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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29 16:42:54
Name 시원한녹차
Subject 어떤 부촌 출신 노인과의 대화 (수정됨)
근래 옛날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은게 있어서 글 남깁니다. 우연한 기회로 70대의 어떤 노인분과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거기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부산 동대신동의 토박이입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IMF 이전까지 부산 최고의 부촌으로 유명한 곳이죠. 그 동네의 큰 적산가옥에서 살았지만 돈은 별로 없이 가난했습니다. 한국 전쟁 때문에 아버지와 생이별 당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지인들은 집을 팔라고 했지만 집을 팔면 아버지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집을 팔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동네의 이장이라서 인맥이 좋았습니다. 특히 부촌의 이장이니 이웃들이 음식을 많이 나누어주어 그나마 나중에는 밥은 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형제 자매들은 모두 공부를 잘했고, 노인의 형 두 명은 명문고와 명문대에 진학합니다. 그런데 노인 본인은 고등학생 때부터 싸움을 일삼고 다녀서 공부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답니다.

그런데 공부를 잘했던 형 두 명이 공직에서 출세를 하며 집안이 많이 피었습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 중정의 고위간부까지 엮임 했다는군요. 그 당시에는 부산 천지에서 무서운게 없었다고 합니다. 비오는 날이면 경찰서장 명령으로 경찰이 흙과 자갈로 집 앞에 간이 제방을 만들어 줄 정도였다군요. 일개 검사 따위는 발에 체이는 돌멩이만도 못하게 봤다고 합니다. 전국 최대의 조폭인 칠성파 두목이 매년 인사를 하러 왔다고도 합니다.(제가 알기론 칠성파 두목이 동대신동 옆 동네인 토성동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칠성파 조직원이 사고를 치면 형에게 말해 형량을 엄청 낮춰주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그렇게 무서울 것 없이 살다가 박정희가 실각하며 청와대에 끈이 달랑 끊어집니다.(이 부분 들을 때는 영화 마약왕에서 이춘삼이 전화 돌리던 장면이 생각더군요.) 하지만 같은 동네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여전히 사업을 하며 잘 나갔습니다. 가장 돈이 많던 친구는 특정 화장품 회사의 부산경남 총판을 했는데, 하루 매출이 최고 3천만 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노인 본인도 밑에 둔 직원이 300명이 넘는 사업을 했으나 그닥 신통치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 대부분 사업을 하며 살더군요. 그리고 흥청망청 마시는 걸 좋아했습니다. 덕분에 다들 빨리 죽거나 지금 살아있어도 몸이 만신창이라네요;; 하지만 다들 모여서 노는 걸 좋아해서 아직도 자주 만나서 논답니다. 노인은 이제 부자가 아니지만 노인보다 훨씬 큰 부자인 동생들이 아직도 형님 형님 하며 찾는다고 합니다.

이하는 이 얘길 들으며 제가 느낀 점입니다.

이 얘길 들으며 크나큰 위화감이 많이 들었는데, 저는 저런 시대를 책이나 영화 등의 간접 체험으로, 단면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 사회가 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부촌에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돈이 많고, 돈이 많으니 공부 잘하는 자식이 있을 확률도 높습니다. 그리고 돈과 학벌로 고위직에 진출하죠. 그 고위직은 당시 군부독재 시절의 권력의 중심에 다가가 초법적 권력을 휘두릅니다. 동네 지인들에게 좋은 사업 아이템을 던져주며, 본인이나 본인의 친인척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라면 조폭까지도 뒤를 봐줍니다. 그러면 그들은 그 고위직에 뒷돈을 찔러주겠죠. 그렇게 상부상조하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클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부촌의 사람들은 서로 형 동생 삼촌하며 모이는게 일상입니다.

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위 공무원 자녀들은 대학 등에서 오히려 행동을 조심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 노인과 당시의 부촌 사람들은 아주 그냥 대놓고 내가 누구 누구랑 형 동생하는 사이다! 어디서 나한테 까불어!!!가 기본스텐스네요.(이건 다시 생각해보니 부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런것 같습니다...)

법에서 정한 바를 어기고,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심히 괴리감이 심했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할 것 같은데, 대놓고 자랑질을;; 도데체 당시에는 최순실 비슷한 놈이 몇명이었을까요?

노인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업적을 이룬 경험은 없습니다. 그냥 태어나보니 부촌에 태어나서 좋은 인맥을 가까이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고작 그것 뿐 인데도 당시의 서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삶을 살았습니다. 노인은 그것을 저에게 아주 자랑스럽게 떠벌리더군요. 요즘은 그렇게 살면 부끄러워하는 게 기본인 것 같은데 그 시절에는 자랑스러운 것이었나 봅니다. 이걸 보면 범죄와의 전쟁에 최익현이 생각납니다. 물론 최익현은 개인적 능력은 뛰어났지만요.

