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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04 13:04:28
Name 박경
Subject 대학교에서 똥지린 이야기. (수정됨)
결국 어떻게든 취업이란걸 해서, 마지막 학기 한과목을 취업계로 대체하기 위해 부산행을 했다.
우리 과 수업이 아니라 타과 교수님이었기 때문에 '교수님! 한번만 살려주십쇼! 이렇게 각골난망으로 빌겠습니다!' 이렇게 빌기 위해서 였다.

어찌됬든 취업계는 잘 처리되었고, 지도교수님 만나서 말씀드리고, 교수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냥 흔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사회에서 많은 난관이 있을거고, 네가 취업한 곳도 결국 쉽지 않으니 잘 해보아라.
술을 연거푸 따라주셔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놈이 계속 받아먹은거 같다.

교수님은 술이 불콰해지셔 음식점에 차를 둔채로 그대로 교수 아파트로 퇴근하셨고 나는 고향 가는 버스는 놓친지 오래.

결국 그날 저녁 부산에서 일하는 동기들 집에 가기도 뭣 해서, 후배가 먹고 자고 하는 대학 연구실에 신세지기로 하고 전화로 '야. 나좀 재워줘' 하고 터덜터덜 걸어서 대학으로 돌아오는길이었다.

배가 사르르르 아팠다.
익숙하지도 않은 정장을 입은 채, 구두도 길이 안들어서 발이 계속 아팠다.

수많은 안좋은 상상이 나를 괴롭혔다. 산모(産母)님들이 출산을 하실때, 진통이 주기를 가지고 찾아온다 하셨던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 한번은 정신이 아득해질정도의 천둥 번개가 뱃속을 강타했고 등허리는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었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을때, 주변 대로변 가게 어디 한군데라도 연 곳의 화장실로 뛰어들 작정으로 발걸음을 빨리 했지만 부산 영도의 가게들은 밤늦게 영업하는곳이 드물었다.

하필...

부산 경제를 말아먹은 허시장을 원망하고, 참을 인자를 쉴새없이 되뇌이며, 학교 순행 버스의 막차를 타고 그대로 학교 공대 본관 1층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이제는 자유다!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길이 덜든 정장 벨트가 안풀어지더라...

정장 벨트를 푼답시고 손을 바들 바들 떨면서 손을 계속 놀렸다.
머릿속으로 타이머가 돌아갔다.

3.
2.
1.

...

벨트를 끄른것과 뱃속이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된것은 거의 동시였다.

바닥으로 무엇인가가 뚝뚝 떨어지는것을 느끼며, 나는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썼다.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일단 조심스럽게 바지를 벗고 팬티와 바지를 봉인...했다.

잔여물을 일단 닦아낸 후에, 바지와 팬티를 물로 일단 손빨래를 했다.
따로 가지고 있던 가방에, 정장바지 불편할까봐 반바지를 챙겨놓은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상의는 와이셔츠, 노팬티에 반바지라는 조합으로 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야, 나 오늘 랩실 말고 다른데서 자기로 했어. 그래. 치킨은 나중에 먹자. 수고해라.

공대건물과 따로 떨어진 복지관에 샤워장이 있다는걸 기억해내, 거기 공용으로 놓인 비누로 제대로 빨았다.

온갖 자괴감이 나를 지배했다. 접싯물에 코 박을수 있다면 박고 죽고 싶었다.

옷을 주섬 주섬 챙겨 입은 후. 어딘가 갈곳이 없었기에 복지관 식당 앞 휴게실 좌석에 드러누운채 잠을 청했다.
바지가 말라야 뭐 행동의 운신이 생기고 말이다.

평생의 비밀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인생의 흑역사는 많고도 많았지만...

그때, 술먹은 불알 친구의 전화가 왔다.

회사 일에, 정의롭게 살고 싶지만 그럴수 없는 현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해, 자괴감에 지쳐버린 친구의 술취한 목소리였다.
울고, 또 넋두리하고, 좌절한 이야기.
나도 오늘 스스로의 괄약근에 좌절했다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수가...

없었는데.

이대로 콱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오늘 내가 경험한 일을 이야기 했다.

술취한 새끼가 그렇게 우울해하다가 배를 잡고 웃더라...

내가 대신 죽고 싶었다. 아니, 진짜로 복지관 3층에서 뛰어내리면 죽을까 살까 생각까지 들더라.
그래도 술 제대로 취한상태고, 이런 상태에서 다음날 지가 무슨이야기 했는지 기억못하는 놈이었으니 까먹겠지 했지.

샤워장 비누는 잘 챙겨서 버린 뒤, 새 비누를 다음날 아침 매점에서 사다 비치했다.
나는 잘 마른 바지를 다시 입을 생각을 하지 못 해 양복 상의에 반바지 차림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물론 세탁 다시 맡기고 다시 잘 입고 다니지만, 그땐 그렇더라.

친구는 기억 못할줄 알았는데, 이 새끼가 그것만은 기억해서 술자리에서 계속 놀린다.

왜 말했을까...


