 2차 벤더에서 요구 사항 중 하나만 해주면 다른 업체에 달려가서 “다른 업체에서는 해주는데 여기는 왜안해줘요?” 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우리 “갑”님들…

3) 왜 자꾸 사람이 바뀌는가
군대에서도 그렇고 공무원은 한 곳에 오래있으면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순환보직이 당연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순환이 되어 오는 새로운 “갑”님들이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전문성이 떨어진 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납품할 회사에서 승인을 위해 제출하는 자료들을 읽고 파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말 모르는 것 같은 눈치입니다. 혹은 매우 얕게만 알고 있더군요. 부패도 중요하지만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갑”님보다는 많이 알고 오히려 정당하게 지적할 수 있는 “갑”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 날이 올 수 있을까요??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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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바꾸다
20/06/19 22: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공무조직의 부패는...단순 부패로 끝나는게 아니니까요...
그냥 멍청한 윗대가리가 부패한데 유능한 사람보다는 안정성이 더 있긴할겁...아마도요...어차피 공무조직은 다 규정에 맞춰서 움직일뿐이니까요
그냥 기도메타로 나름 그쪽 분야에 관심 있던 사람이 갑이 되길 비는게...
20/06/20 09:20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유능하지만 부패한 갑이 더 위험하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순환근무를 계속 시행하는게 더 이득일거라고 봅니다.
20/06/19 22:48
수정 아이콘
공기업 계열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인데 구매/계약 관련 일은 한번도 안해봤습니다.
다만 일의 행태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설명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1&2.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구매/계약 금액이 클수록 당연히 전결권자 직위가 높아집니다. 자연히 그 분의 취향이 반영됩니다. 조달청 거쳐야 하는 계약이면 최소 부서장 전결입니다.
게다가 이 분들은 옛날부터 쓰시던 버릇대로 물건을 쓰시려고 하고 실무진이 그걸 바꾸려면 대단히 강력한 논리로 잘 쓰여진 보고서를 들고 결재라인을 다 뚫어야 됩니다.

3. 순환보직 제도 자체가 전문성을 포기하고 다른 걸 추구하겠다는 뜻입니다.
순환보직이 있는 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라도 처음 맡은 일에서는 신입직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그냥 포기하시고 잘 설명하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피터 파커
20/06/20 00: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그쪽 계통에서 일하다가 때려치우고 나왔는데요, 1번 같은건 문제일으키기 싫으니 원래 하던 옛날거 그대로 하는거고 2번 같은 그런 사양서는 대부분 낙찰자가 정해져있습니다 흐흐 로비 통해서 사양 들어가는거죠
로테이션 안돌면 기술 전문가가 되어서 제대로 발주 할까요? 오히려 로비 전문가가 될 걸요
20/06/20 08:22
수정 아이콘
3번 절대 공감합니다. 예전에 잠시 스타트업에 있었는데, 아예 시장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일이라 공무원들께 관련 법규 규칙 세부사항 등등을 가르쳐가며 일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그분들은 배우기 싫어하고, 그런 분들 억지로억지로 말 알아들으실만큼 얘기해놨더니 바뀌고;;; 돌겠더군요 ㅡㅡ
20/06/20 08:42
수정 아이콘
제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사정때문에 근 15년간 한 자리에서 그 업무만 보면서 계약 계속하는 분을 한분 아는데요.....전문성이요? 위엣분 말마따나 로비 전문성은 최고입니다. 내가 너보다 이 일 오래했고 더 잘아니까 말이 안되는 요구사항을 내밀면서도 결국 받아들이게 하는 법만 빠삭함
20/06/20 09:08
수정 아이콘
3번은 한사람이 계속 저런일을 맡아서 하면 로비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져서 안합니다.
Albert Camus
20/06/20 12:02
수정 아이콘
공직사회 자체가 경직성이 높으니 답이 없는 문제같네요
20/06/20 14:08
수정 아이콘
공무원들 순환 근무를 돌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유착이란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를 수천년씩 증명해와서 크크
나눔손글씨
20/06/20 14:34
수정 아이콘
순환보직이 있는한 1번은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사기업은 회계담당자 뽑으면 경력자를 뽑고 그 사람이 왠만하면 계속 회계일만 합니다. 근데 공공부문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무직렬 신입이 시행착오 겪어가면서 배우다가 연수 차면 계약, 인사 등 다른 직무로 옮깁니다. 기술 쪽도 동일한데 블라인드 채용 등으로 과가 약간 다른데도 해당 직무를 맡는 경우도 있고, 각각 전문성이 있는 직무임에도 순환보직을 돌립니다. 같은 토목이어도 공동구 같은 지하구조물과 택지개발, 도로건설은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전기여도 송전, 변전, 배전 다 다르고 그 안에서도 세부분야별로 또 다릅니다. 그러니 안 해본 업무면 전임자가 했던 문서나 업무를 그대로 답습해서 반복할 수밖에 없고요.

