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5/27 04:30:03
Name 흑마법사
Subject [일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2월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투병하시던 외할머니께서 어제 낮에 하늘나라로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끝까지 가족들만을 생각하시고 고통 속에서 아프다고 말씀하실 법도 한데 단 한번도 아프다는, 힘들다는 소리도 없이 모든 가족들이 보고있는 가운데 숨을 거두셨어요.

마지막까지도 유쾌하고 위트 있으셨던 우리 외할머니. 내가 아는 가장 강인하고 지혜롭고 자비로운 여자였던 우리 외할머니. 먼저 천국에 가있을테니 잘 살아라, 천천히 와라, 화통하게 말씀하셨던 우리 외할머니.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잃지 않으시고 행여 우리가 고생할까 마음아파 힘들어할까 티도 내지 않으시고 우리들 한명한명 손을 잡고 행복했다 고마웠다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던 우리 외할머니.

오직 선만이 존재하고 고통도 없는 곳에서 지켜봐주세요. 천국에 있는 친구분들한테 얘가 내 손자라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사랑해요. 편히 쉬세요.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마라. 하나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 집에는 거주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 있을 곳을 예비하러 간다고 너희에게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있을 곳을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할 것이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시기 전날 가족들을 모두 불러모으시고는

"나는 이제 더이상 일어설 힘이 없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먼저 갈테니 서로 사랑하고 잘 살다가 천천히 와라! 나 죽고나서 질질짜지 말고 울거면 지금 울어라 이것들아! 이 나이되면 다 아픈거니까 너무 슬퍼할거 없다."

라고 시원하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었어도 외할머니는 우리들 머리 위에 계신 분이셨습니다. 지금쯤이면 8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신 작은이모를 만나셔서 재회의 기쁨을 느끼고 계실거에요.

평생을 잊지 않고 사랑합니다, 외할머니.


p.s. 어제 미국은 Memorial Day 라고 한국의 현충일과 같은 국경일이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마지막까지 당신이 돌아가신 날을 잊지 못하게끔 하셨습니다.
또한 작은이모께서도 8년 전에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외할머니께서 정확히 100달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2007년 1월25일이 작은이모 기일인데 정확히 8년하고도 4개월 뒤인 2015 5월25일에 외할머니께서 숨을 거두셨어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조현영
15/05/27 04:3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랜덤여신
15/05/27 04:51
수정 아이콘
와, 마지막 모습이 참 아름다우셨네요. 저도 저렇게 살다 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 사고로 돌아가셔서 작별 인사조차 못 했는데, 제 마지막 순간은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5/05/27 05:0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 외할머니께서도 금요일에 암수술 받으시는데

