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4/20 04:02:59
Name 가위바위보
File #1 7cf825af6597be70f4debb35f0cb14a1.jpg (171.1 KB), Download : 1937
Subject [일반] 스포 無) 테츠로! 너는 지금도 우주를 떠돌고 있니? (수정됨)


[스포가 있으나 1화의 내용만 담고 있으며, 이마저도 거부감이 든다면 스크롤을 멈추시길 권장드립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는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나온 만화-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릴때 EBS에서 가끔씩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의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굳이 찾아본 적이 없었고,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냈죠. 아마 2주 전으로 기억합니다.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왓챠를 파도타던 중 은하철도 999가 눈에 들어왔죠. 망설임 없이 재생을 눌렀고 순식간에 1화를 봤습니다. 눈물샘이 촉촉해지며 유년시절의 제가 왜 은하철도999를 안 보려했는지 생각났습니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에요. 주인공으로 10살이나 넘었을까 싶은 테츠로(철이-이하 테츠로)가 나오긴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너무 무겁습니다.


1화에 나오는 내용들만 아주 짧게 다섯문장으로 축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서기 2221년(한국 방영 애니에선 2021년) 지구의 인류는 우주로 문명을 확장했으며, 부유층들은 자신의 신체를 기계로 개조해 영생을 살고 있다.

*엄마와 단 둘이 설원에서 살고 있는 테츠로는 언젠가 자기도 기계가 되는 수술을 무료로 해주는 은하계 바깥 행성에 도착, 그곳에서 수술을 받아 영생을 사는 기계가 되는 게 목표다.

*기계 수술을 해주는 행성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던 테츠로와 엄마는 인간들을 재미로 사냥하는 기계 귀족들에게 쫓기게 되고, 테츠로는 엄마를 잃는다.

*메텔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테츠로는 다짐한다. 반드시 지구를 떠나, 기계 수술을 무료로 해주는 행성에 가서 개조 수술을 받고 영생하겠다는 다짐을.

*마침 메텔에겐 기차표가 두 장이 있었고, 그렇게 테츠로는 메텔과 함께 지구를 떠나는 은하철도 999에 몸을 싣는다.
------

애니메이션 113화에 극장판 3개까지 총 116부작인데 저는 아직 5화까지 밖에 못 봤습니다. 한 화에 하나의 에피소드로 깔끔히 끝나지만 내용을 찬찬히 음미해보면 전혀 깔끔하지 않더군요.

영원과 찰나 중 무엇이 아름다운가?
아름다움과 추함은 어떻게 구별되나?
하나를 택한다는 게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한다는 의미인가?

등등의 메시지를 매 에피소드마다 던지고 있으며,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 될때면 씁쓸해지기도, 따뜻해지기도,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테츠로는 그토록 원하던 행성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메텔은 누구이며 왜 테츠로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지?
우주를 여행하는 은하철도999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걸까?

저도 이제 겨우 5화를 보고 있기에, 저 역시 질문에 대한 답을 모릅니다. 113화까지 다 보면 알 수 있을까요?

사춘기 때의 제가 십년 뒤에 이럴것이다고 꿈꾸던 제 모습, 그리고 실제 그 나이가 된 지금 모습, 둘 사이의 간극 때문에 입맛이 조금은 썼습니다. 은하철도999를 보며 왜 이런 생각이 든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머릿 속에서 겹쳐졌습니다. 옛 생각이 났던 이유는 테츠로가 어리기 때문인걸까요? 소년때 품던 것들을 얼마나 잃어버렸는지 이젠 세지도 못하겠어요. 여전히 선명한 것들도 있는 반면, 상당수는 흐릿해요. 사실 소년시절의 것들 대부분이 기억나질 않아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금치 많이 먹어둘걸... 테츠로가 저와는 달리, 자신이 목표했던 바를 먼 훗날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이루길 바랄 뿐입니다. 설사 테츠로가 기차여행을 하다가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잊게 되더라도, 무엇 때문에 왜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는 간직하길...


