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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3/07 01:32:15
Name Timeless
Subject 싱귤레어(montelukast) FDA 블랙박스 경고 관련 (수정됨)
최근 싱귤레어 관련 FDA 뉴스를 보고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알레르기 관련 질환(천식, 비염, 두드러기 등)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약이라 지금도 내가 또는 우리 아이가 복용하고 있을테니까요. (싱귤레어 외 루키오, 몬테잘 등 매우 다양한 제품이 있음)

일단 정보가 있어야 도대체 걱정을 얼마나 할지도 결정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싱귤레어는 천식 환자 중 흡입기 치료가 어려운 소아나 성인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약물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에서도 특히 코막힘에 효과가 좋고, 조절되지 않는 만성두드러기에서도 일부 효과를 보이는 약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로 어제 2020.3.6에 아래와 같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천식-알레르기약 싱귤레어, 부작용 경고 최고 단계로 상향 <美 FDA>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천식과 알레르기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싱귤레어(화학명: 몬테루카스트)의 신경정신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최고 수준인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로 높였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천식과 알레르기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싱귤레어(화학명: 몬테루카스트)의 신경정신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최고 수준인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로 높였다.

미국 FDA의 '블랙박스 경고'는 약품 포장에 눈에 잘 띄게 부작용 내용을 검은색 띠로 표시케 하는 최고 단계의 부작용 경고입니다.

먼저 이런 경고가 나온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싱귤레어가 미국 FDA 승인받은 것은 1998년 2월이었습니다. 이후 소아용인 츄어블정(씹어먹을 수 있은 제품)과 세립(가루약)이 2002년 7월에 승인 받았습니다. 사용 경험이 축적되면서 2007년 신경정신계 부작용(떨림, 우울감, 자살 사고 및 행동) 관련 이슈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2008년 FDA와 제약회사가 조사를 했고, 2009년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이런 부작용을 약품 설명에 넣게됐습니다. 그리고 공격성, 몽유병, 혼란, 틱, 말더듬, 강박행동 등 하나씩 증상이 추가되어 현재 20종 이상의 관련 증상이 포함된 상태입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에서도 나왔고, 여러 연구를 통해 싱귤레어와 정신신경계 부작용 관련성이 나타났습니다. 최근의 한 예로 2019년 소아과저널(The Journal of Pediatrics)에 천식을 앓고 있는 소아에서 싱귤레어 사용이 신경정신계 증상을 약 2배 정도 높인다고 나왔습니다. 우리 뇌에는 싱귤레어가 차단하는 류코트리엔 수용체가 없어서 왜 이 약이 이런 증상을 야기하는지 기전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참고로 페니라민, 지르텍 등 항히스타민제가 졸린 이유는 우리 뇌에 히스타민 수용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내용이 반영되어 우리나라와 일본의 싱귤레어 약품 설명에도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나와있습니다(다른 아시아 국가는 제가 확인을 못 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약물 허가를 위해 시행된 몇 차례의 임상연구와 시판 후 조사에서는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명확하지 않았고,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잠시 다른 약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8년 1월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코대원포르테시럽, 코푸시럽과 같이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에서 사용금지 조치한 적이 있습니다. '호흡억제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는데 그 배경은 서양인 중 유전적으로 코데인을 모르핀으로 매우 빨리 대사시키는 소아가 있었고, 사망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전자는 동양인에서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매우 오랜기간 소아에서 사용했지만, 호흡억제로 사망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싱귤레어가 서양인에서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시아인에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오랜기간 사용해오면서 특별히 이슈화된 적이 없습니다(우리나라에는 2000년, 일본에는 2001년 도입되어 약 20년 간 사용). 따라서 지금까지 이 약을 복용해온 것을 걱정하거나 후회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이 약을 복용하면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더 집중해서 볼 필요가 의사, 약사, 환자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최근 이슈이므로 아직 식약처에서 따로 언급이 없고, 의사, 약사들 역시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혼란스럽겠지만 조금 느긋하게 이 이슈를 바라보고 정부와 학계의 의견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은 오늘 글의 결론이자 제 의견입니다.

1)서양인에서는 정신신경증상 발생과 관련성이 있지만, 아시아인에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고 오랜기간 사용했음에도 중대한 부작용 보고는 없었습니다.

2)천식 예방을 위해 복용 중인 분들은 일단 자의로 중단하지 말고,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잘 조절되던 상태에서 약 중단과 함께 급성 천식 악화 우려가 있습니다.

3)알레르기 비염이나 두드러기 등 천식에 비해 경증인 다른 알레르기 질환에서는 이런 부작용이 있거나 너무 걱정된다면 중단하고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물론 효과도 있고, 부작용도 없었다면 사용 지속하면서 상의하셔도 됩니다.

4)코로나19만으로도 매일이 걱정인데, 불필요하게 과도한 걱정을 하나 더 얹지는 마시고 침착하게 대응하실 것을 권합니다.


저도 내일부터 위와 같은 내용으로 환자분들께 설명드리고, 함께 상의해서 약물 유지/변경/중단을 하며 상황을 지켜볼 예정입니다.

