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2/03 09:33:41
Name 식별
Subject [일반]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1024px-Three_Kingdoms.png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호족에 의해 성립된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새로운 왕국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게 위해서는 제대로 된 관료 선발 제도를 마련해야했다. 귀족들의 허례허식을 혐오했던 조조는 인맥을 통해 호족들이 횡적으로 연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정으로부터 파견된 중정中正이 지방의 인재에게 아홉 개로 나뉜 품계 중 하나를 부여하는 새로운 제도를 창시했다. 이것이 바로 구품중정제이다. 

  조조는 덕이 없는자라도, 인하지 못한 자라도, 그리고 불효자라도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과 병사들을 다스리는 재주를 지녔으면 누구든 추천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그러한 인간의 재능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따라왔다.

Funerary_panels,_from_the_tomb_of_Sima_Jinlong,_484_CE._Datong,_Shanxi_Province.jpg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이전까지의 귀족들은 인간의 재능은 내면에 있으며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은 또한 특별한 통찰력을 내면에 지닌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재능은 그 외적으로도 드러나서 목소리나 외모, 표정이나 안색을 통해 알아 볼 수 있었다. 외부 자극에 대하여 어떠한 반응을 보이느냐를 통해서도 재능을 알 수 있다는 이들 또한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한 사람의 재능을 평가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고, 대를 이어가며 관직에 나아간 자들은 점차 그들 스스로가 어떠한 선천적인 능력을 하늘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조조는 오로지 난세를 함께 헤쳐나갈 능력을 관료 선발의 기준으로 보았지만, 그의 아들 조비는 문예적 능력을 중시했으며, 조예 대에 이르자 한 사람이 관료 사회에 들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청담(淸談)이 가능한지에 달리게 되었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을 지녔거나, 행정 관료로서의 능력이 뛰어나도 그들이 사용하는 시라는 언어를 알지 못한다면, 결격이었다.


魏·太傅_司馬懿.jpg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사마씨는 구품중정제를 개정하여 주州에 대중정大中正을 신설했고, 세습 봉작을 부활시켰으며, 새로이 관직에 나아가는 젊은이의 관품을 그 부친의 작위가 아닌 관품에 근거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관직은 중앙에서 틀어쥔 채 세습의 경향이 점차 심해지는 모양을 띠게 되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에 기반하여 관직에 진출한다면, 그는 결코 좋은 출생 배경을 지닌 이들만큼 승진할 수 없었으며,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청(淸)한 관직은 오로지 좋은 태생의 사람들에게만 열려있었다. 

  관직은 청이냐 탁(濁)이냐에 따라 갈라지고, 또한 실질적 임무를 수행하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나뉘어졌다. 이는 환관들이 중앙 권력을 독점하고 있을때, 호족들이 그들에 대항하며 내세웠던 청의淸義의 계승이었다. 좋지 못한 가문 출신으로 자신의 능력에 기반하여 관직을 얻게된 이들 중에서는 탁하며 실질적 임무를 수행하는 관직을 얻게 된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군주에게 더 의존적이었고 군주 또한 그들을 총애했다. 


Seven_Sages_of_the_Bamboo_Grove.jpg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오늘날 청담사상에 대한 평가는 보통 그들의 타락상을 강조하는 경우가 잦다. 좋은 가문 출신의 귀족들이 유유자적 현실에서 도피하여 온갖 쾌락과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퇴폐적 삶을 택했던 것이 곧 청담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석숭石崇은 손님이 잔을 비우지 못하면 시중을 드는 여인의 목을 베는 버릇이 있었다. 그 버릇을 알던 승상 왕도王導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함에도 연거푸 술잔을 비웠으나, 대장군 왕돈王敦은 주당임에도 술잔을 비우지 않았다. 세 여인의 목이 잘렸지만, 왕돈이 계속해서 술을 마시지 않자, 왕도가 그를 꾸짖었다. 그러나 왕돈은 낯빛을 변치않고, 이렇게 답하였다. 


  "자기 집 사람을 죽이겠다는데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800px-Golden_Valley_Garden,_Hua_Yan.jpg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이 일화는 왕돈의 잔인성을 고발함과 동시에, 그의 '낯빛을 바꾸지 않는 능력'을 찬양하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석숭은 사람의 목숨을 판돈으로 하여, 한 사람이 외부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가 지닌 능력은 어떠한지를 가늠해 본 것이다. 정치를 다루는 예술이 있다면, 그러한 예술을 다루는 자는 자연히 사람의 목숨 따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혹의 극치를 타고나야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가진 능력의 우열을 아름답게 가려보는 것, 실은 그것이 청담의 본질이었다. 그들이 오를 수 있는 관직은 한정되어 있기에 반드시 그들 중 누군가는 패배해야 했다. 그렇다면 누가 패배해야하는가? 추한 자가 패배해야한다. 아름다운 자, 즉 외모가 뛰어나거나 예술적 재능이 탁월한 자, 행동거지가 비범한 자는 승리해서 관직을 자식에게 물려주어야한다. 그것이 청담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왜 관직을 두고 경쟁해야하는가? 그 경쟁하는 모습, 권력의 암투 속에서 벌어지는 숙청과 배제는 사실, 추하지 않은가? 그들은 관직의 외부에서도 공적인 것이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은 자들, 곧 은일지사(隱逸之士)들이었다. 