ps. 참, 설령 궁금하더라도 나무위키를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 경우 인터넷에 검색하는 순간 흥미가 식더라구요.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를 보기 전, 원작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나무위키를 열었다가 초반에 적혀있던 문장 때문에 통으로 스포를 당했습니다. 그 후 꾸역꾸역 소설은 2부까지 봤지만 더 이상 안보고 있으며, 드라마는 3화까지 보고 꺼버렸죠. 은하철도 999 역시 스포 당하기 싫어서 구글 검색 자제 중입니다. 댓글 남기실 때도 스포하지 말아주세요ㅠ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일모도원
24/04/20 06:47
수정 아이콘
어릴 때 보았을땐 그냥 우주를 날라다니는 기차를 타고 이쁜 금발 누나랑 여행 다니는 내용이라고 봤었는데
나이 들어 스토리를 보니 꽤나 심오하더군요
당시엔 몰랐는데 슬린더 누님캐의 근본인 메텔이 생각보다 작중에서 나이가 많더군요 물론 현재의 저보단 어리지만..
가위바위보
24/04/20 16:06
수정 아이콘
이목구비 비율이 지금의 그림체와는 다르지만, 미인이시죠 메텔누님
리듬파워근성
24/04/20 07:12
수정 아이콘
좋은 작품 만나셨군요 즐거운 감상 되셔요
호머심슨
24/04/20 07:19
수정 아이콘
작년에 웨이브로 tv판 좀 보다가 말았고 요새 쿠팡으로 극장판을 드디어 봤는데
고전명작볼때 흔히 느끼는 옜날의 감성은 못느끼는 무미건조한 어른임을 자각합니다.
24/04/20 07:30
수정 아이콘
7살인가? Tv에서 해주는 거 가끔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그냥 메텔눈나가 예뻐서 봤던 거 같아요.

그게 벌써 30년도 더 지났네요
24/04/20 09:13
수정 아이콘
은하철도 시리즈는 음악이 너무 좋아요. TV판 너무 길다 싶으시면 극장판도 보시고(스토리가 약간 달라요), 마음에 드시면 OST도 죽 들어보세요.
Your Star
24/04/20 10: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24/04/20 11:12
수정 아이콘
정주행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인데 너무 길어서 도저히 엄두가 안나네요. 조만간 다시 도전해봐야겠네요. 그나저나 밤하늘을 나는 열차라니, 참 로맨틱하지요?
자가타이칸
24/04/20 15:08
수정 아이콘
메텔 누님은 언제봐도 쎅쉬합니다... 사랑해요
안군시대
24/04/20 15:43
수정 아이콘
생각 이상으로 세계관이 큰 만화라.. 전체 세계관을 다 이해하시려면 하록선장이랑 천년여왕까지 다 봐야 할지도..
24/04/20 22:34
수정 아이콘
이게 그 레이지버스인가 그건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8170 24/04/23 8170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6] 오사십오16220 24/04/23 16220 0
101331 [일반] 기독교 난제) 구원을 위해서 꼭 모든 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88] 푸른잔향9758 24/04/23 9758 8
101330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선거와 임직 [26] SAS Tony Parker 9253 24/04/23 9253 2
101329 [일반] 예정론이냐 자유의지냐 [60] 회개한가인9036 24/04/23 9036 1
101328 [정치] 인기 없는 정책 - 의료 개혁의 대안 [134] 여왕의심복13676 24/04/23 13676 0
101327 [일반] 20개월 아기와 걸어서(?!!) 교토 여행기 [31] 카즈하8854 24/04/23 8854 8
101326 [일반] (메탈/락) 노래 커버해봤습니다! [4] Neuromancer5919 24/04/23 5919 2
101325 [일반] 롯데백화점 마산점,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 종료 [39] Leeka11617 24/04/23 11617 0
101324 [일반] 미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푸념 [51] 잠봉뷔르15713 24/04/23 15713 103
10132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14] Kaestro8866 24/04/22 8866 8
101321 [일반] [서브컬쳐] 원시 봇치 vs 근대 걸밴크 vs 현대 케이온을 비교해보자 [8] 환상회랑9021 24/04/22 9021 5
101320 [일반] 이스라엘의 시시한 공격의 실체? [20] 총알이모자라212386 24/04/22 12386 3
101319 [일반] 작년 이맘때 터진 임창정이 연루된 주가조작사건을 다시 보다가 이런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22] 보리야밥먹자16201 24/04/22 16201 1
101318 [일반] 돈 쓰기 너무 힘듭니다. [67] 지그제프16447 24/04/22 16447 24
101317 [일반] (스포)천국대마경 애니 다 봤습니다. 애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이후 최고작 아닌가 싶네요. [28] 그때가언제라도10897 24/04/21 10897 0
101316 [일반] 셀프 랜케이블 포설 힘드네요 [34] 탄야11454 24/04/21 11454 16
101315 [일반] 美하원,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130조원 지원안 극적 처리 [85] 베라히15501 24/04/21 15501 1
101314 [일반] EBS다큐에 나온 임대사업자 [78] 이호철12218 24/04/21 12218 2
101310 [일반] [팝송] 저스틴 팀버레이크 새 앨범 "Everything I Thought It Was" [2] 김치찌개7325 24/04/21 7325 0
101309 [일반] 탁 트인 한강뷰로 KISS OF LIFE의 'Shhh'를 촬영하였습니다. [2] 메존일각7881 24/04/20 7881 5
101308 [일반] 원랜디는 창작일까, 표절일까? 2차 창작 문제 [20] 이선화10110 24/04/20 10110 10
101306 [일반] 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20] Kaestro12419 24/04/20 12419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