남일 같지가 않네요.... ㅠㅠ
비익조
15/05/27 06:0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 외할머니 정말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가슴이 찡하네요.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위암이신데 아흔이 다되셔서 노환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얼마 못사신다네요. 먹먹합니다.
가을그리고사
15/05/27 06:32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헤칼트
15/05/27 07:0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 모습이 인상깊은 분이네요. 글쓴님의 표현 그대로였던 분인 것 같습니다.
하늘빛
15/05/27 07:30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서 거의 키우다시피하셨는데 바쁘단 핑계로 요즘 전화도 거의 못드렸네요.
오늘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민간인
15/05/27 08:05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외할머니 가시는 길을 끝까지 본적이 있습니다.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나네요.
The HUSE
15/05/27 08:17
수정 아이콘
할머니와의 추억은 오래가더군요.
저도 돌아가신지 20년이 되섰지만 아직도 생각납니다.
15/05/27 08:19
수정 아이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죽을때 고인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군요.
천무덕
15/05/27 08:26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위트있는 모습을 보이신 분이라면, 분명 하늘에서도 즐겁고 유쾌하게 계실 거예요.
전 태어나기 전에 친할머니를 제외한 그 시대의 분들이 다 돌아가셨던 상태라 그 슬픔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잘 추스리시길 바라겠습니다. 과한 슬픔은 절대 좋아하시지 않으실거예요.
눈물고기
15/05/27 08:3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 멋집니다..
메리프
15/05/27 08:34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외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함께 살아서 부모님 이상으로 소중한 분이었는데, 떠나실 때 옆에 있지 못했던 것이 못내 한입니다.
리듬파워근성
15/05/27 08:37
수정 아이콘
분명 좋은 곳에서 그리웠던 좋은 분들과 계실듯
명복을 빕니다
종이사진
15/05/27 09:44
수정 아이콘
멋진 분이시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05/27 09:48
수정 아이콘
고인께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빌겠습니다
저도 친할머니, 외할머니 모두를 여읜 경험이 있습니다. 전 친할머니와의 정이 각별했는데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대신 할머니를 위해서 기도를 자주 합니다. 잘 추스리시길 바라겠습니다, 힘네세요
곧미남
15/05/27 10:06
수정 아이콘
저도 아버지 같던 할아버지를 지난달에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지금도 멍하고 잠도 잘 못자고 허하네요 힘내시길 바라며 많이 우세요
15/05/27 10:36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Lightkwang
15/05/27 10:42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Neandertal
15/05/27 10:55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05/27 12:39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82 [일반] '브로콜리 너마저'와 기억의 미화. [9] aDayInTheLife4743 24/03/25 4743 5
101181 [일반] 탕수육 부먹파, 찍먹파의 성격을 통계 분석해 보았습니다. [51] 인생을살아주세요5852 24/03/25 5852 71
101179 [일반] 한국,중국 마트 물가 비교 [49] 불쌍한오빠7565 24/03/25 7565 7
101177 [일반] 맥주의 배신? [28] 지그제프9225 24/03/24 9225 2
101175 [일반] [스포있음] 천만 돌파 기념 천만관객에 안들어가는 파묘 관객의 후기 [17] Dončić6783 24/03/24 6783 8
101174 [일반] [팝송] 아리아나 그란데 새 앨범 "eternal sunshine" [2] 김치찌개3299 24/03/24 3299 4
101173 [일반]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143] 천우희7810 24/03/23 7810 109
101172 [일반] 모스크바 콘서트장에서 대규모 총격테러 발생 [36] 복타르10876 24/03/23 10876 0
101170 [일반] 대한민국은 도덕사회이다. [58] 사람되고싶다9828 24/03/22 9828 30
101168 [일반] 올해 서울광장서 6월 1일 시민 책읽기 행사 예정 [46] 라이언 덕후7826 24/03/21 7826 1
101167 [일반] 러닝시 두가지만 조심해도 덜 아프게 뛸수 있다.JPG [43] 2023 lck 스프링 결승 예측자insane11061 24/03/21 11061 18
101166 [일반] 이번에 바뀐 성범죄 대법원 판례 논란 [94] 실제상황입니다11507 24/03/21 11507 9
101164 [일반] 이건 피지알러들을 위한 애니인가..? 스파이 패밀리 코드: 화이트 감상(스포 조금?) [28] 대장햄토리5048 24/03/21 5048 3
101163 [일반] 박노자가 말하는 남한이 사라진 가상 현대사 [102] 버들소리9776 24/03/20 9776 2
101162 [일반] 참으로 안 '이지'했던 LE SSERAFIM 'EASY'를 촬영해 봤습니다. :) [14] 메존일각3427 24/03/20 3427 9
101160 [일반] 삼성전자 990 프로 4TB 42.8만 플스 5 호환 O 떴습니다 [55] SAS Tony Parker 6896 24/03/20 6896 1
101159 [일반] [역사] 가솔린차가 전기차를 이긴 이유 / 자동차의 역사 [35] Fig.17964 24/03/19 7964 33
101158 [일반] 일러스트레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사망 [17] Myoi Mina 28563 24/03/19 28563 1
101157 [일반] [번역글] 추도:토리야마 선생 희대의 혁명아가 걸어온 진화의 길 [13] Starscream4118 24/03/19 4118 8
101156 [일반] 자애와, 동정과, 역겨움을 담아 부르는 ‘가여운 것들’ (스포일러 주의!) [10] mayuri3729 24/03/19 3729 2
101154 [일반] 평범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77] 사람되고싶다9496 24/03/18 9496 15
101152 [일반] 해외직구는 좋지만... 역차별 받는 국내 수입업자들? [123] 아서스14724 24/03/18 14724 6
101151 [일반] 슬램덩크 극장판을 얼마전에야 봤습니다. [35] rukawa5714 24/03/17 571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