참고로 오논이나 씨투스는 pranlukast라는 성분이며, 싱귤레어(montelukast)와 더불어 류코트리엔을 막아서 알레르기 질환을 조절하는 약입니다. 1995년 일본에서 개발한 약이고(싱귤레어보다 먼저 나옴), 미국에서 쓰지 않는 약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미국 FDA의 경고는 나올 수 없습니다. 작용기전은 비슷하겠지만 일단 다른 성분이고, 하루 2회 복용(싱귤레어는 하루 1회 복용) 등의 차이가 있어 서양인에서 싱귤레어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으며, 현재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정신신경계 부작용 관련 이슈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싱귤레어의 대체제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이것도 불안하면 다른 대체약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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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 01:37
수정 아이콘
하필 또 호흡기 계열 약이라 해당약 복용하시는 환우분들은 걱정거리가 추가 되네요.
Timeless
20/03/07 07:51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특별한 부작용 없었다면 사실 걱정 안 하셔도 될텐데 뉴스가 임팩트 있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걱정을 안 하실 수가 없겠죠.
러프윈드
20/03/07 01:51
수정 아이콘
나름 난리난 사건인데 정말 이해하기쉽게 글 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작년 타미플루 부작용논란이 생각나네요
Timeless
20/03/07 07:53
수정 아이콘
타미플루는 일본에서 촉발된 이슈라 우리나라도 더 주의깊게 봐야했습니다. 결국 타미플루 부작용보다는 인플루엔자 자체에 의한 증상으로 잠정 결론내려졌지만, 싱귤레어는 약 부작용 가능성이 더 높아서 차이는 있겠습니다.
타마노코시
20/03/07 01: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봄만 되면 두드러기가 심해지는 첫째가 이 약을 이시기부터 복용을 하기 시작하는데 한번 더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Timeless
20/03/07 07:54
수정 아이콘
효과가 있고 부작용 경험이 없다면 복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대체제를 상의해서 결정하셔도 되겠습니다.
덴드로븀
20/03/07 02:06
수정 아이콘
헉 초반만 보고 깜짝놀랐는데 우리나라 한정으로는 일단 조심만 하자 수준으로 생각해야겠네요.
안그래도 아이가 부모의 비염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싱귤레어는 필수처방 받는 형편인데...
정보 감사합니다.
Timeless
20/03/07 07:56
수정 아이콘
네. 향후 저런 부작용이 혹시 없는지만 관찰해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응~수고
20/03/07 02:09
수정 아이콘
지금은 약한 약을 쓰지만 몇 년전에 심비코트+싱귤레어를 병행했던 입장에서 깜짝 놀랄 만한 뉴스였습니다...
Timeless
20/03/07 08:42
수정 아이콘
성인에서 천식 일차 치료제는 심비코트 같은 흡입제이고, 조절 안 되면 흡입제 용량을 늘리거나 싱귤레어 병용 등 대안이 있습니다. 사실 만성질환에서 껄끄러운 것이 있으면 아무래도 잘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니 향후 걱정이 되긴 합니다.
20/03/07 06:53
수정 아이콘
천식 안 보는 입장에서도 간간이 처방하는 약인데 저런 이야기 나오니까 난감해지더라구요
Timeless
20/03/07 08:43
수정 아이콘
저는 알레르기 비염, 천식 환자를 꽤 보니까 당장 어제부터 문의가 오더라구요.
서쪽으로가자
20/03/07 07:56
수정 아이콘
정보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도 먹고있는거라 살짝 걱정이 되네요
Timeless
20/03/07 08:43
수정 아이콘
사실 저희 아이도 먹고 있습니다^^:;
20/03/07 08:08
수정 아이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Timeless
20/03/07 08:43
수정 아이콘
구독(?) 감사해요! 찡긋!
콩탕망탕
20/03/07 08:40
수정 아이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Timeless
20/03/07 08: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요즘 제 글이 늘고 있습니다.
달달한고양이
20/03/07 10:5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봄만 오면 한달가량 알러지성 비염으로 고통받는 1인인데...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고 있고 그 와중에 잘 듣는 액티피드를 매년 복용 중인데요(라면서 자연스럽게 상담하기). 맨 처음엔 반알만 먹어도 기절할 것 같이 졸리고 증상도 완전 없어졌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 한알을 먹으면 효과가 반나절을 못가네요...이게 내성이 생기는 매커니즘이 아닌 것 같은데=_=;
다른 약으로 갈아타야 할 것 같은데 시중 약국에선 저거 말고는 사실 별 효과가 없더라구요ㅠ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할런지 흑흑
Timeless
20/03/07 12:16
수정 아이콘
액티피드가 반감기가 짧아서 이런 약들은 약물 농도가 정점과 바닥을 오고갑니다. 즉효성은 있더라도 반동성 때문에 장기 복용을 권하진 않습니다.
또한, 졸림 증상도 없어진 만큼 이미 약물 효능에도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죠. 옛날 약이고 이걸 개선한 항히스타민제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면 미리 코에 뿌리는 나잘스프레이, 씨잘 등 항히스타민제, 싱귤레어, 페미로살을 잘 조합해서 사용하면 계절을 잘 나실 수 있을껍니다.
달달한고양이
20/03/07 13:26
수정 아이콘
헛 그렇군요 이제 보내줄때가 되었네요 처음 먹은때부터 한 6년을 지켜줬는데 흑흑
개선된 타입이랑 새로운 애들을 시도해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ㅠㅠ
mystery spinner
20/03/07 12:57
수정 아이콘
작년말 임신중에 한국에 머물면서 없던 비염과 후비루가 생겨서 이비인후과와 산부인과에서 싱귤레어를 처방 받아 먹었는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가요.
출산 수술날짜까지 2주 남짓 남아서 처방해준듯 한데ㅜㅜ
얼마전에 한국을 떠나 원래 살던 나라로 돌아오니 귀신같이 비염이 사라져서 싱귤레어 복용을 중단했고 아기들(둥이입니다)도 현재까진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데 갑자기 걱정이 되네요.
Timeless
20/03/07 13:03
수정 아이콘
이전 복용은 잊어버리셔도 됩니다. 태반 통과도 거의 안 되는 약이라 걱정하지 마세요.
팔라완
20/03/07 13:55
수정 아이콘
언제나 깔끔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작성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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