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5/06 15:14:04
Name 니드호그
Subject [정치] 양보한 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요즘 의대 정원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시끄럽지요.
저나 제 가족 중에선 아직 건강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불안하긴 합니다.
왜 이렇게 양쪽 다 물러나지 않는가, 생각을 해봤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양보한 권리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지요.
빼앗긴 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찾을 수 없다…라는 대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양보라는 개념이, 내어준다는 것과 거의 동일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사의 교훈을, 다들 충실히 지켜서, 다들 빼앗길 수는 있지만 양보할 수는 없다는 자세를 지키고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개념의 문제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때때로 기사로도 나오는, 땅 주인이 진입로를 막아서 생기는 다툼이네요.

땅 주인 입장에선 자신의 합법적인 권리인데, 예전에 양보해 버린 탓에 지금 손해를 보고, 지금이라도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막아버리는 게 합리적이기는 하군요….

이런저런 대치 상태에서 결국 한쪽이 양보해서 문제를 해결한 경우, '저쪽에서 양보를 해서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까, 다음에는 이쪽에서 좀 양보해야겠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다음에 양보하는 경우가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 보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없다면 사회 유지 자체가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렇지만 그건 결국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자는 사고방식인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해서 정말 잘 될까? 싶기도 하네요.

거기다 현재 한일 관계도 왠지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해서 일방적으로 손해만 볼 것 같은 기분이고.
지금은 거의 밈이 되어버린,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거라는 말도 비슷한 개념인데 결국 요금은 딱히 내리지 않았고.

개인 대 개인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먼저 양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집단 대 집단이라면 역시 그건 무리인 건가 싶습니다. 거기다 생각해 보니까 양보하기 시작했다간 어느새 가스라이팅 당해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네요. 거기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도, 양보한 권리는 돌아오지 않는 게 맞는 것 같고.

결국 양보 없는 각자도생이 정답인 건가 싶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그런 사회는 얼마 못 갈 것 같긴 합니다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람되고싶다
24/05/06 15:37
수정 아이콘
한국 정치를 보면 양보와 타협이 아니라 투쟁, 승리와 패배로 돌아가는 것 같긴 합니다. 둘의 의견이 다를 땐 그 중간지점으로 합의하는 게 아니라, 싸우다 서로를 못죽여서 교착상태가 굳어지는 느낌이랄까. 그게 겉으로 보기엔 잘 정리되는 것 같이 보이는데 속을 까보면 전혀 다르죠.

개인적으론 군부독재 이래로(더 이전으론 독립운동부터) 정치활동이라는 게 협의가 아니라 투쟁과 억압의 싸움일 수밖에 없던 역사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때려죽이려는 쪽 앞에서 굽히면 그대로 얻어맞아 죽을 뿐이니까요.
줄리엣
24/05/06 17:01
수정 아이콘
옳은 의견이 있고, 틀린 의견이 있을때 두 의견의 중간값을 합의점으로 하여 합의하라는것도 웃기는 얘기이긴합니다.

충분한근거와 토론으로 최선의 의견을 찾아야하는게 가장 좋겠지요.
소독용 에탄올
24/05/06 17:17
수정 아이콘
협의나 합의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사회에서 합의를 위한 신뢰는 형성되지 못했고요.
지속적인 대화, 낮은수준의 합의 같은게 누적되야 신뢰가 생기는데 그런걸 해본적이 없습니다.
경마장9번마
24/05/06 22:51
수정 아이콘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
No.99 AaronJudge
24/05/07 11:48
수정 아이콘
근데, 그런 사회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너무 소요되지 않을까 싶긴 해요….바람직하진 않은듯..ㅜㅜ

앞으로는 1990년대나 2000년대처럼 파이 자체가 커지긴 힘들것같고
사이즈가 같거나 작아지는 파이를 서로 어떻게 나누느냐~ 가 문제가 될 것같은데
우리가 그런 거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서 진통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437 [일반] 남자화장실을 침략당했습니다 [104] 학교를 계속 짓자18288 24/05/09 18288 34
101436 [일반] 뻘글) 한국의 과도한 경쟁의 기반? [51] moqq10839 24/05/09 10839 4
101435 [일반] 만화를 볼 때 이 만화가 대단해 수상작만 골라도 만족도가 높네요. +최근 본 만화책 감상 [31] 그때가언제라도13272 24/05/09 13272 2
101434 [일반] 기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가지고 장난을 치나 봅니다. [84] 아우구스투스16042 24/05/09 16042 12
101433 [일반] 마카오에서 만난 아저씨 이야기. [18] 가위바위보9364 24/05/09 9364 26
101432 [일반] 김미영 팀장에게 당하지 않는 법 - 수법과 대응방법 [16] 이선화9847 24/05/08 9847 27
101431 [일반] 초식동물(?) 유전자 [10] pecotek7649 24/05/08 7649 0
101430 [일반] <악마와의 토크쇼> - '환상특급' 롤러코스터.(노스포?) [4] aDayInTheLife6696 24/05/08 6696 0
101429 [일반] 오늘은 어버이 날입니다. [7] 겨울삼각형8099 24/05/08 8099 16
101427 [정치] 라인야후CEO "네이버 위탁 순차적 종료…기술독립 추진하겠다" [178] EnergyFlow13873 24/05/08 13873 0
101426 [정치] 오늘은 어버이 날입니다. [11] 유리한5664 24/05/08 5664 0
101420 [일반] 풀체인지 아이패드 프로 신형 발표 [112] Leeka17257 24/05/07 17257 0
101419 [일반] 올해 보도사진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로이터 사진들 [77] 우주전쟁18021 24/05/07 18021 23
101418 [일반] Udio로 노래 만들어보기 [3] 닉언급금지9041 24/05/07 9041 2
101417 [일반] 비트코인 - 이분법적 사고, 피아식별, 건전한 투자 투기 [50] lexial12677 24/05/07 12677 3
101416 [일반] 독일에서 아이의 척추측만증 치료를 시작했어요 [19] Traumer10776 24/05/07 10776 11
101415 [일반] 정리를 통해 잠만 자는 공간에서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15] Kaestro10193 24/05/07 10193 5
101414 [일반] 비트코인이 갑자기 새롭게 보인 은행원 이야기 [63] 유랑15718 24/05/07 15718 7
101413 [일반]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야간운전 [43] Regentag10587 24/05/07 10587 0
101412 [일반] [방산] 인도네시아는 KF-21사업에 분담금 3분의1만 지급할 예정 [33] 어강됴리11606 24/05/06 11606 0
101411 [정치] 양보한 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5] 니드호그8740 24/05/06 8740 0
101410 [일반] [팝송] 맥스 새 앨범 "LOVE IN STEREO" [2] 김치찌개8539 24/05/06 8539 1
101408 [일반] 장안의 화제(?) ILLIT의 'Magnetic'을 촬영해 보았습니다. [13] 메존일각11064 24/05/05 11064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