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1/22 19:24:01
Name 데브레첸
File #1 IMF_advanced_economies_2008.svg.png (80.2 KB), Download : 50
Subject [일반] 세 부류의 선진국들 - 영미형, 대륙유럽형, 그리고 동아시아형


위 지도는 IMF가 분류한 '발전된 경제(Advanced Economies)' 즉 선진국들 목록입니다. 경제적으로 잘 살며, 민주주의와 인권이 잘 보장되는 국가라는 통념상의 선진국에 제일 부합하는 것 같아 이걸로 가져왔습니다. (걸프 만 도시국가들이 생활수준은 높아도 선진국이라 불리지 않는 이유죠.)

흔히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넷상에서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말이 나오면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지금은 한국이 (문제가 많긴 해도) 일단은 선진국이다는 덴 합의가 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발전하기도 했고, 최근 선진국들이 정치적으로든 경제사회적으로든 추한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에 '선진국이라는 게 별 거 없구나'는 인식이 생겨난 면도 있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한국은 선진국이면 그 중에서 어떤 선진국이냐는 질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이 현재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 봅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수준 저하, 경제 활력 저하, 극악의 인구구조 문제, 사회적 갈등 등으로 한국의 미래를 우려하는 글들을 정말 많이 봅니다. 사실 타국이라고 미래가 아주 밝아 보이지도 않지만.. 암튼 그런 불안함에서 벗어나려면 현재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죠.

맨 위의 선진국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선진국들이 역사나 지리적으로 볼 때 세 부류로 딱 나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북미, 오세아니아, 브리튼 제도에 속한, 영국과 한때 영국에 속했던 선진국들. 즉 영미형.
두번째로는 유라시아 대륙 본토에 속하는 유럽과 그 영향권에 있는 선진국들, 즉 대륙유럽형.
세번째로는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동아시아 선진국들, 즉 동아시아형.
(홀로 떨어진 이스라엘은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 영미형에 속한다고 보죠. 한때 영국 식민지이기도 했고 국가 특성이 영미형과 많이 유사하니)

신기한 건, 이 세 유형은 서로 다른 유형과 구분되는 고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과 가치관을 가진다는 겁니다.
지리와 역사가 나라들, 국가군의 운명을 결정한 걸까요? 
물론 각 유형 안에서도 국가에 따라 무시못할 차이가 있습니다. 스웨덴과 이탈리아의 사회는 정말 다른 게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국가들을 한데묶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분류했습니다.


* 주의: 여기 나온 영미형, 대륙유럽형, 동아시아형이라는 용어는 학술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며, 제가 임의로 만든 단어들입니다. 설사  학계에서 실제로 쓰이는 단어라 해도, 거기서 쓰이는 단어와는 정의나 용례가 다를 수 있습니다.


1. 영미형 -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영국, 혹은 영국의 식민지었던 나라들의 모임, 즉 영미형 선진국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굉장히 친시장적입니다. 고용과 해고의 자유도가 매우 높으며, 비즈니스의 용이함 관련 지표에선 최상위권을 독식합니다.
- 복지 및 정부지출 수준은 중간 수준입니다.  
- 세 유형 중 혁신이 제일 활발하게 벌어지며, 경제성장률이 높은 편입니다.
- 출산율이 비교적 높고, 이민 유입도 많아 그나마 괜찮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민자를 제일 많이 받아들이는 유형이며, 넘어서 '이민국가'라는 정체성이 강합니다.
- 노동시간, 노조권과 같은 노동자들의 권리는 애매한 수준입니다. 대륙유럽형보다는 확실히 못합니다만, 동아시아형보다는 그래도 낫습니다.
- 상점의 영업시간, 주택의 냉난방 여부, 택배 가능여부, IT 인프라, 소비문화 등을 감안할 때 삶의 편의성은 중간 정도입니다. 동아시아형보다는 못하지만 대륙유럽형보다는 낫습니다. 
 

2. 대륙유럽형 -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복지국가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영국/아일랜드를 뺀 대륙유럽 선진국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민주의적인 면모가 비교적 많이 보이는 편이라, 영미형보다는 덜 친시장적입니다.
- 복지 및 정부지출 수준이 꽤 높은 편입니다.   
- 혁신이 상대적으로 덜 활발하며, 경제성장률이 낮은 정체된 경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 나라마다 편차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출산율이나 이민 유입률이 영미형보다 못해서 인구구조는 영미형보다는 나쁩니다. 물론 동아시아형보단 낫습니다만.
- 이민자는 세 유형 중 중간 수준으로 받아들였지만, 아직 이민국가라는 정체성은 갖춰지지 않은 듯 합니다.
- 노동시간, 노조권 등 노동자들 입장에서 제일 살기 좋은 국가군들입니다.
- 삶의 편의성은 사실 좀 떨어집니다. 밤이 되면 상점들은 죄다 문을 닫고, IT인프라나 택배 문화 등은 부실하고, 에어컨도 없는데다 옛날에 지어진 집이 많고... 

