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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30 18:05:14
Name 희열
File #1 20070731081701.941.0.jpeg (34.8 KB), Download : 56
Subject 영화 "카트" 를 보면서 떠올리는 그날의 추억


피지알에 올라고나서 개인 기록하는데도 가져갈 용도로 반말체로 작성하는것 양해 부탁 드립니다.  카트라는 영화의 주제에 대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잡글이 되겠네요.




  기억이 시간이라는 채에 걸러지면 추억만 남는다던데, 벌써 그 힘들었던 시간에 추억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나보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육체적으로는 너무 더웠고, 목이 말랐고, 잠이 부족했으며, 정신적으로는 외부에서는 욕먹느라 상처도 받고, 내부에서는 전의경 특유의 똥군기때문에 힘들었다.  일경 말호봉이라는 애매한 짬밥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그 몇일이 군생활에서 제일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새벽에 화장실을 나갔다가 졸린 눈을 부비며 들어가는데,  방금까지 불침번서던 내 한달 고참이  큰일 났다고 X됬다고 달려온다.  빨리 기동복으로 환복하란다.  나는 멍하게 들어와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바로 출동 지시가 떨어진다.  지금 2시인데??   낮2시 말고 새벽2시.    급하게 모두가 기동복을 입고 1층에 집합.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기대마 하나가 망가져서 수리중이라  3개 중대가 2개 기대마에 나눠 타고 급히 킴스클럽으로 달려갔다.



  아뿔싸...  2차 점거란다.  진짜 망했다.   지난 한달간 해산만을 바라보며, 매일같이 여기서 근무를 하다가 드디어 해산된게 몇일전인데...  이게 겨우 부대에서 생활하는구나 했는데 다시 끌려 나왔다.   긴급 상황이라 병력이 부족하단다.  전의경 근무는 3교대가 원칙인데,  맞교대를 할 인원도 안나왔다. 어쩔 수 없이 미친듯이 근무에 투입되었다. 모두가 밥도 하루종일 제대로 못먹은 상태로 새벽부터 오밤까지 근무를 섰다. 급히 나오느라 물을 제대로 못챙겼다.  나를 포함한 일병/이병급에 물깨스가 걸렸다.(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2007년 7월 29일은 너무도 더웠고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물을 마시지 못한 우리들은 타 중대와 교대후 부대복귀해서는 다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다음날 7월 30일  이번에는 새벽 4시에 종이 울린다.  하아..  전날에는 2시간 자고 나왔는데, 오늘은 3시간 자고 나가는구나..   역시나 환장 하겠는게 전날 너무 늦게 들어와서 자느라 물 챙겨놓은 것이 또 없다.    조금 정신이 있었으면 이경급들이 잠을 줄여서라도 몰래 물을 받아놓았을텐데,   아무도 그럴 정신도 없었고 시킬 여유도 없었다.   뛰어 나가면서도 눈이 감긴다.   열악한 상황에서 다시 근무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에어컨이 망가졌다.  정말 너무 더웠다.  근무하고 잠깐 기대마에 들어와서 쉴때, 에어컨이라도 나오고 물이라도 있어야 조금 체력 보충을 할텐데,  물도 못마시고 버스 안은 찜질방수준이다보니 더워서 잠도 안온다. 정말 환장하겠다.



그날 저녁 근무서던 곳은 옆에 탄산음료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내가 무언가 훔쳐마셨다는 사실보다, 따뜻한 써니텐이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게 계속 근무를 섰다.    그래도 11시 12시 되면 부대 복귀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철야란다. 환장하겠다.    며칠간  딱 5시간을 잤고,  물을 거의 못마셨고,   에어컨 따위 없는 뙤약볕과 온실속에 있다 보니 정말 정신이 나갈 것 같은데,   이번에는 밖에서 밤도 새야한다.



   1시쯤 되었는데..   근무복 환복을 하란다.   일단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기.   너무 졸렸고, 목이 말랐다.     새벽 서너시까지 근무를 서는데 여긴 정말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광화문/시청에서나 보던 상황을 우리 중대 관할 구역에서 볼 줄은 몰랐다.     다들 정신 놓고 대기중인데,  매우 많은 여경 중대가 들어온다.  다들 무슨일인지 직감한다.    근무복 환복+여경중대 출동의 조합이면 대부분의 경우 강제 해산이다.  점거중인 시위하는 분들을 끌어내야 하는데,   일단 여경들이 투입되어 여자들을 끌어내고 이후에 전의경들이 들어가서 남자들을 끌어 내는 순서가 그려진다.



   누군가를 강제로 끌어낸적은 없었는데,  이날은 5인 1조로 사람들을 열심히 끌어냈다. 전부 끌어내면 부대에 돌아가서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미친듯이 움직였다.   모두 끌어내니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4명이 남았다.   국회의원은 경찰이 체포하면 안된다는 것 같다.    이쯤에서 대부분의 상황이 정리가 되었고, 우리는 아침 10시쯤 복귀했던 것 같다.



