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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23 17:03:58
Name Sinister
Subject [야구]그 시대는 꿈으로 남고 -1-


2008년부터 2010년, 한반도에서 야구 열풍이 불어 KBO에 새로운 활기가 돌던 시기입니다. 06년 wbc 4강에 이어 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09 wbc 준우승으로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한국야구는 젊은 세대를 새로운 팬층으로 받아들여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이 때 유입된 새로운 팬층을 이른바 '베이징 뉴비'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종래에 야구를 소비하던 기성세대와 다른 문화를 야구장에 정착시켰습니다. 현재 2019년에 와서는 재미있는 밈의 대상이 되는 계층이기도 합니다. 영원하 뉴비라는 식으로요. 그만큼 베이징 뉴비라는 단어가 야구판에 가져온 충격은 꽤 컸습니다.

그리고 우연이었을까요? 천운이었을까요. 야구의 새로운 물결을 환영하듯 네모난 스트라이크 존에 방망이를 붕붕 돌리던 타자들이 힘을 얻게 됩니다. 힘 없는 땅볼 대신 공중으로 떠오른 홈런이 야구장을 장식했습니다. 자연스러운 타고투저의 흐름은 야구의 화끈함을 보여주며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습니다. 마치 192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라이브 시대와 뉴욕 양키스의 살인타선과 비슷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던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 처럼요. 공격력으로 메이저 리그가 미국의 국민 스포츠로 떠올랐던 것처럼 kbo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리그가 되었습니다.

개성넘치는 감독들과 인기팀들의 선전, 외국리그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야구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열광적인 한반도에서 야구 열기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한 소년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축구, 야구같은 스포츠를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시간동안이나 공을 주고 받는 스포츠가 왜 흥미로운지 이해를 못 했었죠. 그보다는 역사나 소설을 좋아했고, 특히나 삼국지에 빠져있었습니다.

그 소년이 야구를 접한 건 그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형과 게임을 같이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 형은 스타크래프트와 마구마구를 즐겨 했었고, 스타크래프트에 소질이 없었던 소년은 그보다 덜 고인물이 적었던 마구마구에 손을 댔습니다. 시작팀도 그 해 우승팀이라서 기아 타이거즈를 골랐고(고향팀이었는데 불구하고 애정은 없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군요), 심지어는 이승엽이 삼성 소속이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게임을 막 시작한 소년은 당연히 원래부터 게임을 즐기고 있던 형과 1대1 승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또 다른 지인들을 모아 2:2 팀플을 주로 즐겼습니다. 혼자 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고, 마치 비흡연자가 흡연자 무리를 따라가듯, 그 소년에게 마구마구는 소속감을 위한 불편한 담배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마구마구를 플레이하는 시간을 길어지고, 게임에 나름 흥미를 느낀 소년은 베이직 카드로 도배된 자신의 덱이 팀플레이에서 약점임을 깨달은 소년은 과감히 현금을 질러 새로운 팀을 맞추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자금으로는 팀을 하나 밖에 꾸릴 수 없던 소년은 큰 난관에 빠지게 됩니다. 야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어느 팀이 좋은지 어느 선수가 잘하는지 몰랐던 겁니다. 마구마구는 카드에 등급이 있어 어떤 카드가 성능이 괜찮은지 대략적으로 알수 있지만, 게임을 하는 유저 분들이 모두 체감하듯이, 눈에 보이는 스탯이 전부가 아닙니다. 괜히 이상한 팀을 꾸렸다가는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기에 소년은 아득함에 눈이 깜감해졌습니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지인들이 여러 팀을 추천해줬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가는 팀이 없었습니다.

결국 소년은 야구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마구마구 뿐만 아니라 실제 야구도 알아야 좋은 팀을 꾸릴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마구마구에는 kbo뿐만 아니라 mlb팀도 구현되 있어 소년의 공부 범위는 꽤 방대했지만, 즐거운 팀플레이를 위해 이를 모두 감수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다 소년은 어느 팀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년의 눈길을 끈건 그 팀의 현재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팀보다 적은 레어 숫자와 조금 부족한 성적 그게 그 팀의 위치였습니다만 그보다 더 찬란했던 과거와 역사가 소년을 사로잡았습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90년대 내셔널 리그를 지배했던 왕조를 구성한 팀입니다. 브레이브스를 지탱했던 3명의 선발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으며 타선의 중심이었던 선수는 역사 상 최고의 3루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본래부터 역사에 관심 있었던 소년은 낡고 퀘퀘한 향을 내뿜는 과거였지만 오히려 그 과거에 끌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자신의 팀으로 선택합니다. 그렇게 그 소년이 처음으로 게임에 돈을 써 맞춘 팀은 '200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됩니다.

하지만 이 글은 kbo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관한 글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당시 소년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08년 부터 11년까지의 메이저리그 특히나, 아메리카 동부 3형제였던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템파베이 레이스이 주인공입니다. 이 세 팀의 경쟁이 그 때 최고의 화두였고 화젯거리였습니다. 09년을 제외하면 월시 우승은 늘 다른 지구의 팀들이 했습니다만, 그래도 플레이오프가 다른 스포츠보다 비중이 적은 야구에서 정규시즌의 서사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의 차지였습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세이버 매트릭스가 조금씩 보급되었던 시기였고 새로운 유형의 전략들이 막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때보다 다른 시기의 빅 리그가 훨씬 재밌었고 치열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저는 네 말이 맞다라며 동의하겠지만 08~11까지의 야구가 제 야구의 시작점이었고 또 근원이었기에 저는 늘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 시작하곤 합니다. 제가 응원하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그래도 또 괜찮았습니다. 제이슨 헤이워드가 있으니까요.

그럼 잠시 안경을 닦고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처음 시작은 2009년의 양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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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파이브
19/11/23 17:58
수정 아이콘
1년후 찬빈님이 입단하고 희대의 명언을 남기는데
고란고란해
19/11/23 19:06
수정 아이콘
00애틀란타..마구마구 시즌 2의 강덱 중 하나였죠. 현실의 애틀란타는 세인트루이스 만나서 가을야구에서 광탈해버렸지만서도..
StondColdSaidSo
19/11/23 19:44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다음글 빠른 업뎃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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