(경제적인 면만 보면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노동유연성이 높고 상속세가 없는 등 영미형과 비슷한 면모를 많이 보이지만... 밑의 면모들 때문에 그냥 대륙유럽형과 묶었습니다)


3. 동아시아형 - 한국, 일본, 대만 등

유일한 비서구 선진국들의 모임인 동아시아형 선진국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 유형 중 제일 최근에 발전한 국가군들로, 신흥적인 면모가 강합니다. 일본이 무슨 신흥국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일본이 셋 중 제일 근대화가 빠르긴 했지만 그래도 식민제국으로서는 후발주자이긴 합니다.  
- 관료가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발전국가' 정책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사민주의, 반시장적이라고 부르기에는 여러 차이가 있어 부적합합니다. 그냥 별도의 유형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혁신이나 경제성장은... 국가별 차이가 커서 애매하긴 한데 영미형보다는 나쁘지만 대륙유럽형보다는 비슷하거나 나은 정도인 듯 합니다.
- 출산율은 제일 낮은데다 이민 유입도 덜해 세 유형 중 최악의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대규모 이민 유입은 고사하고, 인구구성의 동질성이 높아 민족국가라는 정체성이 강해 이민자를 유입하기 힘든 성향입니다. 
- 노동시간은 매우 길며, 권위적이며 집단주의적인 노동문화가 많이 남아있으며, 노조하기 힘들어서 노동자들 입장에선 살기 힘든 유형입니다.
- 밤문화, IT인프라, 택배 문화, 전자 정부, 최신식 첨단 주택 등 삶의 편의성은 높은 편입니다. 
- 부와 안정, 국가의 번영을 중시하는 물질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 서구 사람들이 보기에 사회적으로 덜 진보했고, 전통적인 관념과 가치관이 많이 남은 편입니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약은 좀 있지만 대충 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흔히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한국이 진보적이며, 노동자로 살기 좋고, 복지가 보장되는 대륙유럽같은 국가를 꿈꿔왔습니다. 한때 홍세화나 목수정이 톨레랑스의 나라라고 자기가 살았던 프랑스를 치켜세웠던 적이 있고, 지금은 좀 수그러들었지만 북유럽 복지국가 열풍도 한때 불었죠. 반대로 미국(더 나아가 영미권)은 보수정당때문에 불평등 심하고 나라꼴 개판놨으며,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문화는 천박한 소비주의적 문화일 뿐이라고 깔보는 면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소리가 많이 수그러든 것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륙유럽의 사회문제들도 나름 심각하며 정체된 면이 많으며, 한국 특성상 대륙유럽과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기 어렵다는 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아시아형 선진국인 한국은 대륙유럽형보다는 영미형의 시스템을 도입한 선진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위에도 살짝 적었지만 영미형이 제일 잘 나가는 걸로 보이며(그 중에서도 미국이 돋보이지만), 삶의 편의성이나 노동자 권리, 경제성장률, 복지 및 재정지출 수준 등을 봤을 때 한국이 대륙유럽보다는 영미형에 더 상성이 맞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미국 벤치마킹을 해서 발전해왔기 때문에, 관성과도 잘 맞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11/22 19:3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그냥 아시아에는 선진국이 한국이랑 일본 둘 밖엔 없는데, imf이후로 둘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한국인 마인드도 미국식에 더 가깝다고 봐요.
데브레첸
19/11/22 19:45
수정 아이콘
사실 한일은 엄밀히 따지자면 서로 다르긴 하죠. 그래도 '동아시아형'에 묶이긴 하지만.
19/11/22 19:52
수정 아이콘
사실 요 몇년간 한국에는 복지국가형 마인드가 국민성상 안맞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해요. 교육을통한 계층이동은 영미식에 더 가깝지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대륙식과는 상극인 것 같습니다. 무상복지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도 그렇고요.
19/11/22 19:50
수정 아이콘
한국은 경제는 영미시스템, 정치와 법은 대륙시스템이 병행하고 있죠. 정권의 향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는 유럽식 사민주의 공화국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솔로15년차
19/11/22 20:19
수정 아이콘
