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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24 23:54:21
Name 히나즈키 카요
Subject 로마의 전설, 비밀의 이름 (수정됨)
영원의 도시, 로마.
로마의 이름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습니다.
로마에는 신성하고 숨겨진 이름이 있었는데, 그것이 알려지면 로마의 비밀스런 수호신이 누구인지 드러나고 
도시를 지켜주던 가호가 깨져버릴 것이라는 전설입니다.



모두가 언급하지 않았기에 역사에 남지 않을수도 있었던 전설은 술라의 내전 당시 한 호민관의 행동으로 역사에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호민관이던 퀸투스 발레리우스 소라누스가 그 금기를 어기고 이름을 누설한 것입니다.(기록의 미비로 어떤식으로 누설했는지는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동기도 알려지지 못했는데, 로마의 특권을 무너뜨려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평등하게 만드려던 신념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소라누스는 이후 시칠리아로 도망쳤고, 세르빌리우스에게 체포되어 반역죄로 십자가형에 처해졌습니다.

이 형벌은 로마가 중히 여기던 관례 두가지를 깨뜨렸습니다. 첫째로, 십자가형은 노예에게나 하는 형벌이었고, 아무리 끔찍한 반역을 저질러도 로마시민에게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둘째로, 소라누스는 현역 호민관이었는데 신체불가침권이 있어서 아무리 끔찍한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즉 그런 관례들이 무시될 정도로 그 이름을 드러내는 것은 엄청난 금기로 여겨졌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로마의 비밀스런 이름은 전해지지 않았고, 로마 역사가들부터 현대 사학자들까지 달려들게 한 큰 떡밥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문서는 고대의 언어라 당대 로마인들도 읽을수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기록은 유피테르(제우스)의 다른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화산재에 묻혀있던 폼페이에서 나왔습니다. 어느 건물 벽에 로마와 아모르란 단어를 연속해서 써놓은 것이 발굴되었던 것입니다.

아모르(amor)는 거꾸로 쓰면 로마였던 데다가, 사랑이란 뜻으로 비너스(아프로디테)의 다른 이름이었기에 알려지면 로마의 수호신이 드러난다는 전설과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또한 전설에서 로마의 시조로 추앙받는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라 수호신으로 알맞은 위치였죠. 거기에 고대의 문헌들에 사제들에게 비너스를 아모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걸 금하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하라는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가설일 뿐이고 확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쩌면 로마의 비밀스런 이름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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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5 00:05
수정 아이콘
이건 또 처음 듣는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마치 유대인이 신의 이름을 표하지 않는거랑 비슷하네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름에 힘이 있다고 믿는게 참 신기합니다.
及時雨
18/09/25 01:22
수정 아이콘
아모르 파티의 도시였군
18/09/25 09:43
수정 아이콘
김연자 당신은 대체...
홍승식
18/09/25 13:5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파핀폐인
18/09/25 19:00
수정 아이콘
대머리 머머리 맨들맨들~
킬고어
18/09/25 01:27
수정 아이콘
아 재밌는데요?설득력 있습니다.
존레논
18/09/25 02:00
수정 아이콘
앗 알아버렸다!!
오 재밌는 글이네요!!
불굴의토스
18/09/25 02:33
수정 아이콘
호민관이던 퀸투스 발레리우스 소라누스가 그 금기를 어기고 이름을 누설한 것입니다.(기록의 미비로 어떤식으로 누설했는지는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동기도 알려지지 못했는데, 로마의 특권을 무너뜨려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평등하게 만드려던 신념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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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느낌...?
18/09/25 03:04
수정 아이콘
[로마에는 신성하고 숨겨진 이름이 있었는데, 그것이 알려지면 로마의 비밀스런 수호신이 누구인지 드러나고
도시를 지켜주던 가호가 깨져버릴 것이라는 전설입니다.]


키케로는 로마가 타락하기 시작했던 것이 술라의 집권 이후부터라고 했지요. 술라가 정치의 정점에서 간악한 일을 저지르기 시작하여 로마의 정치가 문란해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로마의 진명이 밝혀져 로마가 신의 가호를 잃었다는 이야기는 그 시기적으로는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네요.
18/09/25 08:58
수정 아이콘
이거 십몇년정도 전에 비밀 아는사람 나왔다고 화제가 됐었죠. 빨간 당구공 사주면 알려준다고 햇었는데 갑자기 사고로 죽어서 결국 밝혀지진 않았지만
18/09/25 09:11
수정 아이콘
스타쉬피스...
연필깍이
18/09/25 10:18
수정 아이콘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18/09/25 10:3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ㅏ
YORDLE ONE
18/09/25 10:44
수정 아이콘
우왕 재밌어욧
작은빵떡큰빵떡
18/09/25 13:26
수정 아이콘
아, 이 글만 안봤어도 아직도 고대로마가 있는건데...
괄하이드
18/09/25 15:11
수정 아이콘
실제로 그렇다기 보다 그냥 소설 같은얘기인거죠?
amor는 그냥 roma를 거꾸로 해놓은거라 엄청난 비밀치고는 좀 허무하네요 크크 (그리고 아프로디테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에로스(큐피트)의 다른 이름입니다)
히나즈키 카요
18/09/25 15:30
수정 아이콘
제가 영어글을 읽으면서 착각을 했네요. 아모르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문장을 이름으로......
소설 같은 이야기는 아니고 실제로 아모르는 로마시대부터 로마의 비밀스런 이름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다른 이야기도 꽤 많았고요.
Murphy, Trevor, and T. Murphy. "Privileged Knowledge: Valerius Soranus and the Secret Name of Rome." Rituals in Ink: A Conference on Religion and Literary Production in Ancient Rome Held at Stanford University in February 2002. Vol. 10. Franz Steiner Verlag, 2004.
히나즈키 카요
18/09/25 15:33
수정 아이콘
다른 한편으로 소라누스가 죽은 이유가 사실 로마의 이름 때문이 아니라 술라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20세기부터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라누스가 이름을 누설했다는 기록은 여러 곳에서 교차검증되기 때문에 비슷한 일을 했거나, 최소한 술라가 명분으로 삼았다고 추측됩니다.
웨인루구니
18/09/25 16:52
수정 아이콘
스타쉬피스 인듯..
퀀텀리프
18/09/26 09:31
수정 아이콘
쉿.. 아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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