글의 예시인 입찰만 보더라도 2000만원 이상 구매,용역,공사 하려면 계약절차에 따라 입찰공고문, 규격서(시방서), (공)내역서, 계약특수조건 등등 붙여서 올려야하는데 처음 맡는 직무에서 저런 서류들 100% 다 검토해서 올린다는건 불가능합니다. 저 서류들과 연관된 각종 법령들만 수십가지는 되고, KS나 국제표준 등 기술적인 부분 따져도 매우 복잡해집니다. 동사무소 건물 하나를 지어도 거기에 수반되는 분야가 토목, 건축, 전기, 소방, 통신, 기계 등인데 설계용역 주고 공사업체가 시공하고 감리도 둔다고 하지만 발주처 감독이 순환직무로 온 1년차라고 생각해보면 답답해집니다. 전기직렬인데 1명이 전기, 소방, 통신, 기계 다 담당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 사람이 전기 제외 공조설비, 펌프, 방재설비 다 이해하고 업무 진행하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발주처라는 갑의 지위를 사용해서 커버를 치는 사람들이 많죠.

이렇게 돌리니까 유착이나 비리 같은건 잘 근절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상론입니다. 대개 유착은 실무자와 업무담당자간 발생하지 않고 그 윗급에서 생깁니다. 왜나하면 퇴직자들 로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실무자는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대부분 결재를 받아야하고 (퇴직자들과 특별히 관계가 없다면) 유착에 대한 동인이 크게 없습니다. 앞으로 30년 근무해야 하는데 괜한 리스크 안 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업무를 잘 몰라서 나중에 감사지적되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이처럼 제 경험으로는 순환근무를 완화해서 얻는 이익이 발생하는 문제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순환근무는 해경을 해체하는 식의 해결법이지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책은 세부적으로 가야합니다. 비리에 대한 처벌강화는 기본이고, 퇴직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퇴직자를 채용한 기업은 의무적으로 신고해서 해당 공공기관 관련 직무를 3년간 맡지 못하게 한다는 등 세부적인 규제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머리부터발끝까지
20/06/20 17:02
수정 아이콘
저도 가장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어떤제품을 사야하는지도 모르고 사양에 대한 파악도 어려운 것 보다는 처벌을 강화하고 순환근무를 완화하는 방식이 더 이익일 것 같습니다.
20/06/20 17:50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의견에 공감합니다.
요즘은 유착이나 비리 저지르기가 옛날보다 많이 빡세져서 실무자가 손쉽게 부당한 이득 챙기기는 많이 어려워졌어요.
그에 비해 신규 보임자의 업무미숙은 정말 상상 이상이더라구요. 업무경력 10년 넘은 분이여도 제가 있는 새로운 분야로 오니 아시는 게 거의 없더라구요. 프로그래밍이라면 헬로 월드부터 알려드려야 하는 정도였어요. 정말 문제입니다.
나눔손글씨
20/06/20 14:50
수정 아이콘
글에서는 부당한 요구(계약내용에 없는 요구)를 하는 발주처가 나오지만 반대로 발주처를 속이는 업체도 있습니다. 가짜 계산서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타먹거나 KC인증을 안 받은 등기구를 납품한다거나 약간 과설계된 부분을 모르는척 넘어가거나 전선, 배관 길이 속이거나 하는 경우 등. 이런거 당하는게 단순히 공무원들이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잘 모르고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저런 수에도 당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서로 일을 잘 이해하고 깔끔하게 업무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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