---


피지알이라 그냥 한번 적어봅니다. 어차피 친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이야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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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15/12/04 13:06
수정 아이콘
똥 제목엔 선추천 후 댓글
켈로그김
15/12/04 13:08
수정 아이콘
세상에 이런 일이............ 많아요. 힘내요 크크;;
아프나이델
15/12/04 13:10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는 순간 글을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Sydney_Coleman
15/12/04 13:11
수정 아이콘
이미 댓글보다 추천이 많군요. 크크;;
강동원
15/12/04 13:12
수정 아이콘
지리네요.
Time of my life
15/12/04 13:19
수정 아이콘
추천 overwhelming...
동물병원4층강당
15/12/04 13:19
수정 아이콘
pgr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15/12/04 13:19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니 푸근해지는군요.
이제야 PGR 답습니다.
wish buRn
15/12/04 13:21
수정 아이콘
같은 경험이 있어서 공감합니다 ㅠ.ㅜ
15/12/04 13:22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하고 읽겠습니다.
Lelouch Lamperouge
15/12/04 13:25
수정 아이콘
저도 선추천 후감상이란걸 해보네요
여자같은이름이군
15/12/04 13:28
수정 아이콘
똥글은 피지알서 추천이라 배웠습니다.
15/12/04 13:29
수정 아이콘
일이 바빠서 힘들었는데, 갑자기 힘이 나네요.
15/12/04 13:31
수정 아이콘
목록에서 추천하는 기능 도입이 시급합니다!!
트릴비
15/12/04 13:31
수정 아이콘
왜 말했을까
왜 말했을까
피지알중재위원장
15/12/04 13:35
수정 아이콘
제목만으로도 준레전드 등극이네요. 축하드립니다.
무식론자
15/12/04 13:39
수정 아이콘
친구분처럼 앞으로 미스터H님을 볼때마다 이 얘기를 해드리겠습...
15/12/04 13:43
수정 아이콘
똥밍아웃으로 똥의 완벽한 기승전결을 구성하셨네요. 추천드립니다.
녹용젤리
15/12/04 13:50
수정 아이콘
똥글은 읽기전에 추천먼저 해야죠!!!
공고리
15/12/04 13:52
수정 아이콘
사건의 계절이 여름인듯합니다. 그나마 다행인듯...
지금같이 겨울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것은알기싫다
15/12/04 13:54
수정 아이콘
이래야 내 피지알이지!
15/12/04 13:55
수정 아이콘
이래야 내 피지알이지!(2)
15/12/04 13:57
수정 아이콘
똥밍아웃 ! 아름답습니다. 님의 희생으로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개이는듯 하네요. 역시 똥글이 최고야
ID라이레얼
15/12/04 14:05
수정 아이콘
필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크크크크
오클랜드에이스
15/12/04 14:10
수정 아이콘
추천할 수밖에 없네요...
후천적파오후
15/12/04 14:14
수정 아이콘
이제야 내 피지알 답군요!!!!!!!!!!!!!!!!!!!! 크크크크 똥글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추천수 보니 정말 피지알은 좋은곳입니다!

압도적인 똥으로!
1일3똥
15/12/04 14:15
수정 아이콘
에이 뭐야... 혼자 지리는건 누구나 있는 일 아닌가요
친구와 술마신 후 같이 걸어가는 중에 긴장을 풀어버린 것보단 낫네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군대 샤워실에서 실례한적도..
이동네 호구는 나
15/12/04 14:1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고 추천을 누르지 않는 피지알러가 있다면 반동 아닌가요
써니는순규순규해
15/12/04 14:16
수정 아이콘
친구를 살린 똥밍아웃엔 추천
윌모어
15/12/04 14:19
수정 아이콘
저절로 추천에 손이..
15/12/04 14:20
수정 아이콘
밥맛 떨어질까봐 점심 먹기 전에 글제목 확인하고 다 먹은 후 읽었습니다!!
그냥 읽고 밥먹을껄 밥먹는 내내 똥지린 이야기가 멀까 생각이 하아...
호야만세
15/12/04 14:22
수정 아이콘
아...여기는 피지알이지...
가만히 손을 잡으
15/12/04 14:24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 사람들이 다 아닌 척 해도 그런 경험 한번쯤은 다 있을 겁니다. 흐흐. 저 빼고요.
YORDLE ONE
15/12/04 15:00
수정 아이콘
.... 좋은 일 하셨네요...
Jace Beleren
15/12/04 15:03
수정 아이콘
아 가방에 반바지가 없었어야 되는데... 나쁜 반바지
리듬파워근성
15/12/04 15:09
수정 아이콘
그래! 이 맛이야!
스웨트
15/12/04 15:27
수정 아이콘
압도적인 똥으로! (2)
오마이러블리걸즈
15/12/04 15:32
수정 아이콘
엄마 이 글에서 냄새나!
아르거스의사도
15/12/04 16:03
수정 아이콘
제 첫 추천을 이글에 !
베스킨라
15/12/04 16:04
수정 아이콘
피지알의 정체성은 똥이라고 배웠습니다.
아아~ 피지알에 똥 냄새가 가득해~~
연환전신각
15/12/04 16:36
수정 아이콘
굉장한 추천수다.
형평성을 고려하여 저는 누르지 않겠습니다.
순규하라민아쑥
15/12/04 16:55
수정 아이콘
친구에게 고백하고 평생 놀림감까지! 제 점수는요............9.8입니다!
멀면 벙커링
15/12/04 17:56
수정 아이콘
똥글은 추천하라고 배웠습니다.
15/12/04 18:07
수정 아이콘
똥트키는 반칙 아닙니까?
F.Nietzsche
15/12/04 19:36
수정 아이콘
여기가 똥해성사 보는 곳이라 들어서 찾아왔습니다
바다코끼리
15/12/04 20:29
수정 아이콘
ktx 안인데 이 글 읽자마자 똥냄새 나는 거 같아요.
캡틴아메리카
15/12/04 23:02
수정 아이콘
댓글은 40여개인데 추천 수는 2배 이상 크크크
15/12/05 03:15
수정 아이콘
반바지가 없었다면 추천수가 두배정도는 늘었을지도....
포메라니안
15/12/05 03:57
수정 아이콘
글에서 냄새가...
15/12/05 05:10
수정 아이콘
하.... 이러면 반칙인데...
방민아이유
15/12/05 12:50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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