Les_Sept_Sages_de_la_forêt_de_bambous,_M.C._3892(4).jpg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


  죽림칠현으로 대표되는 이 은둔자들은 고귀한 혈통을 지닌 자신들이 속세의 모든 것과 벗어나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교분하는 것을 새로운 삶의 이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마음껏 시를 썼고, 마음껏 음악을 즐겼고, 마음껏 술을 마셨으며, 마음껏 약물을 복용했다. 여덟 임금이 서로에게 창을 겨누며 세상이 혼란에 빠지기 전까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레벨8김숙취
24/12/03 09:36
수정 아이콘
위나라 영토가 고구려 영토까지 포함하고 있는 지도가 눈에 거슬리네요~~
24/12/03 09:59
수정 아이콘
한사군 때문에 저렇게 표시된 걸까요?
레벨8김숙취
24/12/03 10:16
수정 아이콘
한사군 때문일수도 있긴 한데... AD 3세기까지 살아남은 한사군의 강역은 압록강 유역~대동강 유역 사이의 서쪽지역이라..

동천왕때 관구검한테 털렸다곤 해도.. 위나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점령한게 아니라서.. 저 지도는 좀 그렇네요..
니드호그
24/12/03 14:06
수정 아이콘
저 지도에 적혀있는 Lelang, Daifang이 낙랑, 대방의 영문명인 것 같으니까 저 지도의 위나라 강역은 한사군을 나타것 것 같긴 하군요….
시무룩
24/12/03 10:07
수정 아이콘
저도 딱 지도 보자마자 저기부터 보이더라구요
아니 위나라가 왜 저기까지 연결돼있음???
전기쥐
24/12/03 10:26
수정 아이콘
저도.. 위나라가 고구려를 대차게 털긴 했을텐데 저렇게 확정적인 강역은 아닌걸로 압니다.
된장까스
24/12/03 13:39
수정 아이콘
관구검이 아마 옥저 동예 지역까지 동천왕 추격해서 그거 반영한거 같기도 합니다.
24/12/03 10:02
수정 아이콘
관롱집단이 당나라 까지 지속되었다니까 새로 국가가 들어서도 얼마나 내부에서 썩어있었는지는 참...
펠릭스
24/12/03 13:36
수정 아이콘
저런 놈들은 나중에 결국 주전충이 처리했으니 조아쓰!
오평파
24/12/03 14:22
수정 아이콘
?

조비때 만든건데요?
VictoryFood
24/12/03 18:44
수정 아이콘
수문제가 통일하지 않은 중국이 궁금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80025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3934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5698 3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41425 3
103125 [정치] 내란범이 처벌되지 않는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할것이며, [1] moodoori500 24/12/12 500 0
103124 [정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조국의 시간 [17] 하이퍼나이프3493 24/12/12 3493 0
103122 [정치] 박선원 의원 "군 병력 국회에 산탄총과 폭발물 들고왔다." [60] 빼사스7657 24/12/11 7657 0
103120 [정치] 국정원 고위 관계자 "대통령은 국정원보다 유튜브를 더 믿었다" [162] Nerion11951 24/12/11 11951 0
103119 [정치] 박정훈 "이재명은 계엄보다 더한 짓도 할 사람이라는 건 상식이 있는 국민이면 동의할 것" [134] 키르히아이스9817 24/12/11 9817 0
103118 [정치] “정치인·계엄 포고령 위반자, 지하 수백미터 벙커 감금 계획했다” [17] 바밥밥바5873 24/12/11 5873 0
103117 [정치] 내란 수사가 생각보다 빠르네요 [25] 법규6653 24/12/11 6653 0
103116 [정치] 경찰·공수처·국방부 ‘공조수사본부’ 출범…檢 제외 [22] 빼사스4918 24/12/11 4918 0
103115 [정치] 검찰이 제일 싫어할만한 개선안이 뭘까? [75] 네?!5412 24/12/11 5412 0
103114 [정치] [속보] 외교장관, 계엄 당일 미 대사 전화 수신 거부 확인 [30] TAEYEON6804 24/12/11 6804 0
103113 [정치] 윤상현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 [100] 백면서생9343 24/12/11 9343 0
103112 [정치] [단독]경찰 "검찰이 또 특전사·수방사 압수수색 영장 불청구"…軍수사 차질 [49] Dango8537 24/12/11 8537 0
103111 [정치] 계엄 해제에 투표한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 프로필 요약 [14] 예루리5629 24/12/11 5629 0
103110 [정치] [속보] 與 김재섭 “尹대통령 탄핵하겠다…당론 찬성 촉구” [115] 바밥밥바11228 24/12/11 11228 0
103109 [정치] 대한민국은 그저 레볼루숑이 필요했던거 아닐까 [78] 바밥밥바5846 24/12/11 5846 0
103108 [정치] [속보]교정본부장 "김용현, 동부구치소서 자살 시도" [75] Nerion12320 24/12/11 12320 0
103107 [정치] [속보] 경찰 국수본, 대통령실 압수수색 착수 [26] 철판닭갈비6516 24/12/11 6516 0
103106 [정치] 경찰국가수사본부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긴급체포 [24] veteus8122 24/12/11 8122 0
103105 [정치] [속보] 대통령실 “대통령, 하야는 없다… 탄핵으로 심판” [123] 항정살11882 24/12/11 1188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