1차해산 후 2차 점거까지 안일하게 방치했던 것 과는 달리,  2차 해산 후에는 3차 점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몇달간 우리 중대가 거의 전담으로 킴스클럽 근무를 섰다.  지금도 반포 뉴코아/킴스클럽 구조가 지금도 눈에 훤히 그려진다.  가을에 광화문에서 있었던 대규모 집회에도 불려가지 않고 줄창 킴스클럽에만 있었다.    겨울이 되어서는 그냥 꿀빠는 느낌의 3교대 근무가 이어졌다. 사실상 3차 점거는 있을리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중대만 상시 배치 시켰던 것 같다.



  똥군기가 빡쎄서 힘든것도 있었지만,  (06년도 군번 기준으로 내 주변 육군 친구들은 아무도 구타 없었다던데..  우린 구타가 일상이었으니)  사실 정말 힘들었던건 사람들한테 욕먹는 감정노동이었다.   근무할때 욕먹고, 기대마에 들어가 있어도 욕먹고, 인터넷에도 우리 욕밖에 없고, 인터넷에 악플도 달리고...     어린 마음에 참 상처 많이 받았던 군생활이었다.



아!  위의 사진은 군생활 하면서 유일하게 내가 찍힌 사진이다.(나만 얼굴 안나왔다..)    방패들고 바보같이 욕먹는 전의경 아이들이  부대에 돌아가면 나 어디 사진 안찍혔나 찾아보고, 뉴스에 나오면 방송탔다고 친구한테 자랑하는 스무살정도밖에 안된 애들이란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서로 몸도 힘든데 감정은 안상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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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14/11/30 18:14
수정 아이콘
전의경이야말로 우리나라 윗선에서 기가 막히게 잘 만든 국민 분열책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심지어 노동계에 호의를 가진 친구들도 본인들 몸이 힘들어지니 자연스럽게 노동계를 증오하게 되죠. 이는 곧 노동운동에 대한 무관심과 친기업정책에 대한 무관심 역시 불러오게 되고, 두 무관심이 불러오는 여파는...
로각좁
14/11/30 18:20
수정 아이콘
전경은 이제 없어졌죠. 정말 말 그대로 육군 지원한애들 데려가는 거였는데;
14/11/30 18:35
수정 아이콘
뭐... 저 같은 경우는 상경계를 전경했다보니 원래 좀 보수적인편이었는데, 전의경하면서 약간 더 심해지더군요..
물론 단순히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노동운동 하는 사람 들중에 진상들을 너무 많이 겪으면서가 컸지만
라디오
14/11/30 18:54
수정 아이콘
노동계에 대해 경험해본/인식해본 경험이 적은 청년이 전의경으로써 노동계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 역할을 할 사람이 노동계에 대해 폭넓게 경험하고 인식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나이대의 청년들이 그 위치에 놓이는 건 꺼림직해요.
전의경인 청년들은 충돌이 빚어지지 않거나, 그 정도가 낮은 경우보다, 심한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를 더 쉽게, 더 높은 비중으로, 더 강하게 당사자들로써 경험하게 되겠죠. 전자 역시 노동계일텐데도.

적어도 전의경의 역할에 그 나이대의 청년들을 데려다 써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14/11/30 18:39
수정 아이콘
의경 생활해보면 진짜 세상엔 별별 사람과 별별 사건이 다 있다는걸 알게되죠.
어떤 일이든 한쪽 면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고...
눈뜬세르피코
14/11/30 18:49
수정 아이콘
전의경들이 정말 고생이 많죠.
치킨과맥너겟
14/11/30 19:27
수정 아이콘
전경 출신의 친구의 말이 생각나네요..웹툰 송곳에서의 본 댓글과 거의 똑같은 말이었는데

"전경 하면서 말이지 정작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위해 그들을 보호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흔히 말하는 기득권을 위한 보호를 왜 왔을뿐이지.."
이 말이 참 기억에 남더라구요
김기만
14/11/30 20:18
수정 아이콘
전의경들도 노동자가 될겁니다.
당근매니아
14/11/30 20:40
수정 아이콘
끔찍할 정도로 잘 설계된 제도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바위처럼
14/11/30 20:46
수정 아이콘
추억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서로 싸워야 할 대상도 아니지만.... 많은 파업은 실패로돌아가고 추억으로 되기도 전에 죽거나...뭐... 추억이 될 수 있는 고통이라면 다행인게 아닐까 싶고 그렇습니다..
상상력사전
14/12/01 01:20
수정 아이콘
아 카트보고 난 개인적인 감상인 줄 알았는데.. 전의경분들이 이런 생각을 해주시면 좋은데..어쩔때 보면 너무 섬뜩해서
알면서도 전의경에게 분노가 전이된다는.. 경험을 기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한초보
14/12/01 02:01
수정 아이콘
욕먹어야 할 사람들은 그런 구조를 만든 사람이어야 하는데
기득권의 비열함으로 약자를 보호해야할 경찰이 노동자와 싸우게 되죠
지금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편가르려고 하고 공무원과 비공무원 편을 가르고

카트를 보면서 그 시절이 생각나셨다면 웹툰 송곳 추천드립니다. 전의경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다루네요
모모리
14/12/01 06:41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의경 제대 후 노동계에 대단히 적대적이 되었더군요. 참 몹쓸 제도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좋은생각
14/12/01 15:26
수정 아이콘
349??아니면 36중대였겠군요.
그쪽 힘든건 뭐니뭐니해도 현대차 아니겠습니까?
생각만해도 혈압이.
14/12/01 19:32
수정 아이콘
349맞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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