칠성파가 일본과 연관된 각종 이권사업에 뛰어들어 전국 최대 조직으로 거듭난 것도 두목의 집이 토성동에 있어서 그런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와의 전쟁 감독님 인터뷰를 보면 우리 아버지 시대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하던데, 이런 부분을 잘 짚은 것 같습니다. 참 비슷하네요. 마침 배경도 부산이고... 다른 점은 영화 속의 최익현과 최영배는 둘 다 가난했던 사람이지만, 동대신동 사람들은 부자들이었다는거 정도? 사실 영화에서는 극적 효과를 위해 주연 두 사람이 다 가난한 사람이었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이 저랬겠죠.

저에게는 여러모로 당시의 시대상을 알게 해준 대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100% 진실만 말했다는 보장은 없으니 피드백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지인들과 대화하며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는 확인은 했으나 100%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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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Light
19/10/29 17:00
수정 아이콘
저도 모르는 세계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잘 정리해 주신 내용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조이9012
19/10/29 17:0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약간의 과장은 있을 거 같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같습니다. 같은 부산 사람으로서 약간의 딴지(?)를 걸자면 대신동이 소득 수준이 높은 동네는 맞지만 당시 최고의 부촌은 오히려 온천동이나 남천동이 아닐까 싶네요. 조금 더 양보해서 적자면 최고 부촌중의 하나 라고 생각 됩니다.
대관람차
19/10/29 17:16
수정 아이콘
느그 서장이 남천동 살았던 이유가 있군요
유료도로당
19/10/29 17:19
수정 아이콘
아 그 명대사가 나름 근본있는 대사였군요 크크크 그시절 경찰서장 정도면 끗발이 꽤 되어서 뒷돈도 많이 땡겼을테고...
19/10/29 18:27
수정 아이콘
리얼할수밖에 없는게, 윤종빈감독 아버지가 경찰 간부에 아버지 친구는 세관공무원이었다죠. 윤종빈감독 왈 어릴적 모르는 아저씨가 아버지 만나러 집에 방문해서 용돈주고 간 적이 많았다고...
새강이
19/10/29 17:07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사실이 아닐까합니다 21세기인 지금에도 정치인 관련 주식이 있고 시장이 누구냐 도지사가 누구냐에 따라 사업실적이 달라지는 회사들이 있으니..

군부 독재 시절에는 더 심했을거고 특히 청와대랑 끈이 있으면 부의 축적이 쉬웠겠죠..

제 친구 아버님도 장인어른이 정치인들하고 끈이 있으셔서 사업을 급격히 확장했다고 하니..
<강남1970> <범죄와의전쟁> 같은 영화가 실화라고 생각합니다 크크
시원한녹차
19/10/29 17:18
수정 아이콘
저는 범죄외의 전쟁을 좋아해서 여러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특수한 인간들의 일화 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야 아니란걸 알았네요.
펠릭스30세(무직)
19/10/29 17:23
수정 아이콘
약간 세대차이의 위하감이랄까....

저 시대에 저렇게 사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좀 덜 그러는 요즘이 발전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저런 삶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있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문앞의늑대
19/10/29 18:16
수정 아이콘
저도 본문보면서 '음 평범한 예전 한국사회구만' 하면서 읽었는데 충격을 받으셨다는게 신선하네요.
19/10/29 23:35
수정 아이콘
조국 전 장관(?)의 각종 논란이 있었을 때도 비슷한 위화감이 있었죠.
절차나 법률상으로야 정해진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백도어는 있었고, 그 당시에는 그게 그러려니 하는 관행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지금의 시선으로 봐서는 '있을 수 없는 행위'로 '거짓말'로 인식된다거나 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여지더라구요.
그만큼 시스템이 정착이 되면서 상식적인 사회로 가고 있다고는 생각이 되지만요.
-안군-
19/10/29 17:30
수정 아이콘
시대가 지나갈수록 인간관계나 연줄보다 원칙과 시스템이 더 중요하게 되어가는 거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선진국의 조건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라고 봅니다. 왕이든 대통령이든 시스템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수 없어야죠.
김학의 사건이 꽤 최근인걸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은 아직 시스템이 덜 갖춰진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차 나아져가는 중이고요.
(김학의 입장에선 솔직히 좀 억울할수도... 선배들은 다 이렇게 해먹고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왜 나만?!!!)
마음 같아서는 고위층 비리를 전수조사 해서 싹 다 갈아엎고 공정함이 뿌리박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힘들겠죠.