그냥 국가별로 다른데 크게 셋으로 분류된 이유는 결국 한국과 일본, 영국이 더 달라서라고 봅니다.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로 선진국들이 나왔고, 이 열강들이 세계를 식민지로 삼았는데 이 중에서 유독 영국의 식민지 중 기존의 원주민이 적은 지역들이 주로 선진국들로 발전했죠. 본문에서는 영미형으로 구분했지만, 영국은 타유럽국가들과 차이는 있으나 큰 차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이민국가의 특징이라고 보고요. 동아시아의 대만, 홍콩, 싱가폴도 꽤 독특한데, 이곳들 역시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기존의 원주민의 수가 적고 외부인(중국인)들이 대거 유입된 지역들입니다. 대만의 경우는 유입시기가 꽤 예전이지만요.
한국과 일본이 편의성이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했다는 것이 큰 이유라고 봅니다. 유럽은 반대라고 보고요.
임전즉퇴
19/11/22 20:37
수정 아이콘
영미형이라는게 영어와 법관습으로는 그럭저럭 묶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그냥 미국과 비미국이 아닌가 합니다. 근본의 차이는 지정학에서 출발하는 것 같구요.. 중국이 여럿이었으면 동아시아의 전통이 달랐을 것이고 미국이 여럿이었으면 20세기의 세계사가 꽤 달랐을 듯.
충동가입
19/11/22 21:07
수정 아이콘
영미형으로 묶기엔 영국과 커먼웰스는 대륙 유럽형에 훨씬 더 가깝고 미국은 지역별로 동부는 동아시아형에 가깝고 서부는 유럽형에 가까운 별개의 형태가 아닌가싶습니다.
그리고 혁신역시 미국을 제외하면 커먼윌스계열은 유럽보다 우월한가싶은 반면, 미국에서의 혁신은 활발하지만 그 동력은 동아시아계열의 형태를 따라가며 나타나지 않았나싶습니다.
19/11/23 15:28
수정 아이콘
대만이 딱히 선진국 그룹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9/12/01 16:41
수정 아이콘
아시아에는 싱가포르가 들어가야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95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4) [8] 계층방정7466 24/03/07 7466 9
101094 [정치] 대한민국 공공분야의 만악의 근원 - 민원 [167] VictoryFood10829 24/03/07 10829 0
101093 [정치] [중앙일보 사설] 기사제목 : 기어이 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txt [381] 궤변13959 24/03/07 13959 0
101092 [정치] 의대증원 대신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일원화 해야하지 않을까요? [12] 홍철5593 24/03/07 5593 0
101091 [정치] 정우택 의원에 돈봉투 건넨 카페 사장 “안 돌려줘… 외압 있었다” 진실공방 [20] 사브리자나5307 24/03/07 5307 0
101090 [일반] 성공팔이를 아십니까? [29] AW4732 24/03/07 4732 7
101089 [일반] 사랑하고, 사랑해야할, 사랑받지 못하는 <가여운 것들> (약스포!) [3] aDayInTheLife1892 24/03/07 1892 3
101088 [정치]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영전 또 영전 [56] lemma6946 24/03/06 6946 0
101087 [일반] 종이 비행기 [3] 영혼1989 24/03/06 1989 6
101086 [정치] 다양한 민생법안들 [10] 주말3697 24/03/06 3697 0
101085 [일반] (스포) 파묘: 괴력난신을 물리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 [33] 마스터충달4189 24/03/06 4189 12
101084 [정치] 너무많은 의료파업관련 구설수 기사들 [21] 주말5679 24/03/06 5679 0
101083 [정치] 의사분들 이러시는 건 심적으로 이해가 갑니다만 [150] 된장까스10915 24/03/06 10915 1
101082 [일반] 지금은 성공 유튜버들의 수난시대 [106] 깐부10324 24/03/06 10324 5
101081 [일반] 바야흐로 마라톤 개막 시즌 입니다. [30] likepa3029 24/03/06 3029 19
101080 [정치] 총선용 의료대란과 꼬인 대처. 필수의료의 멸망. 모두의 패배. [444] 여수낮바다12816 24/03/06 12816 0
101079 [일반] 의사들은 얼마나 돈을 잘 벌까? [174] 헤이즐넛커피8568 24/03/06 8568 2
101078 [정치] 의사 사태 출구 전략 [178] 은달9561 24/03/06 9561 0
101077 [정치] 밑에 글 후속작 : 북한 김주애 정권 승계가 과연 가능할까요? [24] 보리야밥먹자4460 24/03/06 4460 0
101076 [일반] 잠이 오지 않는다. [36] 탈조루2475 24/03/06 2475 12
101074 [정치] 여론조사 vs 패널조사 데스매치 [120] 버들소리14216 24/03/05 14216 0
101073 [정치] 의사 대량 사직 사태 - 뒷감당은 우리 모두가 [266] 터치미18661 24/03/05 18661 0
101072 [일반] [역사]이걸 알아야 양자역학 이해됨 / 화학의 역사 ③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31] Fig.14369 24/03/05 4369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