사실 대한민국의 법률체계 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권력을 이용해서 불법, 편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거고,
최순실 사건 같은 경우도 그게 대통령하고 엮였고, 규모가 워낙 커서 그랬지, 지방 토호들과 경찰, 지방 공무원... 등등의 사회에선 아직 그런 악습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예를 들면 신안 염전노예같은 그런 일들 말이죠.
번개맞은씨앗
19/10/29 18:0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선진국의 조건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라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의 도덕성이란 것도 시스템이 유도해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경제에 있어 '보이지 않는 손'처럼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변호사출신 즉 단지 법만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심리에 밝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 심리학, 사회학 말이죠. 우리나라는 인문학이 약하고(주입식, 후진성, 지엽성), 그것이 시스템 만드는데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도 그게 그냥 되는 게 아닌거죠. 인문학에 있어서 사고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들의 연구를 가지고 활발히 참여하면서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겠죠.
상한우유
19/10/30 11:3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근데 시스템이라는게 뭐랄까 하향평준화를 추구하는거 같아요. 극소수에게 이익이 집중되고...분배가 중요한데 말이죠.
caravel23
19/10/29 17:35
수정 아이콘
지자체에 근무하는 말단공무원입니다.

지역정치인, 지역유지 등이 네트워크로 묶여 서로서로 봐주고 크게작게 해먹는건, 말단인 저도 어느정도 느낄수있더라구요.

참고로 깡촌 아니고 수도권 중심쪽입니다.크크
Brandon Ingram
19/10/29 21:46
수정 아이콘
어디어디 정책 새로생길거다 이걸로 정부에 신청해서 이걸로 예산써먹고 이득낼수있다. 돈있으면 해봐~
정보 주는건 불법적(맞나?) 예산받아서 사용하는건 합법적... 이런거 있지않나요?
우리는 하나의 빛
19/10/29 17:38
수정 아이콘
그런 거 있죠, 비리사건 하나 터지면?
그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거다, 뭘 좀 만지다보면 손에 조금씩은 묻기 마련이고 그런 것 다 못하게 하면 누가 저 (높은)자리 가서 일하려고 하겠냐. 그런 재미도 있어야 저런 일 할맛이 나는거다.

지금도 있을까 모르겠네요. 닉네임은 기억이 안나는데..
'부패도 능력이라고. 능력이 있어야 해먹을수 있다고.
그래서 부정부패=능력이다. 무능한 것보다 낫다'

....갑갑하죠....
19/10/29 17: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요즘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 서민들이 그걸 접하기 힘들 뿐.
조국 관련해서도 일이 커지지 않았으면 대부분 몰랐겠지요.
19/10/29 17:59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msg 는 감안하더라도 재미있게 있었습니다.
인맥만큼 중요한것도 없지요, 다른나라는 모르겠고 적어도 우리나라, 미국에서는..
물론 실력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하지만, 같은 실력이라면 인맥이 중요할 수 밖에..
그래서 다들 좋은? 동네로 이사 가려는거고..

다만 저런 막가파는 요즘은 확실히 덜 한것 같습니다. 바로 SNS 에 뜨기때문에...
coolasice
19/10/29 18:15
수정 아이콘
저 초등학생때 방학중에 다리를 다쳐 개학일에 못나갈일이 생겼는데
그 당시 담임선생님의 비상연락망을 몰랐습니다.

단지 아는건 담임선생님의 성함과 아버지와 동향인 부산출신이란것

아버지께서 학교쪽으로 전화를 하는게 아니라
지인들에게 전화를 몇번 하셔서 담임선생님과 통화가 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버지는 수영쪽 출신이고 저는 어렸을때 대신동에서 자랐습니다
한글날
19/10/29 19: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여담으로 최근 사람들 입에 많이 올랐던 조국 (전) 장관도 부산 동대신동 출신이고, 그 토성동/동대신동에 위치한 경남중/경남고가 수많은 정치인들을 배출했습니다. 김영삼, 문재인, 김무성, 김기춘, 강만수, 권영길, 양승태, 박희태...그 외에도 한둘이 아닌데, 문재인이 김무성과 정치적으론 대립해도 사적으론 절친한 사이인 것을 본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뭔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있죠. 부자들이 사는 동네엔 부잣집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고, 그들과 친해지면 언젠가 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에 모두들 얼마를 써서라도 부촌에 자리잡고 자녀를 명문교에 진학시키고 싶어하며, 경기고, 경북고, 부산고, 경남고 등 소수의 명문교들이 보유한 화려한 정계 인맥들만 봐도 그것이 충분히 가치있는 투자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평소엔 여야가 서로 부모님 죽인 원수지간처럼 물어뜯는 것 같지만 막상 카메라 꺼지고 나면 동네친구, 선후배, 형동생, 사돈지간인 사이들이 한둘이 아니고, 그렇기에 기득권층 본인들의 공통이득이 걸린 문제에선 놀랍도록 여야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시원한녹차
19/10/29 20:10
수정 아이콘
조국이 동대신동 출신이군요... 처음 알았네요.
긴 하루의 끝에서
19/10/29 19:03
수정 아이콘
흔히들 실력을 가장 많이 이야기합니다만 사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정보입니다. 정보력도 실력에 포함할 수 있겠지만 정보의 핵심 원천은 바로 사람, 즉 인맥입니다. 인맥은 비단 정보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넓게 보면 사람을 부릴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집단의 리더 또는 관리자에게 실무에 대한 능력보다 사람에 대한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죠. 실무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크게 모자르지만 않는다면 사람에 대한 능력이 더 좋아 더 많은 사람의 손을 빌려, 더 많은 일을,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전문적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로서는 더 적합한 법입니다.

실력 차이가 두드러지는 경우들도 있지만 사실 실력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대개 비슷비슷합니다. 또한, 실력 차이를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영역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어쩌면 이런 경우들이 세상사의 대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때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인맥과 영업력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인맥으로 조성된 구조가 너무나도 확고하거나 워낙 작은 사회라서 인맥이 없이는 한계가 명확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어려운 일들도 존재하는 법이죠. 그러니 인맥이 작용하고 인맥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건 한편으로는 매우 당연한 일이자 결코 없어지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이익 또는 심지어 손해일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일이라면 그 반대 또는 단기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일을 택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일이 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일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상부상조는 곧 인지상정이라고 작은 도움일지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이력이 있는 이상 상대의 도움 요청을 "완전히" 뿌리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한 번은 뿌리칠 수 있을지라도 그게 반복이 되면 상대는 물론이거니와 해당 사회 내에서 배척 받아 결과적으로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또한, 내가 받은 도움도 반드시 누군가 철저한 계산을 통해 합리적으로 내린 결론이 아니라 그저 상부상조의 마음 또는 선심과 배려에서 내린 결론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주는 도움도 그러한 배경을 반드시 공유하고 있어야만 같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그들 내에서는 그러할 필요가 또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도움들은 필연적으로 그 경중이 점점 커져가고, 그 대상과 범위도 점점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도전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늘 가진 자원을 다 활용하여 최선의 선택을 함으로써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으려 하는 법이죠. 사회 각 영역의 소위 잘 나가는 주류들, 심지어 서로 다른 영역의 주류들 간에 서로 얽히고 섥혀 있는 것도 비단 우연은 아니란 말입니다. 문제는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속칭 대리인 문제라고도 하는데 주주와 경영인 사이뿐만 아니라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모든 일에 다 적용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저는 인맥의 작용과 관련하여 상부상조나 부익부 빈익빈의 맥락에서는 별 문제 의식을 갖지 않습니다만 이 점에 있어서는 크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10/29 19:33
수정 아이콘
이래서 아싸는 가난해야 할 수 있는겁니다.

노는걸 떠나서 인맥도 좁죠

아싸는 뺏어가지 마라 부자인싸놈들아
모리건 앤슬랜드
19/10/29 20:23
수정 아이콘
최익현씨는 세관으로 옮기느라 그때 기준 몇천을 들였고 꽤나 해먹지 않았던가요? 가난이랑은 좀 거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시원한녹차
19/10/29 20:29
수정 아이콘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위가 집에 왔을 때 집안 꼴과 집의 위치(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을 보면 확실히 가난합니다. 그 동네는 정말 가난 of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서요. 강다니엘이 그 근처 출신인걸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네요.
주먹쥐고휘둘러
19/10/29 21:50
수정 아이콘
지금도 서울 이외 지역에선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란게 함정이고 지방 군단위 지자체로 가면 뭐 일상이죠.
19/10/29 22:55
수정 아이콘
그게 전부일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고, 그게 통하기도 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나, 그런건 통할수 없는 시대가 오겠죠. 그냥 흘러가는 삶의 방식이라 봅니다.
19/10/29 23:07
수정 아이콘
과거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다르죠..
콩사탕
19/10/30 06:45
수정 아이콘
msg가 많이 들어 간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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